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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전집 제40권
●석도(釋道)ㆍ소(疏)ㆍ제축(祭祝) 한림원(翰林院)과 고원(誥院)에서 아울러 지었다.
(釋道疏○祭祝 翰林誥院并)
○태일 초례문(太一醮禮文)
초헌문(初獻文)
운운. 삼태(三台 자미성(紫微星)을 중심으로 한 상태(上台)ㆍ중태(中台)ㆍ하태(下台))를 오르내리
면서 항상 가장 높은 지위에 처하고, 만물을 육성하되 가만히 주재하지 않는 공을 베푸시는지라
감히 작료(酌潦)의 제수(祭需)를 진설하여 승풍(乘風 신선 또는 신령이 바람을 타고 다닌다고 한
데서 온 말)의 행차가 왕림하시기를 기다립니다.
아헌문(亞獻文)
때아닌 재앙을 내림은 하늘이 앞일을 경계하심이고, 정성껏 제사를 받들면 신(神)은 반드시 복을
주기 마련이라 부디 돌아보아 흠향하시고 빨리 이상한 재변을 없애 주소서.
삼헌 청사(三獻靑詞)
변화하는 것은 일정한 방향이 없되 항상 만물을 잘 구제하고, 길하거나 흉함은 거짓이 없어 결국
사람 하기에 달려 있는 법이라 진실로 빌고 뉘우치는 정성을 다한다면, 곧 도와주고 가엾이 여기는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나쁜 징조를 불러일으켜 몹시
추워야 할 겨울철에 도리어 계속 따뜻한 기후의 이변이 있으며, 더욱 자욱한 안개가 아침 나절이
지나도록 사방에 꽉 끼어 있고, 혹은 장맛비가 시작하면 며칠이고 그냥 갤 줄 모르니, 진실로
두려운 마음 견딜 수 없어서 고명(高明)의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음양이 항상 순조로워서 겨울이
잘못되거나, 하복(夏伏)의 재앙이 일어나는 일이 없게 하시고, 자연의 혜택과 상서로운 징조가
한꺼번에 이르러, 하늘은 내려 주고 땅은 올려 주는 그러한 복이 있게 해주소서.
[주D-001]작료(酌潦)의 제수(祭需) : 변변치 못한 제수. 《시경(詩經)》 대아(大雅) 형작 (泂酌)에
“길에 괸 빗물도 가라앉혔다가 제사 술밥을 찔 수 있네.[泂酌彼行潦 挹彼注玆 可以饙饍]”
하였다.
[주D-002]청사 : 청등지(靑藤紙)에 붉은 글씨로 쓰기 때문에 청사라 한다.
太一醮禮文
初獻
云云。陟降三台。常處最尊位。亭毒萬物。潛施不宰之功。敢陳酌潦之儀。佇枉乘風之馭。云云。
亞獻文
反時爲災。天將戒耳。精意以享。神必福之。幸借顧歆。遄消變異。
三獻靑詞
變化無方。常善救物。吉凶不僭。職竟由人。苟傾祈叩之誠。卽荷畀矜之賜。以予過擧。召厥咎徵。
當盛寒之戒時。有恒燠之爲沴。况雰霧終朝而閉塞。或雨潦連日以侵霪。寔深兢灼之懷。佇借高明之佑。
致令陰陽常順。無冬愆夏伏之災。符瑞竝臻。有天降地升之貺。
○연교도량(年交道場) 겸 초례문(醮禮文)
오묘한 진리는 측량할 수 없으니 도(道)에는 고금이 없고, 변화하여 머물지 않으니 해[年]가
끝나면 또 시작이 있기 마련입니다. 생각하건대 신(臣)같이 힘이 미약하고 덕이 박한 몸으로서
어려운 지위를 이어받은지라 밤낮 근심하고 노력하였으나 하루도 편안히 지낸 날이 없었거늘,
하물며 음양이 자꾸 교대되어 삼원(三元)이 곧 다가오려는 이때이겠습니까. 마땅히 아래로 도와
주십사 하는 사심을 빙자해서 새해를 맞이하는 경사를 축하해야 하겠으므로,
이에 선록(仙籙 선가(仙家)의 비기(祕記))에 따라 법단(法壇)을 높이 마련하고 선가(仙家)의 고류
(高流)를 맞이해 임편(琳編 옥함(玉函))의 비결(秘訣)을 읽으니, 바라옵건대 신령께서 널리 살피
시와 빨리 음덕을 내리시되 아직 나타나지 아니한 재앙은 마치 얼음이 녹듯 사라지게 하시고,
새로운 복은 마치 해가 바야흐로 솟아오르듯 크게 옹호해 주소서.
年交道場兼醮文
窈冥莫測。道無古而無今。消息不停。年有終而有始。念臣微薄。襲位艱難。夙夜憂勤。猶未安於一日。
陰陽推代。况欲及於三元。宜憑佑下之私。用集履端之慶。玆沿仙籙。聿峙法壇。邀羽服之高流。諷琳
編之秘蘊。仰惟靈鑒。遄畀眞庥。頓消未兆之災。若氷將泮。丕擁惟新之福。如日方昇。
○순천관(順天館) 천황당(天皇堂)을 중수한 뒤에 보안(保安)하는 초례문
참된 정기를 지니시어 천상에다 옥신(玉宸 천제(天帝)의 궁궐)을 세우셨으며, 만물을 버림 없이
구제하려고 인간에 경관(瓊館 순천관의 미칭)을 두셨도다. 지난번 동우(棟宇)의 허물어짐을 인
하여 곧 공도(工徒)들에게 명령하여 수리하게 하였더니 이제는 법의 지팡이를 이동하더라도 상주
할 곳이 있게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역사가 끝날 때가 다가왔기에 일진을 골라 봉안하기 위해,
이에 제사의 예절을 베풀어서 삼가 깊은 음덕이 있으시길 아뢰오니, 부디 변변치 못한 차림
이오나 왕림하셔서 극진히 흠향해 주시기 바라오며, 다시 화구(華構 새로 중수한 천황당)에 노니
시어 신령의 보금자리를 보유해 두시고, 보배 권속을 중소(重霄 높은 하늘)에서 떨어뜨려 더욱
많은 복을 내려주소서.
順天館天皇堂修理後保安醮禮文
有精甚眞。宅玉宸於天上。救物無棄。留瓊館於人間。頃因棟宇之傾頽。尋命工徒而營葺。玆移法仗。
有動常居。及力役之方終。揀日辰而還妥。仍陳典祀。祗叩冲庥。庶臨菲薄之儀。曲借顧歆之賜。復眞
遊於華構。旣保靈栖。墮寶眷於重霄。益綏多福。
○현무문(玄武門)에서 북교(北郊)를 바라보며 드리는 초례문
하늘이 많은 사람을 낳았거늘, 그 뜻이 어찌 다 죽이려 하심이랴. 나라에 잘못된 정치가 있으면
때로는 가뭄을 내리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허물을 뉘우치고 슬피 호소하면, 곧 정성에
감응하사 두터이 도와주십니다. 돌이켜 생각하건대 덕이 박한 몸으로 외람되이 높은 자리에 처한
지라, 밤낮으로 애를 써서 비록 잠을 잘 여가도 없었으나 상벌에 남용이 많아서 걸핏하면 스스로
허물의 징조를 불러왔습니다. 이제 성하(盛夏)를 당하여 오랫동안 가뭄의 고액을 겪으므로,
이에 참된 정성을 바쳐 음덕의 도움을 빌까 합니다. 수덕(水德)이 있는 곳이라 북쪽 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조아리고, 마름풀도 천신(薦新)할 수 있겠기에 남쪽 시내에서 캐 와 제수로 바칩니다.
우러러 바라건대 아득한 속에서라도 모두 와서 흠향하시고, 널리 단비를 적시어 백곡(百穀)을
한꺼번에 일어나게 하며, 크게 풍년이 들어서 천창(千倉)을 한 데에까지 쌓도록 해주소서.
玄武門望北郊醮禮文
天生蒸人。意豈欲其勦絶。國有闕政。時或降之旱乾。苟謝過以哀祈。卽應誠而孚佑。顧惟凉薄。叨處
崇高。夙夜克勤。雖未遑於假寐。賞刑多濫。動自召於咎徵。迺當盛夏之辰。久苦亢陽之厄。肆投眞蔭。
庶借陰庥。水德所存。望北郊而稽首。蘋羞可薦。採南澗以展儀。仰冀茫茫。僉歆苾苾。普霑甘澍。使
百穀以勃興。大有豐年。致千倉之露積。
○태창(大倉)에서 태일신(太一神)에게 비는 초례문
하늘이 꾸지람을 내리심은 죄다 사람으로 말미암아 그런 것이고, 신(神)은 정성에 흠향하여 만물
을 버린 적이 없으시니, 감히 총명 정직한 신에게 호소하여 용서하고 가엾이 여겨 주시기를 비나
이다. 생각하건대 이 말세의 쇠미한 때에 외람되이 가장 어려운 책임을 맡은지라, 깊이 근심하고
멀리 생각해도 퇴패된 기강을 바로잡기 어렵고, 정치가 문란하고 백성이 이산되어 이 때문에
화기(和氣)를 손상시킨 듯합니다. 첫겨울의 폐색(閉塞)된 때를 당해 놀랍게도 큰 천둥의 이변이
있었고, 계속하여 화재가 일어나 이 가득찬 창고들을 불태워 버렸으니, 막중한 곡식이 삽시에
탕진되어 남음이 없거늘, 비록 그 나라가 있은들 텅 빈 것을 돌아볼 때 어디를 믿으리까. 이것이
다 과인(寡人) 스스로의 탓이라, 저 뭇 백성들이야 무슨 허물이 있겠습니까. 이에 더욱 두렵고
조심스러워 기도로써 재앙이 풀릴 것을 생각하고는, 다시 재명(齋明)한 신심으로 삼가 정결한
행사를 베푸나이다. 우러러 바라옵건대 이 참된 간청에 곡진히 흠향하사, 염위(炎威)가 저절로
물러가서 제비집을 태우는 재앙을 없애고 노적(露積)을 다시 높이 쌓아 풍년의 꿈을 이루게
하소서. 음양이 항상 순조로우면 사직이 길이 편안하리이다.
