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과 타이밍상 감독 퇴임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습니다. 감독이 지휘권을 내려놓는 가운데 수석코치를 포함한 주요 스태프가 운명을 함께하는 것은 경험상 자연스러운(?)일에 해당합니다. 지난해 9위에 이어 올해 현재 10위, 14연패 중인 상황이므로 현장 지도부가 교체되는 것은 이해할만 합니다.
야구의 승패를 직접 결정짓는 것은 선수고, 그 선수들을 지휘하는 사람은 감독입니다. 그런데 선수단을 구성하는 것은 프론트의 몫이죠.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사람도 감독 또는 코치지만, 선수를 골라 영입하고 육성하고 군대를 보내거나 세대별 또는 포지션별 조화를 꾀하고 외국인이나 FA를 데려오는 것도 모두 프런트가 할 일입니다. 감독이 할 일은 프런트가 구성한 선수를 가지고 그 선수들의 기량과 체력을 고려해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히 나눠 쓰면서 승패를 조율하는 일이죠.
그 동안 좋은 선수를 골라서 영입했는지, 다른 구단보다 더 나은 방식과 시스템으로 육성했는지, 세대별 포지션별 조화를 감안해 선수단을 구성했는지, 훌륭한 외국인이나 외부 FA를 영입했는지 등을 생각해보면 사실 구단도 할 말은 없습니다. 서산을 만들고 신인을 10명 뽑는다지만 그거야 남들은 20년 전부터 하던걸 불과 몇년 전부터 따라했을 뿐이니까요.
야구를 못하는건 '베테랑'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이용규 정근우를 영입하고 김태균이 중심타선에 오래 남아 있어서 야구를 못한 게 아니죠. 이용규 정근우 김태균이 있었으니까 그나마 10등 안하고 9등 한겁니다. 문제는 베테랑을 벤치에 앉힐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과거에는 뽑지 않았고, 최근에는 뽑았으나 육성하지 못했고, 그나마 육성된 선수들도 팔꿈치 갈아 없애거나, 누구 한명만 아파 라인업에서 빠지면 그 구멍이 전혀 채워지지 않아 급하게 다시 롤백 하다보니 이렇게 된거겠죠.
저는 투수 혹사하는 감독 욕하지만 FA데려오는 구단 욕한 적 없습니다. 신인 지명 적게할때 욕했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선수 모으는 선택을 할때는 비난한 적 없죠. 2군 선수들이 경기중에 헬맷도 안 쓰고 공 주으러 다닐때 영상까지 찍어 올리며 지적했지만 그 이유도 '2군 선수 1군 내보내라'가 아니라 '건강한 선수가 무조건 많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1군은 결국 상대적으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뛰는 곳이고, 그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고 시즌 마지막까지 최대한 완주할 수 있도록 전력을 유지하는게 감독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반대로 감독이 고를 수 있는 선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건 구단의 몫이죠.
10년 넘게 이런 얘기 하는거 이제 정말 손가락 아픕니다만
FA는 자꾸자꾸 사야 됩니다. 가성비같은 얘기를 할 팔자가 아닙니다. 가격이 싸고 성능이 좋아야 가성비지 가격만 싸고 성능이 별로면 그건 아무런 장점이 없거든요. 두산도 장원준 사서 우승했고 KIA도 외야수 넘쳐나는데 김주찬 최형우 큰 돈 주고 샀죠. 서울팜 부산팜 쓰는 LG 롯데도 틈만 나면 돈 씁니다. 이런 얘기 나오면 또 넥센이나 키움 사례로 '키우는게 정답'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겠지만, 그 돈 못 쓰는 키움도 최소한 이택근은 다시 샀습니다.
