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권국가
필자는 박영선. 강성천. 차정훈 공저다. 대표저자 박영선은 경희대 지리학과 출신으로 MBC 앵커를 거쳐 4선 의원과 중소벤처 장관을 역임한 여성이다.
세상의 혁신과 발전은 역사의 모순 속에서 이루어진다.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가 미국을 반도체 산업, 발전의 계기와 원동력이 되었다. 전쟁의 실패 원인은 미군 포탄의 명중률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미사일도 1965~1973년의 명중률은 평균 9.2%였다. 100발 쏜 것이 90발은 목표지점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당시 손으로 납땜한 진공관 전자장치는 베트남의 습한 기후와, 이착륙 시 받은 충격 등으로 60%는 고장이 났고 나머지는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포탄은 대부분 북베트남의 논밭에 떨어졌다. 2차 세계대전은 산업의 중심이 기계산업에서 전자산업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벌어졌다. 이 전쟁의 연합군의 승리는 레이더였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레이더가 더 이상 연합군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1977년 ‘윌리엄 페리’가 미 국방성 연구 담당 차관보로 발탁되었다. 그는 마이크로 전자기술과 메모리칩을 활용해 각각의 유도 무기화하는 과정은 당시 ‘페리’ 국방차관에 의해 주도되었다. 반도체 무기화를 검색하면 ‘광물 무기화’, ‘자원 무기화’라는 말이 뜬다. 그만큼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의 주관적 전략 보호색을 꺼내 든다는 얘기다. 현재 반도체는 메모리칩의 90%, 프로세서 칩의 75%, 실리콘 웨이퍼의 80%를 한국, 대만, 일본, 중국, 싱가포르에서 생산한다. 한국은 모든 메모리칩의 44%, 모든 ‘프로세서 칩’의 8%를 생산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8년 벨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반도체로 된 트랜지스터를 발명해, 기존에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었던 진공관을 대체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집중된 미국의 반도체 조립공장이 동아시아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시혜적 인식하고 있다. 주로 여성 인력들이 조립공장에 채용됐고 이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동아시아 여성의 섬세한 손기술 그리고 값싼 노동력과 무관하지 않았다.
미국은 2019년 5월 ‘트럼프’ 시절부터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중국 ‘화웨이’를 우려 거대기업에 등재했고, 1년 뒤 엄격한 기준으로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반도체 무기화’ 전략은 암세포만 쫓아가 죽이는 표적 항암치료제가 아닌 살아 있는 세포까지도 치명상을 가하는 일반 화학 항암치료제와 같은 결과를 낳으면서 동아시아 동맹국들과의 공급망 재편을 촉발하였고 특히 한국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다. 소련도 반도체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 모스크바 근교에 ‘젤레노그라드’라는 ‘소련의 실리콘 밸리’를 만들었다. 스파이를 통한 기술 탈취에 주력하고 상명하복식 기술개발에 익숙했던 소련은 결국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에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
1990년 걸프전은 전쟁을 TV로 중계하는 시대를 알렸다. 안방에서 TV로 접한 일반인들의 눈에는 전쟁이 마치 게임처럼, 전자 게임의 한 장면으로 보인 순간이었다. 1991년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로 이라크를 폭격하면서 시작한 ‘사막의 폭풍’ 작전은 예상을 뒤엎고 다국적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동안 반도체 연산 능력에 투자한 미국이 군사력에서 세계 최강, 임을 입증하는 전쟁이었다. 명중률은 59.1%까지 올라갔다. 전쟁을 일으킨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을 연상하고 미국이 천하무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동의 강자 이라크의 반도체 연산 능력도 우수하나 미국의 정밀타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은 지난 150년간 15배 증가했는데 중국은 40년간 약 25배가 증가했다. 미국의 상당수 반도체 공장이 중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러자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공장을 대만,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2001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다. 현재의 중국의 위상을 만드는 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다. 한국에 반도체 기업이 등장한 것은 1974년이니 중국은 한국보다 14년이나 앞서 반도체를 시작했다. 당시 반도체는 대부분 군사용이었다.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은 반도체 산업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중국의 반도체는 급격히 쇠락한다. 세계적 냉전이 시작되면서 중국의 고립은 중국 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시진핑이 2015년에 반도체 굴기를 시작한다. 2021년 현재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6.7%로 추정되고 2022년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35%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수출 통제로 ‘칭화유니그룹’은 D램 사업을 착공하지 못하고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해 부도를 선언하고 국유화의 길을 걸었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이 부진한 성과를 보이자,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투자 지분을 늘려 나갔다. 시진핑의 반도체 굴기 이후 중국 반도체 기업의 국유화가 늘어가고 있다. 필자가 민주당 대표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만은 “피는 물보다 진하지 않습니까?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민주당에서 오신 대표들이라서 제 견해를 얘기합니다. 같은 민족인 남과 북이 대화할 때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왜 북한과 미국이 대화하게 합니까? 직접 남과 북이 대화해야 힘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권은 참 바보 같은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이 사람의 자신감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긴 여운을 남겼다고 쓰고 있다.
