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롤로그...마지막 젊음
그는 학창시절 보물찾기를 퍽이나 못했다.
모두가 숨겨진 쪽지를 찾아 선생님께 뛰어갈 때 그는 풀숲에서 부러움에 가득 찬 눈길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은 결혼하여 애가 학교를 다니는데 그는 아직 인생의 반려자를 찾지 못하였다.
그렇게 어영부영 세월을 흘려보내다가 젊음의 뒤안길에서 우연히 시작한 라틴댄스는 그의 마지막 젊음을 불사르기에 충분한 즐거움을 주었다.
오늘도 그는 살사를 즐긴다...
# 수요일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가을이 되자, 그는 한기와 함께 번뜩 찾아오는 외로움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나 오늘은 수요일이다. 그가 가입한 라틴댄스 동호회 ‘라틴 속으로’의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다. 모임이 열리는 ‘보니따 클럽’에 가면 그나마 여인의 손이라도 잡아볼 수 있는 날인 것이다.
그는 저녁이 되자 반사적으로 댄스화와 갈아입을 티셔츠 몇 장을 챙겨 집을 나섰다.
천성적으로 소심하고 과묵한 그는 클럽에 가서도 남들이 춤추는 걸 즐겨보는 편이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춤추는 이들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슬쩍 패턴을 따라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래도 시작한지 2년여가 흘러서인지 소심한 그도 지인들이 꽤 많은 편이다. 그래서 2년 전엔 클럽에 오면 대 여섯 곡 추면 많이 추는 것이었지만 이젠 열곡 정도는 꾸준히 추고있다.
그는 안면이 있는 지인들과 춤을 추기 시작했다.
# 그녀들
‘미쓰김’, 보통 ‘쓰김’이라 불린다. 여기 동호회에서는 웬만하면 이름과 비슷하게 한 두 글자로 줄여서 부르곤 한다.
‘쓰김’은 고수다. 몸놀림이 좋아서 살사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춤은 쉽게 소화해낸다. 수많은 목석들의 부러움을 사는 춤사위이다. 고수와 출 때 그는 움츠러들게 된다. (어디가? 마음이! 자신감이!) 하지만 버벅임은 잠시일 뿐 그는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쓰김’과 한 곡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소니아’가 어깨를 쳤다.
그는 기쁜 맘으로 소니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소니아’는 보통 ‘소냐’로 불린다.
‘소니아’는 이미 많은 춤을 추었는지 살짝 땀이 맺혀있고, 얼굴은 상기되었으며, 숨소리는 거칠었다. 그래서 굉장히 섹시해진 ‘소냐’와 춤을 추며 그 역시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매주 열리는, 축제가 시작됨을 알리는 땀이었다.
슬슬 발동이 걸린 그가 ‘제이’와 한 곡 추려 하였으나 차차가 흘러나왔고, 타이밍상 메렝게 한 곡이 들어갈 것이라 예상하고 메렝게를 예약했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음악은 바차타였다.
차차는 못춰서 못추고, 바차타는 부끄러워 못추는 그는 플로어를 부드럽게 휘감는 바차타 음악에 혼자서 몸을 맡겼다.
그 모습이 측은해보였는지 ‘제이’가 다가와 손을 잡아주었고, 그는 자연스레 ‘제이’와 바차타를 추게 되었다.
바차타는 서로의 다리를 교차시킨 채로 추는 춤이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겼다. 그녀의 다리사이에 위치한 오른 다리 쪽 주머니에 휴대폰과 지갑 등 이러저러한 것들이 가득 차 있어서 좀 더 과감한 딥을 막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오래간만의 바차타는 그를 행복하게 하였다.
바차타가 끝나고 생일을 축하하는 시간이 잠깐 있었다.
오늘은 ‘천여지’(‘여지’로 불린다.)와 ‘메텔’, ‘세실’이 생일이었고, 태권도의 날을 맞아 ‘태권도’(‘꽌도’로 불린다.)도 생일 축하 대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여지’는 부상으로 춤을 출 수 없었고, ‘세실’은 오지 않았으며, ‘꽌도’는 부끄러웠는지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숨기 쉽지 않은 체격인데 말이다.
결국 ‘메텔’ 혼자 생일 축하 일 대 다수홀딩을 하게 되었다.
