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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Simba)’는 ‘월트디즈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lion king)’에 나오는
아기 사자의 이름이다.
‘프라이드 랜드’의 왕이었던 아버지 ‘무파사(Mufasa)’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하이에나와 결탁한 삼촌 ‘스카(Scar)’의 음모에 빠져 아버지를 잃고 겨우 탈출한 사막에서
고양이 ‘티몬’과 멧돼지 ‘품바’의 도움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목숨을 부지하여 어른 사자로 성장하였으나
오랜 시간 꿈을 잃고 자포자기한 순간,
다시 만난 어릴 적 짝쿵 ‘날라(Nala)’를 통해 그간의 고향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녀의 도움으로 어릴 적 아버지가 자신에게 심어 준 왕국의 법칙과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옛모습을 다시 회복하고 예언가이자 도사인 맨드릴코개코원숭이 ‘라피키(Rapiki)’의 인도를 받아
고향으로 함께 돌아간다.
그간의 폭정으로 황폐하게 파괴되어 버린 고향으로 돌아간 ‘심바’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
그간의 음모를 낱낱이 파헤치고 ‘스카(Scar)’와 하이에나를 처단하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후,
생명과 활력이 넘치는 ‘프라이드 랜드’ 왕국을 다시 새롭게 다스린다는 전설 같은
주인공 사자의 이름이다.
또한 ‘심바(Simba)’는 새롭게 얻은 우리 집 막둥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계절의 순환을 처음 알리는 전령사처럼,
밤사이 대지를 온통 하얗게 장식하여 세상을 갑자기 별천지로 바꾸어 놓는 첫눈처럼,
‘심바(Simba)’는 그렇게 눈부신 모습으로 조심스레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건 참 우연치고는 기묘한 인연이었다.
며칠 전 추석에 고향을 다녀온 후 집사람과 함께 집 가까운 고깃집에서 삼겹살에다
소주 한잔을 곁들일 때였다.
친한 동생에게 강아지 한 마리가 있는데, 처음엔 목사님께서 길렀으나 강아지를 너무도 싫어해서
동생이 대신 맡아 기르고 있다는데, 계속 기를 형편이 못 된다면서 좋은 집에 가서
사랑 받으면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언니가 맡아서 기르면 ‘딱’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야 어릴 적부터 동물을 워낙 좋아했고, TV프로도 ‘동물의 왕국’ 아니면 ‘동물 농장’을
즐겨 보는 매니아 수준이지만, 당시만 해도 집사람은 강아지라면 만지지도 못할 때였다.
“우리가 기를까?”
당연한 집사람의 대경실색(大驚失色)+질색팔색(窒塞叭塞)...
그래서 시골 형님께서 기르는 마르티즈(maltese) ‘햇님이’를 엮었다.
일단은 데려 왔다가 명절에 시골에 가는 길에 형님네에 데려다 주기로 결정을 보고
당시 고3이던 막내와 함께 강아지가 있다는 구산동으로 승용차를 달렸다.
(다음날 아침에 누가 데려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오늘 미리 데려 가야만 한다고 했다)
첫 대면을 한 하얀 마르티즈(maltese)는 백설처럼 눈부신 강아지였다.
“이름은 ‘심돌이’예요.”
귀티 나는 용모에 어울리게 않게 이름이 너무 ‘컨틱(country tic)’ 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실망을 하고 있는데,
“원래 이름은 ‘심바(Simba)’인데요, 잘 알아 듣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냥 ‘심돌이’라고 불렀어요.”
‘그럼 그렇지!’
우여곡절 끝에 ‘심바(Simba)’는 이렇게 우리 집의 ‘막둥이’로 새롭게 호적에 편입되었는데,
동물을 좋아하는 막내가 대입 수능을 코앞에 둔 고3이니까 정서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나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끝내는 못이기는 척(?) 집사람도 흔쾌히 따라 주었다.
원당 집 좁은 아파트에서 ‘심바(Simba)’는 언제나 시야부터 장악한다.
가족이 가장 잘 보이는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식구들의 동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비교적 점잖은 편이고 남을 잘 해칠 줄을 모르지만 먹이를 먹을 때와 운동을 나갈 때는
길길이 뛰어 오르고, ‘컹컹’ 짖어대며 좋아라 오도방정을 떤다.