21세기 패권국가의 조건을 알아보자, 어느 나라가 국제질서를 지배할 것인가? 대표적 패권국은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다. 패권국에 도전했다 실패한 나라는 독일, 프랑스, 소련, 일본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쟁하면 재정이 빈곤해서 쇠락한다. 무역으로 패권을 거머쥔 네덜란드도 무역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쇠락했다. 한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의 열풍이 맨해튼을 사들일 것 같았지만 일본은 ‘플라자 합의’ 이후 잃어버린 30년이 지속되면서 G2 자리를 중국에 내주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패권국가의 조건은 ‘기축통화’, ‘첨단기술 지배’, ‘우주 영토 확장’이라 필자는 주장한다.
현재 국제 환거래는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중앙은행 디지털 화제 즉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빠르고 비용도 거의 없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불을 댕겼다. 미국은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은행에 제재를 가했고, 미국이 결제하는 금융 인프라에 접근 못 하게 했다. 이 조치는 중국에 지정학적 이점으로 작용해, 위안화가 부상했다. 현재 세계 100여 국에서 CBDC 실행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한국은행도 추진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지배가 결정적 요소인 것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되었다. 세계 경제 포럼 WEF는 6가지 기술을 주목했다. ‘합성생물학’, ‘동령암호’, ‘우주공간’, ‘양자컴퓨터‘,’나노기술‘, ’자동화 및 자율 시스템‘이다.
바이든은 2023년 8월 9일 ’3대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 투자 금지령을 내렸다. 반도체, AI, 양자컴퓨터가 그것이다.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가 언제이냐에 따라 컴퓨터-PC-스마트폰으로 이어져 온, 혁명이 그야말로 퀀텀 점프를 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도 기초과학연구원 IBS ’양자 나노과학 연구단‘의 연구팀이 23년 10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전자스핀쿠비트‘라는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발표했다. 박수진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표면에서 단일 큐비트만 제어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 단위에서 원격으로 원자를 조작하면서 여러 개의 큐비트를 동시에 제어하는 복수 큐비트 시스템을 구원할 수 있는 도약을 이루었다.”라고 밝혔다. 아직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승자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발표는 고무적이다. 중국은 양자 기술을 미래 군사기술의 메커니즘을 바꿀 강력한 다크호스로 봤다. 마치 미국이 반도체에 투자해 유도무기 체계를 개발함으로써 군사력 우위를 점한 것과 비교된다. 양자 기술로 미국을 앞선다면 한 방에 미국의 패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중국은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중국은 양자 정밀 측정에 늦게 시작했지만, 선진국 전체와 비교해서는 빠르게 그 격차를 좁혀가고 있고 어떤 부문은 최고 수준과 비슷하다”라고 ’중국과학기술대‘ ’판젠웨이‘ 부총장은 말했다. 중국은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 자체 제작 양자컴퓨팅을 개발한 국가가 되었다. 한국도 양자 통신은 강세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세계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개발한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슈퍼컴퓨터 GBS보다 속도가 1경 배 빠르다. 이번 중국의 ’지우장 3.0이라는 이름의 성과는 가히 미국을 긴장시킬 만하다. 지우장 3.0은 2021년에 발표한 2.0보다 그 성능 면에서 100만 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4.03.13.
반도체 주권국가
박영선 외 2인 공저
나남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