[주D-001]제비집을 태우는 재앙 : 자신에게 닥쳐온 위급한 재앙인데도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자락
(自樂)함을 말한다. 진(秦)이 조(趙)를 치니, 위(魏) 나라 대부(大夫)들은 모두 자기
나라에 이로운 일이라고 하였으나, 공빈(孔斌)만은 “옛사람의 말에 ‘화재가 나서 집이
타고 있는데도 거기에 깃든 제비와 참새의 어미 새끼들은 자락하면서 장차 저들도 곧
불에 타죽게 될 처지를 알지 못한다.’ 하였는데, 지금 진이 조를 멸망시키면 그 다음
에는 화가 위 나라에 닥쳐오리라는 것을 모르니, 이는 사람이 참새나 제비처럼 무지한
것이다.”라고 경계하였다. 《通鑑節要 周紀 赧王56年》
大倉行大神醮禮文
天降之咎。靡不由人。神享于誠。常無棄物。敢干聦正。用乞恕矜。念乘衰叔之時。叨荷重艱之寄。
憂深慮遠。尙難振起於頽綱。政散民離。是用感傷於和氣。當孟冬之閉塞。有大電之震驚。繼以火祅。
焚玆廩實。莫重於糓。忽蕩滅以無遺。雖有其邦。顧空虛而安恃。是寡人所自召也。彼群俗有何辜焉。
玆益戰兢。竊思禳解。聊罄齋明之信。式陳蠲潔之儀。仰冀赤精。曲歆丹懇。炎威自却。蔑聞燒鷰之災。
露積復崇。允恊夢魚之吉。陰陽常順。社稷永寧。
○도전(道殿)에서 동궁(東宮)이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초례문
초헌문
워낙 성하신 덕이라 가만히 잘 구제하는 사(私)를 베푸시는데, 은혜는 갚지 않는 법이 없는지라
삼가 청결한 제례를 받드나이다. 부디 변변치 못한 자리에 왕림하시어 향내 나는 제수를 흠향
하소서.
아헌문
자애가 세자(世子)에게 모여 일찍 기도하고 호소하는 정성을 베풀었는데, 혜택이 신명에서 내려
이끌어 주는 힘을 비나이다. 그러므로 믿음의 맹세를 다짐하고 이에 정결한 제사를 받드오니,
바라건대 정성어린 이 충심(衷心)에 흠향하사 거듭 돕고 키워 주는 경사를 주옵소서.
삼헌 청사(三獻靑詞)
신명은 도정(道精)의 지극한 것이어서 화육에 사사로움이 없고, 부자(父子)간에는 천성(天性)의
떳떳함이 있어 절로 정이 돈독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찍 높고 참된 신령님께 호소하여 우러러
원사(元嗣)의 강령하기를 빌었습니다. 깊은 음덕의 가호 아래 과연 어린애 보듯 잘 보호하시겠
거니 다짐한 맹세가 그대로 있는데 감히 밝으신 영감(靈鑑)을 속이리까. 이에 선과(仙科)를
상고해 삼가 법사(法事)를 베풀어서, 구름 사다리를 향해 기다리고 바람 타고 강림하실 것을
생각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이 미미한 정성에 감응하사 음덕의 도움을 더하시며, 하늘의
상서가 계속 이르러 무궁한 복록을 주시고, 세자의 덕이 더욱 빛나서 온 중생들이 힘입어지이다.
道殿行爲東宮還願醮禮文
初獻
爲德最盛。潛施善貸之私。無恩不酬。祗奉克禋之禮。庶臨楡席。俯享蘭羞。
亞獻文
愛鐘儲貳。夙陳祈叩之誠。澤降杳冥。果借提撕之賜。肆尋信誓。爰蕆精禋。冀歆悃愊之衷。申錫綏將
之慶。
三獻靑詞
神明爲道精之極。化無私焉。父子有天性之常。情所篤也。曾叩高眞之杳默。仰祈元嗣之康寧。冲蔭所加。
果集和倪而善保。齋盟猶在。敢誣靈鑒之孔明。斯按仙科。式陳法事。傃雲階而延佇。想飈馭之格臨。伏
望俯允微誠。益紆陰隲。天休滋至。畀百祿之無疆。儲德愈光。遍群生而有賴。
○화신(火神)을 진압하는 초례문
요괴한 변이 일어나는 것은 각각 잘못된 처사 때문에 그런 것이고, 압승하는 술법은 다만 높여
기도하는 데에 있을 뿐입니다. 생각건대 사람이 자뢰(資賴)하는 것 중에 오직 불이 두려운 대상
입니다. 때맞추어 명령을 내려 비록 남발할 기미를 예방하여도 본 성질을 잃고 재앙이 되므로
역시 뜻하지 아니한 변고를 염려하거든, 하물며 현상(玄象 일월성신(日月星辰))의 궤도가 어긋남
을 관찰하건대 적정(赤精 화신(火神))이 위엄을 부릴 징조가 있음에리까. 삼가 약소한 의식을
베풀어 보호의 힘을 내려 주시기 바라오니, 부디 여러 궁전에 길이 유갈(濡褐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나르는 것)의 괴로움이 없고, 저 마을에까지 초두(焦頭 불을 끄다가 머리를 그슬리는 것)
의 걱정이 없게 하여 주소서.
壓火神醮禮文
妖異之興。各因過擧。壓勝之術。唯在宗祈。顧人所資。惟火可畏。順時行令。雖防濫發之萌。失性爲
灾。尙慮不虞之變。况觀玄象之乖度。殆有赤精之作威。祗陳菲薄之儀。佇畀保持之力。致令自諸宮宇。
永無濡褐之勞。及爾里閭。不見焦頭之救。
○상원(上元) 초례문
초헌문
양관(陽管)으로 재[灰]를 부니 마침 기망(旣望)이 임박했고, 음관(陰官 주대(周代)의 관명, 호적
을 맡은 관)이 호적을 아룀도 바로 이때에 속한지라, 삼가 구름 단[雲壇]을 높여 바람지팡이
[飆仗]를 우러러 맞이합니다.
아헌문
아래를 돕되 사정이 없으시니 그 참된 공덕을 누가 아랴. 보름 아침의 명절을 기념해 삼가 정성의
제사를 올립니다. 바라건대 흠향을 비는 마음을 굽어살피사 모두 치성한 경사를 주소서.
삼헌 청사(三獻靑詞)
도(道)는 항상 오묘한 데에 있어 맞이하거나 따라다녀도 보이지 않는 것이고, 신(神)은 황홀한
속에 있는 듯 화복을 내려 주심이 무상(無常)합니다. 생각건대 이 작은 자질의 몸으로 백성들
위에 임하니, 왕업(王業)이 매우 어려워 아침저녁으로 조심하는 마음을 지니고 천위(天威)를
공경히 받들어 날마다 머리 위에 임한다는 감계(鑑戒)를 두려워합니다. 더구나 여러 참된 서적의
기록에 비추어 보건대 상제(上帝)의 보호하고 도와주심을 받아야 하겠으므로, 공순히 선도(仙道)
의 법식에 의거해 깨끗한 제사를 엄숙히 지내옵니다. 우러러 바라옵건대 아득한 속에서도 이
말씀을 들으시고 저를 도와주는 은혜를 더하시어, 덩굴 같은 복이 굴러와 길이 복록을 누리게
하시고 나라의 복조를 장구하도록 보존하시어 앞날의 큰 성취가 있게 하소서.
선고축(先告祝)
화령(火鈴 손에 잡고 흔드는 요령)을 서로 흔들고 유석(楡席)을 방금 깔았습니다. 하늘이 멀어
사람은 상제의 뜰에 올라갈 수 없으니 신(神)께서 심부름으로 대신 영장(靈場)에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주D-001]양관(陽管)으로 재[灰]를 부니 : 양관은 음률의 십이율(十二律) 중 양률(陽律)로서 1년
12월의 정월에 해당되는 악명(樂名). 옛날 후기(候氣)하는 법에 관(管)으로 갈대[葭]
재를 불어 그 재의 모이고 흩어짐에 따라 기(氣)의 동함을 징험하였다.
上元醮禮文
初獻
陽管吹灰。適臨旣望。陰官奏籍。正屬玆辰。虔峙雲壇。覬迎飆仗。
亞獻文
佑下無私。孰知眞宰。朝元紀候。祗展明禋。冀紆歆格之私。僉錫熾昌之慶。
三獻靑詞
道常宅於希夷。迎隨不見。神若存於怳惚。禍福無常。念眇眇之資。臨元元之衆。克艱王業。居多夕惕
之心。寅奉天威。嘗畏日臨之鑒。况屬群仙之校錄。宜邀上帝之保持。恭按眞科。式嚴凈醮。仰冀冥然
之聽。優加惠我之私。擁茨福之方。將永于多享。保蘿圖於可久。展也大成。
先告祝
火鈴交擲。楡席方陳。天遠乎人。猶未徑通於仙陛。神爲之使。庶幾贊降於靈場。
○본명(本命) 초례문
초헌문
절후는 중염(中炎)에 속하고 날짜는 원명(元命 본명과 같음. 생년(生年)의 간지(干支)에 해당되는
해)에 해당했습니다. 맑은 잔으로, 신천(信薦)을 진설하고, 엉긴 향내로 진유(眞遊)를 인도하오니,
우러러 바라옵건대 신령님께서 강림하시어 향내 나는 제수를 흠향하소서.
아헌문
북신(北宸)이 제 곳에 있어도 묵묵히 중생을 제재합니다. 사람은 하늘에 근본했거니, 감히 넓은
은혜를 저버리겠습니까. 밝은 신천에 흠향하기를 허락하사 넉넉히 많은 복을 주소서.
청사(靑詞)
큰 도(道)는 음양의 본체라 사람이 이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것이고, 상천(上天)은 조화의 주인
이되 그 공로를 자처하지 않으십니다. 돌아보건대, 이 작은 자질이 일찍 음덕의 덮어 주심에 의탁
하여, 한량없는 명(命)을 받은 것은 오직 신령께서 상제의 일을 이어받아서 나로 하여금 뜻대로
다스리게 하되 그 간택하는 것은 상제의 마음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본명(本命)의 때에 임
하여 더욱 고명하신 신령께서 돌보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선도(仙道)의 법식을 삼동(三洞 도교
(道敎)의 경전을, 불교의 삼장(三藏)을 모방하여 나눈 동진부(洞眞部)ㆍ동현부(洞玄部)ㆍ동신부
(洞神部))에 상고하여 깨끗한 제사를 베풀고, 신선의 행차를 구소(九霄)에 맞이하여 박한 예(禮)
나마 흠향하시기를 바라오니, 이 순수한 정성을 살피시고 두터운 도움을 빨리 더하사, 재앙이
풀리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 항상 태평의 몸을 보유하며, 늙은이도 어린이도 모두 번창하여 한량
없는 수명을 누리게 하소서.
