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회[지정시 30편 ] 詩사랑 전국시낭송경연대회
[ 시가 흐르는 이곳에 ]
시사랑신청서 (12).hwp
135.50KB
목차
1, 산은 알고 있다 / 신석정
2.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 이근배
3. 자화상 /서정주
4. 신록新綠 /서정주
5.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 이기철
6.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든가 / 이기철
7. 마흔 살의 동화 / 이기철
8. 님의 침묵/ 한용운
9.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10. 사랑의 존재 / 한용운
********************
11. 천자봉 / 신승희
12. 갯바위 / 신승희
13. 어머니의 강/ 신승희
14. 비화飛花 / 신승희
15. 우리의 등을 본다 /신승희
16.웅천읍성 / 신승희
17.백년 약속 / 신승희 (결혼축송)
18.곰메바위 아리랑! /신승희
19.바람의 언덕에서 / 신승희
20.모정母情 / 신승희
**********************
21. 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22. 갈보리의 노래 / 박두진
23. 마법의 새 / 박두진
24. 청산도 /박두진
25. 행복 /유치환
26.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27. 얼굴 /박인환
28. 천년을 두고 흐르는 강/한석산
29. 연가 : 정일근
30. 가죽나무 / 도종환
1. 산은 알고 있다 / 신석정
산은 어찌보면 운무雲霧와 더불어 항상 저 아득한
하늘을 연모戀慕하는 것 같지만 오래 오래 겪어온
피 묻은 역사의 그 생생한 기억을 잘 알고 있다.
산은 알고 있다.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리고 그 기나긴 세월에
묻어간 모든 서럽고 빛나는 이야기를
너그러운 가슴에서 철철이 피고 지는
꽃들의 가냘픈 이야기보다도 더 역력히 알고 있다.
산은 가슴 언저리에 그 어깨 언저리에 스며들던
더운 피와 그 피가 남기고 간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마련하는 역사와 그 역사가 이룩할
줄기찬 합창合唱소리도 알고 있다.
산은 역력히 알고 있는 것이다.
이슬 젖은 하얀 촉루髑髏가 딩구는 저 능선稜線과
골짜구니에는 그리도 숱한 풀과 나무와 산새와
산새들의 노랫소리와 그리고 그칠 줄 모르고 흘러가는
시냇물과 시냇물이 모여서 부르는 노랫소리와
철쭉꽃 나리꽃과 나리꽃에 내려앉은 나비의 날개에 사운대는
바람과 바람결에 묻혀가는 꿈과 생시를 산은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산은 우리들이 내일을 믿고 살아가듯
언제나 머언 하늘을 바라보고 가슴을 벌린 채
피 묻은 역사의 기록을 외우면서 손을 들어
우리들을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산이여 !
나도 알고 있다.
네가 역력히 알고 있는 것을
나도 역력히 알고 있는 것이다.
2.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 이근배
새들은 저희들끼리 하늘에 길을 만들고
물고기는 너른 바다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데
사람들은 길을 두고 길 아닌 길을 가기도 하고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길이 있다.
산도 길이고 물도 길인데
산과 산, 물과 물이 서로 돌아누워
내 나라의 금강산을 가는데
반세기 넘게 기다리던 사람
이제 봄, 여름, 가을, 겨울
앞다투어 길을 나서는구나
참 이름도 개골산, 봉래산, 풍악산
철 따라 다른 우리 금강산
보라, 저 비로봉이 거느린 일만 이천 묏부리
우주 만물의 형상이 여기서 빚고
여기서 태어났구나
깎아지른 바위는 살아서 뛰며 놀고
흐르는 물은 은구슬 옥구슬이구나
소나무, 잣나무는 왜 이리 늦었느냐 반기고
구룡 폭포 천둥소리 닫힌 세월을 깨운다.
그렇구나
금강산이 일러주는 길은 하나
한핏줄 칭칭 동여매는 이 길 두고
우리는 너무도 먼 길을 돌아왔구나
분단도 가고 철조망도 가고
형과 아우 겨누던 총부리도 가고
이제 손에 손에 삽과 괭이 들고
평화의 씨앗, 자유의 씨앗 뿌리고 가꾸며
오순도순 잘 사는 길을 찾아왔구나
한 식구 한솥밥 끓이며 살자는데
우리가 사는 길 여기 있는데
어디서 왔느냐고 어디로 가는 냐고
이제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3.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4. 신록新綠 /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한번 날 -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폴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 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5.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 이기철
내 몸은 낡은 의자처럼 주저앉아 기다렸다
병은 연인처럼 와서 적처럼 깃든다
그리움에 발 담그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찍 안 사람은 현명하다
나, 아직도 사람 그리운 병 낫지 않아
낯선 골목 헤맬 때
등신아 등신아 어깨 때리는 바람 소리 귓가에 들린다.
