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고객자산 성과분석 도입·직원 KPI에 반영 농협 그룹 자산운용 아우른 CIO 선임‥ '같은 길 다른 행보'
2015.3.2 [비즈니스워치] 원정희 기자 jhwon@bizwatch.co.kr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경영은 결국 고객에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농협이 CIO(최고투자책임자)를 증권사에서 영입해 자산운용을 강화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경쟁사의 그런 움직임을 보면서 신한도 정신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월 15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신년 기자간담회)
누가 더 예금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내 자산을 더 잘 불려주느냐에 자산관리, 더 나아가 경영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게 한 회장의 생각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하면서 자산운용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은행 CEO들이 신년 화두로 제시했던 은퇴시장이나 미래설계시장 역시도 관건은 자산관리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새로운 칼을 빼 들었다. 예∙적금부터 펀드, 신탁까지 고객이 가입한 모든 상품에 대해 고객별 종합수익률을 측정하는 고객자산 성과분석 시스템이다. 투자성과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 고객 수익률을 영업점과 직원 평가지표인 KPI(핵심성과지표)에 반영키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앞서 농협금융은 자산운용을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고 그룹 차원의 변화를 모색했다. 실행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고객가치증대'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두 기관의 자산운용 부문 실험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 고객수익률 KPI 반영‥직원 역량 강화 유도
신한은행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1년 남짓 준비했다. 관련 IT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만 8개월 정도 걸렸다.
임영진 신한은행 WM사업부문 총괄 부행장은 "고객중심의 자산관리는 인프라와 직원 역량 두 가지가 중요하다"며 "이번에 전산시스템을 완성해 고객의 전 상품에 대한 수익률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선순환이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을 잘 보고, 이를 투자상품에 담아내고, 판매한 후 관리하는 선순환을 말한다.
기존 수익률 관리는 개별 상품별로 이뤄졌다. 고객이 수익률을 알려달라고 하면 상품별 잔액(누적 수익률)이 나온 현황표를 제시하는 수준이었다. 여기엔 이미 해지된 펀드에 대한 수익률은 나오지 않는다. 기간별 수익률을 비교할 수도 없다.
가령 작년 9월까지의 수익률이 20%가 나왔고, 이후 10%가 빠졌다고 하자. 기존 방식이라면 고객수익률은 대부분은 '마이너스 10%'로 나오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플러스 10%'인 셈이다. 새로운 시스템에선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객 전체 자산에 대한 수익률 관리가 이뤄지고, 연초대비 혹은 최근 1년 등 기간수익률 계산이 가능해진다. 해당 기간 유입액이나 유출액 등 자산 유출입을 고려한 고객의 실질 손익 평가도 알 수 있다.
정확한 수익률 측정과 분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투자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 고객수익률은 직원이나 영업점의 평가지표로도 활용한다. 기존 KPI는 외형성장이나 은행의 손익 측면에서만 봤지만, 이제는 적절한 시점에 손절매를 통해 수익률 하락을 방어했다거나 시장이 20% 마이너스인데 10% 손실로 막아내는 등의 종합적인 수익률 측면에서 접근이 이뤄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엔 수익률 관리를 잘해도 고객이 알아주는 정도에서 끝났지만 KPI에 반영이 되면 아무래도 더 공부하게 되고 결과적으론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고객성과분석 보고서 샘플(자료:신한은행 제공)
◇ 농협금융 CIO 선임 전사적인 변화
농협금융은 그룹 차원의 변화를 꾀했다. 임종룡 회장(현 금융위원장 내정자) 재임 시절인 올해 초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그룹 자산운용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IO 체제를 도입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투자전략본부장을 지낸 김희석 전무를 영입하기도 했다.
또 자회사인 NH-CA자산운용을 핵심 자산운용기관으로 육성하기 위해 외부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세계 10위권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와의 제휴로 리서치, 리스크관리, IT분야 등의 역량 강화에 나선다. '올셋(All Set)'이라는 계열사 공동 브랜드도 내놨다.
당시 임 회장은 "최고의 운용성과로 고객의 가치를 증대해 2020년 이후 3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 증가를 목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농협금융은 최근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수장이 바뀌게 된 점이 변수다. 큰 틀에서 자산운용의 전략이 갑자기 바뀌진 않더라도 새로운 수장의 의중에 따라 비전을 달리할 경우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