本命醮禮文
初獻
序紀仲炎。日丁元命。泂酌寔陳於信薦。嬰香可引於眞遊。仰冀冲虛。賜歆芬苾。
亞獻文
辰居其所。默制群生。人本乎天。敢孤洪造。許歆明信。優錫繁禧。
靑詞
大道爲陰陽之祖。人所由生。上天司造化之權。工而不宰。眷惟眇質。夙託眞庥。受命無疆。惟休靈承
帝事。俾予從欲以理。簡在上心。玆臨元本之辰。益佇高明之眷。按冲科於三洞。祗蕆精禋。邀仙仗於
九霄。覬歆薄禮。純誠所格。孚佑遄加。泮渙優遊。保身宮之帖泰。熾昌耆艾。享壽籙之延洪。
○남신(南辰)에 액(厄)을 푸는 초례문
도(道)는 삼재(三才 천(天)ㆍ지(地)ㆍ인(人))를 관통하여 조화의 지도리를 천상에서 운전하고,
신(神)은 만물에 미묘하여 중생의 생명을 인간에서 관장하십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臣)이
지위를 이어받으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지라, 깊이 환란을 예방할 것을 생각하나 항상 네 절후의
교대를 겪는 동안, 아직 하루도 편안할 때가 없습니다. 지혜는 미리 보는 밝음이 모자라 복정
(卜正)에 묻기도 하고, 재앙은 면할 수 있는 이치가 있건만 자신이 마치 허수아비와 같습니다.
이에 떠도는 배에 기대어 장차 거센 파도의 물을 건너려 하오니, 이 정결한 제물을 흠향함과 동시
모두 참된 도움을 내리시와, 무릇 재앙의 싹은 다 동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고, 나의 수명은 저
남악(南嶽)과 함께 더욱 장구하게 하소서.
南辰解厄醮禮文
道貫三才。幹化樞於天上。神妙萬物。掌生籍於人間。伏念臣位襲投艱。念深防患。常涉四時之遷代。
尙無一日之宴安。智微先見之明。問於卜正。有可移之理。當者偶人。玆憑汎汎之舟。將付滔滔之水。
庶歆嘉薦。僉借眞庥。凡曰災萌。隨東流而不返。俾予壽籙。與南嶽以彌長。
○성변(星變)으로 인하여 삼청(三淸)에 기도하는 초례문
초헌문
주전(珠躔 별의 운행)의 궤도가 어긋남을 살펴볼 때 몸이 떨리어 깊은 못에 떨어지는 듯하고,
옥경(玉境 삼청(三淸)을 말한다)에 아뢰어 정성을 다하매 신(神)이 아득하게 그 위에 계시는
듯합니다. 삼가 정결한 제사를 진설하고 신령께서 굽혀 왕림하시기를 기다립니다.
아헌문
성변에 느낌이 있어, 깊은 골짜기의 절벽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두려운 생각이 깊어가고, 편안함이
없이 위태롭기만 해 감히 하늘에 호소하는 정성을 피력합니다. 이 애타는 아룀을 가엾이 여기사,
길이 재앙의 싹을 막아 주소서.
청사
재변의 꾸지람을 내리심은 곧 형정(刑政)의 잘못이 있기 때문인데, 조심조심 고쳐가면 신명(神明)
의 보살핌을 입을 수 있을 줄 압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이 백륙(百六 1백 6년마다 있다는 액운)
의 즈음을 만나 구오(九五)의 높은 지위에 처한지라, 일찍 하서(夏書)의 ‘조심히 억조 백성들에
임한다.[凜臨兆民]’는 밝은 훈계에 감복했으나, 아직 홍범(洪範)의 ‘오기(五紀)에 맞추어 사용
하라[恊用五紀]’는 이륜(彝倫)에 착실하지 못합니다. 더구나 이제 달이 우림(羽林 별의 이름)을
범하여 또 단문(端門 태미원(太微垣)의 남문(南門))을 지키고, 별이 연도(輦道 직녀성(職女星)의
서쪽에 있는 오성(五星))로 나와서 곧 하고(河鼓 견우성(牽牛星)의 별칭)에 들어가며, 금성(金星)
이 낮에만 나타나고 목성(木星)이 혹 상고대로 보이니 이 모두가 박덕한 나의 소치거늘, 무슨
마음으로 스스로 안일을 도모하겠습니까. 아침에 지은 허물을 저녁에 고쳐가면서 진실로 회책
(悔責)하는 성의를 다하겠사오니, 높이 계셔도 아랫사람의 말을 들으시는데 어찌 서긍(恕矜)의
아량을 아끼시겠습니까. 나의 이 애원하는 심정을 보살피고 굽어 흠향하시와 삼광(三光)이 밝고
사시(四時)가 순조로워 아름다운 징조가 함께 닥치며, 백성이 편안하고 만방이 즐거워서 화협
(和協)의 기운이 넘쳐 흐르게 하소서.
선고축(先告祝)
구름 사이 난학(鸞鶴 난새와 학을 탄 신선의 행차)의 어거는 잠깐 속세에 강림하기가 방해롭지
않지만, 땅 위 기슬(蟣蝨 이와 서캐 같은 미세한 존재) 같은 신하가 어찌 신선의 뜰에 말씀을
올리리까. 앞길을 잘 인도하여 늦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C-001]삼청(三淸) : 도교(道敎)의 세 신, 즉 원시천존(元始天尊)이라는 옥청(玉淸), 영보도군
(靈寶道君)이라는 상청(上淸), 태상노군(太上老君)이라는 태청(太淸)을 말한다.
星變祈禳三淸醮禮文
初獻
察珠躔之錯度。慄慄若隕于深。叩玉境以翹誡。洋洋如在其上。虔陳馨祀。佇枉靈遊。
亞獻文
感變而懼。寔深臨谷之心。無安惟危。敢瀝籲天之懇。庶矜誠告。永杜災萌。
靑詞
災異譴告。職由刑政之差。寅恭側修。可動神明之鑒。伏念臣當百六之會。據九五之尊。凜臨兆民。
雖早服夏書之明訓。恊用五紀。顧未孚洪範之彜倫。况今月犯羽林而又守端門。星出輦道而便入河皷。
金惟見晝。木或稼氷。是否德之所招。尙何心而自逸。朝過夕改。苟勤悔責之誠。居高聽卑。奚吝恕矜
之賜。諒予哀籲。借以居歆。致令三光明四時和。休徵咸若。百姓樂萬邦悅。恊氣橫流。
先告祝
雲間鸞鶴馭。不妨暫降於塵寰。地上蟣蝨臣。曷可敷聞於仙陛。庶幾贊導。毋至稽遲。
○노인성(老人星)에 드리는 초례문 가을 아침에 행한다.
백장(白藏 가을의 별칭)의 절후가 되니 밤과 낮이 같고, 황대(黃大)한 광휘를 나타내니 수명의
연장을 점칠 수 있어라. 감히 보잘것없는 정성을 기울여 삼가 우러러 아룁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臣)이 우매한 자질로서 숭고한 지위에 올랐으므로, 깊이 생각하고 멀리 걱정하여 비록 제어
(制御)할 꾀를 힘쓰기는 하나, 길이 누리고 오래 살려면 반드시 조림(照臨)의 도움을 힘입어야
하겠습니다. 이에 아침에 나타나리라 예상하고 더욱 재계하는 마음을 정돈하여, 엄숙히 술잔
올릴 의식을 베풀고 시원스럽게 굽혀 조림하시기를 기다립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신령한 광명을
크게 나타내고 보배의 눈으로 빨리 보살피사 이 어린 사람으로 하여금 길이 수명을 경력(慶曆)에
연장하고, 억조 백성들까지 모두 태화(太和)의 즐거움을 맛보게 하소서.
老人星醮禮文 秋旦行
白藏紀候。適當晷漏之均程。黃大騰輝。可卜壽齡之益算。敢傾卑懇。仰叩聦聞。伏念臣以寡昧之資。
據崇高之勢。深思遠慮。雖勤制御之謀。久視長生。須荷照臨之助。載占旦見。彌罄心齋。肅陳酌彼之儀。
佇枉冷然之馭。伏望靈光不顯。寶遄加。俾予冲人永延洪於慶曆。燕及兆姓。咸漱吮於大和。
○태묘(太廟)에 보름을 고하고 겸하여 햇곡식을 천신하는 제사 축문
고명(高蓂)의 삼오(三五)를 기다려서 이제 보름을 고하고, 주가(周稼)의 십천(十千)을 가져와서
겸해 천신(薦新)하나이다. 바라옵건대, 변변치 못한 효성에 감응하사 굽혀 총명의 흠향을 더하소서.
[주D-001]고명(高蓂) : 당고(唐高), 즉 당요(唐堯)의 조정 뜰에 난 명협초(蓂莢草)인데 매월 초하루
부터 한 잎씩 나고 열엿새부터 한 잎씩 져서 그믐에 이르므로, 이를 명협력(蓂莢曆)이라
한다.
[주D-002]주가(周稼)의 십천(十千) : 풍년으로 곡식이 많은 것을 말한다. 주 성왕(周成王) 때 번개
와 바람이 심하여 벼가 다 쓰러졌는데, 왕이 그의 숙부 주공(周公)이 남긴 금등서
(金滕書)를 열고 교외에 나가서 사죄한 결과 바람이 반대로 불어 벼가 다 일어나서 큰
풍년을 이룩하였다는 고사. 십천(十千)은 많다는 말.
大廟告望兼薦新糓祭祝
候三五於高蓂。方玆告望。取十千於周稼。兼以薦新。幸諒孝悰。俯加聦享。
○노인성에 드리는 제문
그림자가 내형(內衡 지구의 궤도)에 비추니 바야흐로 추분(秋分)의 절후를 가리키고, 정기가 남극
(南極)에 등양하니 단현(旦見)의 상서를 점칠 수 있습니다. 공손히 옛법을 따라 정결한 제사를
받드오니, 바라옵건대 흠향의 혜택을 내리사, 길이 수명을 연장해 주소서.
老人星祭文
揆景內衡。方紀秋分之候。騰精南極。可占旦見之祥。恭率舊章。寔修明祀。冀借歆容之賜。俾延壽考
之休。
○의주(宜州) 입석(立石)의 제사 축문
신(神)이 의지할 곳은 이 우뚝한 돌이 서 있는 곳이며, 신(信)으로 받드는 제수는 저 길에 괸
빗물을 떠와서 장만합니다. 바라건대 순수한 정성에 흠향하사 더욱 음덕의 도움을 주소서.
宜州立石祭祝
神所憑依。有斯石之特立。信可羞薦。酌彼潦以克禋。庶享純誠。益紆陰相。
○마사(馬社)에 제사 지내는 축문
법이 사람에게 베풀어져 말 탈 것을 알게 했고, 가을이면 못에 제사 지내거니 감히 신(神)에 대접
할 것을 잊으랴. 시내에서 캐온 나물이지만 흠향하여 들에 있는 축생들을 잘 키워 주기를 바라오.