별 돋아도 가슴 뛰지 않을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꽃잎 지고 나서 옷깃에 매달아 둘 이름 하나 있다면
아픈 날들 지나 아프지 않은 날들로 가자
없던 풀들이 새로 돋고 안 보이던 꽃들이 세상을 채운다
아,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삶보다는 훨씬 푸르고 생생한 생
그러나 지상의 모든 것은 한 번은 생을 떠난다
저 지붕들, 얼마나 하늘로 올라가고 싶었을까
이 흙먼지 밟고 짐승들, 병아리들 다 떠날 때까지
병을 사랑하자, 병이 생이다
그 병조차 떠나고 나면, 우리
무엇으로 밥 먹고 무엇으로 그리워할 수 있느냐
6.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든가 / 이기철
언제 삶이 위기가 아닌 적 있었든가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뿐이다.
돌의 냉혹, 바람의 칼날,
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생의 질량 속에 발을 담그면
몸 전체가 잠기는 이 숨 막힘
설탕 한 숟갈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 앞에 무릎 꿇은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음 소릴 낸 적 있었든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드러낸 적 있었든가
목조계단처럼 쿵쿵거리는,
이미 내 친구가 된 고통들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시키지는 못한다.
내려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이 끼니라고 말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힘으로 밥 먹고
수심의 디딤돌을 딛고 생을 건너간다.
아무도 보료 위에 누워 위기를 말하지 말라
위기의 삶만이 꽃피는 삶이므로
7. 마흔 살의 동화 / 이기철
먹고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부는 바람 따라 길 떠나겠네
가다가 찔레꽃 향기라도 스며오면
들판이든지 진흙땅이든지
그 자리에 서까래 없는 띠집을 짓겠네
거기에서 어쩌다 아지랑이 같은 여자 만나면
그 여자와 푸성귀 같은 사랑 나누겠네
푸성귀 같은 사랑 익어서
보름이고 한 달이고 같이 잠들면
나는 햇볕 아래 풀씨 같은 아이 하나 얻겠네
먹고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내 가진 부질없는 이름, 부질없는 조바심,
흔들리는 의자, 아파트 문과 복도마다 사용되는
다섯 개의 열쇠를 버리겠네
발은 수채물에 담겨도 머리는 하늘을 향해 노래하겠네
슬픔이며 외로움이며를 말하지 않는
놀 아래 울음 남기고 죽은 노루는 아름답네
숫노루 만나면 등성이서라도 새끼 배고
젖은 아랫도리 말리지 않고도
푸른 잎 속에 스스로 뼈를 묻는
산노루 되어 나는 살겠네.
8.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9.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10. 사랑의 존재 / 한용운
사랑을 사랑이라고 하면, 벌써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을 이름지을 만한 말이나 글이 어디있습니까.
미소에 눌려서 괴로운 듯한 장미빛 입술인들
그것을 스칠 수가 있습니까.
눈물의 뒤에 숨어서 슬픔의 흑암면(黑闇面)을 반사하는
가을 물결의 눈인들 그것을 비칠 수가 있습니까.
그림자 없는 구름을 거쳐서, 메아리 없는 절벽을 거쳐서,
마음이 갈 수 없는 바다를 거쳐서 존재? 존재입니다.
그 나라는 국경이 없습니다. 수명은 시간이 아닙니다.
사랑의 존재는 님의 눈과 님의 마음도 알지 못합니다.
사랑의 비밀은 다만 님의 수건에 수놓는 바늘과,
님의 심으신 꽃나무와, 님의 잠과 시인의 상상과
그들만이 압니다.
11. 천자봉 / 신승희
천자의 꿈이 깃든 비경의 산
전설은 황금빛 옥새를 품은 듯
천년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한,
염라대왕 명을 빌어 천자봉 연못 아래
어느 주 씨집 마을에 태어나
훗날 명나라 주원장이 되었다는
초대 황제의 전설이 흐르는 이곳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 올라
천자 바위에 앉아 하늘을 보니
나는 구름 속, 아주 작은 구름이요.
