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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행기점인 ‘괴산군 불정면 추산리 사현경로당’에서 사현마을 뒷산인 ‘자주봉(紫朱峰 405)’을 오르게 된다.
해그름에 마을 뒷산을 올려다보니 낙조에 어린 산빛이 자주빛을 띠고 있어서였을까?
‘카카오맵’에서만 보이는 ‘자주봉’은 아무런 특색없는 봉우리였다.
나는 빛바랜 정상 판때기에 매직으로 ‘紫朱峰’이라 적어 넣었다.
2) ‘상봉(上峰 505m)’은 자주봉에서 동쪽 능선을 타고 가섭지맥에 올라서면 만나는 봉우리로서 ‘고양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마을에서 올려다 보았을 때 높은 산을 가리며 시야를 막아섰으니 상봉이라 하지 않았을까?
3) 지형도에 올라있는 ‘고양봉(顧養峰 524.6m)’은 충주시와 괴산군 군계를 지나는 가섭지맥에 솟아있는 봉우리다.
‘낳아서 기른(養) 지난 날을 생각해서(顧)’일까?
가곡 ‘옛동산에 올라’가 떠올랐다.
‘♬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4) ‘숯골고개’는 산골마을 ‘숯골(충주시 탄용리)’에서 괴산군 불정면으로 넘어다니는 고개이다.
‘탄용리(炭用里)’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시 ‘탄동과 소용’에서 한 자씩 따왔다.
‘숯골’은 이 지역에서 숯을 생산해서이고, ‘탄동(炭洞)’은 이를 한자화하다보니 생긴 이름.
나는 이 고개에다 ‘탄동치(炭洞峙)’란 표지기를 매달았다.
5) ‘탄동치’고개에서 한차례 가쁜 숨을 몰아쉬면 ‘앞산(446.7m)’에 올라서게 된다.
‘앞산’은 말그대로 마을(숯골) 앞으로 올려다 보이는 산이어서다.
6) 이제 가섭지맥은 서서히 남진을 하며 2차선 아스팔트인 ‘525번 지방도(창현로)’에 내려서게 된다.
충주시와 괴산군을 연결하는 ‘대간치(大間峙 308.9m)’다.
‘대간치’는 큰고개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대간재·대한티·큰한티·큰안티’ 등으로도 불리고 있고, 또 괴산으로 통하는 고개라서 ‘괴산통로’라고도 불린다.
대간치 아래에는 큰한터골 골짜기가 있다.
‘달천(達川)’과 ‘음성천(陰城川)’이 합류하는 남서쪽 남한강변의 ‘목도리’는 조선시대 조창(漕倉)이 있었던 중요한 나루터로서 달천을 이용하여 충주목과의 사람과 물자수송이 활발했던 곳이기도 하다.
‘달천’은 속리산에서 발원하여 괴산군과 충주시를 가로질러 남한강에 합류하는 123km의 하천으로서 중간에 괴산호가 있다.
7) 대간치에선 휀스를 피해 묵은 산판길로 능선에 접속한 뒤 ‘풍류산’에 올라섰다.
‘풍류산(風流山 483.6m)’은 경치가 아름다워 놀기에 좋다고 불리게 되었고, 또 선녀가 놀고 갔다는 ‘포모대(抱母臺)’가 있어 풍류남아들이 선녀를 보러 모여들었다는 것.
잡목 무성한 육산의 풍류산에서 풍류를 하며 노닐 만한 선유(仙遊)의 ‘포모대’는 보이지 않았다.
-「풍류산 포모대」의 주요 모티프는 신선사상과 관련된 전설로서 2002년 충주시에서 발간한 『충주의 구비문학』에도 수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지형도에는 ‘355.4m 풍류산’이 또 있고, 그래서그런지 이 봉우리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도 있었지만 신빙성이 적어 보였다.
네이버에 ‘풍류산’을 검색하면 “괴산 불정면 달천 북쪽에 있는 산으로 능선은 서북쪽으로 앞산·고양봉·상봉·자주봉과 연결되며 사현리 삼거리에서 끝이난다”라고 이 ‘483.6m풍류산’을 설명하고 있다.
8) 맥이 다해가는 가섭지맥을 따라 남진하다보면 잘록한 ‘지문령’에 이르게 된다.