馬社祭祝
法施於人。俾知乘馬。秋祭于澤。敢怠禮神。宜歆採澗之儀。俾阜在坰之畜。
○여러 섬[島]의 말을 잡아 오는 제사 축문
저 몽실몽실한 것이여, 추(騅)도 있고 비(駓)도 있으니 장차 나라의 쓰임에 충당할 거라. 이에
나물을 삶되 기(錡)에도 하고 부(釜)에도 하노니 감히 신(神)의 위엄을 모독하랴. 저 모든 분일
(奔逸 잘 달리는 말)의 떼들을 함께 칩유(縶維)의 안에 들게 하기를 바라오.
諸島捉馬祭祝
薄言駉者。有騅駓將充邦用。于以湘之。維錡釜敢黷神威。庶令奔逸之群。咸入縶維之內。
○영성(零星)에 기도하는 제사 축문
먹이는 백성들의 생명이 되고, 그 권세는 하늘의 밭에 매인지라, 바야흐로 아름다운 곡식이 성숙될
때여서 약소한 제수를 베풀어 기도하오니, 바라옵건대 이 정성에 흠향하사 풍년을 내려 주소서.
[주C-001]영성(零星) : 별이름. 농사일을 맡은 별.
零星祭祝
食爲民命。權係天田。方嘉糓之向成。陳信籩而瀝懇。庶歆誠享。終賜年登。
○도선 국사(道詵國師)에 드리는 제사 축문
계행(戒行)을 연마하신 그 덕은 사람과 하늘을 감동시켰고, 음양(陰陽)에 통달하신 그 공은 온
나라에 퍼졌도다. 높은 기풍이 아직 남아 있음을 상상하면서 깨끗한 신심의 제수를 베푸오니,
우러러보건대 자비하신 혼령께서 아마 총명의 흠향을 더해 주시리라 합니다.
道詵國師祭祝
研磨戒行。德動於人天。洞朗陰陽。功施於邦國。想高風之猶在。陳明信之可羞。仰覬慈靈。儻加聦享。
○용왕(龍王)에 비는 제사 축문 이것으로 여러 곳에 통용한다.
덕(德)은 건괘(乾卦)의 효사에 상응되니 날고 잠기는 용(用)을 측량할 수 없고, 율령(律令)은
태방(兌方) 기운이 발생하기에 삼가 아름답고 깨끗한 제수를 베푸나이다. 바라건대, 신령은 굽어
흠향하사 화협한 기운을 이끌어 펼쳐 주소서.
[주D-001]덕(德)은……상응되니 : 변화무궁한 용의 덕을 칭찬한 말. 《주역(周易)》건괘 효사
(爻辭)에, 양(陽)인 건괘는 변화무궁하다 하여 모두 용에게 비유했는데, 초구(初九)의
효사에는 ‘잠룡재연(潛龍在淵)’이라 하여 못에 숨어 있는 용을, 구오(九五)의 효사에는
‘비룡재천(飛龍在天)’이라 하여 하늘에 나는 용을 말하였다.
[주D-002]율령(律令)은……발생하기에 : 가을철에 용왕에게 제사드린다는 말. 율령은 십이율
(十二律)을 12개월의 월령(月令)에 맞춘 것을 말하며, 태방 기운이란 가을을 가리킨다.
이는 태방은 서방(西方)이며 가을은 서방, 곧 금기(金氣)라는 오행설(五行說)에 기인한 것이다.
龍王祭祝 諸處通行
德應乾爻。莫測飛潛之用。律生兌氣。式陳嘉靖之羞。庶枉靈歆。導宣恊氣。
○간릉(簡陵)의 수리에 앞서 태묘(太廟)ㆍ경령전(景靈殿)에 고유하는 축문
요조하신 현비(賢妃)의 옥체를 매장한 지 겨우 1백 년이 지났는데, 천유(穿窬)의 소도(小盜)가
금품을 훔쳐 냄이 구천(九泉)에까지 미쳤나이다. 이에 위태롭고 두려운 생각이 겹쳐 완전한 수리로
복구하기를 도모하고, 먼저 정성의 제물(祭物)을 베푸오니 밝게 들으시기를 우러러 아룁니다.
簡陵修理次大廟景靈殿告事由祝
窈窕賢妃。埋玉僅移於百歲。穿窬小盜。摸金有及於九泉。玆危懼之交懷。圖繕完而復舊。先陳信薦。
仰叩聦聞。
○헌릉(憲陵)의 수리에 앞서 태묘ㆍ경령전에 고유하는 제사 축문
나라 풍속이 야박하여 차츰 예법의 제방(堤防)이 무너지고, 도적들이 범람하여 조종의 능묘(陵墓)
에까지 미친지라, 방금 수리에 앞서 감히 사유를 고하나이다.
憲陵修理同前祭祝
國風寢薄。漸無禮法之隄防。盜計得行。有及祖宗之陵墓。方臨繕理。敢告因由。
○수릉(壽陵)의 수리에 앞서 태묘ㆍ경령전에 고유하는 제사 축문
어떤 무량(無良)한 자 때문에 침원(寢園)이 허물어지게 된지라, 제가 이것이 통탄스러워 토역을
일으켜 보완하려 합니다. 이에 향기로운 제수를 받드오니 바라옵건대 혼령께서는 안정하소서.
壽陵修理次同前祭祝
人之無良。値寢園之墮圮。我是用嘆。興土作以繕完。薦此馨嘉。佇于安妥。
○경릉(景陵)의 수리에 앞서 태묘ㆍ경령전에 고유하는 축문
선침(仙寢)을 무너뜨림이 고묘(高廟)의 옥환(玉環)을 훔친 것보다 더한지라 장차 토공(土功)을
일으켜서 저 노계(魯溪)의 빈조(蘋藻)를 캐 와서 올립니다. 바라옵건대 흠향과 양찰을 더하사
아주 뒷걱정을 없애 주소서.
[주D-001]고묘(高廟)의……것 : 한 고조(漢高祖)의 사당에 도둑이 들어 옥환(玉環)을 훔쳐낸 일이
있어 그 죄를 논한 고사.
[주D-002]빈조(蘋藻)를 캐 와서 : 《시경(詩經)》 소남(召南) 채빈(采蘋)에 “남간(南澗)의 물가
에서 빈(蘋)을 캐고, 저 행료(行潦)에서 조(藻)를 채취해 오네.” 하였다.
景陵修理次大廟及景靈殿告事祝
有隳仙寢。甚於高廟之盜環。將起土功。採彼魯溪而薦藻。幸加歆諒。永蔑虞疑。
○건릉(乾陵)의 수리에 앞서 송악(松岳) 및 여러 신사(神祠)에 고유하는 축문
군데군데 흙이 무너져 장차 선침을 수리하려고 깨끗이 잔과 제수를 갖추어 삼가 영사(靈祠)에
고합니다. 바라옵건대, 흠향의 포용을 내리사 상서로운 단서를 허여하소서.
乾陵修理次松岳及諸神祠告事祝
値坏土之見虧。將修先寢。備勺觴而潔薦。虔告靈祠。幸借歆容。許詳端緖。
○여러 신사에 눈[雪]을 비는 제사 축문
가약(葭籥 11월을 가리킨다)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구름을 동반하는 혜택이 모자라서 보리싹이
시들어가니 장차 내년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정성껏 제사 의식을 베풀어 감히 음덕의
도움을 바라오니, 부디 구현(九玄 도교(道敎)에서 존경하는 천신(天神))의 내리심을 인도하사 삼백
(三白 정월에 내리는 눈으로 풍년의 징조)의 상서를 늦추지 마소서.
諸神祠祈雪祭祝
葭籥向窮。猶歉同雲之澤。麥苖就槁。將爲嗣歲之艱。虔展祀儀。敢徼陰佑。庶導九玄之賜。罔稽三白
之祥。
○왕륜사(王輪寺)의 장륙상(丈六像)에 땀이 흐르므로 여러 신사에 기도하는 축문
우뚝한 저 보방(寶坊)에 빛나는 금상(金像)이거늘, 얼룩얼룩 땀이 번져 갑자기 요사한 징조를
나타내니,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라 삼가 기도의 의식을 거행합니다. 부디 신심의 제수를 흠향
하시고 끝내 재앙의 싹을 없애소서.
王輪寺丈六像出汗祈禳諸祠祝
巋彼寶坊。煥然金像。淋漓被汗。忽彰祅異之徵。戰灼在懷。祗擧禬禳之典。庶歆信薦。終滅災萌。
○중흥탑(重興塔)에 번개의 재변이 있어 서경(西京)의 여러 신사에 기도하는 축문
머나먼 저 앙궁(鴦宮 상제(上帝)의 궁전)으로부터 이 안탑(鴈塔 중흥탑을 말함)에 천둥을 내리시니,
번쩍이는 번개의 위엄이 미치는 곳에 9층탑이 모조리 무너졌고, 아득한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없어
만심(萬心)이 함께 두려워합니다. 이에 정성의 제사를 닦아 여러 영관(靈關)에 보내어 아뢰오니,
부디 거둬 주는 은혜를 더하사 끝내 걱정스러운 징조를 막아 주소서.
西京諸神祠。行重興塔天震祈禳祝。
逖矣鴦宮。震玆鴈塔。燁燁電威之所及。九級無遺。茫茫天意之未知。萬心同懼。肆修明祀。遣叩靈關。
庶加護攝之私。終杜虞疑之兆。
○태묘에 윤달 보름을 고하는 축문
양이 남아 윤달이 되고 또 바야흐로 월망(月望)의 때를 당한지라, 행료(行潦)를 떠와 제수를
만들어 이에 시사(時思)의 제사를 받드나이다. 바라옵건대 밝은 허락을 내리사 이 효성(孝誠)에
부응하소서.
大廟閏月告望祝
陽餘曰閏。方臨月望之辰。潦酌可羞。聊致時思之祀。庶加明允。以副孝誠。
○태창(太倉)에 백신(百神)의 신위를 모시고 토신(土神)에 감사 드리는 제문
하늘의 위엄이 과연 두려워 박사(亳社)에 희희(譆譆)의 재앙을 내렸고, 백성의 생명이 관계되건만
주가(周家)의 율률(栗栗)한 곡식을 쓸어버렸습니다, 이보다 더한 요사(妖邪)가 없거늘 무슨 술법
을 빌어 면하리까. 한갓 변변치 못한 의식을 베풀어 감히 부드럽게 살펴 주시기를 아뢸 뿐입니다.
부디 이 신심의 제물을 흠향하사 길이 뒷날의 어려움을 막아 주소서.
[주D-001]희희(譆譆)의 재앙 : 《춘추좌전(春秋左傳)》 양공(襄公) 30년 5월에 “새가 박사(亳社)
에서 마치 희희(譆譆)하는 것 같은 소리로 울더니, 갑오일에 송(宋)에 큰 화재가 일어나
백희(伯姬)가 죽었다.” 하였다.