바람 속 흐르는 작은 바람이라
한 점 구름도 한 점 바람도 나인 것을
세상사 모두가 바람과 구름의 연인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랴
운무는 비단처럼 천자 바위에 누워
명산 마루 비밀을 나직이 노래하고
내려다보는 바다는 푸르른 심연
그 천년의 가슴 어디로 흐르는 것일까.
아, 하늘 아래 높디 높은 천자봉은 알리라
산은 바다를 꿈꾸고, 바다는 산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
12. 갯바위 / 신승희
여기 한 번도 부서지지 않은 갯바위가
끝없이 부서지는 파도를 품으며
고요한 침묵 속에 서 있다
이것이 어미다
수없는 세월 수없는 일출
수없는 일몰 끝없는 침묵
안으로 삼킨 채 강인한 척하는
이것이 어미다
바람의 칼날 앞에
소금기 묻은 짜디짠 손으로
“철썩” 사정없이 때리는 삶의 파도
눈 한번 제대로 흘겨보지 못하고
침묵의 수호자로 서 있는
이것이 어미다
그러나 아가야!
세상에서 가장 여리고
눈물 많은 여자가 어미란다
수면 아래 해초들의 삶을 보듬어야 하기에
이것이 오직 어미의 마음이기에
나의 장막 역동적 깊은 곳에는
천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갯바위 하나 우뚝 서 있다는 것을
아가야 알겠느냐...
13. 어머니의 강/신승희
어머니!
혹한 바람이 내 창을 두드리는 겨울밤엔
다문다문 잊었던 당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난밤 꿈속에서 당신을 만나
한없이 울었던 기억도 깨어나 보니
이유도 없이 그냥 슬퍼서입디다.
어찌 그리도 서럽던지
아직도 그 설움, 채 가시지 않은지라
노인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문풍지 유난히 울던, 그해 겨울을 잊지 못합니다
푸른 별빛 스며드는 시린 문살엔
한지의 설움이 노래하고
새끼줄 묶은 누런 초가지붕 아래
장작불 지피고도 추울세라
겉치마 하나 훌훌 말아서
문지방 막아 놓으시던 어머니
그 빛바랜 치맛자락
새삼 눈앞에서 흘러내립니다.
어머니, 오늘 같은 추운 밤이면
부르기에도 목이 메오는 당신
반딧불 같은 기억 저편
바느질로 지새우던 섣달의 긴긴밤
애야 바늘귀 좀 끼워다오
등잔불 밑에 희미한 당신
이토록 가슴 저미게 하십니까.
평소, 인생무상이다
내 손이 내 딸이구나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 건지 그땐 몰랐지만
살아갈수록 되새겨지는 깊은 영혼의 파장
굳이, 그 음성 귀 기울이지 않아도
시시때때로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살 속 깊이 파고든 무심의 강
그 무심한 등살에 밀려 그 소녀 역시도
바늘귀 좀 끼워 달라 시던 당신처럼
어느새 그 자리를 바라보는 언덕에 섰습니다.
그 무심이란 세월 한 모퉁이를 돌아
이 제사 알 것 같다는 말을 할 무렵
이미 살 속 깊이 전이된 세월 덧없음을
어머니, 어머니 당신은
그때,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14. 비화飛花 / 신승희
누가 너의 눈물을 아름답다고 했든가
거문고의 선율 같은 몸짓으로
신화의 선녀 같은 옷깃으로
무리 진 나비의 날갯짓으로
가는 곳 어딘지 몰라도 아름다운 작별
천 년이 흐른 들 너의 마음 어찌 알랴
바람의 냉 혹, 떨고 있는 숨결들
한가락 음률의 신음들을 누가 그리도 아름답다 했든가
허공에서 허공으로 어디로 가서 머물지 몰라도
싸늘한 흙 위에 싸락눈, 너의 이름은 비화飛花
숙명은 너를 내몰아 계절의 역사를 만들고
찬 서리 튼 살, 새의 발톱 자국
혹독한 긴 겨울 망울망울 잉태한 산고의 인내를
어찌 그리도 쉽게 보낼 수 있으랴
달무리 지는 저녁 답 파릇이 적시는 빗소리
분홍빛 연정 사월이 걷는 소리
오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소리, 노파의 기침 소리
애수의 잠기는 어느 시인의 미학적 선율
창백한 노을 앞에 식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차마, 누가 꽃답다고 했든가
너의 이별의 몸부림까지도.
