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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에서 함께 동화책 읽기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대구지회 이현숙
안녕하세요?
어린이도서연구회 대구지회 이현숙 입니다.
저는 지난 2월에 막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8년간을 학교도서관 명예사서를 하면서 겪은 걸 바탕으로 우리 회에서 얻은 경험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우선 도서관 도우미를 하신다는데 반갑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있기에 도서관이 문을 열 수 있다는데 자부심을 가지시기바랍니다.
제가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처음 교실을 둘러볼 때 반가웠던 게 교실 뒤 책장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복도 없는 큰 교실에 있는 책이 의심도 없이 학급문고인 줄 알았지요. 세월이 좋아져서 교실마다 문고가 있는 줄 알았지요. 첫아이가 3학년 겨울방학 가까워질 무렵 학교도서관 개관식 초대장을 가지고 올 때까지요.
학교도서관 개관식에 가서야 그동안 학교도서관이 없었다는 걸 알았지요. 그때 교장선생님이 우리 아이 학교에 오셔서 ‘환갑이 넘은 학교에 도서관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도서관을 만드셨다고 했어요. 그러시면서 도서관을 만드는 건 학교에서 했지만 운영은 학부모 도움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도서관 개관식에 가서 받은 감동과 부끄러움으로 학교도서관 도우미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처음엔 도서관 청소, 책 정리, 대출반납, 새 책 들어오면 책 등록하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도서관이 4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1층으로 새로 꾸며서 이사하면서 새 책 등록은 밖에서 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동화 읽는 어른이 되면서 도서관에서 할 일들이 자꾸 보이고, 하나씩 해내면서 보람도 있었지요. 아이들 책 재미를 느끼고, 어린이 책을 알게 되니 아이들하고 나눌 게 더 생겼지요. 아이들한테 맞는 책을 찾아 주거나 재미있는 책을 골라 주기도 하고요. 새로 책 사는 목록을 적어 내기도 하지요.
하지만 도서관 담당 선생님이 해마다 바뀌어 일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해마다 처음 시작을 되풀이 하는 걸 보면 답답하고 안타깝기도 했어요. 제가 아는 걸 이야기해도 담당선생님은 이해를 못 하시고 겨울방학쯤 되면 도서관 일을 알 것 같지만 다음 해는 안 맡겠다고 할 때마다 학교도서관 사서선생님이 절실했지요.
도서관 담당 선생님이 자꾸 바뀌니 도서 도우미가 많아도 제대로 조직이 안 되고, 교육도 안 되니 몇 해를 해도 성장한다는 보람을 느끼기도 힘들어 도서 도우미들도 이어서 하는 사람이 드물어 졌지요. 대부분 1,2학년 학부모들이 도우미를 하고, 작년에 6학년 학부모는 저 혼자였어요.
전담 인력이 없는 지금의 초등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이 책 재미를 느끼고 책을 좋아하게 하는 것만도 큰일을 한다는 생각입니다.
남동초등학교는 교감 선생님, 도서관 담당 선생님이 어린이 책을 잘 아시고 도서관에도 관심이 많으셔서 행운입니다.
도서관 도우미도 하고, 이런 모임까지 하자는 건 이왕 하는 도서 도우미인데
어느 학교나 다하는 대출반납, 책 정리, 도서관 청소, 아이들 단속(?) 같은 것만 하지 말고 다른 거도 해 보자는 거지요.
바로 어린이 책 읽기를 같이 해보자는 거지요.
아이들하고 같이 어린이 책을 읽는 분도 물론 계시지만 아이들 보고 책을 읽으라고만 하고 어린이 책을 읽지 않는 분도 많을 거예요.
이참에 아이들하고 같이 책을 읽다보면 도우미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고 보람도 느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읽은 책을 아이들한테 읽어주면 아이들은 그 책을 다시 찾아 읽게 되고 그러다 모두가 책 읽기 재미에 빠지게 되겠지요.
