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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랑아 다시한번 ♡ 원문보기 글쓴이: 별바라기
굴뚝 청소부 예찬 / 찰스 램
나는 굴뚝 청소부 만나기를 좋아한다---내 이야기를 들어 보시라. 어른 청소부가 아니다---나이든 굴뚝 청소부들은 아무래도 매력이 없다---생애 처음으로 묻힌 검댕이 속에서 꽃망울처럼 피어나고, 엄마가 닦아 준 자국이 아직도 그 볼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저 어린 풋내기 청소부 말이다---그 아이들은 새벽이 밝아오면,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 일찍 일어나 나와서, 어린 참새새끼의 짹짹거리는 소리와도 같이 「굴뚝 청소요, 굴뚝 청소요」하고 귀여운 소리를 지르고 다니는 것이다. 또는 녀석들은 해가 뜨기도 전에 굴뚝 높이 오르는 일이 드물지 않으니, 아침 종달새를 더 닮았다 말해야 옳으리라.
나는 이러한 희미한 반점---가난한 얼룩이---천진스런 검둥이들에 대해 따스한 동경을 느끼게 된다.
나는 우리나라 태생의 어린 아프리카 소년 같은 이들을 존경한다. 잘난 척하지도 않고 그들의 검은 법의를 입고 12월의 새벽,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자그마한 설교단(굴뚝 꼭대기) 위에 서서 세상 사람들에게 인내의 교훈을 설교하는 이 성직자가 거의 다 되어 버린 개구쟁이들을 존경한다.
내 어릴 적에 그들이 일하는 것을 바라보면 정말 희한한 즐거움이 생겼다. 나보다 더 크지도 않은 아이가 어떤 방법으로 들어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옥의 입구 같은 데를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저렇게도 캄캄하고 숨 막힐 듯한 많은 동굴들, 저 무시무시한 지옥을 더듬거려 들어가는 청소부 아이의 모습을 마음속에서 뒤쫓다 보면 「이제 저 아이는 절대 살아 나오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무서워 진저리를 치지만 햇볕 속에 다시 나왔다고 가냘프게 오치는 소리를 듣고 희망이 되살아난다. 그런 다음(아,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가!) 문밖으로 뛰어나가, 그 유령 같은 새까만 족제비가 별 사고 없이 모습을 드러내어 점령한 성채 위에서 나부끼는 깃발처럼 의기양양해서 제 굴뚝 쑤시개를 휘두르는 것을 보게 되니 말이다!
나는 언젠가 어느 심보 고약한 청소부가 굴뚝 속에 빠져 그대로 있었는데 가지고 있던 굴뚝 쑤시개가 바람 부는 방향을 가리켜 주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기억이 난다. 그것은 확실히 무서운 광경이었다. 마치 「왕관을 쓴 아이 혼령이 손에는 나무를 들고 일어선다.」라고 하는 <맥베드> 가운데 있는 옛 무대 얘기 같기도 했다.
독자 여러분, 이른 아침 산책길에 이런 꼬마 신사를 만나거든 녀석에게 한푼 쥐어주시구려---두 푼을 준다면 더욱 좋겠지요. 만약 얼어붙은 매서운 날씨에 원체 힘에 겨운 어려운 일인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발꿈치에 동상까지 걸려 있다면---보통 있는 일이지만---당신의 인정에 대한 요구는 분명 6펜스로 늘어날 것이다.
사사프라스라고 불리는 단맛이 나는 나무가 주성분인 것으로 내가 알고 있는 합성물이 있다. 이 나무를 차 달이듯이 달여서 우유와 설탕을 넣으면, 사람에 따라서는 그 맛이 중국의 고급 차를 능가할 만큼 훌륭한 것이다. 나는 이것이 당신의 입맛에는 어떠한지 알 수가 없다.