"서산 구장 지었는데 왜 갑툭튀가 없어. 코치들 전부 XX 아니야?"이런 얘기만 자꾸 해도 안 됩니다. 남들 다 있는 2군구장 몇년이나 늦게 지어놓고 거기서 무슨 성과가 나옵니까. 우리가 서산 지을때 다른 구단들은 2군 시설 더 늘리고 업그레이드 했는데요. 3군을 만든다는 팀도 있고, 우리 2군이 서산에서 막 실내운동 시작할때 퓨쳐스 멤버들 해외 전훈 보낸다는 팀이 절반을 넘었는데요. 서울팜 호남팜 영남팜 쓰는 팀들도 2군에 돈 쓰는데 전국8도에서 가장 약하다는 충청팜 쓰면서 그러면 안 됩니다. 2군에 돈 더 써야 됩니다.
서산 얘기 나올때마다 사실 저는 화가 좀 납니다. 우리가 2군 연습장 완공한게 2012년이죠. 8년쯤 됐으니까 우리도 신인들 무럭무럭 크는거 보겠구나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2012년에 무슨 일 있었는지 아시나요? KIA가 함평 2군 연습장을 확장 이전했고 삼성은 2군 해외전훈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부터는 넥센, SK, KIA가 2군 해외전훈 시작했습니다. 2014년에는 LG와 두산이 2군 연습장 확장했고 삼성은 3군 키운다면서 BB아크 만들었죠. 우리가 서산에 2군 생겼다고 좋아할때요, LG는 2군 구장에 잠실이랑 똑같은 천연잔디 깔고 실내연습장 내야에는 도쿄돔에서 쓰는 잔디 깔고 연습 시작했습니다. "2군에서 잘하는 애들은 1군좀 올려보지"이런 마음이야 저도 당연히 들고, 지금 1군 성적이 워낙 안 좋으니까 퓨쳐스에서 많이 올린다고 뭐 큰일이야 나겠느냐 싶지만, 저런 과정들 보면 솔직히 답답합니다. 서산 있으면 뭐해요. 없었던게 말도 안되는거고 지금도 남들은 더 좋은데.
돈 써야 됩니다. 사람 키우는것도 돈입니다. 무협지 속 무림 고수처럼, 잘 싸우는 사부님한테 기술을 전수받아서 싸우는게 아닙니다.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제대로 갖춰진 시스템과 프로그램 속에서 운동을 해야 성과가 나오죠. 코로나 시국이라 지출 눈치 보이겠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남들은 돈이 많아서 쓰나요? 아, 성적 나쁜데 돈 달라고 하기 어려운거는 이해 갑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투지나 근성으로 야구하는 시대가 아닌데요. 삭발하고 양말 올려 신으면 이기나요? 어림 없는 얘깁니다. 잘하는 사람이 많아야, 아픈 사람이 적어야, 아픈사람 있어도 다른 사람이 비슷하게 잘해야 이기죠.
구단이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야구와 관련된 좋은 시설을 남들만큼 아니면 남들 이상 갖춰놓고 야구 잘하는 선수들을 많이 모으세요. 그래야 최소한 남들만큼은 할 것 아닙니까. 송-구-정-문이 줄줄이 은퇴하는 동안 후계자 없어서 고생한게 몇년이고, 그나마 류현진-김태균에 FA 몇명으로 일부 국대급 선수들을 보유했는데 그것 말고는 뭘 했나요. 혹시 류현진이 한국에 남았으면 서산은 지었을까요? 글쎄요. 저는 그것도 잘 모르겠네요.
돈 쓰십시오. 사기진작 차원에서 연봉을 올려주라는 의미가 아니라 돈 들여서 시설과 시스템 갖추시라는 의미입니다. 안그러면 2025년에도, 2030년에도 '우리가 서산은 만들었지만....' 이런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이성열을 내리고 장운호를 올리고....이런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속이야 시원할 수 있지만 그게 정말 팀을 강하게 만들겠습니까?
첫댓글 돈 써서, 시스템/프로세스 정립하고, 말도 안되는 이유가 기준되는 신인 선발, 1군 운영이 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한 감독님... 그리고 절 빙그레 팬으로 이끈 장 코치님 일은 씁슬하지만...
다시 또다른 레전드 중에 씁쓸한 일은 생기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돈 쓰는 것에 주저하지 말라는 말에 100% 공감합니다. 재 작년 양의지는 반드시 사야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재훈이 주전에 성준이 빽업이면 충분하더고 그러더니...팬들은 유망주 유출될까 반대하고...