[주D-002]율률(栗栗)한 곡식 : 곡식을 많이 쌓은 모양. 《시경(詩經)》 주송(周頌) 양사(良耟)에
“거둬들이기를 질질(挃挃)히 하고, 쌓아올리기를 율률히 했다.” 하였다.
大倉行百神位謝土祭
天威可畏。降亳社譆譆之災。民命所關。掃周家栗栗之積。爲妖莫甚。何術以禳。徒陳菲薄之儀。
敢叩靜柔之鑒。庶歆中信。永杜後艱。
○팔관일(八關日)에 임하여 조진(祖眞) 앞에 대(臺)를 이동하는 사유를 고하는 축문
이 예문(禮文)을 강하여 이미 하늘에 계시는 바람 행차를 맞이하였고, 이 기교(機巧)를 빌어 장차
땅을 흔들 우레 바퀴를 굴리려 합니다. 이에 먼저 사유를 고하오니 부디 놀라거나 이상히 여기지
마옵소서.
[주C-001]팔관일(八關日) : 팔관회(八關會)가 열리는 날. 팔관회란 토속 신앙에 불교 색채가
가미된, 신라 시대부터 시작되어 고려 시대에 성하게 된 국가적인 행사. 개경(開京)과
서경(西京) 두 곳에서 천령(天靈)ㆍ명산(名山)ㆍ대천(大川) 등 토속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때 백관은 왕에게 하례를 드리고 외국 상인들도 토속물을 바치고 하례하는 것이 상례
였다.
八關日祖眞前動臺告事祝
講此禮文。已致在天之風馭。寓玆機巧。將旋殷地之雷輪。先告端由。庶無驚駭。
○태묘의 납향(臘享) 때 겸하여 생선을 천신하는 제사 축문
납제에 만물을 모아서 삼가 향기로운 제수를 진설하는데, 물에 많은 생선이 있으므로 겸하여
별미의 천신을 갖추었나이다. 바라옵건대 총명의 흠향을 더하사 이 효도의 정성에 응하소서.
大廟臘享兼薦魚祭祝
蜡索萬物。式陳苾苾之羞。潛有多魚。兼備莘莘之薦。幸加聦享。以答孝悰。
○객사(客使) 사퇴연(辭退宴)에 앞서 경령전(景靈殿)에 고유하는 축문
연회는 인자함을 보여 장차 돌아갈 손을 전송하기 위해서고, 제사는 곧 공경을 다해야 하기에
먼저 고유하는 의식을 펴나이다. 일을 마칠 때까지 끝내 걱정되는 일이 없도록 영령께서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客使辭退宴景靈殿告事祝
宴以示慈。將餞言歸之客。祭則致敬。先伸敢告之儀。卒事無虞。惟靈所相。
○입춘에 얼음을 저장하면서 사한(司寒)에 드리는 제사의 축문
저 굳은 얼음을 떠 와서 장차 능실(凌室)에 저장하려고 이 행료(行潦)의 물을 떠 올려 삼가
영관(靈關)에 아룁니다. 부디 음덕의 도움으로 화협한 기운을 이끌어 펴옵소서.
[주C-001]사한(司寒) : 북방신(北方神)의 이름.
立春藏氷司寒祭祝
取彼堅氷。將藏於凌室。酌玆行潦。祗扣於靈關。庶借陰庥。導宣恊氣。
○봄에 관례에 따라 여러 국사(國師)의 초상 앞에 드리는 축문
중생들의 복을 심어 백세(百世)의 스승이 되셨습니다. 남긴 초상이 아직 있어 완연히 강당에 계실
때와 같고, 밝은 봄철이 다가왔기에 명수(明水)를 받드는 의식을 베푸나이다. 도의 거울이 멀지
않을 테니, 이 성심에 흠향하소서.
春例諸國師眞前祝
種群生之福。爲百世之師。遺影尙存。宛若開堂之日。韶陽載届。遣陳酌水之羞。道鑒不遙。誠心可享。
○곡식을 실어나르는 데 배를 출발시키는 제사 축문
물에 곡식을 나르는 것이 이른바 조(漕)라 잘 통섭하길 기대하고, 신(神)은 사람을 의지해 행하
는지라 신령의 위엄을 버틸 수 있습니다. 돛을 달고 출발함에 임하여 감히 빈조(蘋藻)를 받들어
정성을 고하노니, 부디 순조로운 바람을 주셔서 저 언덕에 이끌어 닿게 하소서.
轉料發船祭祝
水轉粟曰漕。利涉爲期。神依人而行。靈威可仗。將掛帆而臨發。敢薦藻以告虔。庶賜順風。導依彼岸。
○태묘에 윤달 보름을 고하는 제사 축문
북두성 자루가 비스듬히 가리키니 때는 바야흐로 윤달이 되었고, 월백(月魄)이 이미 가득찼으니,
감히 보름을 고하는 예(禮)를 빠뜨리겠습니까. 바라옵건대 변변치 못한 차림을 흠향하시와,
조금이나마 이 정성에 부응하소서.
大廟閏月告望祭祝
斗杓斜指。時方紀於積餘。月魄旣盈。禮敢愆於告望。幸歆薄薦。小副克誠。
○중농절(仲農節)의 제사 축문
신농씨(神農氏)에게
나무를 구부려 쟁기를 만들어서 일찍 밭 갈고 김매는 꾀를 내신지라, 빈조(蘋藻)를 캐어 광주리에
담아서 엄숙히 정성의 향사를 받드오니, 오직 이해의 풍년은 거룩하신 신(神)만 믿겠습니다.
후직(后稷)에게
보상(輔相)의 도가 있어 처음 곡식을 파종해 백성들을 먹이신지라, 신(神)에게 이 명수(明水) 잔을
올려 청결한 제사를 받드오니, 부디 뵙는 듯한 정성에 흠향하사 빨리 저희들에 주실 상서를 더하소서.
[주C-001]중농절(仲農節) : 음력 2월.
仲農祭祝
神農
揉木爲耒。肇興耕耨之謀。採蘋盛筐。肅展吉蠲之饗。惟歲之稔。繄神是憑。
后稷
有相之道。始播糓以粒民。可薦於神。斯酌潢而潔祀。宜享齋如之素。遄加貽我之祥。
○경행일(經行日)에 앞서 경령전(景靈殿)에 사유를 고하는 축문
저 궐정(闕庭)에서 장차 《반야경(般若經)》을 주어 길을 돌겠으므로, 먼저 변두(籩豆)를 베풀어
선침(仙寢)에 아뢰나이다. 바라옵건대 조선(祖先)의 신령을 힘입어 길이 질역(疾疫)의 기운을
제거하게 하옵소서.
[주C-001]경행일(經行日) : 경행하는 날. 경행은 고려와 조선 초기에 민간의 질병과 재액을 물리
치고 복을 빌기 위하여 중들이 성내(城內)를 돌며 향불을 들고 불경을 외던 행사.
經行日景靈殿告事祝
傃彼闕庭。將授經以徇路。扣于仙寢。先寓信以陳籩。庶仗祖先之靈。永除疾疫之氣。
○가을에 관례에 따라 사직(社稷)에 지내는 제사 축문
대사(大社)
하늘을 돕고 땅을 맡으사 만물이 이에 힘입어 자라나므로, 흙을 쓸고 단(壇)을 모아 예부터 이제
까지 높여 섬깁니다. 기후는 중추(仲秋)의 아름다운 계절이고, 날은 상무(上戊)의 좋은 때라,
삼가 변변치 못한 제수를 받들면서 큰 풍년이 있기를 우러러 비나이다.
후토제(后土祭) 축문
토덕(土德)의 관(官)이 되어서 만세에 이익을 베푸신지라 금행(金行 오행(五行)의 금(金)은 가을에
속한다)의 때를 맞이해 순일한 정성의 제사를 받드오니, 황료(潢潦)는 미미하나마 경저(京坻 큰
노적, 곧 풍년을 뜻한다)가 있기를 바랍니다.
대직(大稷) 축문
식(食)은 팔정(八政)의 먼저이니 그 무엇으로 대신하랴. 신(神)은 오곡(五穀)의 장(長)이니 그
지극하기도 합니다. 바라옵건대 서직(黍稷)의 향내를 흠향하사 창상(倉廂)의 쌓임을 이룩하게
하소서.
후직(后稷) 축문
가색(稼穡)의 공이 높으니 뭇 백성들을 먹인 그 공이 지극하지 않음이 없고, 빈번(蘋蘩)의 예가
박하지만 깨끗한 신심이 있어서 신(神)에게 올릴 만합니다. 이 제사를 흠향하시는 것이 바로
농사의 경사인 줄 알겠습니다.
[주D-001]팔정(八政)의 먼저이니 :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팔정은 첫째 식(食),
둘째 화(貨), 셋째 사(社), 넷째 사공(司空), 다섯째 사도(司徒), 여섯째 사구(司寇),
일곱째 빈(賓), 여덟째 사(師)이다.” 하였다.
秋例社稷祭祝
大社
贊天主地。物彙於焉資生。除土立壇。古今所以崇事。屬仲秋之令序。㳙上戊之吉辰。祗展薄禋。
仰祈大稔。
后土祭祝
作土德之官。利施萬世。候金行之。令祭致一純。潢潦雖微。京坻是望。
大稷祝
食八政之先。孰尸焉者。神五糓之長。其至矣乎。冀歆黍稷之馨。俾遂倉廂之積。
后稷祝
稼穡功高。粒蒸民莫非極。蘋蘩禮薄。有明信可薦。神惟祀是歆。迺農之慶。
○동향(冬享) 때의 태묘(太廟) 칠사(七祀) 축문
조녜(祖禰)에 향사 치르는 예(禮)는 바야흐로 번모(燔毛)를 이룩하고, 신명(神明)을 맞이하는
제사는 특히 천료(薦膋)를 먼저합니다. 바라옵건대 구묘(九廟)를 같이하시어 더욱 삼한 (三韓)을
호위하소서.
[주D-001]번모(燔毛) : 제물의 생(甡)을 죽일 때 먼저 그 귀 옆의 털을 취해 화로에 태워서 그
기운을 신(神)에게 통하게 하는 것.
[주D-002]천료(薦膋) : 창자 사이의 피[脺膋]를 난도(鸞刀)로 취하여 제수로 사용하는 것.
冬享大廟七祀祝
饗于祖禰。禮方致於燔毛。邀爾神明。祀特先於薦腎。庶同九廟。益衛三韓。
○북교(北郊)를 바라보며 기우제(祈雨祭) 드리는 축문
땅의 생산물이 바야흐로 자라나는 때인데, 하늘의 은택이 오래도록 결핍했습니다. 더구나 이
뜨거운 한여름에 이같이 극심한 가뭄을 만난 것이겠습니까. 이제 이 사유를 북교(北郊)에 고하여
명철하신 신(神)에게 기도하오니, 바라건대 신령의 위엄으로 모두 총명의 흠향(歆享)을 더하사,
흠뻑 비를 내리어 삼농(三農 지농(地農)ㆍ산농(山農)ㆍ택농(澤農))의 우러러 비를 바라는 마음을
달래 주소서.