나로 말하면 사리 분별에 밝은 이리드 씨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이지만, 그분은 이미 오랜 옛 시절에 브리지 가와 제일 가깝게 접해 있는 플리이드 가 남쪽 편에 이 피와 살이 되고 상쾌한 음료를 파는 가게(그가 주장하는 바로는 런던 시내에서 단 한 군데밖에 없는 가게)---즉 단 하나의 살로우피아의 집을 열어 놓았지만, 나는 그가 권하는 혼합물의 찻잔에 단 한번도 입술을 적실 용기가 나지 않았다---나의 위장은 마땅히 해야 할 예절을 다 지키려 하건만 코에 와 닿는 그 역겨운 냄새는 마셔서는 절대 안 된다고 끊임없이 속삭여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음식에도 정통한 미식가들이 허발을 해서 그 음료를 마시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몸의 어떤 특수 구조로 인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나는 늘 혼합물이 놀라올 만큼 어린 굴뚝 청소부의 미각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 유질(油質)의 분자라는 것이(사사프라스는 기름기가 조금 있다) 이들 젖내 나는 굴뚝장이 입천장에 달라붙어 있어 가끔 눈에 띄는(해부했을 때) 검댕이를 녹여서 부드럽게 해주는 것일까, 또는 자연의 여신이 이들 풋내기 희생자의 운명에 엄청나게 많은 쓰디쓴 잔을 들어부은 것을 깨닫고, 달콤한 진정제로 이 땅 위에 사사프라스를 자라나게 한 것일까---그건 그렇다 치고, 어린 굴뚝 청소부의 감각에는 어떤 맛이고 냄새고 간에 이 혼합 음료에 비교할 만큼 묘한 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런데 이리드 씨가 자기 가게만이 <단 하나의 살로우피아의 집>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것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 이것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당신이 만약 초저녁 잠이 많다고 하는 분이라면, 필시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겠지만---그 사람에게 부지런한 모방자들을 많이 생겨났는데, 이 남의 흉내를 내서 장사를 한다는 사람들이 꼭두새벽부터 노점을 차리고 그 냄새가 좋은 음료를 가난뱅이 손님한테 팔아먹는 것이다.
그 시간이라는 것은---양극단이 함께 어울리는 것 같이---한밤중에까지 술을 퍼마시다 갈지자걸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술꾼과 하루의 일을 시작하려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나오는 억센 손을 한 일꾼이 서로 더 좋은 길을 차지해 걸으려고 밀치고 제치고 해서 술 취한 난봉꾼을 적지 아니 혼내켜 주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그 시각은 여름철이면 부엌의 불은 이미 꺼지고 다시 불을 켜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으로, 우리가 사는 서울의 수채구멍에서는 대단히 아름답지 못한 향기를 풍겨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술주정뱅이들로 보면 밤새껏 들이켠 취기를 보다 기분 좋은 커피로 싹 씻어 버리고 싶은 형편이니, 그 구역질나는 냄새를 지나면서 저주하지만, 일꾼들은 발을 멈추고 맛을 보고는, 그 향기로운 아침 요기를 고마워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살루우프>이다---새벽 약초를 파는 아낙네가 사랑하는 물건이며---동이 트면 해머스미드로부터 코벤트가아든의 이름난 광장으로 무럭무럭 김이 나는 호배추를 싣고 달리는 이른 아침 배추장수의 기쁨이며---또한 가난한 굴둑 청소부의 기쁨이 되겠지. 아! 나에겐 선망의 대상밖에 못되는 것이 아쉽다. 설혹 당신은 얼굴에 내천자를 그린 청소부가 기분 좋게 서려 오르고 있는 김을 머리에 떨구고 바라보고 있는 광경을 우연히 대하게 된다면, 그 호화판 음료 한 그릇하고(불과 3펜스 반이면 될 테니까)하고 해서 한턱 내 보시오.---그렇게 되면 당신 집의 부엌 불은 당신이 엉뚱하게 베푼 대접으로 인해서 더덕더덕 붙은 검댕이가 싹 털리고 더욱 가벼워진 가세로 하늘로 쑥 빠져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당신이 돈을 많이 들여 잘 끓인 국에 검댕이 떨어져 잡쳐 놓는 일이 없을 게고---또 굴뚝에서 「불이야!」하는 무서운 고함 소리가 이 거리 저 거리로 순식간에 퍼져, 근처 여남은 군데 난 되는 교구로부터 요란스럽게 윙윙대는 소방차를 불러들여, 엉뚱한 불꽃 때문에 당신의 무사태평과 호주머니 사정을 교란시키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원체 천성이 길바닥에서 당하는 창피를 참지 못한다. 사람들이 해대는 조롱이나 야유 같은 것이라든지, 신사가 어쩌다 나가동그라진다든지 양말에 흙탕물이 튀겨 쩔쩔 매는 것을 보고 야비하게 쾌재를 부르는 그런 따위 말이다.