15. 우리의 등을 본다 /신승희
동정(同情)의 아침 시월!
한 잎의 삶, 우리의 등을 본다.
새벽은, 잠든 도시의 밤을 몰아내고
창틈으로 숨어드는 소음은
숨 가쁜 하루를 여는 삶의 범종 소리
저만치서 폐지를 실은 리어카 한 대가
무겁게 신작로를 건너가고 있다.
가지 끝에 걸린 하현달 아래
서리 맞은 머릿결 부스스한 아침도
맥박이 뛰는 한, 삶의 꽃이 아니겠는가.
백발 걸음, 끙끙대는 가로수 길 따라
등 굽은 노파의 허리 아래는
누군가 쉽게 버린 폐지가 반갑다.
우수수 서걱서걱 분분한 시월!
어느새 희미한 새벽은 건너가고
아무도 없는 썰렁한 낡은 벤치
몇 잎의 가을 엽서 뒹구는 바람결에
머플러를 두르고 옷깃을 세워도
살갗을 스치는 소설 한 이 기온
밤새 떨어진 허무의 갈색 노래는
유튜브 채널마다 생을 노래하고
시월 음반이 흐르는 바스락 길목에서
누가 누구를 동정(同情)하는 노래일까.
아스라이 멀어지는 리어카 뒷모습에서
한 잎의 삶, 우리의 등을 본다.
16.웅천읍성 / 신승희
삼포왜란 三浦倭亂 그 발자취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
동문에 견용루見龍樓
서문의 수호루睡虎樓
남문의 진남루鎭南樓
객사 문루인 정해루靖海樓
세종실록의 역사가 흐른다
오백 년 사직, 충혼이 서린 이곳
돌성을 쌓기까지 오랜 세월!
무어라 한 서린 전설만 남긴 채
옛 성터는 보이지 않고
성벽에 흐르는 묵언의 흔적들,
왜 세의 말발굽에 짓밟힌 황톳길
그 성벽 밑으로 나부끼는 몇 잎의 가을 엽서
듬성듬성 서곡이며 우는 바람은
동문, 서문, 남문, 북문을 두드리고 있다
어둠 풀리는 서녘 하늘가
저 –담청빛 바다는 곱기만 한데
안골포 왜성 위로 나르는 한 줄 기러기는
충무공의 호각 소리를 기억하고 있을까
견용루 見龍樓 서녘 하늘 유적지에서
웅천읍성 옛 노래를 띄워 본다.
17.백년 약속 / 신승희 (결혼축송)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그 내일도
당신의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햇살 가득한 날이나 비구름 걷는 날이나
달밤이나 그믐밤이나, 별은 그 속에서도 반짝이고 있듯이
변함없이 나는 당신 곁에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금의 젊음과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지나 먼 후일 백 년 강가에서
당신의 작은 꽃잎마저도 존중하며 사랑할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연미복을 입고
둘이 하나로 태어나는 이 순간 이날을
나는 매년 수첩에 기록하겠습니다.
좋은 날에 장밋빛 좋은 날에
청실홍실 꿈을 가득 실었습니다.
인연이란 하늘의 뜻이요 땅에 축복이니
감사의 절을 어찌 올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마주 보는 눈동자 백 년 강가에서
오직, 소중한 나의 한 사람 손을 잡고
이 푸르른 풀밭, 한창이던 꽃잎을 새며
먼 훗날 억새꽃 필 때까지
당신과 영원히 함께 거닐 것입니다.
18.곰메바위 아리랑! /신승희
어둠 속에 전설은 더욱, 선명하다
한줄기 영롱한 빛을 따라
전설은 서투른 날갯짓으로
초저녁 흘리는 달빛 아래 퍼덕이고 있다
눈길 닿는 저곳, 영혼마저 걸린 달빛으로 서서
그리워 저물지 못한 저 산마루 시루봉
오백 년 아리랑이 허공에 가슴을 푼다.