‘지문령(池門嶺 235m)’은 ‘하문리 지문’에서 ‘조창’이 있었다는 ‘창산리’로 넘어다니는 고개.
지문령을 넘지 않으면 달천을 따라 빙빙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하천(달천)이 커다란 저수지(池)로 보였을까, 그래서 ‘지문(池門)’이란 이름이 붙은 듯하다.
9) 지문령에서 휘돌아가는 달천의 반도형 지형으로 올라서면 ‘풍류산’이다.
지형도에 올라있는 ‘풍류산(355.4m)’이지만 ‘483.6m 풍류산’에 비해 낮다.
이제 10여km의 거친 산길은 여기서 끝이나고, 동시에 가섭지맥도 맥을 다한다.
‘가섭지맥’은 부용지맥 ‘등구맥이산’ 옆에서 분기하여 ‘숯고개-가섭산-어래산-쇠실고개-고양봉-풍류산’을 거쳐 괴산군 불정면 하문리 달천에서 맥을 다하는 약 34km의 산줄기.
이번 산행코스는 유독 봉우리가 많아 봉꾼들에겐 희색(喜色)이 만면(滿面)했을 것이다.
봉우리는 모두 ‘카카오맵’에 올려져 있고, ‘네이버지도’와 지형도엔 두 봉(고양봉·풍류산)뿐이다.
07:30에 출발한 산악회 버스는 오늘이 두 번째 대차(貸車)인 ‘희망고속버스’.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삐~삐~’경고음이 들려 졸음쉼터에서 확인해보니 차량 라디에이터 호스가 터진 것.
임시 처방을 하였으나 내내 말썽을 일으켜 한 시간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정상적인 산행이 될까하였으나 두 다리에 고속엔진을 장착할 수밖에.
대간치에서 중도 포기한 일행이 우리를 쳐다보며 대단하다는 시그널을 보낼 때, 내가 뱉은 말 “썩어도 준치 아녀~”였다.
육산에다 잡목 우거진 낙엽깔린 산길을 바짓가랑이로 쓸며 오르내린 것만 기억에 남는데, 내내 걸음을 맞춘 八八한 권형님이 하신 말씀은 “아~기분 참 좋다~”였다.
궤적
10.4km에 4시간 30분.
고도표.
1) 산행기점인 ‘괴산군 불정면 추산리 사현경로당’에서 사현마을 뒷산인 ‘자주봉(紫朱峰 405)’을 오르게 된다.
해그름에 마을 뒷산을 올려다보니 낙조에 어린 산빛이 자주색을 띠고 있어서였을까?
‘카카오맵’에서만 보이는 ‘자주봉’은 아무런 특색없는 봉우리였다.
나는 빛바랜 정상 판때기에 매직으로 ‘紫朱峰’이라 적어 넣었다.
2) ‘상봉(上峰 505m)’은 자주봉에서 동쪽 능선을 타고 가섭지맥에 올라서면 만나는 봉우리로서 ‘고양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마을에서 올려다 보았을 때 높은 산을 가리며 시야를 막아섰으니 상봉이라 하지 않았을까?
3) 지형도에 올라있는 ‘고양봉(顧養峰 524.6m)’은 충주시와 괴산군 군계를 지나는 가섭지맥에 솟아있는 봉우리다.
‘낳아서 기른(養) 지난 날을 생각해서(顧)’일까?
가곡 ‘옛동산에 올라’가 떠올랐다.
‘♬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4) ‘숯골고개’는 산골마을 ‘숯골(충주시 탄용리)’에서 괴산군 불정면으로 넘어다니는 고개이다.
‘탄용리(炭用里)’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시 ‘탄동과 소용’에서 한 자씩 따왔다.
‘숯골’은 이 지역에서 숯을 생산해서이고, ‘탄동(炭洞)’은 이를 한자화하다보니 생긴 이름.
나는 이 고개에다 ‘탄동치(炭洞峙)’란 표지기를 매달았다.
5) ‘탄동치’고개에서 한차례 가쁜 숨을 몰아쉬면 ‘앞산(446.7m)’에 올라서게 된다.
‘앞산’은 말그대로 마을(숯골) 앞으로 올려다 보이는 산이어서다.
6) 이제 가섭지맥은 서서히 남진을 하며 2차선 아스팔트인 ‘525번 지방도(창현로)’에 내려서게 된다.