그러나 어린 굴뚝 청소부의 농담 같은 것은 관용 이상의 어떤 기분으로 참고 들어 줄 수가 있다---재작년 겨울에 나는 늘 그런 식으로 치입사이드 가를 서쪽으로 성급히 걷고 있었는데, 아차 하는 사이에 미끄러져 그만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나는 아프기도 하고 창피해서 소리가 나오려 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태연하려고 애를 썼다.
이때 어린 굴뚝 청소부 녀석의 장난기 어린 얼굴과 마주치게 되었다. 녀석은 거기 서서 검댕이 묻은 손가락으로 떼지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한 궁상맞아 뵈는 여자에게---녀석의 어머니로 추측되는---나를 가리키고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그 가련한 빨간 눈 가장자리에서는 눈물까지 나왔다. 눈이 빨간 것은 전에 많이 울었고, 검댕이 염증을 일으켜 그런 것이겠지만, 황량한 생활 속에서 그러한 재미거리를 뜻밖에 보게 되어 눈은 반짝반짝 생기가 돌고 있었다.
그것은 호가아드가---아니 오가아드는 이미 그런 광경을 <핀치레이의 행진>이라는 그림에 그리고 있지만(어찌 그가 그런 것을 놓칠 수가 있겠는가?), 그것은 굴뚝 청소부가 파이 장수를 보고 싱글거리고 있는 것이다.---녀석은 마치 그 웃음거리가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듯 그림 속에 꼼짝 않고 있는 인물같이 서 있었는데---녀석의 신명나는 기분 속에는 최대의 즐거움과 최소의 짓궂은 생각이 어울려 있었다.---그 까닭은 진짜 굴뚝 청소부의 웃음에는 절대로 악의가 없기 때문이다.---만약에 신사의 체면을 깎지 않고 그런 조롱을 받아 넘길 수 있어서, 한밤중까지라도 녀석의 놀림거리와 웃음거리의 대상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조금도 마음에 서운할 게 없는 것이다.
나는 이론상으로는 이른바 치열이 좋다는 데 대해서는 별반 매력을 느끼고 있지 않다. 장밋빛 두 입술은(숙녀분들, 용서하십시오.) 아마도 그러한 보석을 담고 있는 상자로 생각되나 내 의견으론 될 수 있는대로 그 이를 드러내는 것을 삼가야 할 줄 안다. 정숙한 숙녀나 점잔을 빼는 신사라 하더라도 이를 드러내 보이는 것은 살속의 뼈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진짜 굴뚝 청소부의 입에서 하얗게 반짝이는 뼈를 드러내놓고 보이는 것은(설사 자랑삼아 한 짓이라 하더라도)예의상 기분좋은 변칙(變則)이며, 용서할 수 있는 허영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검은 구름이
밤에 그 은빛 안자락을 뒤집어 보인다.
라고 한 것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또 아직 다 없어지지 않은 상류층의 쓰다 남은 찌꺼기 같은 것이며, 한 시절 가던 때의 표시 같은 것이며, 내노라 하던 양반들의 암시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의심할 것도 없이 그들의 출신을 가리우는 암흑과 버림받은 신세로 떨어진 이중 변장 속에는 상실된 조상과 망해버린 가문에서 이어받은 훌륭한 혈통과 지체 있는 집 가풍이 흔히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런 나이 어린 희생자들을 너무 일찍 고용살이를 시키는 것은 비밀스럽게 은은히, 그리고 그의 유아의 어린나이 때부터 어린이 유괴를 엄청나게 장려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이런 접붙이기를 한 나이 어린 청소부에게서(달리 설명할 수가 없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얌전한 태도나 참다운 예절의 씨앗은 명백하게 남의 자식을 강제로 제 자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비치고 있다.
오늘날에 있어서까지 자기 자식을 잃고 비탄하는 고귀한 라헬과 같은 많은 어머니들이 있다는 것은 이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요정의 아이를 채뜨려 간다는 이야기는 이 슬픈 사실을 슬그머니 말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린 몬테규가 유괴되었다가 되돌아온 사실은 그 수많은 돌이킬 수 없는 절망적인 유괴사건 중에서도 단 한 번의 외로운 행운이 예에 불과한 것이다.
