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閏月) 이야기
정각스님·원각사 주지
윤달[閏月]의 정황
태양력(太陽曆)의 계산에 의하면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도는 데는 365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좀더 정확한 척력 율리우스(Julius)력(曆)에 의하면 1태양년은 365.242195일이며, 그러므로 4년마다 2월에 하루씩의 윤일(閏日)을 더하여 쓰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오(Gregorio)력 역시 율리우스력과 마찬가지로 윤일(閏日)을 채택하여 쓰고 있다.
한편 태음력(太陰曆)의 계산에 의하면 만월(滿月)에서 만월까지는 29.53059일이 되어 순태음력(純太陰曆)에서는 12달을 작은 달[29日]과 큰달[30日]로 나누어 사용했으나, 태음력과 태양력을 절충한 태음양력(太陰陽曆)에서는 태음력(太陰曆)을 태양의 움직임에 맞추기 위해 19년에 7번씩의 윤달[閏月]을 설정해 두고 있다.
윤달은 ‘군달’이라 불리운다. ‘덤달’이라 하기도 하고 ‘공달’, ‘여벌달’이라 부르기도 한다. 윤달이 오면 불가(佛家)에서는 「삼사순례(三寺巡禮)」가 행해진다. 한편 우리 속담에 “윤달에는 시체가 거꾸로 서도 탈이 없다(東·西·南·北 사방을 다스리는 신들이 있어 이들이 봄·여름·가을·겨울을 관장하나, 윤달은 이 어느 계절에도 속하지 않기에 그들 신들에 의해 잘잘못을 간섭받지 않는다고 한다)”고 하는 바 일반에서는 윤달 동안 집짓기를 시작하거나 묘(墓)를 이장한다거나 수의(壽衣)를 제작하며, 또한 절에서는 「가사불사(袈裟佛事)」 및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 등의 행사가 행해지기도 한다. 이에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윤달은 풍속에는 없는 달이라 하여 결혼하기에 좋고 또 수의(壽衣)를 만드는 데도 좋다. 까닭에 윤달은 꺼리는 것이 없다. 광주 봉은사(奉恩寺)에서는 윤달을 만나면 서울 장안의 여자들이 다투어 모여 불공을 올리며, 또 돈을 탑 위에 놓는다. 이리하여 윤달이 다 가도록 이 행사는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극락세계로 간다고 하여 사방의 노파들은 부산하게 다투어 모여든다.” 라 하여 윤달의 정황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윤
달과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는 일명 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齋)라 하며, 간략하여 예수재(豫修齋)라 일컫기도 한다. 사후(死後)에 갚아야 할 빚과 과보를 미리[豫] 갚아[修], 살아서 사후의 복전(福田)을 일굼을 말한다.
현생의 삶 가운데 지은 무수한 업과 자신 과보(果報)를 청정케 하여 죽은 후 49일간 중음계(中陰界)에 떠도는 고통을 면하게 한다는 뜻에서 예수재는 49일간 베풀어짐이 원칙이다. 즉 예수재를 행하는 하루는 중음계에서 겪는 고통의 하루가 될 것인 바, 자신의 업(業)을 청정케 하는 의미로서 재(齋: 재계)를 행하며, 재를 행함으로서 중음계의 고통 없이 재(齋)의 기간 동안 익힌 습성의 방향에 따라 또 다른 좋은 몸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예수재의 근거는 『지장보살본원경』 및 『불설예수시왕생칠경』, 『불설수생경』, 『불설관정수원왕생시방정토경』 가운데서 찾을 수 있는 바, 예수재의 의미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경전으로는 『불설관정수원왕생시방정토경(佛說灌頂隨願往生十方淨土經)』을 들 수 있다. 이 경전은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구시나가라국 사라쌍수 사이에서 열반에 드시고자 할 때 그곳에 모인 대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의심이 있는 자는 마땅히 물으라. 내 멸도(滅度)하기 전 다소 의혹 되는 바가 있거든 그들을 위해 그 의혹을 끝까지 풀어 주리라.’ 