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누가 얼씨구나! 하면 좋다! 하렵니다.
눈을 떠보니 시계가 7시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숙면을 취해보기는 논산훈련소 훈병시절을 제외하고 처음입니다. 어제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했었습니다. 하루 종일 일정이 빡빡했거든요.
기상시간은 5시였습니다. 일어나서 묵주기도 5단을 바치고 간단하게 배낭을 꾸려 출발장소에 도착하니 일행10명이 모두가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약속시간에 맞춰 사전에 약속한 장소에서 출발만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승용차 2대와 3톤 화물트럭 1대도 차질 없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지요.
잠시 졸았던 것 같은데 그새 청평이라고 합니다. 눈앞에는 곰탕집 두 집이 보입니다. 서로가 원조와 본점이라고 간판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밤새 우려낸 국물이라서 그런가? 고기는 한우가 아니어서 그저 그렇고 국물 맛은 참나무로 달군 맛인 듯 구수하면서 속까지 시원합니다.
차가 속력을 내는 것을 보니 오늘 작업이 빡셀 것만 같습니다. 벌써 차는 화천읍을 거쳐 7사단 옆을 통과합니다. 그 후 10분을 더 달려 차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모두가 내리자마자 쉴 틈도 없이 밭에 들어섰습니다. 밭이 두 떼기나 되니 15m나 될 밭고랑이 15개나 될 듯싶습니다.
몸에 좋다는 자색 고구마! 비싸고 귀한 고구마가 상처를 입을까봐 조심조심 호미로 땅을 긁어봅니다. 강원도 화천의 자갈밭이 되어서 일 텐가? 아니면 품종이 좋은 혈통이어서 일까? 아무튼 평택에서 캤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수확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느낌입니다. 모르긴 해도 진짜 이유는 쏟아 부은 노동력의 차이가 아닐 런지요.
천 삽 뜨고 허리 펴는 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2시간 반이 지났을 뿐인데 고구마 캐는 일이 모두 끝났습니다. 일행의 일부는 미리 준비해간 마대자루에 고구마를 담아 차에 상차(上車)를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고추를 따러 고추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나는 호도와 밤을 주우려 집 뒤뜰를 찾았습니다.
일을 모두 마치고 앞마당에 모였습니다. 우리들에게 땅을 무상으로 빌려주신 분의 고향집 앞마당입니다. 이 댁의 문패에는 서울공무원 댁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는 집입니다. 마당 한가운데에 상 하나에 양념장과 채소를 가득 올려놓고 그 옆에 두 개의 화덕을 차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빙 둘러 의자를 놓고 일행 모두가 둘러앉았습니다.
철망으로 급조된 석쇠에 삼겹살을 굽습니다. 익어가는 구수한 냄새가 울타리를 넘어갑니다. 또 누가 준비를 했는지! 옛날 대통령께서 즐겨 드셨다는 막걸리가 잔에 부어져 한 바퀴를 돌고 또 돕니다. 삶은 밤도 맛이 나고 산나물이 곁든 상추쌈 통에서는 이손 저손이 서로 먼저 집으려고 예의가 실종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흥이 절로 납니다. 길 좌우에는 춘천 땜과 의암 땜이 펼치는 초가을 풍경이 장관으로 다가오지요. 물빛은 석양에 곱고 산자락마저 아름답고 현란할 단풍을 아직은 예고인 듯 그러나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답니다. 거기에 수확의 기쁨과 포만의 기분이 뒤엉켜서 한껏 솟구치는 흥을 억제할 수가 없군요. 혹 누가 얼씨구나! 하면 좋다! 하렵니다.
첫댓글 이 고구마는 전량 판매되어 불우이웃에게 전해집니다.
봉사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사시는 양명석님 몸에 좋다는 자색 고구마를 저도 좀 구입하고 싶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고구마도 캐고 맛있는 삼겹살에 막걸리 파티 아주 잘하셨네! 힘든 줄 모르고 수확하느라 수고 많으셨겠어요.
교회 일을 열심히 하는 양명석님의 봉사정신이 돋보입니다. 봉사도 하고, 단풍구경도 하고, 막걸리에겹살까지 그야 말로 "얼씨구 조오타" 절로 나왔을 겁니다.
반갑습니다. 벗님들! 이번 주말을 즐겁게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