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아픔> 프리모 레비 지음, 이산하 편역, 노마드북스
프리모 레비의 시집이다. 좋아하는 작가지만 이 책을 나는 옆에 놓아두고 오래 읽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아우슈비츠의 생존자로서 오직 삶의 이유를 증언에서 찾듯 매달렸던 작가.
하지만 끝내 절망하여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그늘 깊은 상처 앞에,
나 또한 어떤 답변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통을 끌어안고 기억투쟁으로 삶을 지속하며 끝내 전장에서 벌어날 수 없었던 삶.
레비는 기억투쟁을 하는 빨치산이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또 현실 속에서
우리는 아직 매장된 진실과 함께 살고 있다.
레비는 폼페이의 재로 변한 소녀를 보며 아우슈비츠의 소녀를 상기한다.
타인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 속에 함께 산다.
어린 폼페이의 소녀여!
한편 코소보의 유태인 수용소에서 클레식 애호가였던 나치친위대 장교로부터
처형당하기 전 '30분 동안만' 소원으로 작사를 선택해
30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유서를 쓰고 처형당한 유태 음유가수이자 빨치산이었던
마틴 폰타쉬의 노래로 추측되는 구절은 이렇다.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위해 대신 살아줄 것인가?
내가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과연 나의 존재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길이 아니면 어쩌란 말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그는 쉐마(너희는 들어라)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따뜻한 집에 있을 때든, 혼자 길을 걸을 때든
잠자고 있을 때든, 깨어있을 때든
항상 가슴 깊이 반추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당신 가족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결국
당신도 자식들로부터 버림받는 아버지가 될 것이다.
명치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