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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74
S#1. 윤임 사랑채 방 밖 마당 (저녁)
난정, 방문 앞에 선 윤임과 김안로를 보고 서있다.
윤임과 김안로, 난정의 속내를 살피듯이 보고 섰다.
난정 : (김안로를 보는)...
김안로 : (난정을 가늘게 보는)..
윤임 : ('무반출신답게 성급하게 입을 떼는') 난정아, 네 윤승후관이 보내서 온 것이더냐?
난정 : (뼈있는 미소) 판부사 대감, 소첩을 파산부원군대감께 하시듯 밖에 세워두실 것이옵니까?
윤임 : 뭐라? 네 지금?!
김안로 : 판부사대감, 난정이가 긴히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니 우선 들이시지요.
윤임 : 음!..(어쩔수 없다는 듯) 들어오너라.
난정 : (김안로를 보며 쌩끗)...고맙사옵니다.
난정, 윤임과 김안로를 따라 사랑채 방안으로 들어간다.
윤임처, 다가오다가 그 뒷모습을 보고는.
윤임처 : (박서방에게) 박서방, 지금 사랑채로 든 처자가 누구인가?
박서방 : 예, 윤승후관댁 작은 안으서이옵니다.
윤임처 : (움찔) 윤승후관댁 작은 안으서?!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랑채쪽을 본다)
S#2.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저녁)
난정, 윤임과 김안로 앞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윤임 : 그래 내 집까지 발걸음을 한 연유가 무엇인지 어서 속내를 털어놔 보거라.
난정 : 소첩, 소문의 진위를 알고 싶어 두분 대감을 찾아 온것이옵니다.
윤임 : 소문의 진위라니?
난정 : 희락당 대감께오서 소첩의 서방님께오서 삼만냥의 청탁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를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사옵니다.
김안로 : 치부책 말이더냐?
난정 : 치부책이요? 하오면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참이었사옵니까?
윤임 : 소문이라니, 무슨?
난정 : 어느 객주의 행수가 조정신료들에게 청탁 뇌물을 주고 조정의 권력을 뒷배경으로 이득을 챙겨왔는데..
객주 행수가 뇌물을 준 조정신료들의 명단과 뇌물 액수, 심지어는 청탁내용까지 상세히 적어 놓은
치부책이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임 : ..음.
김안로 : (고요하게 보는)..그런데..?
난정 : 희락당 대감께오서 그 치부책으로 조정신료들의 약점을 움켜쥐시고
중전마마를 찍어내시려는 조정의 공론을 주도하고 계시다고 들었사옵니다!
윤임 : (버럭) 닥치거라! 네 어찌 감히 그따위 망발을 지껄이는 것이냐?!
난정 : 희락당 대감, 소첩 말에 틀림이 있사옵니까?
김안로 : 내게 그런 치부책이 있다면 분명 장차 세자저하께 위협이 되실 중전마마를 찍어내려 들었을테지.
..허나 나 역시 소문으로만 들은터라 치부책에 대해서는 상세히 아는바가 없구나.
난정(E) : (쌩끗 웃는 얼굴위로) 소문으로만 들었다? 역시 내 짐작대로 희락당대감이 세자저하의 장자방이시었구만?
윤임 : 희락당대감께서 그 치부책을 가지고 계신지 여부를 알아보라고 원형이가 시키더냐?
김안로 : 승후관이 아니라 중전마마께오서 시키셨을 테지요. 아니 그러하냐 난정아?
난정 : (미소) 소첩은 제 스스로 발걸음을 했을뿐이옵니다.
김안로 : 네 스스로 발걸음을 했다?
난정 : 예..하온데 근자에 또 다른 소문이 돌고 있지요.
윤임 : 또 다른 소문이라니?
난정 : 희락당 대감께오서 지니고 계셨던 치부책이 감쪽같이 도둑을 맞았다는 소문 말이옵니다.
윤임 : 허어, 듣자듣자 하니?!
김안로 : 허허, 잘된 일이구먼. 처음부터 지니고 있지도 않은 물건을 도둑 맞았으니 이제 소문도 수그러 들겠구나.
난정 : 하오나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옵소서.
김안로 : 기대를 말라니?
난정 : 백도주같은 장사치가 그런 치부책을 한권만 만들어 놓았을리가 만무하지 않사옵니까?
윤임 : (움찔) 뭐, 뭐라?!
김안로(E) : 치부책을 한권만 만들어 놓았을리 만무하다?
난정 : (미소)..
김안로 : 헌데 네 어찌 백도주를 아는게냐?
난정 : 소첩이 장통교 기방에 잠시 몸을 의탁하고 있었을 당시 몇 번 백도주의 술시중을 든적이 있어 면식이 있사옵니다.
김안로 : 음! 그랬었구먼.
난정 : 소첩, 두분 말씀을 듣고 보니 치부책 같은 것은 유언비어라는 생각이 드옵니다.
소첩, 이만 돌아가 서방님을 안심시켜 드려야겠사옵니다. 하오면 소첩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일어서는데)
윤임 : 난정아, 네 요즘 중궁전의 뒷배를 믿고 궐내 출입을 하는 모양이다만! 자중하지 않으면 경을 칠것이야.
