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주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금욕 수행은 자의식을 줄이기보다 큰 에고를 드러내고 더 많은 에고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열정을 다루기 위해 그런 금욕 수행을 많이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길이 있다. 육신을 수련하고 훨씬 더 다스리기 쉽게 하기를 원하면, 육신에 사랑의 굴레를 씌워라. 누구든 사랑의 굴레라는 달콤한 짐을 받아들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참회 수행과 고행보다 더 많이 성취하고 더 많이 발전할 것이다. 이 길을 발견한 사람에게는 다른 길이 필요 없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 노리치의 줄리안 : 이원론를 넘어서 p166~167
비가 와장창 쏟아집니다.
겨우 말렸던 하얀 운동화를 신고 나왔는데 다시 흙탕물과 함께 그야말로 푹 젖었습니다.
함께 걷던 유화는 장화를 신고 걷습니다.
오른손은 바지 주머니에 꼭 넣고 엄마가 준 손수건을 비맞히지 않게 조심히 걸어갑니다.
유화가,
” 나는 장화를 신어서 비맞아도 좋다!“ 얘기합니다.
나는?
”나도 운동화 푹 젖었으니 비 맞아도 좋다!“ 대꾸합니다.
기왕 비에 흠뻑이니 안심하고 걸어봅니다.
급할 게 없습니다.
태율이는 자허와 손잡고 느릿느릿 걷습니다.
걸으며 나무사이에 걸린 거미줄을 보고,
걸으며 앵무산자락 구름을 보고,
걸으며 혼냈다가 혼내지 말랬다가,
그러며 비오는 배움터로 들어갑니다.
‘누구든 사랑의 굴레라는 달콤한 짐을 받아들이면,’
모든것이!
오늘, 비내리는 하늘이 이처럼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고맙습니다.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