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전술 테크닉

[무명자]

'속단하지 마라, 상황이 닥치면, 인간은 어떻게든 바뀔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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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심리학 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20세기 인물이 누군지 아시나요?

지금 여러분들의 머릿 속에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떠오르고 있겠지만, 아마도 그들은 정답이 아닐 거에요.

하지만, 질문을 달리 한다면, 여러분들 대다수가 정답을 맞추실 수 있을 겁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 20세기 괴물이 누군지 아시나요?

Yes, he is...

아돌프 히틀러 (Adolf Hitler, 1889.4.20~1945.4.30)

 

현대의 학자들이라면, 독일인의 본성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습니다.

그런 관점은,

나치의 인종청소(Ethnic Cleansing)가 행해졌던, 일본군의 무분별한 우생학 실험이 자행되었던 20세기 초중반에

이미 제국주의와 패망과 함께 종결되었지요.  

제 2차 세계대전 이 후,

나치의 무자비한 대량 학살(Genocide) 행위에 큰 충격을 받은 서구 사회에서, 

연구와 논의를 거듭하던 사회 심리학자들이 내 놓은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황이 성자와 괴물을 만든다.' 

이미 여러 번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던 밀그램의 복종 실험(Stanley Milgram, 1963, 1974)이

이러한 상황의 힘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연구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이 실험은,

학습에 있어서 처벌이 지니는 효과를 연구한다는 가짜 시나리오 下에 진행되었고, 

피실험자들은 각각 학생과 선생으로 무선 할당되어 롤플레이를 하게 되었죠.

절차는 간단합니다.

틀리면, 처벌(전기 충격)을 가하는 거죠. 근데, 이 전기 충격의 강도가 Max. 450볼트까지 올라가게 되요.

선생의 역할을 맡은 피실험자는 연구의 주관을 맡은 흰색 가운의 실험자와 한 방에 있으면서,

그의 지시에 따라, 정답을 맞추지 못 한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들에게 벌을 내립니다.

0에서 450볼트까지 순차적으로 말이죠.

이 실험을 실행하기 직전, 밀그램은 정신과 의사, 대학생, 중산층 기성세대 1000명에게

참가자들이 과연 몇 볼트까지 전기 충격을 가할 지에 대해 서베이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전기 충격은 미미한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 답했고,

1000명 중 단 1명만이 '그들은 450볼트까지 전기 충격을 가할 것이다'라고 대답했죠.

그리고 몇 일 후 실제 실험에서, 65%의 참가자들이 지시에 따라 450볼트까지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   

밀그램 본인도 전혀 예상 못 했던 스트라이킹한 결과였고,

이 선구적인 실험을 토대로 수많은 연구자들이 인간의

동조(Conformity), 응종(Compliance), 복종(Obedience) 패턴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동조나 복종은 익숙하신 개념이겠지만, 응종은 약간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부연 설명을 덧붙이자면,

우리 나라 말로는 순종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심리학 교재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내리고 있죠.

'남의 요청에 따르는 것' 

이 응종의 기술들 중에는 매우 유용한 심리학적 유도 테크닉들이 몇 개 있는데,

아래에 설명될 것들이 그 중에서도 Top 2입니다.

세일즈맨이나 협상가들의 고전적 수법이기도 한데,

때에 따라서는, 부모님 설득이나 연애 전선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스킬들이죠.

아마도, 이걸 보고 계시는 님들 중에서는 몸으로 먼저 습득하신 분들도 꽤 있으리라 봅니다.

① 문간에 발 들여 놓기 (The Foot-in-the-Door Technique)

자, 간단합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요청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요청의 강도를 높여 가는 거죠. 

문이 닫히고 있으면, 보통 발(the modest)부터 밀어 넣잖아요.

그럼 종아리→허벅지→배→가슴→머리(the biggest) 순으로 빠져 나올 수 있게 되죠.

Freedman & Fraser의 1966年 실험에서,

연구자들의 미션은 참여자들의 앞마당에 "운전 살살"이라는 크고 못생긴 표지판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실험 설계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전자에서는 단도직입적으로 표지판을 꽂아 달라고 부탁했고,

후자에서는 그에 앞서, 안전 운전에 대한 진정서(주 상원의원에게 보내질)에 서명해 줄 것을 부탁하고, (대다수가 수락)

몇 일 후, 같은 집을 찾아 가 표지판을 세워 달라는 부탁을 했어요.

결과는, 전자에서는 17% 미만이 미션에 성공했고, 후자에서는 55% 이상이 미션에 성공했죠.