천기출신이 당의차림으로 입궐을 하다니 가당키나 한 말이더냐?
난정 : 소첩에게 약이 되는 말씀 깊이 새겨두겠사옵니다. 하온데 소첩과 판부사 대감과는 묘한 인연이옵니다.
윤임 : 묘한 인연이라니?
난정 : 소첩이 도총관대감댁에 있었을 때는 하늘 같으신 대감마님의 손님이셨사옵고,
소첩이 장통교 기방에 있을 때 술 손님이셨사온데 이제는 소첩의 시숙어른으로 만나뵙게 되니 말이옵니다.
윤임 : 시숙이라니?! 이런 발칙한?!
난정 : (미소) 다음번에 뵐때는 소첩, 판부사대감과 더 가까워지기를 고대하겠사옵니다.
김안로 : 허허, 판부사대감과 내가 도총관대감을 파직시켰다는 것을 알면 너와 그리 가까워지지는 않을 듯 싶구나!
난정 : (흠짓) 파직이요?
김안로 : (끄덕이며) 암, 중전마마의 외척인 승후관의 첩장인에게 세자저하의 보위를 맡길수야 없는 노릇 아니냐?
난정 : (표정수습하며 미소) 소첩도 그리생각하옵니다.
윤임 : 뭐라? 네 어찌 낳아준 아비에게 그리 패륜한 말따위를 지껄이는 게냐?
난정 : 어차피 소첩 모녀는 도총관대감과 절연을 했사온데 패륜이라니요? 당치도 않사옵니다.
김안로 : 도총관과 절연을 했다?
난정 : 예.. 하오면 물러가옵니다. (조아리고 방문 밖으로 나가려다가) 아,참!
(돌아보며) 소첩이 비록 도총관 대감과 절연은 했사오나 핏줄 속에는 도총관 대감의 피가 흐르고 있사옵니다.
그분이 대감들께 말로 받았다 하오니 소첩이 대감들께는 섬으로 갚아드려야겠사옵니다! (휙-돌아서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김안로 : (방문밖으로 나가는 난정의 뒷모습에다) 뭐라?! 섬으로 갚아?!
윤임 : (주먹으로 연상을 내려치며) 허어, 저런 당돌한 계집 같으니라구!
김안로 : (뭔가 심각한)...
S#3. 동 윤임 사랑채 마당 (저녁)
난정, 마당으로 내려서서 신발을 신다가 방쪽을 휙-돌아보는 얼굴위로.
난정(E) : (쏘아보며) 내 언젠가는 두분 대감을 파직시켜 드리지요!
멀리 귀양을 보내드린 연후에 펄펄 끓는 부자탕을 먹여드릴 것이옵니다!
난정, 휙-돌아서서 대문쪽으로 총총히 가버린다.
윤임처, 한편에서 난정의 그런 모습을 보다가 방쪽을 돌아본다.
S#4.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저녁)
김안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앉아있다.
윤임 : (김안로를 보며) 희락당대감,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옵니까?
김안로 : ..난정이가 내뱉은 말중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 그렇사옵니다.
윤임 : 마음에 걸리다니요?
김안로 : 난정이 말대로 백도주가 치부책을 여벌로 만들어 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윤임 : ..음! 그럴지도요..허나 이사람은 그보다는 혹시 도둑맞은 치부책이 중전마마의 손에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옵니다.
김안로 : (흠짓 보며) 중전마마께요?
윤임 : 아니라면 난정이가 치부책에 대해 어찌 저리 상세히 알수가 있겠소이까?
김안로 : (미소) 그런 염려는 접으시옵소서. 중전께 치부책이 있었다면 지난밤 편전에 드셨을 때 전하께 내어놓았을테지요.
윤임 : 그럴까요?
김안로 : 예, 난정이는 치부책에 대한 소문을 듣고 염탐을 하러 왔을겝니다.
윤임 : (끄덕끄덕) 음..
S#5. 중궁전 외경 (저녁)
S#6. 동 중궁전 방 안 (저녁)
윤비, 깊은 생각에 침잠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윤원로, 좀이 쑤시는지 윤비의 눈치를 힐끔 거리다가.
윤원로 : (조심스럽게)..저..중전마마, 어찌 아무 말씀도 아니 하시는것이옵니까?
윤비 : (생각에서 깨어나며) 오라버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세요.
윤원로 : 예, 하오면 시생은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형제를 외직으로 내보내시려는 전하의 어의를 막아주시리라 믿고
이만 물러가옵니다.
윤비 : ...
윤원로 : (일어나서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E) : (연상서랍을 열고 치부책을 꺼내들고 보며) 내 당장이라도 치부책을 들고 편전에 들어 전하께
윤임과 김안로의 죄상과 저의를 밝히고 오라버니들을 구명해야 함이야!
난정(E) : (어디선가) 마마, 참으시옵소서!
윤비 :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면)..!
난정 : (INTER CUT 73회 S#15의) 마마, 이 치부책은 중전마마와 승후관 형제분의 구명이 아니오라
판부사와 희락당 대감을 찍어내는데 쓰셔야 하옵니다! 하오니 답답하시더라도 좀 더 참으시면서 때를 기다리셔야 하옵니다.