祈雨望北效祭祝
地財方長。天澤久愆。况當南火之辰。遭此亢旱。玆致北郊之告。禱于明神。惟冀靈威。僉加聦享。
以一雨霈然之賜。慰三農仰止之心。
○두 번째 기우제(祈雨祭)의 축문
농사는 때를 어기지 않으려 하건만 하느님이 오히려 은택을 아끼시니, 생각건대 나의 박덕한
소치로 이 가뭄의 재앙을 불러왔을 뿐, 백성들이 무슨 허물이기에 모두 흉년의 걱정을 해야 합니까.
이에 신심의 제수를 베풀어 거듭 총명의 들으심을 더럽히오니, 바라옵건대 단비를 흠뻑 퍼부어
널리 시들어진 생물을 적셔 주옵소서.
二度祈雨祭祝
農欲及時。天猶吝澤。惟德不類。迺招旱暵之災。斯民何辜。擧有嗛侵之懼。玆陳信薦。再黷聦聞。
幸加甘澍之霈洋。普潤嘉生之枯槁。
○얼음 창고를 개방함에 앞서 사한(司寒)에게 고하는 축문
복숭아나무 활[桃弧]과 가시 화살[棘矢]로써 부정을 제거하고 바야흐로 그늘지고 차가운 창고를
여노니, 빈번(蘋蘩)도 제물로 올릴 만하여 감히 총명 정직하신 신령께 요구합니다. 바라건대
영명(英明)의 흠향을 내리사, 이끌어 화협한 기운을 펼쳐 주소서.
開氷司寒祭祝
桃棘以除。方啓陰寒之室。蘋蘩可薦。敢干聦直之靈。冀借明歆。導宣和氣。
○태묘(太廟)에 보름을 고하면서 겸하여 보리와 앵두를 올리는 제사 축문
맛난 복숭아가 처음 익었고 햇보리를 막 거두었기에 이 보름을 고하는 때에 시물(時物)을 올리는
예를 겸하오니, 널리 총명의 거울을 드리우사 굽혀 효도의 생각을 양찰하소서.
告望大廟兼薦麥櫻桃祭祝
含桃始熟。宿麥初登。方玆告望之辰。兼以薦時之禮。洪惟聦鑒。俯諒孝思。
○상신(上辛)에 원구(圓丘)에 곡식을 비는 제사 축문
하늘의 일은 소리가 없어도 만물이 힘입어 자라나는데, 나라를 지니는 근본은 먹이가 있어야 사람
들이 믿고 살아갑니다. 바야흐로 첫봄을 맞이하여 풍년이 되기를 기도하오니, 상제(上帝)의 혜택이
아니면 이 백성들이 무엇을 자뢰하리까.
오제(五帝)에 두루 행하는 축문
팔정(八政)에는 먹는 것[食]이 먼저라 장차 가장 일찍 기도를 올리고, 오경(五經)에는 제(祭)가
중한지라 이에 제수가 될 만한 신심을 펴나이다. 이 아름답고 깨끗함을 흠향하사 풍년의 혜택을
주소서.
배제(配帝)에 드리는 축문
동질(東秩 봄)이 시절에 화협하고, 남교(南郊)에 일이 있어서 입니다. 생각건대 거룩하신 열조
(烈祖)께서 일찍 터전을 잡으신 공이 가장 크고, 능히 저 천제(天帝)를 짝하셨으니 예(禮) 또한
고훈(古訓)에 마땅합니다. 왕림하여 흠향하시고 풍년의 상서를 도와주소서.
[주C-001]상신(上辛) : 그달의 첫째 번에 해당하는 신일(辛日).
[주D-001]배제(配帝) : 자기 선조를 천제(天帝)에 견주는 말.
上辛祈糓圓丘祭祝
上帝祝
上天之載無聲。物資以遂。有國之本在食。人恃而生。方届上春。用祈嘉糓。非帝之賜。斯民何資。
五帝通行祝
食先八政。將陳孔夙之祈。祭重五經。聊展可羞之信。享玆嘉靖。畀以豐登。
配帝祝
東秩恊時。南郊有事。思皇烈祖。功莫大於肇基。克配彼天。禮亦宜於古訓。宜臨侑坐。助介年祥。
○재변의 소멸을 비는 도량소(道場疏) 이하는 고원(誥院)에서 지은 것이다.
신통자재하시고 거룩하기가 번개 같은 위엄을 두른 몸이며, 쇠[鐵]를 녹여 금(金)을 이룩하니
미묘하게도 영단(靈丹)의 신기로운 주문입니다. 일심(一心)으로 귀의하고, 육비(六臂 육근(六根),
즉 눈ㆍ귀ㆍ코ㆍ혀ㆍ몸뚱이ㆍ의식[意])로 부지(扶持)합니다. 생각건대 보잘것없는 어린 제가 일찍
간난하고 중대한 지위에 임한지라 정치가 금슬(琴瑟)에도 펴지 못해 변통할 줄 모르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건만 구제할 꾀가 없으며, 기강이 문란하여 괴변이 차츰 드러나더니 홀연 걷잡을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나 오래된 노적과 창고를 몽땅 태워 버렸습니다. 이것은 백성들의 생명인데 하루
아침에 차가운 재[灰]로 변해, 이것이 마음속의 병이 되어 잠을 잘 여가마저 없거늘, 하물며 영대
(靈臺)의 관상(觀象)에 별의 궤도가 어긋남이 많아서 형혹(熒惑)이 혹 우림(羽林 천자(天子)의
호위하는 별)에 들어가 거슬러가고 태음(太陰)이 목요(木曜 태양에서 다섯째로 가까운 별)와 위치
를 같이 하는 것이겠습니까. 이러한 꾸지람이 끝내 어떠한 재앙을 뜻하는지를 모르겠으나, 기왕의
재변은 하늘의 위엄을 피하기 어려워 달갑게 받았지만, 아직 닥치지 않은 환란은 부처님의 힘을
빌어 미리 소멸할 것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이에 수승(殊勝)한 문을 두드려 참된 도움이 있기를
바라서, 향니(香泥 사찰(寺刹))의 경계에서 삼가 범연(梵筵)을 베풀고, 옥축(玉軸)의 글을 엮어
특히 밀장(密藏 밀교(密敎)의 경전)을 펴노니, 향내의 공이 겨우 모이자 지혜의 거울이 이미 통
합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오행(五行)의 경위가 정상을 따르고, 팔방 바람이 기후에 화협하며,
무기를 아주 감추어 앉아서 만백성의 편안한 잠을 가져오고 벼농사가 풍년이 들어 빨리 천 길의
노적을 회복하며, 호로(胡虜)들이 기회를 엿보는 뜻이 없어지고, 방가(邦家)의 유구한 터전이
연장하여지이다.
消災道場疏 誥院述
踏山出海。巍然繞電之威身。點鐵成金。妙矣靈丹之神呪。一心歸仂。六臂扶持。言念眇冲。夙叨艱大。
政未張於琴瑟。動昧變通。民方墮於溝坑。罔圖拯濟。紀綱所紊。恠異滋彰。忽遭赫赫之炎精。大掃陳
陳之積廩。萬民生命。一旦寒灰。此尙疚於中懷。而未遑於假寐。矧靈臺之觀象。多星度之失躔。熒惑
入羽林而迕行。大陰與木曜而同舍。未識如玆之譴。終爲何等之祅。旣往之災。雖甘受天威之難避。未
然之患。庶確憑佛力以逆消。玆扣勝門。覬蒙眞蔭。結香泥之界。虔敞梵筵。繙玉軸之文。特宣密藏。
熏功纔集。慧鑒已通。伏願五緯循常。八風恊候。干戈韜戢。坐臻萬戶之晏眠。禾稼豐穰。遄復千囷之
露積。胡虜絶窺窬之志。邦家延悠久之基。
○대장경(大藏經) 도량소
불교는 그 맛이 하나뿐인 바닷물과 같아서 본래 시고 달거나 같고 다른 차이가 없고, 인정에는
세 가지의 근기[三根 사람의 지혜를 상근(上根)ㆍ중근(中根)ㆍ하근(下根)의 셋으로 나눈 것]가
있기 때문에 크고 작거나 편벽되고 원만한 분별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진실로 마음을 다해 고통을
면하려 한다면, 곧 구제하여 앞길을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생각건대 현량하지 못한 제가
대중 위에 임한지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심조심 가다듬어도 편안하거나 즐거운 마음이 없고,
화(禍)가 언제 생길는지 몰라 항상 그 기미(幾微)를 경계합니다만, 역시 정사의 빠뜨림이 많으
므로 말미암아 여러 번 천문(天文)에 나타나는 요사함을 보게 되니, 금성(金星)이 갑자기 태미
(太微)에 덤벼들기도 하고 목성(木星)이 또 형혹(熒惑)을 건드리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깊이
조심스럽고 두려워 더욱 재앙을 물리칠 생각이 간절하와 미묘한 법문에 몸을 던져 자비의 도움을
우러러 바라오며, 이에 옛 전례(典禮)를 따라 널리 훈과(熏科 법석(法席))를 베푸오니, 천 손가
락이 선(線)을 꿴 무늬를 휘날려 높이 법망(法網)을 내걸고, 한 방망이로 염화미소(拈花微笑)의
뜻을 가르쳐 더욱 조원(祖源)을 넘치게 하며, 겨우 공의 산[功山]을 쌓자, 바로 달과 같이 환한
깨달음에 통합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재앙의 싹이 아예 트지 않고, 복덩어리가 더욱 깊으며,
무기를 감춰 버려 안팎으로 풍진(風塵)의 경고가 끊어지고, 조정이 화목하여 장수와 재상이 수유
(水乳)의 화합처럼 되어지이다.
[주D-001]법망(法網)을 내걸고 : 괘불(掛佛)을 말한다. 부처의 손가락은 가늘면서 길고, 손바닥에
선(線)을 꿴 것 같은 수천의 금 무늬가 있다고 한다.
[주D-002]염화미소(拈花微笑)의 뜻 : 석가모니가 연꽃을 따서 제자들에게 보였는데, 그 뜻을 가섭
(迦葉)만이 알아서 미소(微笑)하였으므로, 석가모니가 그에게 도(道)를 전수했다는 고사.