양의지, 손아섭
하다못해 전준우라도 차례대로 영입해왔다면 지금의 클린업 트리오보다 훨신 강한 라인업이 되는건데 말이죠....
그나마 2군에서 성과를 낼 때인데 그나마 있던 유망주도 모 감독이 딴팀에 다 팔아먹고 나이먹은 선수들 데리고 왔죠...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결국 한화라는 재벌 대기업의 야구단 운영 능력이 최하위인거죠.
감독 물러나고 선수 물러나라 할게 아니라 김승연은 물러나라 해야 할 판인거죠.
FA영입 찬성합니다. 돈 쓰는 것도 찬성합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순혈주의 없애야 합니다. 요즘 세상은 가족같은 순혈주의로 성적이 나지 않습니다. 트레이드 해 와도 북일고, 감독코치 한화레전드출신.. 이런 인사로는 실력중심의 인재활용이 절대 되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레전드 대우 잘해주는 구단이 전에는 맘에 들었는데.. 요즘은 그게 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력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중요합니다.
FA를 꾸준히 영입하자는 건 순혈이 아니라 성적대로 선수를 쓰자는 얘기고요.
좋은 선수를 모으는 것도 1차지명 빼면 순혈과는 별로 상관 없죠.
그리고, 한용덕 감독을 모처럼 영입하기 이전에도 이 팀에는 순혈주의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습니다.
2005년 김인식부터 2017년 김성근까지 12년 동안 다른팀 출신 감독이었는데요.
구단 출신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팀에 일부 있었으나 솔직히 그 정도는 다 있습니다.
순혈주의가 팀에 더 도움이 될리도 없지만, 기본적으로 우리팀이 순혈주의가 특별히 강한 것도 사실은 아니죠. 막말로 두산은 (뭐 야구 잘하지만) 평생 베어스 출신 감독만 쓰는데요.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건 그냥 그런 이미지가 퍼져있어서 그렇지 실상 따져보면 18년에 레전드의 귀환이란 타이틀로 홍보를 해서 그렇지 그거말고는 그렇게 심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어제까지 1군에 있던 고참급 선수중에 순혈 선수라 할만한건 김태균 송광민 최진행뿐이고 1군 주요 보직 맡던 정민태 코치, 차일목 코치, 김성래 코치, 전형도 코치, 채종국 코치 모두 선수때 한화와 접점이 없거나 있어도 짧에 머물렀던 것뿐인데요. 한대화 김응룡 김성근 감독도 전부 외부인사고요
올시즌 초반부터 울부짖고있는게 장바구니에 타팀선수 3명을 넣어놨다 입니다. 한명은 부상으로 시즌아웃되어 이탈되었지만 그 2명이라도 영입하자가 올해 컨셉인데....선수를 물건으로 비유한거에 기분이 나쁘신분들은 사죄드립니다만 그만큼 지금 총알을 보유해서 겨울에 쏟아부을생각을 해야한다는거죠... 너무 야박합니다. 어떤감독에겐 신인보내가며 죄다 사드리고 어떤감독에겐 내부 퐈만 계약한채.....
육성 측면에서는 우리가 다른 팀보다 후발주자라는걸 인정하고 이들과 최소한 같은 선상에 서려면 그들만큼 해서는 안됩니다. 다른팀 만큼이 아니라 제3자가 볼때 "한화가 육성파트에 저렇게나 신경쓰는구나"라고 할 정도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뒤에서 출발한 사람이 앞에 가는 사람 잡으려면 기름도 더 쓸 각오로 가속페달도 더 밟고 남들 다 가는 길이 아니라 다른 길도 알아보고 해야죠.
공감되는글입니다..그럼1번선발께서는
현상황지속된다면 우리팀은 가능성이 없는 팀일까요? 언제쯤 경쟁력있는 팀이되고
신인들이 육성될까요?
프런트에서는 지금보다 크게 돈을쓰짅않을듯 보여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