이때 타방국토(他方國土)의 보광보살(普廣菩薩)이 ‘네 무리의 제자가 임종(臨終)할 때이거나 이미 임종한 이를 위해 어떤 공덕을 닦아야 시방국토(十方國土)에 왕생할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입정진보살(入精進菩薩)께서 머무시는 「동방 향림세계(香林世界)」며, 진정진보살(盡精進菩薩)의 「동남방 금림세계(金林世界)」·불사락보살(不捨樂菩薩)의 「남방 낙림세계(樂林世界)」·상정진보살(上精進菩薩)의 「서남방 보림세계(寶林世界)」·습정진보살(習精進菩薩)의 「서방 화림세계(華林世界)」·일승도보살(一乘度菩薩)의 「서북방 금강세계(金剛世界)」·행정진보살(行精進菩薩)의 「북방 도림세계(道林世界)」·비정진보살(悲精進菩薩)의 「동북방 청련세계(靑蓮世界)」·정명정진보살(淨命精進菩薩)의 「하방 수정세계(水精世界)」·지성정진보살(至誠精進菩薩)의 「상방 욕림세계(欲林世界)」 등 시방국토(十方國土)를 나열하시는 가운데, (독경 공덕으로) 임종시거나 임종에 다다르지 않았다 할지라도 모두 원에 따라 왕생할 것을 말씀하고 계시다.
그럼에도 또다시 보광보살의 입을 빌어 말씀하시기를, ‘(저 시방 부처님 세계에 태어나기를 희망한다면) 임종을 당하거나 임종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고 탑사(塔寺)의 표찰(表刹: 당간) 중에 번(幡: 깃발)을 세우고 3·7일(21일) 동안 부처님 경(經)을 외울 것 같으면, 목숨이 끊어져 중음(中陰) 중에 있어 그 몸이 마치 어린아이와 같아 죄와 복이 결정되지 못할 때 그때에 응당 복 닦음이 되어지리니, (그때) 망자(亡者)의 몸이 시방의 무량찰토(無量刹土)에 나기를 원하면 그와 같이 되어질 것이다. 이에 이미 죽은 사람을 위해 이런 복업을 짓게 하면 죄업의 때를 소멸할 수 있으리라’ 하였다. 그리고 ‘그의 부모·형제·친척이 삼도팔난(三途八難)에 떨어져 갖은 고통을 받고 있을 때 부모·형제와 친족이 그를 위해 복을 닦아줄 수 있는 바, 죽은 사람의 유산 등을 삼보(三寶)께 보시함으로서 삼도팔난 중의 사람은 친족이 닦은 복의 7분의 1을 얻을 수 있다. 또한 4배(四輩: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무리가 법과 계(戒)를 잘 이해하고 생명이 마칠 때 3·7일(21일)을 <역수(逆修)>한다면 그 복이 무량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다.”
6/7의 공덕을 얻기 위하여
여기서 역수(逆修)라 함은,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음에 대비해 역(逆)으로 현생 가운데 닦음[修]을, 즉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에 『불설예수시왕생칠경』에는 역수(逆修), 즉 예수(豫修: 미리 닦음)의 방법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예수를 하려면 ①매달 두 번 불·법·승 삼보를 공경한 뒤 시왕(十王)을 모신 다음 이름패에 자신 이름을 써넣는다. ②그런 후 『예수경(豫修經: 불설예수시왕생칠경)』을 지심으로 외우며 불(佛)과 지장보살, 시왕(十王)을 염(念)한다. ③이렇게 함으로서 건강·장수하고 죽어서는 정토(淨土)에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장보살본원경』 「이익존망품(利益存亡品)」에는 ‘만약 어떤 남녀가 살아 있을 때 많은 죄를 짓더라도 죽은 뒤 그의 후손들이 그를 위해 복덕을 닦아주면 그 공덕의 1/7만이 망인(亡人)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공덕은 산사람이 차지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살아있을 때에 스스로 공덕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석문의범』의 「방생편(放生篇)」에서는 ‘적선도인(積善道人)의 일곱 가지 방생’을 소개하는 가운데
“예수코자[豫修齋를 행하고자] 하거든 방생부터 먼첨 하라. 세상 사람이 매양 중을 청해서 불사(佛事)를 작(作)하야 미리 닦는 것은, 진실로 죽은 뒤에는 육도(六途)에 윤회함에 업식(業識)이 망망(茫茫)할 지라. 미리 불·보살의 불쌍히 생각하여 줌을 구함이 아닌가. 대저 세간(世間) 자선(慈善)은 방생보다 더 조흠이 업시니 내가 자비지심(慈悲之心)으로 방생하야 불·보살의 자비지덕(慈悲之德)에 감동되면 반다시 불·보살의 복을 입을 것이니라.”