大藏經道場疏
韙佛敎如一味海。本絶酸甜同異之差。由人情有三種根。故標大小偏圓之別。苟冥心而懸解。卽會極以
齊驅。念以不良。臨于有衆。夕惕若厲。居無逸豫之心。禍生有胎。常戒幾微之漸。尙緣事統之多闕。
屢致乾文之示祅。金忽犯於大微。木復干於熒惑。寔深兢灼。益切解禳。宜投微妙之門。仰荷慈悲之援。
斯沿舊典。宏敞熏科。千指繙貫線之文。高張法網。一槌辨拈花之旨。彌漲祖源。甫築功山。卽通覺月。
伏願災萌不朕。福聚增深。兵革韜藏。中外絶風塵之警。朝廷輯睦。將相如水乳之和。
○대장경 도량소
부처님이 처음 부르짖은 말씀은 샘물이 넘치듯 뭇 묘문(妙門)을 열어 주셨고, 보살(菩薩)이 이어
받아 외친 가르침은 날개를 펴듯 큰 보방(寶坊)을 일으킨지라, 그 호활하고 함축한 기량인즉 마치
바다가 백곡(百谷)을 다 포용한 것과 같고, 그 선양하고 창달하는 효과인즉 마치 단비가 사방을
흐뭇하게 적셔 주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어떻게 높여 받들까를 논할 뿐, 무슨 감통(感通)함이
빠르지 않음을 염려하리까. 엎드려 생각건대, 조종(祖宗)의 남긴 업을 이어 받고 묘사(廟社)의
중한 책임을 맡은지라, 마치 썩은 새끼로 말을 모는 것처럼 위태로워 하루도 편안함이 없고, 헝클
어진 실을 정리하는 것처럼 어지러워 만기(萬機)가 문란하기 쉽습니다.
지난번 호구(胡寇)의 침입을 당하여 거의 방기(邦基)가 흔들릴 지경이었는데, 우러러 하늘의 많은
도움을 힘입어 곧 앉아서 강한 적을 후퇴시켰으니, 뜨거운 것을 잡는 손을 맑은 물에 씻듯이 백성
들이 조금 휴식하기는 했으나 끓는 물에 데어서 차가운 물을 붓는 것처럼 나는 아직도 편안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일어(日御 천문(天文)을 맡은 벼슬아치)가 아뢰는 말을 듣건대, 연달아 달 운행
의 도수가 어긋나서 혹 제후(諸侯)의 지위에 침범하고, 혹 태미(太微)의 경계에 들어간다 하며,
이 밖에 또 배경(陪京 국도(國都) 외에 따로 정한 서울)으로부터 급함을 알리는 말을 듣고, 큰
돌이 저절로 이동하는 변이 있는 것이겠습니까.
물(物)이 다리가 없는데도 다니는 것은 반드시 이상한 일이라, 화(禍)가 속으로부터 생기니 어찌
그 기미를 알리까. 더욱 조심스럽고 두려워 재앙을 물리칠 생각이 간절합니다. 가장 수승한 인연
을 빌어야 미래의 환란을 막을 수 있기에 공순히 옛 전례(典禮)를 따라 널리 훈과(熏科)를 베푸
오니, 자물쇠로 규함(虯函 용 그림을 새긴 함. 즉 귀중한 함)을 열어 과순(菓脣 다과와 같은 좋은
말을 내는 입술)의 미묘한 말씀을 떨치고, 주장자로 진석(塵席)을 두드려 뇌설(雷舌 우레 같은
웅변을 말한다)의 높은 담화를 퍼뜨림입니다. 몽땅 바치는 것이 나의 정성이라, 죄다 성스러운
거울에 반영될 줄 생각합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재앙의 싹이 아주 없어지고, 복덩어리가 더욱
자라나며, 풍우가 사시로 순조로워 땅을 파헤치거나 나무를 꺾는 변이 없고, 곡식이 창고에 가득
하여 높은 담과 가지런한 빗살 같다는 노래를 부르며, 오랑캐 자취를 감춰 변방이 고요해지이다.
同前疏
梵雄始吼而言泉漲。開衆妙門。菩薩嗣唱而敎翼張。作大寶藏。浩汗渾涵。則譬滄溟之包滀百谷。敷掦
宣暢。則同甘澍之霑洽四方。但論崇奉之如何。毋慮感通之未速。伏念襲祖宗之遺緖。承廟社之重權。
一日罔寧。如馭朽索之懍。萬機易紊。猶理亂絲而棼。頃遭胡寇之橫行。幾致邦基之陵替。繄仰賴多天
之助。卽坐臻強敵之摧。如執熱之濯淸。民雖小息。若懲沸而吹冷。予尙未安。况聞日御之獻言。連報
月行之乖度。或干諸侯之位。或入大微之躔。加又閱陪京馳聞之辭。有大石自移之變。物無脛而行也。
必異於常。禍有胎而生焉。曷知其漸。益深戰惕。切計禬禳。須憑最勝之緣。可杜未然之患。恭循舊典。
宏敞熏科。扣鑰虬函。振菓脣之微說。拈槌塵席。馳雷舌之高談。所罄獻者我誠。想森陳於聖鏡。伏願
災萌永息。福聚彌增。風雨順時。蔑破塊鳴條之異。糓粟盈廩。播崇墉比櫛之謠。羌虜遁藏。邊陲靜謐。
○성변(星變)이 있어 재앙의 소멸을 비는 도량소
여래(如來)가 교령(敎令)의 바퀴를 굴리면서 몸소 노여워하는 상(像)을 나타내고, 신주(神呪)가
광명의 기염을 토해서 위엄으로 뭇 악마를 굴복시킵니다만, 진실로 그 경계에 결탁하여 마음을
귀의한다면, 곧 재앙을 바꾸어 복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제가 이 위급한 때를 당해 중하고도 어려운 지위에 임하니 마치 불을 가져와
섶에 둔 듯한 위태로움이라 여러 가지로 염려를 하오나, 앞뒤가 막혀 조금도 변통할 줄 모릅니다.
이 때문에 제도가 그 적중함을 얻지 못하여 아랫사람들의 원망이 많이 일어나거든, 하물며 전쟁을
겪은 이후 모두가 흠집 투성이의 나머지라, 백성들도 괴로움에 지쳐 방어[魴] 꼬리보다 더 붉고,
나라가 이미 병들어 기마[驥] 발굽이 거의 넘어질 지경이며, 정치와 형벌이 잘못되어 괴이한
재변이 차츰 드러나는 것이겠습니까.
또 근간 후사(候史 천문을 맡아 보는 벼슬아치)의 말을 듣건대 ‘연속 혜요(彗妖 혜성의 요사한
것)가 나타나 혹 태음(太陰)이 헌원(軒轅)의 도(度)를 덮고, 혹 유성(流星)이 우림(羽林)의 뜰에
들어온다.’ 하니, 하늘의 꾸지람이 매우 밝아 대개 과인(寡人)으로 하여금 반성하여 깨닫게
하려는 것이건만, 나의 덕이 보잘것 없거늘 장차 무엇을 갖고서 잘 진압해 가리까. 오직 이 미묘
비밀의 법문이 사실 신통(神通)의 증명하는 인(印)이라, 탕장(帑藏 내탕 창고의 보물)을 다 털어
제사를 받들더라도 영단(靈丹)의 힘을 비는 것보다 못하고, 갑병(甲兵)을 수선하여 굳게 지키더
라도 금저(金杵)의 위엄을 청하는 것보다 못하므로, 이에 금위(禁闈 궁전(宮殿)의 금중(禁中))를
열고 삼가 각석(覺席 법회(法會))을 베푸나이다. 향니(香泥 향료(香料)를 땅에 칠해 청정한 경계
의 장엄을 꾸미고, 패엽(貝葉)의 함(函)을 열어 범성(梵聲)을 높이 떨치오니, 정성의 이르는 곳
에 묘력(妙力)을 빨리 더하소서. 엎드려 원하건대, 육기(六氣 음ㆍ양ㆍ풍ㆍ우ㆍ회(晦)ㆍ명(明))
가 사시로 순조롭고, 오위(五緯 오행(五行)의 별)가 제 궤도를 지키며, 무기를 아주 감추어 안팎
의 걱정이 저절로 소멸되고, 도두(刀斗 군대에서 쓰는 쇠그릇. 낮에는 밥을 짓고 밤에는 두드려
야경(夜警)하는 데 썼다)를 울리지 않아 동북 변방이 아주 고요해지이다. 운운.
星變消災道場疏
如來旋敎令之輪。身現怒像。神呪熾光明之焰。威服群魔。苟結界以歸心。卽轉災而爲福。伏念乘時板
蕩。託位重艱。若抱火厝薪。雖軫思危之念。如膠柱調瑟。莫知通變之機。故制度未得其中。而怨謗多
興於下。况經征戰已後。多是瘡痍之餘。民亦勞止而有甚尾赬。國已病焉而幾至蹠戾。政刑所失。恠異
滋彰。近承候史之言。連有彗祅之見。或大陰掩軒轅之度。或流星入羽林之庭。天譴孔明。盖欲寡人之
省窹。予德不類。且將何善以鎭禳。惟玆微密之門。實是神通之印。竭帑藏而黷祀也。不若借靈丹之力。
繕甲兵而嚴守也。不若仗金杵之威。玆闢禁闈。式張覺席。香泥塗地。飾淨範之莊嚴。貝葉開函。厲梵
聲而宣振。精衷所格。妙力遄加。伏願六氣順時。五緯軌道。干戈載戢。內奸外侮之自消。刁斗不鳴。
東鄙北陲之永靜。云云。
○천변(天變)이 있어 서경(西京)에서 구정(毬庭)에 기도하는 초례문
초헌문(初獻文)
하늘에는 상(象)이 있고 땅에는 정(精)이 있으니, 진실로 그 정성이 통할 수 있다면, 위아래의
간격이 없으리다. 바라옵건대, 굽어 강림하사 뵙는 듯한 재계에 감응하소서.
이헌문(二獻文)
이름을 몰라서 억지로 이름붙인 것이 이른바 도(道)이고, 만물을 항상 구제하여 버리는 물(物)이
없는 것이 오직 신(神)이시라, 바라옵건대 재계의 이 정성을 양찰하사 모두 보우(保佑)를 더해 주소서.
삼헌 청사
정치의 잘못은 여기에 있는데 재변은 저기에 나타나니 마치 그림자와 형체 같고, 하늘이 비록
높지만 반드시 낮은 데의 말을 들으시니 황홀한 존재에 교접할 수 있으리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臣)이 매우 어려운 지위를 더렵혔고 두려울 만한 백성들에 임한지라, 비록 힘껏 무마하여
어린애처럼 보호하건만 신맛ㆍ짠맛을 뭇 입에 맞도록 조화시키기가 어려워, 이 때문에 자주 떠들
썩한 여론이 있으니, 이러니저러니 사람들의 원망인들 어찌 없겠습니까. 박덕한 소치로 허물의
징조가 빈번히 일어납니다. 성관(星官)의 운행은 정상의 도수를 넘는 경우가 많고 세위(歲位)의
자리는 마침 기(忌)하는 방위에 임하니, 그 어떤 징조의 기미인지를 알 수 없어, 아마도 아득
하고 어두움 속의 보호를 힘입어야 하겠습니다. 이에 사람을 익읍(翼邑)에 보내어 우러러 우거
(羽車)의 굽히시길 바라오니, 부디 흠향의 사정을 드리우고, 빨리 유장(綏將 안온하고 성장하는
것)의 복을 내리시며, 무기가 저절로 멀어져 타는 불길을 잡지 못하는 그러한 근심이 없고,
사직(社稷)이 더욱 장구하여 굳은 산을 옮기기 어려운 그러한 복조를 보전하며, 오랑캐 나라
경계를 엿볼 수 없어 안팎으로 백성들의 어깨가 쉬어지이다.
