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천강문학상 아동문학부문 우수상
덩굴손
돌풍이 휘몰아치고
채찍비가 쏟아져도
담쟁이
놓지 않고
꽉 붙잡아 준
덩굴손.
백혈병이 괴롭히고
치료가 힘들 때마다
가족
친구
이웃
헌혈해 준 사람들
우리 형
놓지 않고
꽉 붙잡아 준
덩굴손.
책 속 주인공도 자란다
작년에 봤던
어린 왕자.
다시 읽었더니
그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그동안
감추었던 마음
하지 못한 말
내게 털어놓는
어린 왕자.
못 본 사이
어린 왕자가
훌쩍 자랐다.
사랑의 조건
“아빠사랑해요.”
“…….”
“아~빠~사~랑~해~요.”
“…….”
“아빠, 무지무지무지 사랑해요.”
“…….”
“아빠,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
“좋아! 한 시간.”
‘쌩~’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는
1학년 내 동생.
장석순
- 1963년 부산 출생 방송통신대학 졸업 2009년 울산산업축제(수필) 최우수상 2012년 <꼬두박샘에 돛대를 세워라> 동화 출간(공저) 아름다운 동시교실 회원
제6회 천강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우수상
전철역 비둘기
바람 찬 전철역 승강장에
맨발로 나타난 비둘기 한 마리,
목을 길게 뺏다가, 움츠렸다가
혼자 종종걸음을 치다가…….
집을 나와 길을 잃은 걸까?
헤어진 식구들 찾아 나선 걸까?
문 열린 전동차 문 앞까지 다가와서도
승차권이 없어 타지도 못하고
발가락 잘린 한쪽 발 가슴에 웅크린 채
고개만 갸웃거리는 비둘기.
오가는 사람들 발걸음에 쫓겨
허둥지둥 달려가는 비둘기의 맨발이
흐린 불빛 속에 빨갛다.
얼음
너,
입 앙다물고 있지만
난, 다 알아.
따뜻한 눈빛 조금만 주어도
금방 사르르
녹는다는 걸!
개구리와 수련
연못가에 뛰놀던 아기개구리,
풀잎에 미끄러져
물속으로 풍덩!
- 여길 잡아!
손 내민 물풀을 잡고
겨우 물 위로 기어오른다.
튜브처럼 동동 떠있는 수련 잎은
아기 개구리의
구명정,
- 휴, 살았다!
툭 불거진 눈으로 가쁜 숨 할딱이며
폴짝! 올라앉는다.
김귀자
- 1947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 <월간문학21>에 수필, 2000년 <믿음의 문학>에 동시, 2001년<한국아동문학연구>에 동화, 2002년 <문예사조>에 시 당선 안양시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받아 동시집 <반달귀로 듣고>를 펴내고 동화집<종이 피아노> 시집<백지위의 변주> 등 펴냄 한민족 문학상, 황진이 문학상, 아름다운 글 문학상 수상 천강문학상 수상 한국 문인협회 / 한국동시문학회 / 한국아동문학 연구회/ 한국아동문학회 카톨릭 문인회/ 안양문인협회 회원/ 미래동시모임 동인. 시낭송가/ 동화구연가/ 동화구연 1급 지도사
<심사평> 제6회 천강문학상 아동문학부문
<동시> 동시문학의 밝은 미래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동시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좋은 작품들이었다. 어린이 독자를 배려하고 있어, 동시 문학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흐뭇하였다.
