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알(첫 마디) 찾기
고학년 말하기와 글쓰기의 허리는 겪은 일에서 알맹이 찾기다. 이른바 겪알이다.
겪은 일을 말한 뒤, 겪은 일의 알맹이를 찾는다. 중학년까지만 해도, 글은 주로 겪은 대로, 겪은 차례 대로, 말하듯이 쓸 때 잘쓴다. 하지만 4학년부터 겪은 데서 생각이 비롯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3학년까지 글 속에 생각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겪은 일 속에 생각이 섞여 나온다. 학년이 오를수록, 겪은 데서 비롯한 생각이 겪은 것을 이끌고 싶어한다. 이것이 '나'인데, 내 생각을 말하고 쓰면서 나를 더 뚜렷하고 단단하게 세울 수 있다.
겪은 일에서 알맹이를 잘 잡으면 나머지는 이 알맹이를(겪알) 자세히 쓰면 된다. 자세히 쓰고, 더 자세히 쓰고, 정말 자세히 쓰다 보면 진짜 알짜, 알 중의 알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온다.
겪알의 갈래가 사람 수 만큼이나 참으로 다양하다.
첫째는 몸으로 겪은 것이다. 한 것, 본 것, 들은 것, 냄새 맡은 것, 만진 것 따위가 있다. 다만 여기서 겪은 것은 글감으로서 겪기가 아니고 겪은 일을 다 돌아보고 나서 정한 '겪알'로서 '겪은 것'이다. '오늘 복도에서 넘어졌다.'가 겪알의 첫 마디라면 나머지는 이것을 벼리로 글이 나갈 것이다. 저학년 겪은 대로 쓰기의 문장이라면 이 문장은 넘어졌던 일 속의 한 차례일 뿐이다.
둘째는 느낌이다. 슬픔, 기쁨, 애틋함, 그리움, 서운함, 두려움, 낭패감, 무서움 따위가 있다. '망했다'로 시작하는 첫 마디(겪알)이 있었다. 나머지는 망한 사연과 거기서 깨달은 내용이다.
셋째는 생각이다. 4학년까지만 해도 겪은 일에 들어 있던 생각을 끄집어 내어 다시 인식하는 정도다. 5학년부터는 겪알 즉 첫 마디가 생각에서 출발할 수 있다. 생각에는 의문, 궁금, 주장, 설명, 의지, 예상, 상상, 꾀, 다짐, 실험, 가정 따위가 있다.
아이들은 글감과 제목을 찾기 위해 자기가 겪은 일을 말하는 과정에서 주로 겪알을 찾는다. 또래글, 본보기글 들을 듣다가도 겪알을 찾는다. 쓰고 싶은 겪알이 정해지면 글은 써진다.
겪알에 따라 시, 설명, 주장, 에세이, 이야기 같은 갈래가 자연스레 나뉜다. 아래글은 오늘 수업에서 나온 짧은 글이다. 첫 글은 겪은 갈래 중 '본 것'의 겪알, 두번째 글은 생각 갈래 중 '바람'의 겪알이다.
달팽이 2마리
전**(쌍령초5)
오늘 아침에 달팽이 2마리를 봤다.
달팽이를 보니 2마리 모두 죽어 있었다.
나는 달팽이 2마리를 나무 뒤에 놔 주었다.
어린 아이들이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제
최**(쌍령초5)
오늘은 집에 가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실수를 했다.
말 안 해 줄 거다.
나머지 긴 글은 차차 정리할 생각이다. 아이들 글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밑줄 친 첫 마디 겪알과 마지막 알짜 마디만 읽어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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