그러면 책읽어주기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책읽어주기
▶책읽어주기의 의미
1)아이들 처지에서
①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책을 잘 안 읽는다고 아이들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②좋은 책을 스스로 찾아 읽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이 책을 본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을 보는가가 더 중요하다. 눈과 코를 자극하는 인스턴트식품보다 건강식품이 우리의 육체를 건강하게 해주듯이 우리의 영혼을 건강하게 해주는 책을 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 또한 아이들은 저마다 독서력의 수준이 다르다. 독서력이 적은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읽어내는 힘이 약하다. 책읽어주기를 통해 스스로 책을 읽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자. 처음에는 읽어준 책에 많이 반응하고 다시 찾아 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다른 책으로 넓혀간다.
③책 읽어 주는 사람을 믿고 사랑한다.
특수반, 공부방, 복지관 같은 사회복지 시설에서 아이들은 교실이나 도서관에서 만나는 아이들보다 더 강하게 책 읽어 주는 어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기다리고 느낀다. 장애우도 처음에는 적대시하고 물건을 던지거나 폭력적인 반응을 하다가도 계속 나가자 기다리며 믿고 따르는 반응을 보인다.
④책 읽어 주는 사람과 서로 이해하고 공감대가 형성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삶을 나눈다.
학교도서관이나 교실, 공부방에서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이야기에 빠져 자기 생각과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잘한다. 학교생활에서 책의 주인공과 교감하고 행동을 따라한다. 책을 매개로 하지 않아도 자기 이야기를 잘 하게 되었다.
⑤집중하는 힘과 듣는 힘이 길러진다. 생활에서 상상하는 힘이 길러진다.
학급 아이들이 모든 학습 활동에서 아이들이 자기 의사표현을 뚜렷하게 잘 하게 되었다.
산만하던 아이가 집중하고 듣는 힘이 길러졌다.
⑥책 읽어주는 시간에 다른 친구를 데려오고 책을 권하기도 한다.
2)책 읽어 주는 어른의 처지에서
①아이들이 어른보다 뛰어난 문학 감성을 지니고 있음을 문득문득 깨닫는다.
②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③일반 학부모들도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스스로 어린이 책을 읽고, 자기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주게 된다.
학교에서의 파급효과
①새로운 교실문화로 자리 잡힘-자습시간에 책을 보고, 교실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②담임교사가 책을 좋아하게 됨-읽어 주는 것을 들으면서 재미있다고 한다. 책 읽어주기 활동을 적극 도와주고, 읽어 주는 교사도 생견난다.
③만화책 따위의 가벼운 책 중심으로 책 읽는 아이들의 습관을 자연스럽게 바꿔준다.
④도서관 사서의 변화-도서관에서 사서가 책을 읽어 주고, 책 선정에 학부모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한다.
⑤교장 인식의 변화-학교에서 책 읽어주기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넓히게 한다.
책읽어주기 활동과 덤.
1.학원으로 내몰려 읽을 시간이 없는 아이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들려주는 일
-아침자습시간이나 방과 후 자투리 시간의 활용
2.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우리 학교 도서실에 있었구나하고 알려주는 일
-읽어준 책을 다시 찾기도 한다.
3.한 반 모두가 한 권의 책으로 공감하고 어울려 사는 법을 생각하게끔 하는 일
-문학은 강요하지 않는다. 훌륭한 문학은 아이의 내면에 씨앗을 뿌리고 스스로 자라나게 하는 것 이다.
4.이왕 시간 내어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더 행복해지게 하는 일
책읽어주기 방법
▶활동장소
1.도서실에서-점심시간, 방과 후
매 주 같은 요일과 시간을 정해 인원을 구성한다.
2.학급에서-각 반담임의 신청서 받기
자기 아이가 있는 학급을 피해 한 반에 2명 정도 조를 맞춘다.
▶준비단계
1. 호칭문제
-교사와 아이들이 나를 부를 수 있는 호칭을 의논하고 통일해서 사용한다.
