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사태
1. "전력수급 잘못 예측, 비상사태 불렀다"(전기신문, ’11.9.15)
- 발전소 잇딴 정비...늦더위 엄습...정전 속출.
- 15일 예비력 400만kW 밑돌며 일시적 공급부족.
추석연휴 이후 전국 각지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초유의 사건이 15일 일어났다.
전력거래소(이사장 염명천)는 15일 전력공급능력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지자 오후 3시부터 8
시까지 30분 단위로 지역별 순환정전을 단행했다. 전력사정이 좋지 않던 1950~60년대에나
나올 법한 제한송전을 사실상 실시한 것이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6월 27일~9월 9일)이 지난 뒤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판단, 전
국 각 발전소에서 정비작업에 잇달아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당시 계획예방정비에 착수한
발전기는 총 25기. 용량은 총 834만kW에 달한다. 전체 전력공급능력의 11%다. 이런 가운
데 예상치 못한 늦더위로 전력수요가 당초 계획 대비 320만kW나 치솟았다. 예비전력은 한
때 149만kW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자율절전(95만kW)과 직접부하제어(89만kW)를 실시, 사태수습에 나섰다.
이 같은 조치에도 전력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지역별 순환정전이란 급처방이 오후 3시에
내려졌다.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는 물론 전남 등 남부지방까지 전국적인 정전사태가
발생한 이유다.
이에 따라 오후 4시 35분 현재, 예비전력을 안정권인 411만kW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전력수요는 6260만kW였으며, 공급능력은 6671만kW였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16일부터는 현재 계획예방정비 중인 발전기가 순차적으로 가동되고,
상황에 따라 수요자원시장이 개설되며, 양수발전이 가동될 예정이므로 오늘과 같은 수급비
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정부 당국이 전력수급을 잘못 예측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전력거래소가 지난주에 예상한 ‘주간전력수급전망’을 보면, 15일 최대전력수요는
6400만kW, 예비전력은 1007만kW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예비율은 15.1%였다. 하지
만 이날 예비전력은 최저 149만kW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속출했다.
대응태세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지역별 순환정전을 단행한지 몇 시간이 지난 뒤에도 해당지
역에 사전 예고는 없었다. 예비전력이 500만kW 이하일 때 긴급 개설되는 수요자원시장도
이날 열리지 않았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대표 이헌석)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근 몇 일간 늦더위
가 계속됐음에도 정부당국은 전력수요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발전소의 계획
예방정비를 예전처럼 진행했다”며 “결국 갑자기 늘어난 전력공급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상초
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전력수급 상황이 급변할 것을 예측하지
못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사전에 예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순환 정전이라는 불가피한 조치
를 하게 됐다”며 “국민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