충주시와 괴산군을 연결하는 ‘대간치(大間峙 308.9m)’다.
‘대간치’는 큰고개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대간재·대한티·큰한티·큰안티’ 등으로도 불리고 있고, 또 괴산으로 통하는 고개라서 ‘괴산통로’라고도 불린다.
대간치 아래에는 큰한터골 골짜기가 있다.
‘달천(達川)’과 ‘음성천(陰城川)’이 합류하는 남서쪽 남한강변의 ‘목도리’는 조선시대 조창(漕倉)이 있었던 중요한 나루터로서 달천을 이용하여 충주목과의 사람과 물자수송이 활발했던 곳이기도 하다.
‘달천’은 속리산에서 발원하여 괴산군과 충주시를 가로질러 남한강에 합류하는 123km의 하천으로서 중간에 괴산호가 있다.
7) 대간치에선 휀스를 피해 묵은 산판길로 능선에 접속한 뒤 ‘풍류산’에 올라섰다.
‘풍류산(風流山 483.6m)’은 경치가 아름다워 놀기에 좋다고 불리게 되었고, 또 선녀가 놀고 갔다는 ‘포모대(抱母臺)’가 있어 풍류남아들이 선녀를 보러 모여들었다는 것.
잡목 무성한 육산의 풍류산에서 풍류를 하며 노닐 만한 선유(仙遊)의 ‘포모대’는 보이지 않았다.
-「풍류산 포모대」의 주요 모티프는 신선사상과 관련된 전설로서 2002년 충주시에서 발간한 『충주의 구비문학』에도 수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지형도에는 ‘355.4m 풍류산’이 또 있고, 그래서그런지 이 봉우리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도 있었지만 신빙성이 적어 보였다.
네이버에 ‘풍류산’을 검색하면 “괴산 불정면 달천 북쪽에 있는 산으로 능선은 서북쪽으로 앞산·고양봉·상봉·자주봉과 연결되며 사현리 삼거리에서 끝이난다”라고 이 ‘483.6m풍류산’을 설명하고 있다.
8) 맥이 다해가는 가섭지맥을 따라 남진하다보면 잘록한 ‘지문령’에 이르게 된다.
‘지문령(池門嶺 235m)’은 ‘하문리 지문’에서 ‘조창’이 있었다는 ‘창산리’로 넘어다니는 고개.
지문령을 넘지 않으면 달천을 따라 빙빙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하천(달천)이 커다란 저수지(池)로 보였을까, 그래서 ‘지문(池門)’이란 이름이 붙은 듯하다.
9) 지문령에서 휘돌아가는 달천의 반도형 지형으로 올라서면 ‘풍류산’이다.
지형도에 올라있는 ‘풍류산(355.4m)’이지만 ‘483.6m 풍류산’에 비해 낮다.
이제 10여km의 거친 산길은 여기서 끝이나고, 동시에 가섭지맥도 맥을 다한다.
‘가섭지맥’은 부용지맥 ‘등구맥이산’ 옆에서 분기하여 ‘숯고개-가섭산-어래산-쇠실고개-고양봉-풍류산’을 거쳐 괴산군 불정면 하문리 달천에서 맥을 다하는 약 34km의 산줄기.
이번 산행코스는 유독 봉우리가 많아 봉꾼들에겐 희색(喜色)이 만면(滿面)했을 것이다.
봉우리는 모두 ‘카카오맵’에 올려져 있고, ‘네이버지도’와 지형도엔 두 봉(고양봉·풍류산)뿐이다.
07:30에 출발한 산악회 버스는 오늘이 두 번째 대차(貸車)인 ‘희망고속버스’.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삐~삐~’경고음이 들려 졸음쉼터에서 확인해보니 차량 라디에이터 호스가 터진 것.
임시 처방을 하였으나 내내 말썽을 일으켜 한 시간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정상적인 산행이 될까하였으나 두 다리에 고속엔진을 장착할 수밖에.
대간치에서 중도 포기한 일행이 우리를 쳐다보며 대단하다는 시그널을 보낼 때, 내가 뱉은 말 “썩어도 준치 아녀~”였다.