윤비 : (분노를 눌러 응축시키듯)..오냐, 난정아, 내 너의 말뜻을 알았느니! 알았느니! (치부책을 탁- 덮어버린다)
S#7. 갖바치 마당 (저녁)
툇마루에 앉아있던 옥매향, 기지개를 편다.
당골네, 한편에서 절구질을 하고 있고
모린, 쪼그리고 앉아 흙바닥에 뭔가를 끄적이다가 지우고한다.
옥매향 : (일어서며) 내레 가야겠시오!
당골네 : (절구질 멈추고 돌아보며) 왜, 벌써 가려고?
옥매향 : 벌써라니요? 기방문 녈 때가 한턈 디났시오! 내레 모린이 뎌 에미나이래 꽃신 맞튬 해듀려고
갖바티 아자씨 기다리다가 목 빠지갔시오!
방백인 : (뒷곁에서 나오며) 이왕 기다린거 조금만 더 기다려보거라. 형님, 곧 오실게다.
옥매향 : 아니야요, 나듕에 다시 오갔시오. (모린을 보며) 가댜우, 모린아.
모린 : (흙바닥을 지우고 일어서서 옥매향쪽으로 다가온다)
옥매향 : 기럼 잘들 있으시라요. (대문쪽으로 가는데)
쇠가죽 지게를 진 갖바치와 괴나리 봇짐의 임백령이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옥매향 : (반가움에) 갖바티 아자씨!
갖바치 : 오, 매향이 왔구나.
옥매향 : 내레 아자씨를 올마나..(하다가 임백령과 시선이 마주치는)..!
임백령 : (옥매향을 보는)...!
옥매향, 얼굴위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INTER CUT 72회 S#43의 임백령, 옥매향을 넋을 놓고 보며 뒷걸음질치다가 엉덩방아를 찧는다)
옥매향 : ('아! 그때 그 선비?!' 끽-웃음을 터뜨리는) ..
임백령 : (머슥하게 웃어주는)..
갖바치 : (옥매향과 임백령을 보며) 매향아, 네 이 선비분과 면식이 있더냐?
옥매향 : 아니야요, 아자씨 기러믄 나듕에 다시 오갔시오! (임백령을 보고는 다시 웃고는 대문 밖으로 나간다)
모린 : (옥매향의 뒤를 따라나간다)
임백령 : (옥매향이 나간 대문쪽을 보고 섰는데)...
갖바치 : (쇠가죽 지게를 벗어놓고) 누추한 방이지만 드시지요.
임백령 : (돌아보며) 예에? 예, 선생님. (갖바치를 따라 방쪽으로 가는데)
방백인 : (다가오며) 형님, 이 젊은 선비분께서는 뉘시오?
갖바치 : 당분간 이집에서 숙식을 하실분이시네.
방백인,당골네 : (갸웃하며)...?
임백령 : (방백인과 당골네 보며) 내 당분간 신세를 질터이니 잘 부탁하겠소.
방백인 : 예, 그럽지요..(관상을 살피는)
갖바치와 임백령, 방안으로 들어간다.
당골네 : (임백령을 호기심 가득하여 보며) 참으로 잘도 생기셨네. 꼭 옥으로 깍아놓은 듯 하네...
방백인 : (감탄)..허, 참으로 귀상이로세! 정승반열에 오르실 상이야.
당골네 : (힐끔보며 삐죽) 이집에 오는 사람들마다 정승! 정승! 흥, 이러다가 정승 사태나겠네?!
방백인 : 뭐야, 이 여편네야?
당골네 : 아무것도 아니오.. (절구옆으로 가서 공이질을 계속한다)
방백인 : (임백령이 들어간 방쪽을 보며) 참으로 귀상일세, 귀상이야..
S#8. 김안로 사랑채 외경 (밤)
박희량, 황서방을 따라 불켜진 사랑채 방쪽으로 다가온다.
황서방 : (방쪽에다) 대감마님, 박정언 나으리 오셨습니다요.
김안로(E) : (방안에서) 들라하게.
황서방 : 예. (박희량에게) 드시지요.
박희량 : (방안으로 들어간다)
S#9.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밤)
김안로, 연상앞에 앉아있는데 박희량,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박희량 : (김안로 앞에 서며) 대감, 시생을 찾으셨사옵니까?
김안로 : 앉게.
박희량 : 예. (앉는다)
김안로 : 내 자네에게 긴한 청이 있어 보자고 했네.
박희량 : 청이라니요?
김안로 : 내일 조정 의정부 정승들과 육조의 재상들이 중전마마의 오라비들의 비리를 탄핵하는 연명상소를 올릴걸세.
박희량 : 시생도 들었사옵니다.
김안로 : 그리되면 승후관형제들은 외직으로 내몰리든지 귀양을 가게 될 것이 자명하네.
박희량 : ...
김안로 : 윤승후관 형제들이 도성에서 쫓겨나가면 삼사에서 중전마마를 탄핵하는 상소를 올려주시게!
박희량 : (놀라) 예에? 중전마마를요?
김안로 : 그래, 중전마마를 폐서인시켜야 한다는 상소말일세.