웅산 정상에서 흐느끼는 달빛
침묵은 무거워 흐느끼는 볼에 눕고
비련의 아천자, 전설에 감기운 채
희끄무레 스치는 작은 바람들
태어난 자리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우뚝 솟은 시루봉이 소리치고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밤하늘 곰메가 부르고 있다
조선이라는 태를 두르고 순종의 무병장수
명성황후 백일기도, 한 맺힌 역사가 전설 속에
흐느끼고 있다
곰메여
한마디 말도 없는 곰메여
웅산 정상에 묻힌 전설이여
외세의 말발굽에 짓밟혔던 아리랑이여
단 한 번, 흰 바람이라도 붙잡고
곰메의 가슴을 풀어놓고 싶지 않은가
명성황후도, 비련의 아천자도, 할배 할매도
넋이 감겨 우는 거암 시루봉 곰메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강물은 흐르고 있다
강물은 흘러도, 저 시리도록 푸른 별들
억만년 그 자리에 있었으리라
곰메여, 눈을 뜨고 말이다.
19.바람의 언덕에서 / 신승희
살아가는 것은 다 바람이다
생을 사랑한다는 것은 바람 속을 걷는 일이다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로, 흔들리는 갈대의 몸짓으로
장대비 같은 폭우 속에서 휘적이는 날개의 젖은 모습으로
가끔은 태풍에 쓰러진 잣나무의 굽은 등으로
때로는 해일이 스쳐 간 잔해 위에 아이의 울음으로
비틀대는 바람 속의 숨 가쁜 걸음걸음들
한때, 모국어도 바람에 쓸려갔다 되돌아오지 않았든가
민초에서, 천하의 진시황도 떠난 것은 바람이다
심산유곡 산새로 지저귀는 것도
바위 틈새 해풍을 먹고 사는 것도
한 잎 출렁이는 이파리같이 인연의 물결 따라 밀려왔다 밀려간다.
우리 모두 냉정한 바람에 실려 가는 구름, 구름들이다
이래 스치고 저래 스치는 구름, 구름들
이래 스치고 저래 스치는 바람, 바람들
저 하얗게 질색하는 절벽 밑 바위를 봐라
멋지고 잘생긴 수석의 볼을 철썩, 때리고도
그것도 모자라 흰 거품을 물고 사방을 흩트리며
성난 용의 몸부림처럼 꿈틀대며 달려드는 파도
이 세상, 바람으로 생기는 일이다
우리 모두 바람 앞에 돌아가는 언덕에 풍차일 뿐이다
20.모정母情 / 신승희
고이 접어 당신께서 주신 모시 홑이불
막내딸, 시집보낼 때 주신 보물이라고
장롱 속 깊이 간직했건만……
세월이 얼마나 흘렀으면 접어둔 자리마다
새겨진 당신의 말씀, 성서처럼 일어설까
손수 짜신 당신의 모시 한 필
그 굵은 올의 모시 한 필에는 먼 산 부엉이 울음도
귀뚜라미 울음도, 낙엽 지는 소리도, 당신의 노랫가락도
베틀 소리도 담겨있어, 아끼고 아낀 것이
삭고 삭아 이토록 적실 줄이야,
묵은 먼지 털어내고, 골 깊은 주름 다시 펴서
청옥 빛 저 햇살에 헹궈내어도 보지만
그곳엔 따스한 온돌방이 있고, 호롱불이 있고
동백기름에 은비녀 그리고 빛바랜 치마
산비탈 들국화 내음까지도 가득한 이 저녁
한 해 두 해 늘어나는 홀씨 같은 머리이고
백발 당신 앞에서 나무람을 듣습니다.
“자고로 여자는 살림을 잘해야 혀”
“시집가서 버릴망정 여자는 다 배워 가야 혀”
“그래야 시집가서 친정 부모 욕을 안 먹이는 겨”
모락모락 굴뚝의 연기같이 피어나는 말씀들
계절이 하나씩 바뀔 때마다 속담 같은 꽃잎으로
하나둘, 피면 시들고 시들면 핀다.
스마트 시대 좋은 이불들이 천지인데
창호지 문에도 어울리지 않을
삭아 흐늘거리는 이 모시 홑이불 하나
진정 버리지 못하는 나는
한 잎 추풍낙엽 되면 모를까
올올이 묻어있는 당신의 모성애를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21. 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22. 갈보리의 노래 / 박두진
마지막 내려, 덮는 바위 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 수가 있었는가.
뜨물 같은 치욕을 불붙는 분노를,
에어 내는 비애를, 물새 같은 고독을
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가 있었는가?
꽝 꽝 쳐 못을 박고
창끝으로 겨누고 채찍질해 때리고
입 맞추어 배반하고, 매어 달아 죽이려는
어떻게 그 원수들을 사랑할 수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강할 수가 있었는가.
