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총을 잃으면 맞기도 하겠지만 얼마나 창피할까? 등산객일 때 술에 취해 배낭을 잃고 집에 오는 날은 얼마나 창피했는지???? 답사여행자가 메모장과 답사자료가 든 맬가방을 폼잡고 다니다가 정작 집에 와 보니 그 가방을 놓고 와서는 황당하여 바보에게 말도 할 수 없고, 나 스스로 창피하다. 나는 허당이고 건망증에 치매환자이며 바보 멍청이다. 그 동안은 얼마나 뻔뻔한지도 모르고 자신만만했던가? 전날 대전에 다녀오며 하는 일도 없었으면서 동강 북부한마음체육관 앞에 내려 차에 가 시동을 걸려는데 가방이 안 보인다. 버스는 떠나버렸고 가방 내리지 못했다는 말도 누구한테 못하겠다. 송회장님을 모셔다 드리기로 말했던 터라 사무국장한테 가서 대신 모셔달라고 한다. 송국장은 얼른 전화 해 휴게소로 가자고 하시어 병섭형한테 전화드리니 이미 고속도로를 들어섰단다. 바보한테 나오라 하여 같이 오는 길 내내 부끄럽고 내게 화가 나 말을 못한다. 다음날 어찌 가방을 찾나 고민하는데 병섭형님이 내일 벌교 갈 일이 있다고 벌교여고 쯤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고마운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바보의 차를 가지고 벌교로 나간다. 9시 반쯤 만나기로 했는데 여유가 있어 중앙초 앞 안내판을 못보고 회정리로 들어가 별신당?을 보러 간다. 입구에 돌 안내가 새로 서 있다. 벌써 햇볕이 따갑다. 한바퀴 돌고 내려와 벌교여고 옆에 가 차 안에서 기다리다 약속시각이 되자 나와 기다린다. 10분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고흥으로 가려는 차가 편하게 길 가에 나가 서서 계속 기다린다. 차 한 대가 무만교회 가는 길로 들어서더니 문이 열리며 병섭형이 보인다. 가방을 건네주시는데 전남고인돌 연구 박사논문 한편과 순천 문화역사체험학습자료가 들어있어 무겁다. 가방을 잃고 내려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