박희량 : 하오나 중전마마를 탄핵하는 명분이 없지 않사옵니까?
김안로 : (연상위에 놓인 봉투를 건네주며) 명분은 이 속에 적혀있네.
삼사에서는 중전마마를 탄핵하는 공론에 불길만 당겨주면 되네.
박희량 : (봉투를 받아들며)..하오나 시생의 힘만으로 되올는지?
김안로 : 자넨 조정암의 일을 벌써 잊었는가? 조정암은 자네같은 정언때 사간원의 수장인 대사간과 대사헌을 탄핵하였네.
그 일로 조정암의 출사길이 탄탄대로를 달린게야.
박희량 : ...!
김안로 : 어떤가, 이 모두가 세자저하를 위한 길일세. 해줄 수 있겠는가?
박희량 : (결연한) 예, 시생 신명을 다 바치겠사옵니다.
S#10. 남곤 사랑채 방 안 (밤)
남곤, 촛불 옆에서 치부책을 넘기며 들여다 보고 있다.
남곤 : 음! 이것이 밝혀지면 조정이 발칵 뒤집어 지겠구먼..
심정 : 대감, 이 치부책을 어찌 처리하실 작정이시옵니까?
남곤 : 어찌하긴요? 당연히 경빈마마께 받쳐 올려야지요.
심정 : 허면 그 전에 필사(筆寫)라도 해두는 편이 좋지 않겠소이까?
남곤 : 필사요? 뭐하게요?
심정 : 뭐하다니요?! 이 치부책만 쥐고 있으면 조정의 약점을 틀어쥔 것이온데..!
남곤 : (저으며) 아니올시다.
심정 : 아니라니요?
남곤 : 이 치부책이 한권이었을때는 그렇겠지만 여벌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누가 이 치부책을 밝히겠소이까?
심정 : 하긴, 날고 긴다는 조정신료들의 이름이 모두 거론되어 있으니 누군가 치부책을 밝혔다면
다른쪽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테니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거리가 되겠지요.
남곤 : 암요, 칼 물고 뛰엄뛰는 어리석은 짓거리를 누가 하겠소이까?
이 치부책에 이름이 올라 있는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지요.
심정 : 허면 이 치부책은 어찌...?
남곤 : 화천군께서 경빈마마께 받치도록 하세요. 대신..(치부책을 펼쳐들고 몇장을 북 찢어낸다)
..이 사람에 대한 것은 이사람이 묻어두겠소이다! (찢어낸 책장을 촛불에 당긴다)
심정 : (타오르는 불길을 보는)...
S#11.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밤)
백치수,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얼굴위로.
백치수(E) : 치부책이 조정신료들에겐 무용지물이 되었음이니 오늘 밤부터는 두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겠구먼..
(술 한잔을 달게 마신다)
S#12. 난정모 집 마당 (밤)
불빛이 흘러나오는 방문에 난정의 실루엣이 비친다.
길상, 방문쪽으로 다가가서 실루엣을 본다.
길상 : ...
S#13. 동 난정모 집 방 안 (밤)
난정, 취기가 오른 얼굴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난정, 술잔에 술을 따르려다가 문득 어떤 느낌에 방문밖을 휙-본다.
난정 : (방문쪽을 보다가).. 길상아..들어와.
길상(E) : ...
난정 : ..괜찮으니 들어오래두.
길상 : (방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와 선다)...
난정 : ..앉아, 길상아.
길상 : (자리에 앉으며)..
난정 : (술잔 내밀며) 길상아, 술 한잔 따라.
길상 : (술병을 들어 따라주는)..
난정 :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 다시 내미는) 한잔 더.
길상 : (난정의 얼굴을 보다가 다시 따른다)...
난정 : (다시 단숨에 비우고 술잔을 내미는) 한잔 더.
길상 : (취기 오른 난정의 얼굴을 보는)...
난정 : 어서!
길상 : (술잔을 뺏으며) 그만 마셔, 많이 취했다.
난정 : 길상아,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미쳐버릴거 같다.
길상 : ...
난정 : ..어머니까지 나를 버리고 떠나셨다. 중전마마께오선 폐서인이 되실지도 모르고
내 서방님은 함경도 변방으로 떠나게 되실지도 몰라..
길상 : 난정아,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되는거야..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한테 돌아와!
난정 : (길상을 보며 픽 웃는)..
길상 : (간절하게 보는) 난정아!
난정 : (길상을 노려보며 뺨을 찰싹 갈긴다)
길상 : ...!
난정 : 다시 한번 그런 소리 하려면 내 눈 앞에서 사라지라고 했지! 어서 가버려!
길상 : (보다가 벌떡 일어나 나가버린다)
난정(E) : (숨을 몰아쉬다가 어딘가를 휙-노려보는 얼굴위로) 윤임이 김안로, 네 이놈들! 중전마마와 내 서방님을 찍어내려고
발톱을 갈아?! 어디 두고 봐라! 내 손으로 네 놈들의 무덤을 파서 네놈들 장사를 지내줄 것이야!
난정, 강렬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노려보는 얼굴에서.