이 테크닉의 기저에는 다음과 같은 기제들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 일관성 기제 : 인간은 일관성과 균형성이 담보될 때 안정감을 느낌

◆ 긍정적 자기 유지 기제 : '나는 부탁을 잘 들어 주는 좋은 사람임'

◆ 부담감 감소 기제 : A→D까지 일순간의 도약보다는 A→B→C→D 단계적 이동이 덜 부담스러움

◆ 해석의 틀 제시 : 이전의 작은 요청 상황들이 내가 큰 요청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콘텍스트의 역할을 함

ex) '난 안전 운전에 있어서 진정서에 서명을 할 정도로 철저한 사람이고, 이번 건은 주 의회에까지 진정서가 전달될 정도로 중요한 사안, 그러므로 그들의 요청을 수락하는 것이 좋겠다.'  

부모님께서 결혼을 반대하고 계십니까?

작은 것에서부터 공략하는 겁니다.

가벼운 먹을거리 선물, 편지, 어버이날 카네이션, 문자메세지, 전화통화, 명절선물, 생일선물 ...

부모님이 영양갱 주전부리부터 리젝놓으시는 김주원 어머님 스타일이 아니시라면,

저 하나하나의 사소한 받아들임이 누적되어, 결국엔 내가 유도한 바 대로 이끌려 오시게 될 확률이 큽니다.

그 여자와 사귀고 싶다구요?

찬찬히 접근하시고, 작은 것에서부터 OK를 받아 내는 겁니다.

문자 핑퐁, 전화 핑퐁, 밥 약속, 술 약속, 영화 약속, 필기 보여 달래기, 밥 사 달래기, 볼펜 사 달래기

여자들은 민감하고 복잡해서,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난감해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럴 때, 해석의 틀이 제시되면, 여자들로서는 한결 상황에 대한 이해가 수월해 지겠지요.

인간은 내가 이해한 것, 내가 아는 것, 보다 명확한 것을 더 높게 평가하고 좋아하는 강한 경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여자의 이전 OK 경험들은 나중에 받게 될 '야 나랑 사귀자'란 고백에 하나의 긍정적 해석의 틀을 제공해 줄 거에요.

또한, 여자들은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한 전개를 좋아한다죠.

A→D까지의 일순간의 도약보다는, A→B→C→D로의 단계적 이동이 그녀들에게는 덜 부담스럽겠죠?

② 면전에서 문 쾅 닫기 (The Door-in-the-Face Technique)

1번 스킬과는 정 반대로,

처음부터 리젝될 거 뻔한 강력한 한 방을 터뜨려 놓고, 다음 번엔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요청을 던져 놓는 겁니다. 

면전에서 문을 쾅 하고 닫게 되면, 미안한 맘이 생기잖아요.

그 죄책감을 역이용해서, 원하는 바를 얻는 수법이라고 할 수 있죠.

Cialdini 등의 1975年 연구에 따르면,

연구자들의 미션은 참가자들에게 1시간의 봉사활동 참여를 약속받는 것이었고,

처음부터 1시간의 봉사활동 참여를 요청받은 A 집단의 참가자들은 전체의 17%가 이를 수락한 반면,

처음에는 10시간의 참여를 요청받았다가 나중에 1시간 참여로 정정 요청받은 B 집단의 참가자들은 50%가 요청에 응락했어요. 

이 테크닉의 기저에는 어떠한 매카니즘이 깔려 있을까요?

◆ 호혜적 양보 : 상대가 이만큼 양보했으니, 나도 이만큼은 양보해야 한다는 호혜성(reciprocality) 기제 작용

◆ 긍정적 자기 이미지 방어 : 최초 리젝으로부터 생겨 난 죄의식을 청산코자 함

◆ 부담감 할인 :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이는 두번째 요청에 대해서는 경감된 부담감이 적용

처음부터 명품백을 사 달래면 안 되죠.

'오빠, 나 저 달 따다 줘.'

'(야 이 미친X야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 어..아니.. 어떻게 달을 따다가 주니..'

'치.. 나에 대한 맘이 겨우 그거밖에 안 돼?? 그런 거야???'

'아니, 그렇지 않아. 저건 애초에 불가능한 거잖아, 다른 거 얘기해 봐, 오빠가 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거면 뭐든 지 들어 줄께.'

'그럼 나 이거 사 줘.'  

이른 바, 달 따다 달래기(Asking for the moon) 전술입니다. 

여자친구와 진도가 너무 지지부진하다구요?

'XX야, 나 이번에 휴가냈어, 오빠랑 남양주나 한 2박3일 다녀오자.'

'미쳤어? 2박3일이라니. 절대 안 돼!!!'

'아니 너한테 뭔 짓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교외 나가서 푹 쉬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자는 건데, 그게 그렇게 미친 일이야!!'

'아니, 난 그런 게 아니고.. 미..미안.'

'그럼 무박2일로 을왕리나 다녀 오자, 오빠 겨울바다 보고 싶어, 설마 그것도 안 된단 거야?'

'아니아니, 그 정돈 괜찮을 것 같아 오빠 다녀 오자~'

남양주가 목적이면 제주도를 부르고, 을왕리가 목적이면 남양주로 지르는 거죠.  

