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는 동시>
헨젤과 그레델의 섬
미즈노 루리코
둘이서 어떤 섬에 살고 있던 여름이었다 작은 문에는 어느 집과도 구별되지 않도록 X표가 붙어 있었다 나는 좁은 계단을 올라 머리에 꽃을 꽂으며 방에 들어갔다 방에는 코끼리가 있었다 코끼리는 등을 돌린 채 바다만을 상상하고있었기에 파도가 몇 번이고 등을 덮치고 지나가는 사이 거의 섬으로 변해만 갔다 이윽고 섬은 작은 등불을 밝히고두 사람을 태운 채 밤마다 바다로 가라앉았다
오빠는 밤이 되면 섬 이야기만 했다 섬은 아직 어렸을 때 인간에게 붙들려 발가벗겨져 동물분포도마저 기입되었다(정말이지 둘은 부끄러웠다) 낡은 기호가 지금도 섬의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그것은 포승줄 자국처럼 보였다 데본기의 일종인 양서류가 섬을 스쳐 간 흔적이 있지만 스쳐 갔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외로운 섬은 그때부터 주욱 코끼리의 모습으로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하늘과 밝은 양치식물 숲 그늘로 우리를 데려 가기 위하여
낮에 둘은 둥근 식탁에 마주앉아 코끼리와 섬의 행방만을 생각했다 위령제의 춤사위 여운이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 마치 동양의 어느 나라에 온 느낌이었다 나는 코끼리에게 도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빠는 섬에게 도라라는 이름을붙여주었다 나는 코끼리용 채찍으로 쓸 덩굴에 관한 노래를 지었고 오빠는 섬의 지질과 단 하나의 커다란 발자국 크기에 대해 장문의 논문을 쓰고 있었다 둘은 탁자를 돌며 코끼리와 섬이 보이는 위치에 한없이 가까워져만 갔다
온갖 곳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전쟁이 일어났다 낯선 물고기들이 계단에 올라 문 앞에서 귀를 곤두세우는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을 숙여 물고기를 끌어 올려서는 다리를 잘라 버렸다 어느 발 할 것 없이 짤막했다 창밖에서는 발과 오래 된 내장의 냄새가 났다 새끼를 밴 물고기 뱃속에는 눈먼 지도가 빨갛게 접혀 있었다 타원형의 어두운 접시 위로 오빠는 지도를 펼쳤다 그것은 다산의 지방이었다 둘은 무구한 상처처럼 드러누워 낯선 물고기의요리법을 처음으로 배웠다 물고기든 인간이든 언젠가는 치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어른들의 비밀이었다
숲 속 깊숙이 양치류포자가 금빛으로 넘쳐흐르는 소리가 났다 화덕 안에서 마녀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이의 호주머니에는 이제 빵부스러기도 돌멩이도 없었다 그리고 짧은 여름이 끝날 무렵 그이는 죽었다 그것은 투명한 작은 유리잔 같은 여름이었다 허나 그와 같은 여름을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한번 소개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올립니다….
출처 및 해설
https://vasistas.tistory.com/246?category=822707
http://itta.co.kr/portfolio/102/
https://m.blog.naver.com/miles_coltrane/221021289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