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현충원 방문을 앞두고 병섭 형님은 바쁘시다.
참가자 모집에 차량, 보험 등과 간식 준비와 일정 추진 등 혼자 고생이 많으시다.
그래도 해설사회 이정양 회장님과 사업회 송기철사무국장님이 계시어 도움이 되는데, 명색이 부회장이라는 난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사전에 집행부 모임을 갖고 역할 분담이나 진행 일정 등을 세심하게 살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지만 월권인 듯해 소심하게 넘어간다.
8시 10분이 다 되어 한마음 체육관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이 서 있다. 송회장님도 막 도착하신다.
고흥에서 출발하신 이정양 선생님 부부 등이 간식을 봉지에 묶어 나눠주고 있다.
조성호 박철수 등과 인사하고 녹동에서 만났던 윤종수님과도 인사를 나눈다.
차는 20분이 막 지나 들어온다.
이사회 단톡에서 차 안에서의 진행을 사무국장이 하시라 했는데 바쁘다고 나에게 하라 했다.
난 메모를 얼른 하고 대비를 하는데 회장님의 간단한 인사가 있고,
병섭 형님이 오수까지 편하게 주무시고 가라 하신다. 나도 푹 잔다. 황전과 구례 남원을 지나는 느낌이 잠결에 느껴진다.
구례의 벗들이나 지리산에 온지도 꽤 되었다.
오수를 지나서 나에게 마이크를 주신다.
송회장님이 인사를 하고 병섭 형님께 일정 소개를 해 달라하는데 자세한 일정과 해설이 이어지고, 참가자 소개까지 진행하시자 내 자리로 돌아온다.
대전 시내에 들어서면서 11시 반에 점심이 있다고 기사님이 말해달라 하는데, 어느 사이 버스는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버섯쇠고기 전골에 점심을 먹으며 몇은 소주를 마신다. 금산의 윤종수 형과 마시다가 박철수와 조성호 자리에 가 몇 잔 더 마신다.
현충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차들이 많다.
큰 버스는 좁은 도로를 잘 비틀리며 돌아간다.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3묘역의 홍범도 장군 묘소 앞에 내린다.
햇볕이 따갑다.
병섭 형님 등이 조화가 수북히 놓인 홍장군의 묘소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을 위쪽 월파 선생 묘소부터 가자고 안내한다.
바로 위에 월파 선생의 묘소가 있다. 앞쪽 명문판은 떨어져 있다. 책을 놓고 막걸리도 놓는다.
죽산 이장을 오래 하셨다는 박 어르신은 생가에서 가져왔다는 흙을 묘소 주변에 뿌린다.
병섭 형님이 부회장이 간단한 제사를 진행하라 하는데 난 당황한다.
회장님부터 인사하도록 하며 내가 술을 세 번 잔에 따룬다.
다음엔 유족이나 마을 주민이면 싶은데 여기저기서 함께 하자는 말도 들린다.
전체가 인사를 드리고 생가에 살고 계신 서선희 여사도 절을 한다.
마무리하려는데 사무국장께서 종이를 꺼내 축문을 읽으신다. 나의 진행은 용두사미가 따로 없다.
어떤 형식인지 모르지만 제대로 성묘를 모시지 못한 것 같아 월파 선생이나 참여한 회원들에게 괜히 창피한 마음이 든다.
함석헌 고광순 최현배 선생의 묘소를 뙤약볕 속에 잔디밭을 오르내리며 참배한다.
김구 선생의 아들과 어머니 곽낙원 여사님의 묘소는 붙어 있다.
답사와 사업회 열심히 참석하시는 신장우 선생의 부친 신임휴 애국지사의 묘를 찾아 또 이동하는데, 신선생은 자주 다니신다면서 추석에 또 오겠다고 하시며 덤덤하시다.
유둔의 김원빈씨 부인께서 시아버지 묘소에 인사를 드리겠다고 하여 몇 사람이 내려 인사를 하고 온다.
7묘역의 순천 출신의 김양수 지사 묘소 옆에 수유리에서 모셔 온 이름이 없는 광복군의 묘소에서 ‘광복군가’를 부르는데 난 한두번 들었지만 따라 부르지 못한다.
추석을 앞두고 미리 성묘하는 가족들이 너른 묘비 사이에 자릴 잡고 앉아 있다.
젊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은 꽃도 많은 걸 보니 군복무 중이거나 재직 중 순직하신 소방 경찰관의 묘소인 듯하다.
김일 선수의 묘소는 먼저 걸어 올라간다.
위쪽에 현충원에 안장될 수 없는 인사의 무덤에 간다. 계단이 많다.
김창룡의 무덤 앞에서 욕을 하고 위쪽에 광주 전남 출신의 장군 비를 혼자 사진 찍어본다.
현충원 현판이 걸린 정문쪽으로 가 기념사진을 찍는다.
기념 조형물도 보고 너른 현충원의 산세도 설명을 들었으면 좋으련만 나는 안목이 없다.
조성호와 자녀들을 사진 찍어준다. 젊은 성호의 활동이 보기 좋다.
오는 길에 가는 길에 못했던 소개를 더 한다.
낮술 탓인지 더위에 절은 탓인지 졸음이 쏟아진다. 남원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달린다.
차 안 모니터에 광복군가도 나오고 이승만의 나쁜 짓도 나오는 동영상을 틀어준다.
뒷좌석에서 간식으로는 떡을 주면 좋겠다는 말이 들린다.
애국지사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성묘도 좋지만 주변의 명소 한곳 쯤 들르는 등 지역민들에게 더 인상깊은 답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준비과정이나 성묘나 참여회원들의 접대 등에서 집행부의 한사람으로서 부족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