S#14. 편전 외경 (낮)
중종(E) : 뭣이라?! 파산부원군의 가산을 적몰하고 윤승후관 형제는 형장을 치고 절도로 귀양을 보내라?!
S#15. 동 편전 방 안
중종, 연상위에 상소(72회 S#17의)를 놓고 앞에 앉은 신료들을 본다.
중종 앞에 김전, 남곤, 홍경주, 이유청(*), 정광필, 안당과 김안로, 김제학과 윗목에 박승지등이 앉아있다.
중종 : (노한) 과인이 처남들을 외직으로 내보내기로 어의를 정했거늘
경들은 어인 연유로 과인의 처남들의 죄를 물으라 주청하는 것인가?!
김전 :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윤승후관 형제의 비리는 외직으로 내보내기에는 그 죄질이 무겁사옵니다.
그들의 죄를 엄중히 물으시어 후일 경계로 삼게 하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홍경주 : 그러하옵니다! 외척이 발호하면 조정의 기강이 무너지고 종사가 위태로워질 것이 자명하옵니다!
승후관 형제의 죄를 엄히 문책하심이 옳을 듯 싶사옵니다.
남곤 : ...
중종 : 허나, 과인의 처남들의 비리를 탄핵하는 이 상소의 내용에 대해 처남들의 소명을 들어보지도 않고
어찌 죄를 물을수 있단 말이오! 특히 과인의 둘째 처남이 청탁뇌물로 받았다는 은자 삼만냥에 대한 확증을
밝히지도 못했지않소?!
김안로 : ...!
정광필 : 전하, 신의 생각으로는 뇌물을 주고 청탁을 했다는 백아무개를 잡아들여 문초하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문초요?
일동 : (일이 꼬여간다는 듯 묘한 표정)...
안당 : 예, 신의 생각도 같사옵니다. 백아무개와 윤승후관 형제를 대질토록 하시어 명백한 확증을 잡아내심이
올바른 방도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 음!..(생각하다가) 승지는 들으라.
박승지 : (일어나서 조아리며) 하명하시옵소서.
중종 : 당장 남소문 객주 행수인 백아무개를 잡아들여 문초토록 하라!
박승지 : 예, 전하!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음!
일동 : (뭔가 불안한 듯 서로의 시선을 교환한다)
S#16. 중궁전 방 안
윤비, 노한 표정으로 엄상궁을 바라본다.
윤비 : 뭐라? 조정신료들이 내 오라버니들의 비리를 탄핵하는 연명상소를 올렸단 말이냐?
엄상궁 : ..예, 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가산을 적몰하고 승후관 형제분들을 절도로 귀양보내라는 주청상소였다 하옵니다.
윤비 : (충격으로 일그러지는)..오라버니들을 외직으로 내모는 것 조차 성이 차지 않아 가산을 적몰하고 귀양을 보내라?!
엄상궁 : (망극한)...!
윤비 : 그래 전하께오서 뭐라 비답을 내리셨다 하더냐?
S#1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를 보며 말한다.
경빈 : 윤승후관에게 청탁뇌물을 건네준 백아무개를 문초하고 윤승후관과 대질까지 한다?
금이 : 예, 마마! 형틀에 매달리면 아니했던 짓거리도 토해내는 법이오니 윤승후관께서 꼼짝없이 죄를 쓰게 되신게지요.
경빈 : 그래, 그럴테지..(뭔가 생각하는) 음!!
S#18. 중궁전 방 안
윤비(E) : (어딘가를 무섭게 노려보는 얼굴위로) 김안로와 윤임이 나와 오라버니들을 찍어내려는 음모가 시작된게야!
윤비, 연상서랍을 열고 치부책을 꺼내들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서랍속에다 넣어버린다.
윤비(E) : 그래..난정이 말대로 아직은 때가 아니야.. 때가...!
S#19. 백치수 사랑채 마당
송서방, 허겁지겁 사랑채 방쪽으로 뛰어온다.
송서방 : 도주어르신! 도주어르신! 크, 큰일 났습니다요. 얼른 나와보십시요!
백치수 : (방밖으로 나오며) 무슨 일인가?
송서방 : 그, 금부에서 도주어르신을 잡으러 나왔습니다요!
백치수 : 뭐라? 나를?!
송서방 : (안절부절) 어서 몸을 피하시옵소서!
금부도사와 병장기로 무장한 금부나졸들이 우르르 사랑채 쪽으로 몰려온다.
백치수 : (보고 놀라는데)...!
금부도사 : (백치수를 보고) 네가 남소문 객주의 행수 백 아무개냐?
백치수 : 그, 그렇소이다만...
금부도사 : 저놈을 묶어 금부로 압송하라!
금부나졸들 : 예!
금부나졸, 백치수에게 우르르 달려들어 오라를 지운다.
백치수 : (당황하여) 이게 다 무슨 일이요?!
금부도사 : 끌고 가라!
금부도사, 앞장서면 금부나졸들이 백치수를 끌고 간다.
송서방, 백치수가 잡혀가는 모습을 속수무책 울상되어 바라본다.
S#20. 윤원형 집 초당 외경
배천댁과 탄실, 외출복차림에 보퉁이를 하나씩 들고 서있다.
