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십년 전 일이다. 신혼 시절, 아내는 밤늦게 밖에 나가기 무섭다면서 내게 쓰레기봉투를 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어느 날, 밤늦은 시각에 골목길을 걸어가 쓰레기 쌓인 곳에 봉투를 휙 던졌다. 그때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뒤돌아서 집에 가려는 찰나 또다시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아니다 다를까 “응애, 응애” 아기 울음소리가 아닌가!
나는 재빨리 쓰레기 더미를 뒤졌다. 연휴가 막 끝난 지 얼마 안 돼 쓰레기봉투는 가득 쌓여 있어서인지 쉽사리 아기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서둘러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당장 112에 신고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나!”
저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쓰레기 더미 쪽으로 달려갔다. 얼마 뒤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경찰차가 왔고, 두 명의 경찰관에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수고하십니다. 112에 신고하신 분인가요?” “네, 저기 쓰레기 더미에서 아기 소리가 들려서요.”
경찰관은 미심쩍어 하면서도 나와 함께 쓰레기를 뒤졌다. 그런데 한 쓰레기봉투에서 정말 아기 소리가 났다. 놀란 경찰관과 나는 얼른 봉투를 열었다.
앗! 이럴 수가…. 봉투 안에서 나온 건 아기 울음소리가 나는 인형이었다. 그 순간 모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마주보고 웃고 말았다.
한바탕 웃고 마는 소동으로 끝났지만 그날 밤 애간장 졸인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조용태 / 전북 전주시 송천동2가
|
|
첫댓글 너희가 어찌하여 양식 아닌 것을 위하여 은을 달아 주며 배부르게 못할 것을 위하여 수고하느냐-이사야 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