몇 년 전 애런들 성안 한 위엄 있는 침대에서---공작의 천개(천개) 밑에서---(하워드 가(家)의 그 저택은 찾아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데, 그것은 주로 그 침대 때문이었고, 그 침대에 대한 죽은 공작의 감식력은 특별한 것이었다)---별 모양의 보석관들이 아로새겨진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진홍색 장막에 둘러싸여---비너스가 아스카니우스를 어르면서 잠재웠다는 무릎보다도 더 희고 보드라운 두 장의 시이트에 싸여---행방불명이 된 뒤 별별 짓을 다해서 찾았지만 눈에 띄지 않던 굴뚝 청소부가 대낮에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것이 우연하게 발견된 일이 있는 것이다.
그 꼬마 녀석은 복작하기 짝이 없는 엄청난 굴뚝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던 중에 어딘지 알 수도 없는 뻐끔한 구멍으로 내려온 것이 결국 이 굉장한 방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녀석은 신물이 날 정도로 지루한 탐험 끝에 지쳐 떨어져, 그 방 안에 널려 있는 유쾌한 휴식으로의 초대에 뻗대지 못하고 몸을 맡겨, 살그머니 시이트 속으로 기어들어가 그 새카만 머리를 베개에 들이박고, 어린 하워드 가의 아들처럼 잠들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이 그 성을 찾아간 사람들이 듣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나는 그 이야기 속에서 내가 방금 암시한 것을 확증할 만한 사실이 들어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내 생각이 엉뚱하지 않다면 이 경우에는 격이 높은 본능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부류의 가난뱅이 자식이라면 제 아무리 녹초가 되었다 한들, 벌받을 것을 미리 떨고, 제 주제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잠자리라는 것이 명백한 융단과 양탄자를 보아서라도 감히 공작 침대의 시이트를 걷어 올리고, 그 속에 유유하게 드러눕는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겠는가? 물어보거니와, 만약 내가 주장하는 그 위대한 자연의 힘이 그 아이 속에 나타나서, 그러한 모험을 촉구하지 않았던들 이러한 일이 가능했겠는가?
분명히 이 어린 귀족은(내 마음에는 틀림없이 그러리라고 여겨지지만) 어릴 적 일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어린애 때 엄마나 유모가 방금 여기서 본 그런 사이트에 싸서 늘 재워 주던 기억에 이끌리어, 자기의 당연한 요람인 동시에 휴식처인 곳으로 기어들어 갔던 것이다---이 전생(前生)의 신분에 대한 느낌(나는 이렇게 부르겠는데) 말고는 다른 어떤 이론을 가지고도 나는 대담한 행동을 설명할 수 없거니와 또 어떤 다른 방법을 쓴다 해도 이 귀엽긴 하지만 철부지한 버릇없이 잠들어 버린 녀석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유쾌한 친구 제임스 화이트라는 사람은 이와 같은 변신이 되는 예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소신을 마음속 깊이 굳히고, 이러한 가련한 어린이들의 뒤바뀌어진 그릇된 운명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자 해마다 굴뚝 청소부 잔치를 열어, 그 자신이 스스로 주인이 되고 심부름꾼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있었다.
그것은 해마다 성 바르톨로메오의 축제일이 돌아올 때면 스미드피일드에서 벌어지는 엄숙한 만찬회였다. 초대장은 일주일 전에 런던시내와 그 변두리에 있는 굴뚝 청소부 왕초들한테 보내졌는데 초대 범위는 꼬마 녀석들한테만 한정하는 것이었다. 이따금 나이는 좀 많지만 풋내기 청소부들도 끼어들게 되지만, 싫은 기색 없이 보아 넘겨주었다.
그러나 그 주체는 어디까지나 꼬마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 한 사람이 재수 없이 검은 옷을 걸쳤다는 핑계로 이 모임에 끼어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이라고나 할까, 몇몇 가지 표시가 눈에 띄어, 굴뚝 청소부가 아니라는 것이 탄로가 나서---검게 보인다고 다 검정은 아니니까---굴뚝 청소부의 예복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통 모두의 분격을 사게 되어 그 자리에서 당장 쫓겨났던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 지정된 장소는 시장 북쪽으로 가축우리들이 있는 그 가운데 자리 잡은 편리한 곳이어서, 그 허영기어린 시장이 내뱉는 왁자지껄한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릴 만큼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렇다고 그곳 구경꾼들이 입을 헤벌리고 일일이 들여다보며 방해하지 않을 만큼은 거리가 먼 곳이었다.
손님들은 일곱 시쯤 모여들었다. 그 대단할 게 없는 임시 객실에는 세 개의 식탁이 품위는 없지만 실용적인 식탁보로 덮여 있고, 식탁마다 예쁘장한 아줌마가 기름이 지글거리는 소시지 냄비를 들고 다니며 대접하는 것이었다.