윤원형 : 부인, 대체 왜 이러시는게요?!
배천댁,탄실 : (초당 방쪽을 본다)..
S#21.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방문앞을 가로막고 섰고 외출복차림의 김씨가 그 앞에 서있다.
김씨 : 서방님, 소첩을 보내주시옵소서.
윤원형 : 부인, 그건 아니될 말이오, 친정으로 돌아가시다니요?!
김씨 : (간절히 보며) 서방님!
윤원형 : (손을 잡아끌어 앉히며) 부인, 우선 좀 앉읍시다. 앉아서 차근차근 얘기를 풀어 보십시다.
김씨 : (앉으며)..
윤원형 : 부인, 친정으로 돌아가신다는 연유가 무엇인지부터 들어보십시다.
김씨 : ..소첩은 숙부님의 뜻에 따라 치룬 정략혼례의 희생물이옵니다.
윤원형 : 정략혼례요?
김씨 : (눈물 그렁그렁)..숙부님께오선 주상전하의 사돈이시오니 질녀인 소첩 또한 중전마마의 사가와 성혼을 시켜
숙부님의 정치입지를 든든히 하시려고 했던것일뿐이옵니다.
윤원형 : 부인..
김씨 : 세자저하께오서 책봉되신 연후에 중전마마와 숙부님께오서 앙숙(怏宿)이 되셨사오니
이제 소첩은 서방님은 물론이옵고 중전마마나 이 댁 가문에 누만 끼치는 천덕꾸러기 일뿐이옵니다.
하오니 친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눈물을 보이며) 부디 소첩을 보내주시옵소서.
윤원형 : 부인은 처숙어른 말씀대로 출가외인이요!
김씨 : ...
윤원형 : 부인은 내 마누라이자 내 아버님의 며느리이고 내 형님의 제수씨로 우리 윤씨가문의 사람이란 말씀이오!
허니 쓸데없는 말씀마시구려.
김씨 : (울음 터지는)..서방님, 흑흑...
윤원형 : (안스럽게 보는)..
S#22. 동 윤원형 초당 마당
임서방, 탄실과 배천댁이 서있는 초당 방쪽으로 급하게 뛰어온다.
임서방 : (멈춰서서 다급하게) 나으리! 나으리! 좀 나와보십시오.
S#23.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 (방문쪽을 돌아보며) 무슨 일인가?
임서방(E) : (방밖에서) 급한 일이오니 잠시 나오시옵소서.
윤원형 : 알았네! (김씨를 보며) 부인, 내 잠시 나갔다 올테니 마음을 진정시키고 계시구려.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가려는데)
김씨 : ...서방님!
윤원형 : (돌아보는) 왜요, 부인?
김씨 : 고맙사옵니다..
윤원형 : (웃으며) 고맙긴요? 부인께선 우리 윤씨집안 사람이시란걸 잊지 마시오.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
S#24. 동 윤원형 집 초당 마당
윤원형 : (방밖으로 나오며 배천댁과 탄실에게) 어서 들어가 아씨를 잘 뫼시게.
배천댁,탄실 : 예. (방안으로 들어간다)
윤원형 : (마당으로 내려서며 임서방을 보고) 무슨 일이길래 그리 호들갑인가?
임서방 : 금부에서 도사가 나왔사옵니다요.
윤원형 : 뭐라? 금부도사가? (인상이 굳다가 어디론가 간다)
S#25. 동 윤원형 집 대문 안 마당
금부도사, 금부나졸들을 거느리고 위압적으로 버티고 서있다.
윤원형, 중문을 나와 금부도사 앞으로 다가와 선다.
윤원형 : 금부도사께서 내 집엔 무슨 일로 찾아오시었소?
금부도사 : 어명이 계시었소.
윤원형 : 어,어명이요? 무슨..?
금부도사 : 조사할 것이 있으니 이댁 둘째 나으리를 금부로 뫼시라는 어명이오.
윤원형 : (생각하는)..어명..어명이라..? 좋소, 가십시다.
금부도사 : (나졸들에게) 뫼시어라!
금부나졸들 : 예!
윤원형 : (임서방을 돌아보며 낮고 빠르게) 임서방, 지금 당장 작은집에 기별을 하여 내 어명을 받고 금부로 갔다고 이르게.
임서방 : 예.
윤원형, 금부나졸들에게 둘러싸여 대문쪽으로 걸어간다.
윤지임, 윤원로의 부축을 받으며 중문밖으로 나온다.
윤지임 : 원형아! 네 지금 어딜 가는게냐?!
윤원형 : (밝은 표정으로 돌아보며) 아버님, 너무 심려 마시옵소서, 소자 곧 돌아올 것이옵니다.
윤원로 : 원형아, 절대 기죽으면 아니된다. 네 뒤에는 이 형과 중전마마가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윤원형 : 고맙소, 형님. 이 아우 마음이 아주 든든하오이다.
윤원형과 금부도사 일행, 대문 밖으로 나간다.
S#26. 동 윤원형 집 대문 앞
윤원형이 금부나졸들에게 둘러싸여 대문 앞 계단을 내려온다.
