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차 책사넷 후기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김새별·전애원(22. 8. 24.)

[정진호(직원)]

1. 개요

가. 일시: 2022. 8. 24.(수) 19:00~21:00

나. 장소: 경남 거창군 마리면 거안로 860-16, 카페외갓집

다. 대상: 정진호, 류지형, 서지연, 박소현, 전종범; 5명

라. 내용: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읽고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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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후기

가. 전종범 후기

• 유품정리사가 하는 일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으며, 유품정리사로 일하면서 깨닫고 느낀 부분이 많이 적혀있다.
• 우리에게 정말로 남는 것은 집도, 돈도, 명예도 아니다.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 (11쪽)
• 외로움을 우정으로(44~49쪽) : 한 고인은 살아생전 박봉의 월급으로 노숙자들을 집에 초대하여 밥을 주었다. 오피스텔에 살고 있어 노숙자들을 데리고 오는 그를 이웃들은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고인이 죽고 서른 명은 되는 노숙자들이 저마다 어디선가 깔끔하게 하고 고인의 장례식장을 찾아왔다. 가는 길까지 얻어먹을 수 없다며 장례식장 식사도 거절한 채 조용히 자리만 지키다가 갔다. - 고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 점집에서 무병에 걸려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림굿을 결심하니 남자친구, 좋은 직장을 잃었다. 부모님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죽음을 선택했다. -그녀는 세상의 값싼 편견과 너무나 귀해서 값을 매길 수조차 없는 자신의 생명을 맞바꿨다. 길가에 나뒹구는 돌멩이와 세상에 하나뿐인 다이아몬드를 바꾼 것처럼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65쪽)
•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잘살고 싶다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아야 하는 건, 생명(生命)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107쪽)
•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 1. 삶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정리를 습관화하세요. 2. 직접 하기 힘든 말이 있다면 글로 적어보세요. 3. 중요한 물건은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하세요. 4. 가족들에게 병을 숨기지 마세요. 5. 가진 것들은 충분히 사용하세요. 6. 누구 때문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사세요. 7.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입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기세요. - 7계명을 읽고 각 항목의 부가설명을 읽어보니 최종적으로 ‘현재를 살자’인 것 같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에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가자는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나. 서지연 후기