육산에다 잡목 우거진 낙엽깔린 산길을 바짓가랑이로 쓸며 오르내린 것만 기억에 남는데, 내내 걸음을 맞춘 八八한 권형님이 하신 말씀은 “아~기분 참 좋다~”였다.
이는 '구구팔팔일만봉'이 형님의 산행 목적이기 때문이었을 것.
<11:38> 시간이 에러가 났다. 정확한 시간은 이보다 30분이 빨리 간다.
갑자기 내려간 기온은 괴산군의 최저기온이 0도. 엔진을 열자 라디에이터 호스에서 김이 뿜뿜 뿜어져 나온다.
인근 화물차에서 테이프를 얻어 장갑을 끼워 임시처방으로 칭칭 동여맸다. 나이롱 기술자는 오랜만에 참여한 권순택 씨.
그곳은 '문경(양평) 졸음쉼터'.
임시처방을 한 뒤 출발하자 잠시 경고음이 들리지 않더니 또다시 ㅃ삐삐~. 라지에이터에 물을 보충할 때 에어를 빼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12:05> 그래서 다시 카센터에 들어와 물을 보충하려하였지만 수도꼭지에선 물이 나오지 않는다.
<12:54> 삐삐 들리는 경고음을 들으며 들머리인 '사현마을'에 도착을 하였다.
마을 뒤로 오르는 길은...
산위로 향하는 농로.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시설작물이 있는 밭으로 올라...
<12:58>정지작업 중인 구간을 지나 묘지를 둘러 송전탑으로 오르게 된다.
갑작스런 추위에 움추린 들국화.
묘원을 우측으로 끼고 울타리를 따르자...
<13:03> 철탑을 통과하게 되고...
<13:23> 20여분 만에 자주봉에 올라서게 된다.
글자가 지워진 백판때기에 매직을 끄집어내 '紫朱峰 350'이라 적었다.
<13:36> 조금 더 진행하자 육산의 산세에 귀한 바위를 보게 된다.
'비파산(琵琶山 405.6m)'이라고도 한다는데, 이 바위에서 비파를 켜고 놀았을까, 아님 비파를 닮아서일까?
낙엽을 쓸며 동릉을 이어가자...
<14:07> 가섭지맥의 상봉에 올라서게 된다.
"형님 간단요기라도 하고 갑시다".
형규 씨한테 얻은 '조니워커'에다 '진로토닉워터'로 칵테일을 해 정상주를 하였더니 맛은 짱이요, 기분은 최고조다.
<14:27>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는 고양봉에 올라 형님께 카메라를 건네 인증을 하였다. "아직 시력이 좋슴다."
오늘의 최고봉인 고양봉.
이제 내리막을 내려서자...
<14:38> 몇 발자국 앞서가던 '박시'님의 발걸음이 차츰 빨라지더니 이후 '박시'님의 뒷모습은 볼 수 없었다.
<14:40> '숯골고개'에 내려서 '炭洞峙(탄동치) 375'란 표지기를 걸었다. 탄동치는 숯골고개의 한자화된 이름.
<14:53> 다시 올라서자 카카오맵에서 가리키는 '앞산(446.7m)'.
낙엽을 바짓가랑이로 쓸며...
차츰 고도를 낮추었더니...
햇살바른 맞은편 산에 추색이 물들고 있다.
<15:12> 일군의 가족묘지를 지나며...
능선을 내려서자...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임도를 만나...
민가가 있는 방향을 따랐더니...
<15:18> 아스팔트 도로.
휘어지는 고개는 충주와 괴산을 가르는 '대간치'이다.
<15:20> 괴산군 방향 도로의 낙석방지 휀스를 피해 좌측 화살표 방향 임도급 산길로 접어 들었다.
쓰레기 단속 안내판 밑에 '大間峙' 표지기를 건 뒤...
화살표 방향 묵은 산판길로 올랐다.
<15:25> 이 길은 온통 낙엽이 깔린 사면길로서 맞은편 모롱이를 돌아...
우측사면으로 비스듬히 꺾으며 다시 휘어지고 있다. 나무를 베어낸 뜻은 무엇일까?
베어낸 나무를 그냥 방치해 둔 걸로 보면 길을 낸 건 아닐 터.
<15:30> 지능에 올라서 뒤따르는 형님을 돌아 보았다.
이젠 다소 반듯한 능선을 따라...
