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968 --- 송담이 살면서 소나무가 죽는다
담쟁이덩굴이 소나무에 기생하면서 자란 것을 송담이라고 한다. 송담이 갈수록 자라서 덩굴이 나무처럼 굵어지면서 소나무는 서서히 죽어간다. 송담이 10년을 넘으면 아주 좋은 약재가 되기도 한다. 소나무의 좋은 영양 성분을 듬뿍 빨아먹으며 성장하기 때문에 소나무 고유의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져 그 약효가 대단하다고 한다. 특히 당뇨 및 고혈압 혈액순환에 좋다고 알려질 만큼 널리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천 미터 이상 고산지대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와 다르지 않다. 약초꾼의 눈에는 야속하게도 소나무의 아픔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약초인 송담만 신바람 나게 눈에 띄며 쾌재를 부른다. 담쟁이는 본래 뼈대가 없어 덩굴로 혼자는 일어서지 못하고 바닥을 기다가 주변에 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붙잡고 올라가면서 비로소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그래도 뻔뻔스럽기 짝이 없어 상대방이야 어찌 되든 모르는 척 희희낙락거리며 보란 듯 담장이나 나무타기를 한다. 덩굴의 마디마디에 접착력이 강한 잔털이 뻗어 꽉 움켜잡고 뿌리의 역할을 하면서 소나무영양분을 흡혈귀처럼 쏙쏙 뽑아먹고 태연하게 자란다. 그 사이 소나무는 수분과 영양분을 강탈당하면서 점점 비실비실 서서히 죽어간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산속을 가다 보면 간혹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순간 가슴 철렁하게 한다. 거대한 소나무도 담쟁이덩굴의 횡포를 번연히 알면서도 어쩌지 못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다. 몸통을 타고 올라와도 싫다는 말을 할 수 없고 자력으로 거절할 수 없다. 누군가 관심을 두고 밑줄기를 끊어주면 소나무는 그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 더 푸름을 자랑하며 당당함을 보일 텐데 그 작은 손길 하나가 어렵고 아쉬운 것이다. 아니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아주 막중한 역할이기도 하다. 큰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데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저렇게 큰 나무가 작고 보잘것없는 덩굴에 꼼짝없이 무릎을 꿇는 모습이 되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처음부터 큰 것에 짓눌리는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