금부도사, 말에 오르면 윤원형, 걸어서 그뒤를 따라간다.
윤지임과 윤원로, 대문밖까지 나와서 윤원형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S#27. 동 윤원형 집 근처 일각
길상, 윤원형이 금부나졸들에게 둘러싸여 말을 탄 금부도사를 따라가는 것을 보고 섰다.
길상 : (심각한)...!
S#28. 의금부 옥사 앞 마당
백치수, 형틀에서 앉아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금부형졸들이 백치수의 주리를 틀때마다 높아지는 비명소리.
금부당상자리에는 안당과 정광필, 김전, 남곤, 심정등이 보고 섰다.
백치수, 눈과 몸이 축 풀려 정신을 잃는다.
형졸 하나가 물바가지를 끼얹으며 간신히 정신을 되찾는 백치수.
안당 : 형틀에서 죽고 싶지 않으면 바른대로 이실직고 하렸다!
백치수 : ...
안당 : 네가 중전마마의 둘째 오라버니인 윤승후관에게 청탁뇌물을 넣은 적이 있느냐?
백치수 : 이놈같은 장사꾼이 어찌 지체 높으신 중전마마의 오라버니를 알 수가 있겠습니까요? 이놈은 모르는 일이옵니다요!
안당 : 네 정녕 시치미를 잡아떼어 금부당상을 기망하려드는게냐?!
백치수 : 이놈은 억울하옵니다요. 이놈에게 뇌물을 받으셨다는 분과 대면케 해주시옵소서!
안당 : 아니되겠다, 저놈이 바른 말을 토해낼때까지 주리를 틀어라.
형졸들 : 예.
형졸들, 주리를 트는 손에 더욱 힘을 가하면 백치수, 뼈가 부숴지는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질러댄다.
정광필, 백치수를 직시하고 김전은 외면하고 남곤과 심정은 뭔가 불안한 표정이다.
남곤, 심정에게 눈짓하면 심정, 끄덕이며 어디론가 슬쩍 빠져나간다.
S#29. 난정모 집 마당
난정, 방에서 나오는데 임서방이 급하게 대문 안으로 뛰어들어온다.
임서방 : (멈춰서서 숨을 헐떡이며) 자,작은 아씨!
난정 : 임집사, 여긴 웬일이신가?
임서방 : ..나, 나으리께오서 군졸들에게 둘러싸이시어 금부로 끌려가셨습니다요.
난정 : (충격) 뭐, 뭐라?! 금부에?! (심각해지는)...!
S#3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건너편에 앉아있는 심정을 보며 말한다.
경빈 : 뭬요? 백도주란 자가 모진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는다?
심정 : 예, 아직은 그렇사옵니다. 하오나 백도주가 고문을 견디지 못해 입만 뻥끗하는 날이면
조정에 날벼락이 떨어질 것이옵니다.
경빈 : 음! 백도주 그놈이 조정에 구석구석 뇌물을 주었다니 그럴테지요.
심정 : (품에서 치부책이 싸인 보자기를 꺼내며) 마마, 받으시옵소서.
경빈 : 이게 무엇이요?
심정 : 마마께오서 찾으시던 치부책이옵니다.
경빈 : (놀라 휘둥그레지며) 뭬,뭬요? 치부책?!
심정 : 마마께오서 이 치부책을 어디에 쓰실지는 모르겠사오나 이 속에 조정신료들 대다수의 목숨이 담보되어 있사옵니다.
경빈 : (보자기를 풀고 치부책을 보며 감격스러운) ...되었어, 이제 되었음이야!
S#31. 대궐 일각
김안로, 초조한 듯 생각에 잠겨 왔다 갔다 하는데 윤임, 맞은편에서 급하게 걸어온다.
윤임 : 대감, 어찌 되었소이까?
김안로 : 아직은 백도주가 입을 열지 않았사옵니다.
윤임 : 불행중 다행이구려. 헌데 백치수가 의금부에 압송되어와서 문초까지 당한다니..
까딱 잘못했다간 낭패중에 낭패를 볼 일이외다!
김안로 : 윤원형이와 대질을 벌이는 일이 고비가 될 것이옵니다.
윤임 : 허어, 백도주가 입을 조개처럼 꽉 다물고 참아주어야 하는데..
김안로 : ...
S#32. 중궁전 방 안
윤비, 방문 앞 방안에 서있는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엄상궁, 내 오라버니께서는 의금부에 오셨다는가?
엄상궁 : 예, 마마! 조금전 금부 옥사쪽으로 가시었다 하옵니다.
윤비(E) : 오라버니께서 무탈하시어야 함이야..무탈!
S#33.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희빈과 창빈이 앉아있다.
희빈 : (자순대비 보며) 대비마마, 지금 의금부 옥사에서 백아무개란 객주 행수를 잡아와서 문초가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사온데
대체 무슨 일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그자가 중전의 오라버니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의혹이 있어 주상께서 엄중하게 문초하라는 어명이 계셨다는것 밖엔
이 늙은이도 상세한 내막을 아는바가 없구려.
창빈 : 하온데 마마, 만에 하나 윤승후관께서 백아무개 행수의 뇌물을 받지 않으셨다면
중전마마께오서 이번 일로 깊은 상처를 받게 되시는 것이 아니옵니까?