우수상에 오른 ‘덩굴손’은 도움을 베푸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다룬 작품이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관념을 숙성시켜나간 노력이 돋보인다. 자신의 안목이 높아졌다고 하지 않고 동화 속의 주인공이 성장하였다고 한 ‘책 속 주인공도 자란다’도 밑줄 긋게 하는 수작이다. 독특한 착상이 돋보인다. ‘사랑의 조건’은 요즘 어린이들의 관심을 다루고 있다. 과거에만 집착하는 동시인들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어린이들의 심리적 특성이나 욕구를 도외시한 작품을 어린이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역시 우수상에 뽑힌 ‘전철역 비둘기’는 상처 입은 비둘기를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고 쓴 작품이다. 하고 싶은 말을 자제하며 장면만을 제시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런 동시는 어린이의 마음에 사랑을 채워준다. 이 시인의 다른 작품인 ‘얼음’ 역시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함축시켜 놓은 작품이다. 얼음이란 대상은 돌아선 친구일 수도 있고, 토라진 동생일 수도 있다. ‘개구리와 수련’은 의미보다는 대상의 형상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동시에서 어떤 사물을 새로운 감각으로 수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시는 시나 시조에 비해 소재나 언어 선택 면에서 더 많은 제약을 받는다. 그런데도 오히려 경시 당하는 경우가 있어 왔다. 이런 풍토 속에서도 어린이를 위해 좋은 동시를 쓰고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 두 분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손광세(동시인)
<동화> 수준 높은 작품 속에서 건진 가능성의 원석
아동문학 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은 창작동화 ‘내 의자’는 새로운 이야기의 창안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수학 시험 준비에 지겨워 책상 앞에 앉아 있기가 괴로운 것을 ‘의자에서 손이 슈우욱 나와서 똥꼬를 찌른다.’고 했다. 이렇게 창안해 낸 ‘의자의 손’은 책상 앞에 진득이 앉아 있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인다는 핀잔을 듣는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에 대한 카타르시스 구실을 넉넉히 해 준다.
시험 점수에 지나치게 얽매여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풍자하고 고발하는데 그 방법이 문학적인 데다 어린이의 심리를 절묘하게 나타내고 있다. 문장이 반듯하고 묘사나 비유가 가볍거나 통속적이지 않는 점도 믿음직하다. 여기에다 어린이들의 마음에 들어앉은 듯한 작가의 위치, 곧 현장성이 어린이 독자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았다.
한 가지, 의사가 용준이와 엄마에게 각각 내린 처방이 안이한 점이 아쉽다. 독자들의 짐작과 다른 처방이었다면 작품의 마무리가 훨씬 더 뒷심을 가질 터인데 그렇지 못했다.
본심에 올라온 20명의 동화 60편을 다 읽은 다음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떠올려 봤는데, 단연 ‘의자의 손’이었다. 그만큼 캐릭터가 살아 있고 개성적이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입상권에서 밀려났지만 ‘달려라 불량 감자’도 좋은 작품이었다. 탄력 있는 문장과 이야기의 전개가 남다르고, 짜임새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다만 쌍둥이 주인공, 그 가운데 한 쪽은 돋나고 한 쪽은 좀 뒤처진 구조의 이야기는 너무 흔하다. 이런 주인공을 등장시켰더라도 원형을 깨뜨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남은 음식을 데워서 먹는 정도로 창작이라 할 수 없다. 남은 음식으로도 새로운 음식을 조리해 내야 창작의 대접을 받는다.
‘기분 좋은 분식점’ 역시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줄거리가 선명하지 못한 점, 그리고 인과가 분명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심사위원 : 김병규(동화작가 ․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
<합의 과정> 어려운 동시와 동화의 무게 달기
동시와 동화를 놓고 더 좋고, 덜 좋음을 가리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그 잣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더’와 ‘덜’이 달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의 입장에서 느끼면서 읽어 보고, 또 문학가의 입장에서 따져가면서도 읽어 보았다. 이런 저런 꼬투리를 잡기도 하고, 작은 장점도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이런 고심 끝에, 어린이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공감을 기대할 수 있는 동화 ‘내 의자’를 대상에 올렸고, 안정성과 장래성을 함께 보여준 동시 ‘덩굴손’ 외 2편과 ‘전철역 비둘기’ 외 2편에 각각 우수상을 안겨 주기로 했다.
입상권에서 밀려난 동화 ‘달려라 불량 감자’와 ‘기분 좋은 분식점’은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기가 망설여졌다.
첫댓글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