西京行天變祈禳毬庭醮禮文
初獻
在天在地。有象有精。苟誠忱之可通。卽上下之靡間。庶紆格止。俯允齋如。
二獻
不知名強爲名。所謂道也。常救物無棄物。其惟神乎。冀諒齋明。僉加保佑。
三獻靑詞
政失此變見彼。其若影形。天雖高聽必卑。可交恍惚。伏念臣忝克艱之位。臨可畏之民。雖摩撫有加而
如視孩兒。若酸鹹失適而難調衆口。故屢有輿言之聒聒。亦豈無人怨之嗷嗷。否德所招。咎徵頻作。候
星官之行則多越於常度。觀歲位之居則適臨於忌方。莫知漸兆之幾微。庶賴杳冥之保衛。伻投翼邑。仰
屈羽車。覬垂歆格之私。遄降綏將之福。兵戈自寢。無火焚不戢之憂。社稷彌長。保山固難移之祚。胡
虜莫窺於國尾。國語云。邊城謂之國尾。中外得息於民肩。
○동경(東京)에서 계년(季年)의 행사로 구정에 기도하는 초례문
초헌문
도(道)는 본래 지극히 허(虛)한지라 비록 허물이 드러나도 힐문함이 없지만, 신(神)은 계시지
않은 곳이 없으니 공경함에 따라 다 강림하시리다. 천릿길을 향해 정성을 달리오니 바라건대
모든 신령께서 강림하소서.
이헌문
날개 깃발[羽葆]에다 영지 수레[芝軒]로 참된 놀음을 하계(下界)에 굽히시길 비옵고, 오색 종이
에다 붉은 글자로 날카로운 심정을 중소(重霄)에 아뢰오니, 이 지극한 성의에 흠향하사 번창한
복을 내려 주소서.
삼헌문
기(氣)는 하늘의 청명함과 땅의 탁한 기운으로 나누어졌는데 신(神)이 그 사이에 다니고, 제사는
일순(一純 순수하고 전일한 정성)과 이정(二精 사람과 귀신의 정기)으로 이루어지니 그 감응이
가까운 데 있으리라. 엎드려 생각건대, 신(臣)이 조선(祖先)의 전통을 이어받아 백성들의 구역에
임한지라, 긴 고삐로 멀리 어거할 꾀를 생각하여 통절히 노력을 더했으나, 큰 광명으로 널리
비출 지혜가 없어서 행동이 기미(幾微)에 어두우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편안히 휴식하기가 어렵
습니다.
음양의 교대가 비록 천수(天數)의 떳떳함이지만, 회삭(晦朔)을 만날 때마다 화태(禍胎)의 조짐을
경계하거든, 하물며 깊은 법술에 말을 캐내어 계년(季年)의 행사를 치르는 이때이겠습니까.
아마도 참된 도움을 힘입어야만 큰 복조를 연장하게 될 것이므로, 이 연말의 쓸쓸한 시절에 사람
을 배읍(陪邑 먼 지방의 읍)의 수정(殊庭 다른 조정)에 보내어 삼가 법단(法壇)을 전개하고 우러
러 신선의 행차를 맞이합니다. 띠풀을 깔고 땅바닥을 자리삼았으니 참된 신령께서 강림하시고,
물을 받들고 꽃을 드리오니 부디 굽어 흠향하소서. 엎드려 바라건대, 모두 총명의 도움을 베풀고
순수한 복을 내리사, 역수(曆數)가 끝이 없어 반드시 남산(南山)의 수명과 동등하고, 방가(邦家)
가 길이 태평하여 언제나 동호(東戶)의 때와 같으며, 안으로는 기강을 범하는 사람이 없고, 밖으
로는 변방을 엿보는 오랑캐들이 끊어지이다.
선고축(先告祝)
하계(下界)로부터 하늘에 이르기까지가 몇 만 걸음인지 모르겠지만, 변변치 못한 정성을 양찰하신
다면 강림하시는 멍에는 한순간에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사직(四直)의 신령이 없다면 그
누가 구문(九門)의 길을 통하리까. 찬성하여 흠격(歆格)하시기를 마음껏 바라는 바입니다.
東京行季年祈禳毬庭醮禮文
初獻
道本至虛。雖常形之莫詰。神無不在。隨所敬以皆臨。嚮千里而馳誠。覬百靈之枉駕。
二獻
羽葆芝軒。枉眞遊於下界。縹牋絳字。訴危懇於重霄。享于克誠。介以繁祉。
三獻
氣判上淸下濁。神行乎間。祭致一純二精。應在于邇。伏念臣嗣承祖統。奄莅民區。念長轡遠御之謀。
痛加勵飾。無大明旁燭之智。動闇幾微。其在朝昏。尙難宴息。陰陽推代。雖關天數之常。晦朔會交。
猶戒禍胎之漸。况採言於邃術。當有毖於季年。庶仗眞庥。獲延景祚。爰取杪商之凄節。伻投陪邑之殊
庭。祗展法壇。仰迎仙仗。藉茅席地。猶可降於靈眞。酌水獻花。庶俯垂於臨格。伏望僉紆聦享。旋錫
純禧。曆服無彊。必等南山之壽。邦家永泰。一如東戶之時。內無犯紀之人。外絶窺邊之虜。
先告祝
自下界而去天。幾萬許步。諒卑誠而降駕。在一頃間。然無四直之靈。孰達九門之路。贊而格止。
心固望焉。
○상경(上京) 구정(毬庭)에 행하는 초례문
초헌문
신(神)은 이르지 않는 곳이 없으므로 상계ㆍ하계를 통하여 같이 맞이할 수 있고, 신(信)은 제수가
될 만하므로 후하거나 박함이 없는 그것이 예(禮)의 본뜻입니다. 우러러 바라건대 바람을 어거한
행차로 이 운단(雲壇)에 굽어 강림하소서.
이헌문
도(道)는 고요해 없는 것 같아서 맞이해도 보이지 않고, 신(神)은 가득히 있는 것 같아서 느끼면
곧 통하기 마련입니다. 다행하게도 이미 꽃 깃발의 한 번 강림을 드리우셨으니, 바라건대 다시
서늘한 잔의 거듭 올림을 허락하소서.
삼헌 청사
천지가 일찍 나누어져 이에 천신(天神)ㆍ지기(地祇)의 분별이 있고, 음양이란 측량할 수 없어 이
때문에 일찍 화복의 권리를 맡았으니, 진실로 간곡한 정성을 기울인다면 곧 이끌어 주는 혜택을
입을 것입니다.
생각건대 저의 어리고 보잘것없는 몸이 이 어려운 지위를 이어받았는데, 마침 국가의 어수선한
때를 만나서 빈번히 오랑캐들의 침범을 당하게 되니, 비록 금성(金城)의 험조한 형세가 있지만
마음은 역시 위태로움을 염려하며, 이제 천부(天府)의 구석 땅으로 옮겼지만 그 계획은 장차 환란
을 피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어쩐지 큰 도적이 아직도 가까운 국경을 엿보고, 한편 요사한
별이 상궁(上宮)에 자주 나타나니 말입니다. 이것이 다 박덕한 소치이므로 제 자신이야 달갑게
그 허물을 받겠지만, 어리석은 백성들이 무엇을 알기에 차마 그들까지 함께 화를 입게 하겠습니까.
마치 마음에 병이 되는 듯하고 근심만 자꾸 깊어갈 뿐이어서, 잘 막아낼 꾀를 생각해 보건대 음덕
의 도움을 힘입는 것만 같지 못하거든, 하물며 수정(殊庭)에서 제사를 받드는 의식은 바로 역대로
부터 깎을 수 없는 예전(禮典)이겠습니까.
그러므로 성례(成例)에 따라 더욱 정성을 다하여, 깨끗한 행료(行潦)를 베풀고 바람 행차가 왕림
하시기를 기다립니다. 바라건대 미박(微薄)한 것이나마 흠향하시고 모두 부지(扶持)의 힘을 베푸
시어, 요사한 기운이 이내 사라지고 좋은 상서가 거듭 닥치며, 마치 불이 남김없이 꺼지듯 강병
(羌兵)이 저절로 식어지고 대나무가 서로 엉키어 더욱 튼튼하듯 왕업(王業)이 다시 중흥되며,
기형(璣衡)이 어긋나지 않고 기필(箕畢)이 항상 순조로워지이다.
[주C-001]상경(上京) : 개경(開京)을 말한다.
[주D-001]기형(璣衡) : 천체(天體)를 관측하는 도구로 구형(球形)의 표면에 일월성신(日月星辰)을
그린 것. 여기서는 일월성신의 운행을 말한다.
[주D-002]기필(箕畢) : 기(箕)는 바람, 필(畢)은 비로 즉 풍우성(風雨星). 기풍필우(箕風畢雨)라
한다.
上京行毬庭醮禮文
初獻
靡神不擧。闔上下界以同邀。有信可羞。無厚薄禮之斯責。仰惟風馭。俯降雲壇。
二獻
道寥兮若無。迎之不見。神洋乎如在。感而遂通。幸已垂華葆之一臨。冀更許洌觴之申獻。
三獻靑詞
天地肇分。於是有神祗之別。陰陽不測。故嘗司禍福之權。苟傾懇倒之誠。尋荷提撕之賜。咨予冲眇。
職此艱難。適遭家國之搶攘。頻致羌戎之侵突。雖有金城之險勢。於心猶且慮危。迺遷天府之奧區。其
計要將避患。何大敵尙窺於邇境。抑祅星屢見於上穹。是否德所招。自可甘蒙其孽。而愚民何識。忍令
同被乎災。如疾在心。維憂用老思。所以善閑之術。凡莫如陰佑之私。况殊庭克祀之儀。是歷代不删之
典。肆循成例。益罄精衷。肅陳潦酌之潔蠲。敬佇飈遊之臨格。冀歆微薄。僉借扶維。致令沴氣旋消。
善祥荐至。羌兵自熄。若火滅以無遺。王業中興。如竹苞而益固。璣衡不忒。箕畢常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