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People-한 뼘 부부
딱!
경쾌한 타구 음이었다.
길게 쳐놓은 빨랫줄인양 하얀 골프공이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참 잘 맞은 티샷이었다.
그렇게 날아간 공은, 대충 눈대중으로 200여m 지점의 페어웨이 중앙에 안착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인 2021년 7월 5일 월요일 오전 6시 10분에, 충북 진천의 에머슨cc 첫 팀 첫 홀에서 동반자인 친구가 첫 티샷으로 날린 골프공의 궤적이 그랬다.
뒤를 이어 내가 티샷을 했다.
나 역시 잘 맞은 티샷이었다.
몇 발자국 뒤였지만, 페어웨이 중앙에 안착했다.
그리고 티그라운드를 옮겼다.
이날 골프라운딩에 동반한 아내들의 티샷을 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친구의 부인이 티샷이었다.
딱!
역시 경쾌한 타구 음이었다.
페어웨이 중앙을 가로질러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풍경이 포착되고 있었다.
먼저 친 남편의 공이 안착한 자리에서 오른쪽으로 딱 한 뼘 거리에 안착한 풍경이 그랬다.
곧 한 뼘 부부였다.
그 순간, 30년 지기 그 부부와 어울렸던 세월 속의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이날의 골프처럼 늘 한 뼘 거리에 붙어있는 부부였었다.
밥 한 그릇을 먹어도 반씩 나눠먹는 부부였었다.
처음에는 그 살가운 분위기가 싫었다.
그래서 괜히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 부부는 내 그 시비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멀어지지도 않았다.
나와는 반대로 아내가 그 부부의 그 살가운 분위기를 예찬하면서 늘 가까이 대해줬기 때문이다.
어느덧 이제는 내가 주위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는 지경이 됐다.
핸드폰 단축 번호에도 ‘평생 은인’이라고 해서 좀 살갑다 느껴질 분위기의 명칭을 붙여놓을 정도로 참 많이도 변했다.
어쩌면 바로 그 한 뼘 부부가 내게 있어 평생 은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뒤이어 친 아내의 티샷도 참 멋졌다.
멀리멀리 날아서 한 뼘 부부의 티샷보다 몇 발자국 더 멀리 날아갔다.
파5의 롱홀인 첫 홀부터 우리는 넷 모두 정규 타수인 5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멋진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