파도같이 밀려오는, 승리에의 욕망을
어떻게 당신은 버릴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패할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약할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이길 수가 있었는가.
방울방울 땅에 젖은 스스로의 혈적으로
어떻게 만민들이 살아날 줄 알았는가.
어떻게 스스로가 신인 줄을 믿었는가.
커다랗게 벌리어진 당신의 두 팔에
누구 가 달려들어 안길 줄을, 알았는가
엘리,,,,,, 엘리,,,,,,엘리...,,, 엘리...,,,
스스로의 목숨을 스스로가 매어 달아
어떻게 당신은 죽을 수가 있었는가 신이여!
어떻게 당신은 인간일 수 있었는가 인간이여!
어떻게 당신은 신일 수가 있었는가
아! 방울방울 떨구어지는 핏방울은 잦는데
바람도 죽고 없고 마리아는 우는데
마리아는 우는데 인자人子여! 인자여!
마지막 쏟아지는 폭포 같은 빛줄기를
어떻게 당신은 주체할 수 있었는가.
23. 마법의 새 / 박두진
아직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너는 하늘에서 내려온
몇 번만 날개 치면 산골짝의 꽃
몇 번만 날개 치면 먼 나라 공주로,
물에서 올라올 땐 푸르디푸른 물의 새
바람에서 빚어질 땐 희디 하얀 바람의 새
불에서 일어날 땐 붉디붉은 불의 새로
아침에서 밤 밤에서 꿈에까지
내 영혼의 안과 밖 가슴속 갈피 갈피를
포릉대는 새여.
어느 때는 여왕으로 절대자로 군림하고
어느 때는 품에 안겨 소녀로 되어 흐느끼는
돌아설 땐 찬바람 빙벽 속에 화석 하며 끼들 끼들 운다.
너는 날카로운 부리로 내 심장의 뜨거움을 찍어다가
벌판에 꽃 뿌리고 내가 싫어하는 짐승 싫어하는 뱀들의
그것의 코빼기를 발톱으로 덮쳐
뚝뚝 뜯은 피를 물고 되돌아올 때도 있다.
너는 홀로 쫓겨 숲에 우는 어린 왕자의 말이다가
밤마다 달빛 섬에 홀로 우는 학이다가
오색 훨훨 무지개 속 구름 속의 천사이다가
돌로 치는 군중 속의 피 흐르는 창녀이다가
한 번 맡으면 쓰러지는 독한 꽃의 향기이다가
새여.
느닷없이 얼키설키 영혼을 와서 어지럽혀
나도 너를 알 수 없고 너도 나를 알 수 없게
눈으로 서로 보면 눈이
넋으로 서로 보면 넋이
타면서 서로 아파 깊게 깊게 앓는,
서로, 오래 영혼끼리 꽃으로 서서 우는
서로 찾아 하늘 날며 종일을 울어예는
어쩔까. 아 징징대며 젖어오는 울음
아직도 너를 나는, 사랑하고 있다.
24. 청산도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어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 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 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티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너머,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25.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 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이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뜻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 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므로 나는 진정 행복 하였네라
26.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 이였음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 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 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27. 얼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무엇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눈매를 닮은
한마리의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엇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에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담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잊어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28. 천년을 두고 흐르는 강/한석산
바람 이는 강기슭에 닻 거두는 하얀 나룻배 한 척
속살 환히 꿰 비친 얼음장 밑바닥
역사의 신음소리 뒤척이는 어기찬 깊은 물속
웅크린 조룡대(釣龍臺) 바위 시린 놀 빛 씻어 낸다.
말을 잃은 샛강이 쩡쩡 말문을 트는
구드래 나루 갈대숲에 지피는 불씨 하나
꽃 피고 물새 지저귀는 생명이 이울던 자리
내 어린 날의 발자취가 서린 추억어린 강변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득히 먼 지나온 길
천년을 두고 흐르는 물같이
제가끔 등짐 진 채 들고 나는 풀꽃 같은 민초들
삼천궁녀 넋이 흐느끼는 백마강 풀리는 기미에
외세의 말발굽에 짓밟혀 지도에서 지워진 나라
백제 왕조의 혼이 깃든 부소산성 피가 돈다.
29. 연가 : 정일근
허락하신다면 사랑이여
그대 곁에 첨성대(瞻星臺)로 서고 싶네.