 

이 전략은 돈 꿀 때도 유용하고, 부모님 설득시키기에도 유용하고, 기타 등등

굳이 비유하자면, 심리 테크닉 계의 위쏭 빠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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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심리 기제든, 누군가 그에 대해 명시적으로 말해 주지 않더라도,

내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을 경우가 적지 않죠. 

 

우리 모두가 아마추어 심리학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가지고 있단 뜻입니다. 

심리학의 테러토리가 바로 우리네 인생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But, 어렴풋이 아는 것 보단 확실히 알아 놓고 대처하는 편이 좋겠죠.

꼴배기 싫은 세일즈맨이 내 문간에 발을 들여 놓으면, 그 즉시 걷어 차 버리구요.

누군가 내 면전에서 문을 쾅 하고 닫아 버린다면, 평생 죄책감에나 시달리게 그 사람 반경 10km 이내에는 접근하지 마세요.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해 어떠한 상황에서든 속단치 않고 겸손하다면,

매번 게임의 승리자까진 아닐 지라도, 적어도 속절없이 밀리는 일만큼은 절대 없을 겁니다.

[Sundance Kid]

오 이번에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계속 부탁드릴게요 ^^

[으스으]

알찬글 감사합니다~~ 한번쯤 스쳐 들어본 내용인데, 적절한 예가 살리는 글입니다^^!!!!!!!!!!!!!!

[T-mac6]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계속 부탁드릴게요~ 스크랩두 해갑니다~

[나의 영웅]

OverTheHill님도 좋은 글 적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살면서 참 유용한 정보일 것 같아요^^

[무명자]

유용한 정보 주심에 감사합니다 땡큐~!

[알랍느바~♥]

재밌고 흥미있는 글이네요~~이전글도 잘 봤고요^^ 많은 다른 글들도 계속 부탁드려용!

[제이키드]

별로 안 긴데요. ^^ 이번에도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what a play by Grant Hill]

밀그램의 실험은 "권위에 대한" 복종으로 이해했었는데 ㅋ 여튼 재미있는 내용 잘 읽었습니다.

[무한의 주인]

재미있네요.^^

[theo]

이 글이 재미있길래 다른 글 까지 찾아봤는데,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Black]

TV에서 간혹 이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곤 했었는데,,자세하게 연구결과까지 보여주시면서 이해하기 쉽게 적어주셨네요,,오오

[M.mouse]

와우 넋놓고 잘읽었습니다~^^

[눈사람♡]

와.. 너무 잘 읽었습니다 ! ! !

[코비_메시_샤비_가솔]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재밌네요.잘 봤습니다 ^^

[Sunny]

글 잘 보고 갑니다^^

[뭘 보노보노]

잘 봤습니다^^

[넌강동희였어]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Wade+LeBron+Bosh]

좋은글이네요^^

[뉴요커들]

히틀러가 만약에 연합군을이겼다면 아마 영웅이었습니다. 히틀러의 충직한 부하이자 제2인자였던 엥겔스曰"우리는 영웅아니면 악마가될것이다" 이말이 제일기억이나내요. 즉 이세상은 "정의가 이긴다"가 아니라 "이긴자가 정의다"라는 말이죠 ㅋㅋ

[니커보커스4ever]

재미있고 유용한 내용입니다.ㅎㅎ

[나의 영웅]

역시나 이번에도 유익하고, 좋은 글 정말로~ 감사합니당!^^ 앞으로도, 자주 글 좀 올려주세요~ 기다립니다!!^^ㅋ

[산소같은남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스크랩좀 해갈께요.

[Afro kobe]

이런글 많이올리시네요 잘 읽고있어요 재밌습니다 혹시 심리쪽 전공이신가요?

[무명자]

네, 사회 심리 전공입니다.~

[leslie]

스웨이에서 읽었던 예 같은데 저도 이런거 디게 좋아합니다 ㅎㅎ

[初心]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본적이있네요 ㅎㅎ

[Nero]

무명자님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이제 비스게에선 유명자님이시군요 ㅎㅎㅎ

[욕하지말자]

마케팅 강의시간에 배운 내용이네요.. 참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다시 봐도 재미있네요..ㅋ 심리학이란게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곳이 없더군요..ㅋ

[킬크로스오버]

설득의 심리학에서 읽은 내용과 비슷하네요 ^^ 점점 이런 심리학에 빠져 들수록 사람의 호의에 나도 모르게 방어를 하게 되는 단점이 생겼습니다 ㅡ.ㅜ 세상에는 정말 바라는거 없이 베푸는 사람도 있다는걸 잊으면 안됩니다~!

[키작은넘]

저도 이거 보고 설심에서 본거 생각했는데.. 이거 평소에 사용하니까 꽤 먹히는 것 같던데.. 요즘 안썼더니.. 본김에 실행하러 ㅋㅋ

[애드월드]

좋은 글 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역시 사람 심리라는건 참으로 흥미롭네요...ㅎㅎㅎ

[Big Fundamental]

매번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