자순대비 : 그럴테지요..이 늙은이도 그게 걱정입니다. 이 늙은이 눈에는 마치 온 조정이 합세하여
중전의 오라비들을 밀어내려고 하는 듯 보이니 말이오..
희빈(E) : (보이지 않는 미소) 암요, 밀어내야지요! 그리해야 다음번에는 중전마마께오서 폐서인 되시어
이사람이 교태전에 들어갈게 아닙니까? 호호호!
S#3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치부책을 들여다 보고 있다.
경빈, 넘기던 책장을 멈추고 흠짓 놀란다.
경빈(E) : 아,아니 이럴수가..(치부책을 유심히 보다가) 윤승후관이 은자 삼만량을 받았음이야!
허면 두사람의 대질에서 밝혀질 것이 자명할터인데..허어, 중전께서 정녕 위급에 빠지셨구먼!
S#35. 중궁전 방 안
윤비 : (속에서 치미는 화를 참아내듯 얼굴에 경련이 인다)...!
S#36. 의금부 옥사 앞 마당
백치수, 형틀에 정신을 잃은채 축 늘어져 있다.
안당 : (백치수를 보며) 정녕 독한놈이로구먼! 무릎뼈가 바스라져 나가도록 입을 다물고 있다니!
남곤 : (안당 옆으로 서며) 영모당대감, 이지경이 되도록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보면 저자가 윤승후관과는 무관한 것이 아닐까요?
홍경주 : 이 늙은이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전 : ...
정광필 : 두사람을 대질시켜 보면 알게 되겠지요!
금부도사, 윤원형을 데리고 금부당상들쪽으로 다가온다.
윤원형 : (남곤을 보고 짐짓 반가운) 좌의정대감!
남곤 : (시선을 피하는)...
윤원형 : (홍경주 보고) 남양군대감! (김전을 보고) 아,아니 처조부님께오서 계셨사옵니까?
홍경주 : 음!..(슬쩍 외면하고)
김전 : ...
안당 : (엄한) 이 자리는 죄인을 문초하는 자리이오니 사담은 삼가시오!
윤원형 : (찔끔)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안당 : 승후관은 형틀에 앉아있는 자와 면식이 있으시오?
윤원형 : (백치수쪽을 돌아보며 그 처참한 모습에) ...!
백치수 : (힘겹게 눈을 뜨고 짜내듯) 이놈은 저 나으리를 알지 못하옵니다.
윤원형(E) : ..배,백도주...
안당 : 윤승후관, 이사람이 묻고 있지 않소이까?
윤원형 : (참혹한 모습에 망설이는)...
백치수 : (윤원형을 보며) 대체 나으리께오선 뉘신데 이놈에게 뇌물을 받으셨다 하시는 것이옵니까?! 이놈 억울하옵니다!
정광필 : (백치수에게) 네 이놈 그 입 다물지 못할까?!
백치수 : ...!
안당 : (추궁하듯) 윤승후관!
윤원형 : (착잡한 표정)....
남곤,홍경주 : (안절부절 불안한 듯 보는)..
김전 : ...
백치수(E) : (윤원형을 보고 간절하게) 나으리 어찌 입을 다물고 계시옵니까?! 나으리께오서 이놈을 안다고 말씀하시면
이놈뿐만 아니라 나으리의 목숨까지 다치시게 되옵니다! 이놈 같이 미천한 장사치는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씀하시옵소서!
윤원형 : (입이 붙은듯)...
안당 : (의혹의 눈초리로 보는)
남곤,홍경주,김전 : (안절부절 당혹스럽게 윤원형을 보는)
윤원형 : ....
S#37.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위에 놓인 치부책을 들여다 보다가 결심했다는 얼굴위로.
윤비(E) : 아니돼, 아니돼, 이대로는 아니돼! 내가 나설 수밖에 없음이야! 내가!
윤비, 치부책을 움켜쥐고 벌떡 일어선다.
윤비 : 엄상궁, 내 편전으로 들것이야! (방문 밖으로 나간다)
S#38. 대궐 후원 일각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비롯한 상궁나인들과 무예별감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중종(E) : (착찹한 얼굴위로) 과인이 중전과 처남들에게 미안하구려..허나 왕실과 조정의 평안과 안위를 지키려면
이러는 방도밖에 없음이오.
중종, 얕은 한숨을 내쉬며 걸어오는데 저 앞에서 누군가가 중종쪽으로 급하게 다가온다. 난정이다.
난정, 중종 발치에 엎드린다.
무예별감들이 재빨리 달려나와 중종을 호위하듯 감싸며 난정에게 칼을 겨눈다.
중종을 비롯한 대전내관과 김상궁등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여 보는데.
중종 : 네 어찌 감히 과인의 걸음을 막아서는 것이냐?!
난정 : (고개를 들고 중종을 보며) 주상전하! 소첩 전하께 목숨 걸고 아뢸말씀이 있사옵니다.
중종 : (난정을 놀란 눈으로 보며) 아,아니 너, 너는...?!
난정, 눈물 글썽이는 애처로운 눈길로 중종을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