그는 홀딩하는 사람들을 찍으며 즐거워하다가 결국 홀딩 줄에 섰다.
그리고 겸손하고, 부드러우며, 점잖은 엔딩으로 생일 축하 홀딩을 마무리지었다.
다시 살사 음악이 흐르고, 그의 동기인 ‘스누피’가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스누피’는 보통 ‘스눕’으로 불린다.
‘스눕’은 동기인지라 그에게 있어 가장 오래 전 부터 홀딩을 해 온 여인이다. 물론 잠시 뜸한 적도 있었지만 다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손을 맞춰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눕’과의 홀딩은 참 편했다.
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동기들을 더욱 더 잘 챙겨서 편한 홀딩을 계속 하여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가 다음 홀딩상대를 찾아 눈을 돌리자 ‘라틴 속으로’의 명랑아이콘 ‘럭키뽐’이 보였다. ‘럭키뽐’은 보통 ‘뽐’으로 불린다.
‘뽐’은 그를 보면 박장대소를 한다. 생긴 게 웃긴 건지, 꾸물렁거리는 그의 춤사위가 웃긴 건지, 금방이라도 기름이 샘솟을 것같은 그의 표정이 웃긴건지, 정답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뽐’만이 알 것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웃는 바람에 춤의 박자를 놓치곤 하지만 ‘박자가 대수인가? 재밌으면 된 거지.’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바로 이어서 다시 한 번 ‘제이’와 홀딩하게 되었다. 오늘은 왠지 그녀가 조금 예민해져있는 것 같았다.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이’와 그는 자주 홀딩을 한다. 하지만 패턴은 변하지 않아 그는 항상 미안했다. 그는 인터넷을 뒤지든, 수업을 듣든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샤인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을 뿐이다.
그는 잠시 쉬며 지난 주 정모를 생각했다. ‘햇살’과 니가 피했니, 내가 피했니 하며 서로를 탓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는 ‘햇살’이 홀딩하는 곳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난 번 이런 ‘제누’와 같은 경우가 다시 생길 수 있어서 눈은 춤을 보고 귀는 음악을 들으며 타이밍을 잡았다. 그리고 음악이 끝나자 바로 ‘햇살’을 잡았다.
홀딩 도중 매우 버벅이는 사태가 일어났지만 어찌어찌 춤을 이어나갔고, 큰 사고 없이 끝마쳤다.
너무 오랜만에 춰서인지 느낌이 일 년 만에 추는 것 같았다.
‘보니따’에 가면 에어컨과 선풍기가 함께 찬바람을 만들고 있다. 그의 포인트는 바로 그 선풍기 앞, 또는 맥주를 나눠주는 곳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는 선풍기 앞에 얼굴을 디밀고 있었다.
그 옆에 ‘이이이니’가 있었다. ‘이이이니’는 ‘이니’로 불린다. 단 강세는 이에 있다.
그는 ‘이니’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누가 보면 야한 영화에서 돌쇠가 마님의 손을 잡아 끄는 장면쯤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마님은 돌쇠를 탓하지 않고 돌쇠에게만 쌀밥을 주신다. 왜일까...)
‘이니’를 플로어로 끌어내어 홀딩을 했다. ‘이니’역시 당황하지 않고 쌀밥... 아니 춤을 즐겁게 추었다.
그는 과연 누구에게 쌀밥을 얻어먹을까.
다시 차차음악이 흐르고 그는 입구 10시 방향 선풍기에서 땀을 식히고 있었다.
다음 음악은 분명 메렝게라 생각하고 아까 ‘제이’와 메렝게를 추기로 한 약속을 상기한 그는 ‘제이’를 찾았다.
오래 찾을 것도 없이 음악이 끝나자 ‘새하얀 백야’(‘백야’로 불린다. 개인적으로 ‘새야’로 불려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가 ‘제이’를 배달해주었다.
여전히 어설픈 메렝게로 제이와 흥을 나눈 뒤 그는 다시 선풍기 앞으로 달려갔다.
그의 눈 앞에서 ‘루시’가 ‘태석’과 춤을 추고 있었다. 고수인 ‘태석’과 춤을 춘 후의 여인은 바로 홀딩하면 안된다는 금기를 깨고 ‘루시’의 손을 잡았다. 마리오네트같은 루시의 텐션은 처음 추는 사람은 당황하게 하지만 자꾸 추다보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스타일링을 하는 마리오네트라니...매력적이지 않은가...그는 매우 만족한 맘으로 선풍기로 향했다.