어린 개구쟁이 녀석들의 콧구멍은 그 맛있는 냄새로 벌름벌름 거렸다. 제임스 화이트는 첫 번째 식탁의 급사장으로 책임을 떠맡았으며, 나 자신은 믿고 지내는 친구 바이고드와 더불어 나머지 두 식탁을 돌보았다.
확실하다고 말해도 좋겠는데, 모두들 첫째 식탁을 차지하려고 시끌덤벙하고 밀쳐대는 일이 흔히 있었다. 그 까닭은 로체스터라는 친구가 형언할 수 없으리만큼 광태를 부리던 시절에도 내 친구 화이트만큼 그 분위기에 걸맞게 신바람이 나서 익살을 피워대진 못했기 때문이다.
모인 사람들이 자기에게 보낸 경의에 대충 고맙다는 표시를 한 다음에, 그의 개회인사라는 것이 옆에 서서 그 <신사분>한테 대해서 축복 반 저주 반으로 투덜거리며 안달을 부리고 있는 늙은 어슐라 부인의 (셋 중에 제일 비대한) 비계덩어리 허리를 껴안고, 그 정숙한 입술에 애정 어린 인사의 입을 쪽 맞추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곳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하늘이 찢어질 듯이 환호성을 올리며, 동시에 드러낸 수백 개의 이빨들은 그 번쩍이는 빛으로 밤의 어둠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아, 새까만 꼬마들이 기름기가 번질번질한 고기를 그보다 더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화이트 씨의 이야기와 곁들여서 혓바닥을 널름대며 먹는 모양을 바라보는 일---주인이 조그만 꼬마들의 입에 알맞게 작은 고깃점을 골라 주고, 큰 고기 조각은 큰 녀석들 몫으로 밀어 제쳐놓고---굶은 놈처럼 마구 입에 집어삼키려는 천방지축인 아이한텐, 「아, 잠깐, 그건 다시 냄비에 넣어서 푹 구워야지, 그건 신사가 먹을 게 못 돼!」라고 외치며 말리던 일---여기 있는 하얀 빵 한쪽, 저쪽의 한데 붙은 껍질빵 한 쪽을 귀여운 꼬마 녀석에게 권하면서 꼬마들 모두에게 이를 부러뜨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주의시키던 일, 왜냐하면 이빨이야말로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제일 소중한 재산이라며---거기다 별 것도 아닌 맥주를 마치 고급 포도주나 되는 것처럼 정중하게 따르면서 양조장 이름을 대고 만약 술맛이 글렀다면 다시는 팔아 주시 않겠다고 공언하던 일---이런 일들을 바라보는 기분이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그런 다음 우리는 축배를 들었다---<국왕을 위하여>---<검정 옷을 위하여>---녀석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든 그것은 즐겁고 신바람 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분이 최고조에 달하면 영락없이 「굴뚝 쑤시개가 월계관보다 뛰어나길」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이러한 말과 그밖에 적지 않은 기상천외의 말들을 꼬마 손님들이 이해했다고 하기보다는 느낌으로 알아차렸다고 해야겠지만 주인이 식탁 위에 올라서서 「꼬마 신사 여러분, 이러이러한 소리를 하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라고 다정하게 서두를 꺼내면 그 어린 고아들에게는 굉장한 위안이 되는 것이었다.
이따금 연기가 무럭무럭 나는 소시지 조각을 마구잡이로 입에다 쑤셔 넣고 떠들어대는데---이런 모임에서는 까다롭게 구는 것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그것이 녀석들한텐 엄청 신나는 일이었고 이 잔치의 제일 입맛을 끌어당긴 요리접시였음에 틀림없을 것 같다.
황금의 소년 소녀들도
굴뚝 청소부처럼 흙먼지가 되리라
제임스 화이트는 가고, 그와 더불어 이 잔치도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그는 죽으면서 세상의 재미있는 것들은 반은 가져가 버리고 말았다.---적어도 나의 세계에 있어서는---
그의 옛날 단골들은 가축 시장 우리 안에서 그를 찾아 헤매지만, 그를 못 만나 서운해 하며, 변해 버린 성 바르톨로메오의 축제와 영원히 떠나버린 스미드피일드의 영광을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첫댓글 굴툭 청소부예찬
잘읽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