입 없고 귀 없는 화강암 첨성대로 서서
아스라한 하늘 먼
별들의 일까지 목측으로 환히 살폈던
신라 사람의 형형한 눈빛 하나만 살아
하루 스물네 시간을, 일 년 삼백예순 닷새를
그대만 바라보고 싶네.
사랑이란 그리운 사람의 눈 속으로 뜨는 별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밤하늘의 별이 되어
저마다의 눈물로 반짝이고,
선덕여왕을 사랑한 지귀의 순금 팔찌와
아사달을 그리워한 아사녀의 잃어버린 그림자가
서라벌의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로 떠오르네.
사랑아, 경주 남산 돌 속에 숨은 사랑아,
우리 사랑의 작은 별도 하늘 한 귀퉁이 정으로 새겨
나는 그 별을 지키는 첨성대가 되고 싶네.
밤이 오면 한 단 한 단 몸을 쌓아
하늘로 올라가 그대 고운 눈 곁에 누운
초승달로 떠 있다가
새벽이 오면 한 단 한 단 몸을 풀고 땅으로 내려와
그대 아픈 맨발을 씻어주는 맑은 이슬이 되는.
사랑아, 경주 남산 돌 속에 숨은 사랑아,
30. 가죽나무 / 도종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 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
잘라 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행사요강* - 심사 규정- ◆참가부문 : 성인 부 (대학생 이상 성인 남녀 ) ◆참가 규정 : 지정 詩 30편 중 : 본선 대회 진출 ◆참조; 한국명시낭송가협회 카페 詩 사랑경연 대회 방 참조 ◆낭송 기준 : 배경음악, 악기, 소품 등 제외 ◆접수방법 : e-mail : bok4239 @hanmail.net ◆<신청서 다운로드하기> 행사 시 제방 상단에 있음 ◆증명사진 : 1매 (제12회 시 사랑 책자에 실을 증명사진) ◈신청 기간 ---- 2025 4. 1. ~ 2025. 5. 10. 까지 ◈예선 ----시제: 본인이 선정한 지정 시 및, 자유 시를 스마트폰 녹음으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본선 ----(본선 진출) 예선 통과자 30명은 멜, 문자로 통보함. ◈대회용 시는 반드시 본 홈페이지 및 카페 시 낭송 경연대회 방 올려놓은 원문을 확인하시고 지정 시 30편 중에서 선택하셔서 신청서와 함께 보내 주시면 됩니다. **심사기준** *발음 정확도 *소리(가)의 예술적 표현 *시의 색감, 시의 맥박, 감정표현, *여백, 고저장단, 호흡 심층의 기법, *시제 리듬과 음의 속도 및, 포즈 *시제와 매치되는 의상, 무대 예절, 감동 치수 ---종합평가 --- ◆대회 시 주의할 점 ◈시제를 3자 이상 놓치는 자는 감점 처리됩니다. ◈시제를 5자 이상 놓치는 자는 탈락 처리 됩니다. ◈발음이 잘 들리지 않는 부적절한 경우에도 탈락 처리됩니다. ◈시제는 반드시 본 카페에 올려놓은 원문을 확인하시고 그중에서 선택 하셔서 신청서와 함께 보내 주시면 됩니다. ◯참가비 30,000 법인통장 농협 계좌번호:351-1101-7385-43 ◈참가자들은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문의 전화: 055-547-5767 ☞ H.010-5373-6678 ☞ H. 010-4508-6529 |
☆☆☆☆☆☆☆ 시상 부분☆☆☆☆☆☆☆
◈대상: 1명 ☆창원 시장상. 1명 ☆(공익법인)한국명시낭송가협회 소리 예술 문화원 상.
<상패. 상장. 인증서 뱃지>
◈금상 : 2명 ☆국회의원상. ☆소리 예술 문화원 상 <상패. 상장. 인증서>
◈은상 : 4명 ☆소리 예술 문화원 상 ☆ <상패. 상장. >
◈동상 : 5명 ☆소리 예술 문화원 상 <상패, 상장>
◈장려상 : ☆4명 소리 예술 문화원 <상패 상장 >
◈참가하신 분들은 회원 신청을 하시면(사)한국명시낭송가협회 뱃지를 드립니다.
◈입상하신 분들은/ 전문 시 낭송 지도사 자격증 이론과 필기시험 기회를 드립니다.
◈입상하신 분들은/ 시 낭송 가을 콘서트 출연 및 본 문화센터 초청 출연 기회를 드립니다.
◈동점일 경우 상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다음 카페 참조 /지정시 30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