그런데 그의 앞에 ‘비어짱’이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비어짱’의 손을 잡았다. ‘비어짱’은 딱히 줄일 수가 없어서 그냥‘비어짱’이라고 부른다.
‘비어짱’은 잘 못 춘다며 저어했지만 그 말은 그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도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터였다.
즐겁게 한 곡을 마무리 하고 나자 그도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이동 중에 가방을 매고 있는 ‘자체발광’을 보았다.
몇 번을 추려 했으나 타이밍이 안 맞아 못 췄던 그녀였다. ‘자체발광’은 ‘자발’로 불린다.
그녀는 이미 댄스화를 구두로 갈아 신어서 힘들다 하였으나 이내 가방을 내던지고 일어나 그와 홀딩을 하였다. 그녀는 강철같은 체력으로 모든 턴을 스텝으로 이루어냈고, 한 곡을 훌륭히 끝마쳤다.
슬슬 갈 준비를 하는 그에게 정말 오래간만에 ‘보니따’에 나타난 ‘아이’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달려가 홀딩 신청을 하였다. 그녀 역시 반갑게 맞아 주었고, 사람들이 빠져나가 조금은 넓어진 플로어에서 춤으로 대화를 하였다.
촌스럽게 일이 바빴냐는 둥의 신변잡기는 묻지 않고 춤에만 열중했다. 그는 쿨하니까.
‘아이’를 마지막으로 나가려 하였으나 눈앞에 큰 산 ‘해피베리’가 있었다.
‘해피베리’는 ‘해베’, ‘해피’, ‘베리’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그가 ‘베리’에게 손을 내밀자 ‘베리’는 손을 잡는 대신 샤인으로 응해왔다. ‘베리’ 뒤에 타 동호회의 샤인 고수가 있어 약간 민망하긴 하였으나 그 역시 샤인으로 대응했다.
한결 넓어진 실내는 그와 ‘베리’가 샤인대결을 벌이기엔 충분했다. 그는 춤을 추며 ‘베리’의 반응을 살피기보다는 뒤에 앉은 샤인 고수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다행히 그 고수도 둘의 춤을 보며 즐거워했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음악이 끝난 후 그 고수는 ‘베리’에게 홀딩신청을 하였고, 마치 ‘춤이란 이렇게 춰야 하는 것이지~’ 하며 추는 둘의 모습에 그는 창피하여 서둘러 ‘보니따’를 빠져나왔다.
# 에필로그...또다른 여인들
집에 돌아오며 그는 그동안 ‘춰야지, 춰야지’생각만 하고 아직 홀딩을 못한 많은 여인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꼭!’이라고 다짐, 또 다짐하였다.
느낌 아니까~!
살세라로 태어나서...홀딩 신청 함 해봤으면...ㅋㅋ
엇. 진심이 아니라면 위험한 발언같은데요~~ㅋㅋ 백호님은 가능하신 걸로 암... 이미 보았음.. 렝보님과 추는 찐한 살사를..ㅋㅋ
ㅋㅋ...그냥 살세로 할께요.. / 정보 감사..;; 섭때 봐용~~
이안이 살세라로 태어나서 홀딩 신청하면 쿨하게 까주겠어....ㅋㅋㅋㅋ
읭? 백호옵이 살세라하는 거 아니었어?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 그런가용? 살세라 백호 형님이 홀딩 신청하시면...제가 쿨 하게 까드리죠~~
앗...까이다니!@!!!
음 사실 인터넷을 잘 안하는데
왠지 배코옵의 후기는 안읽으면 서운한 기분이 들어서 카페에 오게된다는?ㅎㅎ
루시루시~~~ 고뢔~~?
아직 총각이였어?? 이런 라속 살세라들은 자네 안채가구 뭐하는건지..
이유가 있겠지요...ㅠㅠ
변화무쌍한 백호형의 후기 ~~
역시 최고십니다~
다음 후기를 부르게 기다리게 한다던 ㅎㅎ
이제 슬슬 부담되서 당분간 잠수...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