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인연의 공덕

저희 국제정맥선원에 다니는 종화보살님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저에게 떡을 공양올린  인연이 법연으로 이어진 분입니다. 지금 카페회원들과 함께 100일기도에 입재하셔서 열심히 기도하고 계십니다. 이 분의 기도서원이 무엇이냐하면, 금생의 업장을 다 소멸하고 다음엔 수행자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종화보살님은 한 달에 한 번 씩 꼭 대중공양을 올리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 선원대중들은 과일 떡 과자 빵등을 잘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보살님이 충남 대둔산 태고사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벌써 20년 전 일이라고 하면서, 태고사 가는  길이 얼마나 가파르고 험하던지 거기 가면서 겪은 고생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거기엔 무슨 일로 가셨냐고 물었더니, 시어머니가 권유해서 갔다고 하시더군요. 그 가파른 돌길을 오르니 108계단이 있어서 몇 번을 쉬면서  태고사에 도착하니 그 때가  한창 불사중이었답니다. 점심공양을 하고 한 숨 돌리고 있는데, 그 절 주지인 노장스님이 (그 당시 80객이었씀)이 대뜸 하시는 말씀이 대웅전 대보를 하나 시주하라고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300만원 이더랍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는 군요.   그 때 300만원이면 지금은 3000만원은 족히 되는 큰 돈이지요. 3남매에 시부모까지 모시는 빠듯한 살림에 감당할 수 없는 사정에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있으니..., 이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 노스님은 지나는 말로 "나눠서 내도 됩니다."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서울서 먼 태고사까지 온 것도 인연이고,  밤낮으로 머슴처럼 일하시는 80순 노스님의 열정에 감동해서 결국 시주책에 이름을 올리고 왔답니다. 한편으로는 돌아서 오는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겠습니까? 그러나 불사의 보시는  부처님과의 약속이니 어렵다고  그 약속을 져버릴 수가 없었지요. 그 날부터 열심히 기도하면서 약속한 불사금을 다달이 꼬박꼬박 챙겨서 보내드렸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가 종화보살님에게 들은 얘기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저희 대원선사님께서 묘희.묘운 제자와 함께 남방의 사찰을 돌아 보고 오셨습니다 그 노중에 대둔산 태고사를 가셨던 모양입니다. 험한 길을 한참 올라 가니 마침 한 스님이 내려 오더랍니다. 그래서 태고사의 주지스님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도천스님'이라고 하더랍니다. 선사님께서 도천스님이란 얘기를 듣고 "혹시 그 도천스님?"하시더니  길을 재촉해서 태고사에 도착하셨지요. 가서 뵈니 역시 대원선사님이 55년 전에 만났던 그 스님이 맞았습니다. 그러니까 55년 전 전남 담양 보광사에서 선사님이 19살때 한 때 모셨던 스님이었던 것이지요. 그 때도 하도 일을 많이 해서 얼굴이 까맣고 뼈에 가죽만 입혀 놓은 것 같았는데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100세가  되어서 바깥일을 하지 않으니까 얼굴은 좀 하얗다고 하시더군요. 너무 반가워서 100세가 되신 노스님의 손발을 만져 주고 등을  두드려 주기까지 하셨답니다. 나중에 도천스님도 대원선사님을 알아 보시고 무척 반가워했다고 하셨습니다. 거꾸로 속을 뒤집어 털어도 먼지 한 방울 나지 않을 분이라 하시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수행승이라고 하셨습니다. 도천스님은 다음 생에는 반드시 확철대오하실 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종화보살님에게 대원선사님이 태고사 도천스님을 55년만에 만난 이야기를 했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그리고 대원선사님께도 20년전 종화보살님이 태고사 대웅전 대보불사에 동참한 이야기를 말씀드렸더니, "그 때 불사에 동참한 공덕으로 나를 만난  것이다." 하셨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인연입니다.   쌀쌀한 아침.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새깁니다. 그리고 부처님을 향한 그 간절하고 진실한 인연의 발자국은 반드시 정법의 인연으로 회향된다는  교훈을 마음에 새기는 아침입니다. 혜원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