2. 시간과 요일
-가능한 학급 담임의 형편에 맞는 요일과 시간으로 정한다.
3. 담임교사와 하는 약속
-학부모가 매주 교실로 찾아가는 것은 학급교사의 부담일 수 있다. 장기간 함께하는 일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필요한 약속을 정한다.
4. 아이들과 하는 약속
-가져간 책을 두고 올 때 책은 소중하게 다루고 돌려가며 읽는다.
-읽어 줄때 제자리에 앉아서 듣고 내가 읽은 책도 끝까지 조용히 듣는다.
5. 나에게 하는 약속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빠지지 않고 빠지는 날엔 미리 알려준다.
-정한 약속은 꼭 지킨다.
-준비 한 책은 여러 번 읽어 보고 그 책에 내가 빠질 수 있어야 한다.
-늘 어린이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책을 가까이 한다.
▶책 선정
1.학교도서실에 있는 책을 위주로 읽어보고, 서로 추천한 책속에서 읽어주기 좋은 책을 고른다.
2.내가 읽고 재미있어하는 이야기를 아이도 좋아한다. 어린이 책을 많이 읽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자꾸 찾는 것이다.
3.옛이야기를 준비해서 들려주면 학년에 상관없이 아주 좋아한다.
4.책을 선정하기 어려울 땐 어린이도서연구회가 권장하는 책 가운데 적당한 책을 고른다.
학년 구분이 되어있지만, 어린이의 듣기 능력은 읽기 능력보다 더 발달되어 있어 학년보다 조 금 높은 책을 읽어주어도 좋다.
▶책 읽어주는 방법
책을 읽어 줄때는 특별한 기교나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 아이에게 읽혀주기를 연습해보고 그대로 하면 된다.
단지, 책 전체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책을 읽어본다. 그러면 느낌과 감동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다.
또, 책의 줄거리와 관련된 이야기나 읽었을 때의 느낌, 흥미 있었던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주고 나서 다른 독후활동은 하지 않는다. 책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시작; 표지 그림, 제목, 작가, 분위기 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읽는 도중 이야기 하는 아이; 짧은 대화는 가능하나 모든 이야기를 듣고 받아주면 책 읽어줄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책 읽어주기가 끝난 후
책 읽어주는 팀의 모임은 학급과 도서실로 나누어 읽어주기가 끝난 후 모임장소에서 각자의 느낌을 나누며 자료를 정리한다.
-읽어준 날짜와 장소, 아이들의 반응과 읽어준 사람의 느낌 따위를 간단히 기록지에 적어 모아 두면 그 다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책모임 꾸리기
책 고르기는 책을 충분히 읽어봐야 하고 어려운 일이기에 어린이 책에 대한 공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명예사서를 중심으로 책 공부를 하면서 책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학교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더 풍부하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책 공부는 학교도서관을 튼튼하게 이어가는 밑거름이 된다. 따라서 책 읽어주기 활동에 앞서 꼭 필요한 모임이다.
그러면 다음 달에는 그림책 3권을 읽고 옵니다.
1. 강아지 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2. 돼지 책/ 앤서니 브라운/ 웅진
3. 엄마 안녕/ 유키 모이라 글/ 후쿠다 유키히로사진/ 웅진
느낌 글을 적어오면 좋겠지만 안 적어 오셔도 되요.
돌아가면서 읽은 느낌이 어떠했는지 자기 생각을 말할 겁니다.
처음에는 우리 모임에서 나와서 책 공부에 도움을 드릴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읽고, 또 집에서 아이한테 읽어주고 같이 읽은 느낌을 이야기 나누면 됩니다.
첫댓글 다급하게 정해진 일이라 그날 새벽에 적은 걸 가기 전에 올리려고 하니 본문쓰기가 안 되어 갔다 와서 다시 해봤는데 몇 번 하다 안 되어 포기했는데 이제야 본문 쓰기가 되네요. 날짜에 문제가 생겨서 차례를 바꾸어 급히 하니 참말로 후유증이 길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