• 외로운 사람들이 참 많다. (64쪽) / 아무도 거두는 이 없는 외롭고 쓸쓸한 죽음이 참 많았다. (11쪽) / 외부와 단절된 채 고독하게 죽어가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문제는 있는데 답이 없다. (125쪽) / 아무도 거두지 않는 죽음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빈한한 삶이었고 지울 흔적조차 없는 쓸쓸한 죽음이었다. 삶도 죽음도 본질적으로 외로운 것이겠으나 친밀한 관계들에서 얻는 힘으로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세상을 살아나간다.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사랑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맞을 수 있다. 아무도 없이 홀로 맞는 죽음, 아무도 거두지 않는 죽음은 그래서 가슴 아프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어도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있다. (228쪽) → 이 책의 저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외로움”이다. 드러나지 않은 죽음에는 많은 외로움의 모습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사람은 외부와의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삶의 의지를 쉽게 놓아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사회사업은 이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다시금 깨닫게 된다.
•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른다. 포기하려던 삶을 부여잡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데 거창한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작은 배려와 친절을 통해서도 가능한 일이다. (15쪽) → 격리하는 동안 내가 생각나 그냥 연락했다는 그 전화 한 통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문득 떠오르는 이가 있다면 용기 내어 연락을 해야지!
• 할머니는 그렇게 내일을 준비했다. 연락 없는 자식들이며 풍족하지 못한 생활에 낙심하고 지나간 날들을 후회하는 대신, 새벽같이 일어나 폐지를 줍고 저녁이면 성경을 필사하고 가끔 복지관에 나가 종이 접기를 배우면서 오늘을 열심히 살고 미련 없는 내일을 준비했다. (97쪽) → 아름다운 삶의 모습.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면 죽음이 아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의 증거가 이 할머니의 삶이 아닌가 싶었다. 이런 삶을 존경해.
• 현장을 정리하다 보면 굳이 알려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인테리어와 가구, 집 안의 물건과 책들은 이 집에 살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말해주곤 한다. (159쪽) / 고독사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고독사는 그가 얼마나 고독하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고독하게 살았는가를 말해준다. 병 때문이든 스스로 목숨을 끊든, 그 쓸쓸한 삶이 고독사를 불러오고 그 자리에는 비워진 술병, 높다랗게 쌓인 쓰레기, 텅 빈 냉장고, 먼지 앉은 바닥, 때로는 명품 의류와 번쩍거리는 보석들이 그 증거로 남는다. 삶의 의지를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들이 죽은 것은 아마도 더 이상 살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161쪽) → 죽음이라는 것은 곧,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겠다. 죽음에서 드러나는 나의 삶이 부디 아름답게 드러나면 좋겠다. 잘 죽고 싶다. 그래서 잘 살고 싶다.
• 언젠가 나에게 찾아올 마지막 순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어떤 죽음이 나의 것이 되어야 할까. 그러자 장례지도사 시절 만난 한 죽음이 떠올랐다. 추석이었다. 그날 어느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내가 장례지도를 해드렸다. 명절 당일이라 그런지 식장 안은 아직 한산했다. 의식을 치르기 전, 유가족들은 할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명절이면 가족들은 할머니 댁에 모였다. 그날도 하루 전날 할머니 댁으로 모두 모여들었다. 한 가족 한 가족 도착할 때마다 할머니는 아들이며 며느리, 손자, 손녀들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마침내 자손들이 모두 모이고, 다함께 둘러앉아 명절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워낙 연로한 분이라 건강이 썩 좋지 않았지만 그날은 좋아 보이셨다. 음식도 꽤 많이 드셨다. 손주들에게 직접 용돈도 주시고 여느 때보다 오랫동안 가족과 함께하셨다.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누워 계시는 분이었지만 이날은 한참을 앉아 계셨다. 평소보다 많은 말을 하고 자주 웃으셨다. 그리고 다음 날인 추석 아침, 할머니는 가만히 누운 채 일어나지 않으셨다. 밤새 주무시다 곱게 돌아가신 것이다. 나에게도 그렇게 평화롭고 안온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한 번씩 안아보고 조용히 잠드는 것. 아마도 모두가 원하는 죽음일 것이다. (161~162쪽) → 이 부분을 읽으며 내 장례식을 생각해보았다. “난, 이제 간다. 한바탕 재미나게 잘 살고 가. 안녕!” 이런 느낌으로 유쾌했으면. 그리고 그동안 정말 행복하고 고마웠다고 한껏 표현하고 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아, 지금 당장부터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179쪽) → 그러니 살아가는 동안 한껏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사랑은 언제나, 언제나 옳다고 생각한다. 전 직장도 지금 직장도 한껏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 참 좋아하는 일이다.
•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연고자의 시신이 어떻게 취급당하느냐보다는 내 이웃이 고독하게 죽어야만 했던 이유다. 살아 있을 때 관심을 갖는 일이다. (229쪽) → 관심, 관계. 사람을 살게 하는 힘. 관계를 주선하는 우리 일은 복된 일!
•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했던 흔적 때문에 가슴 아픈 현장도 있었다. 이런 고인을 만난 날은 더 마음이 힘들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술은 마시지 않는다. 외롭고 힘들게 살다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 것이 빈 술병이다. 술병들을 볼 때마다 술로 인생을 허비하며 스스로를 파괴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 가족들 생각을 많이 한다. 어서 집으로 가 딸의 얼굴을 보고 싶고 온 힘을 다해 꼭 껴안아주고 싶다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235쪽) → 공감하는 부분. 삶의 기쁨과 슬픔 모두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고 온전한 정신으로 느끼며 살고 싶다. 영상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김새별 씨 시선처리도 그렇고 나와 비슷한 말하는 습관이 있는 듯. 그래서 더 진솔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 주거 공간을 정돈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삶을 방치하는 일과 같습니다. 실제로 쓰레기 집에 가보면 처음부터 쓰레기가 쌓이도록 내버려둔 경우는 없습니다. 세상에 상처받고, 사람에게 실망하고, 먹고사는 일에 치여 삶의 의지를 놓을 때 게으름도 함께 찾아옵니다.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것은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고, 먼지 않은 가구를 닦고, 바닥을 걸레질하는 것처럼 사소한 일들에서 시작합니다. 쓸모없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사는 공간을 단순하게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내가 떠나고 난 자리가 아름다울수록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은 덜어집니다. (238~239쪽) → 매일 내가 사용하는 공간을 쓸고 닦는 것이 삶을 지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보면 나의 마음이 어지러울 때 집안도 덩달아 정돈되지 않곤 했다. 내가 머문 자리에 나의 정신이 드러나는 것 같아. 내가 지내는 공간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건, 삶을 방치한다는 것. 그러니 삶을 놓아버리지 않게 하는 매일의 이 사소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의례, ‘청소’를 하자.
• 내가 없으면 결국 버려져야 할 물건들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살아 있을 때, 아끼지 말고 충분히 사용하세요. (241쪽) → 물건도 사람을 향한 마음도 아끼지 말고 충분히 사용해야지.
•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입니다. (242쪽) → 산다는 건 사실, 별거 아닌 것 같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것보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깊이 사랑했던 경험이 있는가가 진정한 삶의 성공이라고 다시금 느낀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가?
• 죽음을 떠올리면, 삶에서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좀 더 단순해진다. 죽음을 떠올리면, 삶을 더욱 애정하게 된다. 이 책이, 이 책을 쓴 저자의 삶을 향한 시선이 그렇다고 느꼈다. / 지금 하는 이 일이 나의 죽음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일 안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아쉬움 없이 한껏 마음 담아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리고, 나에게 있어 소중한 이들을 위해서는 늘, 언제든 감사와 애정의 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잘 살아야지!

다. 정진호 후기

• 이번 모임이 끝나고 돌아보았을 때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건, 죽음도 청소도 일이나 직업도 아닌 ‘삶’입니다. 지금 내가 살아있고,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을 자꾸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무엇도 아끼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가만히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