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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 : 2018년 11월 3일(토) / 2,9호선 종합운동장역 2번출구 (07:15)
◈ 산행코스 : 천장리(주차장)-천장호-출렁다리-칠갑산(정상)-<원대복귀>-주차장-뒤풀이장소
◈ 참석자 : 14명 (갑무, 종화, 진오, 형채, 재홍, 윤환, 경식, 윤상, 원무, 전작, 동준, 정한, 문형, 양기)
◈ 동반시 : "가을노트" / 문정희
◈ 뒤풀이 : '한우소머리곰탕'에 막걸리 / '곰탕집'<청양군 정산면 서정리 156-44, (041) 944-1835>
오늘은 재경광주고동문회 산악회에서 주최하는 하반기 정기산행 겸 시산회 347회 산행 행사로 148명의 대식구가 4대의 버스를 타고 간다. 칠갑산은 지금까지 가 본적이 없고 “콩밭매는 아낙네야 배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하는 애달픈 노래 가락, 어머니 품 같은 산에 오르면 무언가 아련한 그리움이 피어오를 같아 가보고 싶은 산이었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하니 총동창회 산악회 집행부가 반가이 맞이한다. 단풍철이라 장사진을 친 관광버스와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헤매다 진오를 만나 배정된 2호차에 탑승하였다. 시산회 14명과 16회 16명, 22회 3명, 33회 4명 총 37명이 배정된 2호차는 거의 정시에 칠갑산을 향해 출발하였다.
출발 하자마자 2호차 총무를 맡은 33회 윤종오 산학회 기획이사가 김밥과 행사안내문을 나누어 주고 산행계획을 설명한다. 동문이라는 인연으로 수고하는 후배가 고맙다. 안내문에 산행 들머리인 천장리 도착시간은 10시. 내비를 찍어보니 12시다. 무언가 이상하다. 아니나 다를까 경부고속도로에 접어드니 차들이 꼼짝 안는다.
남도의 늦단풍 구경 가는 교통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듯하다.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 옆자리의 입담 좋은 동준이가 지루함을 덜어 준다. 재수 좋은 날이다. 생리작용이 느껴질 무렵 정안휴게소에 도착. 내 평생에 화장실이 이리 붐비는 건 처음. 발 디딜 틈이 없다. 잽싸게 젊은 사람 뒤에 가서 해소. 사람이 많으니 여기서 또 지체다.
12시경 산행들머리인 천장리 주차장에 도착. 시간이 많이 늦어 다들 잽싸게 배낭을 챙겨 메고 하차하여 총무 앞으로 모인다. 15시50분 원점 회귀 지시를 듣고 기수별로 산행 시작. 역시 일사불란한 광고동문들이다. 시산회는 천장호 출렁다리를 건너서 정상을 가기로 하고 삼삼오오 출발. 원무총장님은 막걸리 점검 후 부족한 막걸리를 사러간다.
노령신사이신 총장님이 고맙다. 들머리에 있는 중국풍의 조잡한 조화와 조형물들이 별로다. 호미든 아낙네 조각상과 황룡정을 지나 청양의 대표 농산물인 빨간 고추와 구기자 조형물로 장식한 출렁다리를 건너 전망대에서 원무총장님을 기다리며 잠시 휴식. 양기가 가져온 생고구마로 요기. 맛이 일품이다. 양기 내자에 감사.
12시45분경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 정상을 향해 출발. 계단을 한참 오르니 낙엽이 널브러진 흙길이다. 한참을 가도 단조롭고 지루한 능선이다. 원점 회기시간에 맞추기 위해 마음이 바쁘다. 능선은 부드러우나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칠갑산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르기에는 힘이 부친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올 해 들어 시산회에 자주 참석 못한 내 탓인 것을. 가도 가도 정상은 멀리 있다. 한 참을 가다보니 선두그룹이 보이지 않는다. 일부 산우는 정상 정복을 포기하는 가운데 형채, 양기, 재홍, 동준이랑 고지가 바로 저긴데 하면서 에라 올라가보자 하고 진군.
정상 바로 아래에서 1회 안원태 선배님이 하산하신다. 대단하십니다하고 인사드렸더니 죽기 살기로 갔다 왔다고 하신다. 20회는 청춘 아닌가. 정상에 오길 잘 했다. 1회 선배님을 보니 앞으로 이정도 산 정상은 20번은 오르겠다고 다짐해본다. 도로아미타불이 될지라도.
14시 30분경 561미터 칠갑산 정상에 도착. 선두그룹의 종화, 윤환, 경식, 원무는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가려한다. 후미그룹도 내려가려는 이총장님을 붙잡고 정상석 사진 찰칵. 얼마 만인가 정상석 사진. 하늘빛이 환상인 정상에서 동서남북으로 한 바퀴 둘러보고 바로 하산.
하산 길 평평한 이름 모른 곳에 돗자리를 펴고 둘러 앉아 청양막걸리에 준비해온 음식을 정성껏 차려 놓고 오늘의 기자인 소생이 문정희 시인의 가을노트를 휴대폰에서 찾아 낭송 후 산우들과 환담을 하며 늦은 점심을 했다.
"가을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15시경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하산시작. 다시 단조롭고 지루하고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능선을 따라 다들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재촉한다. 조망도 좋지 않다. 누군가 청양은 충청도의 무진장이라 한다. 그러고 보니 산은 높지 않으나 첩첩산중 분위기다. 또 누가 산세도 구불구불 오르랑내리랑 밋밋한 것이 충청도 사람 마음 같다고 거든다.
한 참을 내려오다 숨을 고르기 위해 이름 모를 벤치에서 잠시 휴식. 오늘 단체사진을 지나가는 후배에게 부탁하여 14명 모두 오른 손을 불끈 쥐고 한 컷. 하산시간을 맞추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여 내려간다. 다들 내려오면서 조망 좋은 곳에서 천장호와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출렁다리 호랑이상 옆에서 잠시 휴식 후 원점으로 출발.
15시50분경 시산회원 전원 약속시간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뒤풀이 장소인 곰탕집으로 이동. 우리차가 마지막 도착. 이미 식당은 거의 만원이라 시산회원은 빈자리를 찾아 흩어져 한우소머리곰탕에 막걸리로 저녁 식사.
16시30분경 재경총산악회장의 이취임식과 산행에 참가한 전원의 기념사진을 찍고 서울을 향해 출발하여 어둠이 깔린 19시30분 경 종합운동장에 도착하여 해산. 차가 많이 막히고 연로하신 선배와 대인원이 참석한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헌신적인 노력을 한 집행부에게 감사를 드리며 산행기를 마친다.
마지막으로 내려오면서 천장호 옆에서 보았던 붉은 애기 단풍이 잊혀 지지 않을 것 같다. 시산회원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2018년 11월 24일 전작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