<15:49> 풍류산(483.6m)에 올랐다. 선녀가 노닐었다는 ‘포모대(抱母臺)’는 어디 있능감? 낙엽깔린 육산에 전설만 나뒹굴고 있다.
내려서는 펑퍼짐한 능선에 뱀그물인 듯한 그물이 이어지며...
산길을 안내하고 있다.
능선이 뚜렷하지 않고 잡목과 낙엽만이 나뒹구는 산길에서...
뱀그물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
잘록이에 내려선 곳은...
<16:14> 지문령 고개다. 휘돌아가는 달천을 질러가는 문(門)인 셈이다.
<16:51> 다시 30여분을 넘게 힘을 쓰자 풍류산에 오르게 된다.
서낭당에 연걸리듯 덕지덕지 매달린 풍류산 표지기. 가섭지맥이 달천에 몸을 푸는 곳이니 산꾼들도 그만큼 발품을 팔았으리라.
마지막 풍류산 산정의 지형지물인 케언 앞에서 "형님, 돌아서 보세요"
내려서는 길은 고정밧줄이 안내하는 내림길.
<17:03> 어느덧 해는 기울어지고, 가을빛에 물든 산하(山河)가 눈아래 펼쳐진다.
묘지가 있는 개활지를 내려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더니 임도가 지나는 게 보인다.
<17:07> 나는 능선 좌측으로 돌아 묘지가 있는 개활지 아래로 내려가...
뒤돌아 보니 석주가 있는 무덤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우리는 그 아래로 내려선 것.
임도에 내려서 위쪽으로 조금 올라 보았더니 햇살이 눈부신 돌담으로 만든 문이 능선을 가르고 있다.
성을 쌓듯 커다란 돌을 쌓아 지붕을 얹은 이 문은 흡사 성문(城門)을 닮았다. 산짐승들의 이동통로는 아닌 듯한데.
<17:10> 포장 임도에 내려서...
은행잎 나뒹구는 포장 도로를 따라...
여유로운 걸음을 걷는다.
내림길 맞은편 봉우리가 가을 햇살을 한껏 받고 있어 확인해 보니 '긴별산(404.1m)'이다.
구절양장(九折羊腸) 굽이도는 도로는 속리산 '말티고개'를 닮았고, 지리산 '오도재'를 닮았다.
<17:17> 굽이도는 도로 옆에 정자가 우뚝 서있어...
가까이 다가가 현판을 살펴 보았더니 '九老詩仙亭(구로시선정)'이다. 아홉 늙은 시선(詩仙)들이 시를 읊은 정자이다.
칠언율시(七言律詩)로 쓰여진 9편의 시들을 두서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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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소(都拜所)'는 순흥 안씨의 묘역으로 산소를 바라보며 절하는 장소(望拜壇)라는 말.
<17:22>무량약수사 안내판이 있는 큰도로에 내려섰다.
'중산안동준선생신도비'.
비석에 빽빽히 쓰여진 글귀. 순흥안씨선영, 망배단도배소, 구로시선정, 망선재실, 香癸堂(향계당), 궁사장.
아스팔트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17:28> 하문리 표석 앞에서 산행은 끝이난다.
차량이동 후 자주 찾는 '김천 다담뜰 뷔페'로 왔다.
버스가 탈이 나는 바람에 산행이 늦어졌고, 또 김천까지 차량이동하는 바람에 이미 어둠이 내려 앉았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폭풍 흡입한 술·밥.
사상터미널에선 용원가는 버스(21:50)가 끊겼을 테고, 그렇다면 하단에서 동아여객 막차(23:05)를 타야한다.
그래서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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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한 마음을 추슬리다 ‘순리(順理)’란 단어를 떠올렸다.
“그래, 싫든 좋든 다 받아들이는 거야.”
한결 편안해졌다.
“物順來而勿拒(물순래이물거)하고, 物旣去而勿追(물기거이물추)
모든 일은 순리(順理)로 오거든 물리치지 말고, 이미 지났거든 쫓지 말며
身未遇而勿望(신미우이물망)하고, 事已過而勿思(사이과이물사)하라
몸에 닥치지 않았거든 바라지 말고, 일이 이미 지났거든 생각하지 말라.”
「명심보감 정기편」
첫댓글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행복한 일요일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