하여 예수재를 행함에 있어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을 강조하고도 있다.
흠전량(欠錢量) 및 독송 경전
『예수시왕의문』에 의할 것 같으면 모든 인간은 명부(冥府)에 이르러서 갚아야 할 돈과 보지 못한 경전, 즉 ‘흠전량(欠錢量: 부족한 돈의 양)’ 및 ‘독송해야 할 경전’이 있게 되는 바, 이를 저승에서 갚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현생에서 미리 갚고 독송하는 것에 예수재의 중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여, 그 돈을 명부(冥府) 시왕전(十王前)에 봉헌하여 미리 갚고 경전을 명부 시왕전에 봉독(奉讀)하여 미리 읽게 된다.
모든 인간은 금생(今生)에 태어날 때 명부(冥府)에 어느 정도의 금전(金錢) 기증 또는 독경(讀經)을 약속한 채 태어난다고 하며, 금생에 약속한 금액을 돈으로 반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신앙을 「환수생신앙(還壽生信仰)」이라 말한다. 한편 이러한 돈을 고사(庫司)에 납입해 두면 내생(來世)에는 반드시 인간 또는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기고신앙(寄庫信仰)」이라 하며, 이러한 믿음의 바탕 위에 예수재 기간 동안 돈을 명부(冥府) 시왕전(十王前)에 봉헌(奉獻)해 미리 갚고, 경전을 명부 십왕전에 봉독(奉讀)하여 미리 읽는 의식을 행하게 된다.
이러한 신앙의 기원은 『불설수생경(佛說壽生經)』 및 「십이상속(十二相續)」, 「수생전(壽生錢)」으로부터 유래한다. 『불설수생경』은 정관(貞觀) 13년(639년) 현장이 인도 순례 중 발견했다는 경전으로, 「십이상속」과 「수생전」 역시 이때 발견하여 번역했다고 전한다.
『불설수생경』의 내용은 『금강경』 및 『수생경(壽生經)』을 독송하지 않고, 또한 전생의 빚인 수생전(壽生錢)을 바치지 않으면 살아서 18가지 고난이 있으며 죽은 뒤에는 천도(薦度)받지 못한 채 중음신(中陰神)으로 남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살아 있을 있을 때 바치지 못했다면 죽은 뒤 49일 동안에 반드시 납입해야 한다고 하는 바, 이로서 후손들은 사자(死者)의 천도(薦度)를 위해 『금강경』 및 『수생경(壽生經)』 독송 및 수생전(壽生錢)을 대신 바치게도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을 행하는 것이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라 말할 수 있다.
이에 「예수천왕통의」 ‘십이생상속(十二生相續)’ 항목에서는 육십갑자(六十甲子)에 따른 각각의 흠전(欠錢) 및 간경(看經)해야 할 경전(금강경) 권수를 기록하고 있어, 이를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도표. 십이생상속(十二生相續)에 따른 흠전(欠錢) 및 간경(看經) 권수, 納曺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