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나무옹이에 새 한마리가 구겨져있다 다물어지지 않는 부리 위를 기어 다니는 어두운 벌레들 작은 구멍에 다 들어가지 않는 꺾인 날개가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들의 그림자를 쓰다듬고 있다 누군가가 억지로 밀어 넣은 새의 몸을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나도 분명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어울리지 않았던 것들의 속을 채워보기 위해 아귀가 맞지 않는 열쇠를 한 번 밀어 넣어 보듯이 혼자 날아가지도 못할 말들을 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둥근 머리통을 한참 보다가 눈이 마주친다 이쪽의 눈과 저쪽에 있는 새의 눈이 마주치자, 여태껏 맞아본 적 없는 햇빛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머리통이 간지러워져서, 나도 어딘가 머리를 드밀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방에서 방으로 옮겨갈 때의 걸음을 생각해보니 나는 언제나 이곳과 저곳의 국경을 넘는 사람인 거 같아 누워있는 사람의 말을 대신 전할 때 구겨진 새의 몸을 손으로 감싸서 누구한테 내밀 듯 나도 어떤 말인지 모를 말들을 했던 것 같아 새의 부리가 날보고 웅얼거리는 것 같아서 내 귀가 어쩌면, 파닥거리다가 날아갈 것 같아서 나무옹이를 나뭇가지로 쑤신다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라고 삼키지 못할 것들을 밀어 넣듯이 밀어 넣는다
메마른 나무옹이에 새 한마리가 구겨져있다 다물어지지 않는 부리 위를 기어 다니는 어두운 벌레들 작은 구멍에 다 들어가지 않는 꺾인 날개가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들의 그림자를 쓰다듬고 있다 누군가가 억지로 밀어 넣은 새의 몸을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새 모양의 옹이를 보는 시인이 보이시나요? 옹이에서 시인은 내 몸에 박힌 상처의 말을 끄집어 냅니다.
나도 분명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어울리지 않았던 것들의 속을 채워보기 위해 아귀가 맞지 않는 열쇠를 한 번 밀어 넣어 보듯이 혼자 날아가지도 못할 말들을 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상처의 말을 나도 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누구나가 상대를 해치는 말을 합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어떤 때는 속사포를 쏘듯 마구잡이로 막 내던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둥근 머리통을 한참 보다가 눈이 마주친다 이쪽의 눈과 저쪽에 있는 새의 눈이 마주치자, 여태껏 맞아본 적 없는 햇빛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 소통의 순간입니다. 나무의 옹이에 난 상처에서, 둥근 머리통으로, 다시 새의 눈으로 옮겨가는 시선이 보입니다. 눈이 마주치자 햇빛이 쏟아집니다. 드디어 대화가 시작되는군요. 대화를 하지 않으면 전혀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머리통이 간지러워져서, 나도 어딘가 머리를 드밀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방에서 방으로 옮겨갈 때의 걸음을 생각해보니 나는 언제나 이곳과 저곳의 국경을 넘는 사람인 거 같아
대화를 하자니 뭔가 쑥스럽기도 합니다.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는 거죠. 말을 걸어오면 받아주어야 합니다. 대화가 없다면 이미 관계는 끊어진 거지요. 상대가 햇빛으로 간지러워진 머리를 내밀며 말을 건네올 땐, 어물쩍 받아주어야지요.
누워있는 사람의 말을 대신 전할 때 구겨진 새의 몸을 손으로 감싸서 누구한테 내밀 듯 나도 어떤 말인지 모를 말들을 했던 것 같아 새의 부리가 날보고 웅얼거리는 것 같아서 내 귀가 어쩌면, 파닥거리다가 날아갈 것 같아서 나무옹이를 나뭇가지로 쑤신다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라고 삼키지 못할 것들을 밀어 넣듯이 밀어 넣는다
시인은 상처를 보듬으려 합니다. 누군가의 상처가 되었던 말들, 혹은 내가 주었던 상처의 말들. 말을 걸어오면 걸릴 필요가 있지요. 따뜻한 말로 서로의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는 표현으로 끝을 맺습니다.
싸움을 하고 나면 대화가 단절됩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상처를 주었던 말은 나무의 옹이처럼 남습니다. 구겨진 새처럼 남죠. 그러나 옹알이하듯 말을 걸어오면 화해가 됩니다. 대화가 없다면 그 관계는 죽은 관계나 다름없습니다. 대화는 소통을 이끌어내고 소통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공감은 상대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이끌어내지요. 작은 옹알이로 시작해 볼 일입니다. 상대가 귀 기울이면, 새로운 관계가 탄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