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소금을 쳐라, 그러면 달라질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골프에서도 이 격언이 통할까. 통하기도 하고 안 통하기도 한다. 처음 배울 때 제멋대로 엉터리로 배우면 나중에 고치려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어느 한순간 고쳐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곧 예전의 나쁜 버릇이 나타난다. 자신도 모르게 나쁜 버릇이 고질병으로 굳은 탓이다.
처음부터 이상적인 스윙과 습관을 익히면 앞날이 창창하다. 그러나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골프의 속성 때문이다.
“하루 연습을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 연습 안 하면 갤러리가 안다. 사흘 연습 안 하면 세상 모두가 안다.” 1940~1950년대 미국 골프를 주름잡은 벤 호건(1912~1997, 메이저 9승 포함 PGA투어 통산 63승)이 남긴 명언이다.
텍사스 시골에서 태어나 1931년 프로로 전향해 1946, 1948년 PGA챔피언십, 1949년 US오픈 을 우승하며 당대 최고의 골퍼로 인기가 치솟던 호건은 1949년 승용차를 타고 가다 버스와 충돌하는 치명적 사고를 당했다. 충돌 순간 조수석에 탔던 부인을 보호하려 운전대를 돌리는 바람에 부상이 더 컸다.
그가 미국 골프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은 치명적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재기에 성공한 불굴의 의지 때문이다. 1953년 디 오픈과 US오픈,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1951년 그를 주인공으로 ‘태양을 좇아서(Follow the Sun)’란 영화가 만들어져 큰 인기를 얻었다. 글렌 포드와 안 백스터가 호건과 그의 부인역을 맡았다.
18홀 평균 최저타 선수에게 수여하는 바든 트로피를 3번이나 받았고 다섯 차례나 상금왕에 올랐다. 왼손잡이였으나 왼손잡이 골프채를 구할 수 없어 오른손잡이 클럽으로 연습한 그는 쉼 없는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스윙을 개발, ‘모던 골프’라는 명저를 남겼다.
골프와 관련된 근육의 기억력은 길어야 3일이라고 한다. 골프는 아침에 깨달았다가도 저녁이면 까맣게 잊는 운동이란 말도 있다. 골프의 동작이 평소 하는 동작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우 작위적인 스윙 동작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려면 부단한 연습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자신은 제대로 연습한다고 하지만 장시간 혼자 연습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기본에서 벗어나 일그러지고 뒤틀리게 마련이다.
매일 연습하는데도 진전이 없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구력 20, 30년이 넘었는데도 잘못 배운 스윙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괴기한 스윙의 주인공으로 낙인찍힌 경우도 적지 않다.
골프장을 향할 때마다 ‘이번엔 제대로 쳐봐야지’ 다짐하지만 어김없이 절망과 환멸을 경험한다. 골프장을 떠나면서 골프와의 완전결별을 심각히 생각해 보지만 다시 연습장을 찾는다. 그러면서도 개선은커녕 고질병, 괴물만 키우는 연습을 되풀이한다.
많은 골퍼들이 골프의 밀림에 들어와 멋진 비경을 제대로 탐험해보지도 못하고 오히려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연습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습관적으로, 기계적으로 하는 연습은 백해무익하다. 매일 연습장을 찾아 많은 시간 땀을 흘려도 잘못된 연습은 고질병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다.
신선한 생선이나 고기가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하려면 소금을 쳐야 한다. 소금은 방부제 역할을 한다. 동시에 소금이 만들어내는 짠맛은 음식의 간을 맞추어 맛을 깊게 한다. 골프에서도 온전한 스윙을 계속 유지하려면 소금을 적당히 뿌려주어야 한다. 라운드하면서도 흥분이나 감동 열락 전율 같은 느낌 없이 싱거운 골프를 한다면 골프의 깊은 맛을 알 수 없다. 골프도 간이 맞아야 재미가 배가된다. 적당한 소금이 필요한 이유다. 자신이 어떤 목표를 정하거나 적당한 내기를 하는 것 등은 골프의 간을 맛깔스럽게 해준다.
올바른 연습을 하고 있는지 자기점검과 함께 고수나 전문가의 점검과 가르침이 꼭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교과서적인 스윙을 익혀 세계적인 선수로 명성을 날리는 선수들이 주기적으로 코치의 지도를 받는 까닭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일관성 있는 스윙, 지속 가능한 스윙을 위해 근력을 키우고 체계적인 훈련과 연습을 일과처럼 해온 정상급 선수들의 스윙도 변한다. 아무리 큰 강이라도 몇 번의 홍수로 물길이 바뀌듯 견고했던 스윙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마련이다.
골프의 달인이라고 할 프로선수들도 그런데 한 달에 한두 번 라운드하는 주말골퍼들이야 오죽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