우리는 꼭 하루에 한번씩 집 주변을 산책하며 ‘심바(Simba)’의 운동을 시키는데,
돌아오면 목욕을 시킨 후 드라이기로 말끔히 물기까지 말려준다.
집 옆에 마상 공원이 있어서 한 바퀴 돌며 운동을 하기에는 그만이었다.
하루에 한번만 운동을 시켜주면 절대 집안에다 소피나 응가를 하지 않는다.
종일을 참았던 소피와 응가를 운동하는 시간에 여기 저기에다 영역표시를 해대며 생리를 해결하는데,
우리는 뒤따라 가며 ‘심바(Simba)’가 배설한 응가를 말끔하게 치워준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에는 미리 아는지 운동 나가자고 절대 보채지 않는다.
평소엔 물 마시는 것을 가급적 참고 있다가 운동을 나갈 낌새가 보이면 그제서야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을 보면 비록 미물일 망정 그 신통방통(神通旁通)함이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식사는 하루에 두 번, 아침 운동이 끝난 후와 저녁 나절에 전문 영양식을 주고,
간식은 식구가 전부 외출할 때나 밤 늦은 시간에 한번 주는데,
우리들이 먹는 식사나 과일, 고기 따위는 일체 금한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 집을 지킬 때에도 다른 집 강아지들처럼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우리가 허락하지 않은 음식물은 절대 탐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더 넓은 고양동 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2006년 7월),
고양동 역시 야트막한 야산을 낀 근린 공원이 있고 연못까지 잘 꾸며져서
‘심바’를 데리고 운동을 하기에는 그만이었다.
하루는 쓰레기를 줍는다고 연못 건너편으로 봉투를 들고 갔더니 나를 뒤늦게 발견한 ‘심바(Simba)’가
갑자기 내 쪽으로 건너 오겠다고 깊은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급하게 연못에서 ‘심바(Simba)’를 건져내긴 했지만 단순 무지스럽기로는 주인을 뺨치게
앞 뒤 분간 없는 ‘단무지’이다.
주말에 시간이 날 때면 ‘심바(Simba)’의 운동을 집사람과 같이 시킨다.
아파트 주변을 한 바퀴 돌면 공원으로 가는 길에 커피 자판기가 한대 있다.
거기에서 한잔을 뽑아 들고 마시며 공원을 한차례 일주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줄을 매지 않고 자유롭게 운동을 시키는데, 자판기 앞에만 가면 ‘심바(Simba)’가 먼저 가서
뒤따라 오는 우리를 기다려준다.
‘건너!’ 하면 길을 건너고 ‘올라가!’ 하면 인도로 올라서는 것을 지나가던 할머니께서 지켜 보시고는
‘웬만한 사람보다 훨~ 낫다’면서 감탄을 하신 적도 있다.
쉬는 날이면 집 가까이 있는 천태산과 약수터를 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언덕배기를 오르다가 힘이 들면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집사람은 불쌍하다며 가슴에다 안고 오른다.
개과 동물이 얼마나 주력이 좋은데 엄살(?)을 받아 주냐고 타박도 하지만,
집안에서만 길러서 아마도 야생을 누비는 녀석들과는 차이가 있을 거라고 이해도 된다.
하루는 약수터에서 물을 받는데, 자기보다 열 배는 더 큰 진돗개에게 덤벼든 무모함도 있다.
다행히 진돗개는 줄에 매인 상태라 크게 다치진 않았는데, 품에 안겨서도 내려 놓으라고 발버둥치며 씩씩거리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계속 으르렁거리는 것을 보면 대책 없는 미련 곰탱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심바(Simba)’의 우직스런 무지막지(?)와 막무가내(!)가 그다지 싫지는 않다.
어차피 ‘심바(Simba)’는 늘 용감한 ‘라이온 킹’이니까!
우리는 침대에서 ‘심바(Simba)’와 같이 잠을 잘 때가 많다.
집사람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을 알면 슬며시 자리를 피해주는 배려심(?)도 있다.
그러나 혼자 잠자리에 들 땐 꼭 발치에 누워서 밤새도록 잠자리를 지켜 준다.
금년 봄에는 산행을 다녀온 후, 밤새도록 고열에 시달리며 낑낑거리고,
오한과 쑤시는 뼈마디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었다.
집사람은 모임이 있어서 밤늦게까지 외출하고 없는데 ‘심바(Simba)’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밤새 지켜주어 대단한 마음의 위안을 받은 적이 있다.
잇속에만 밝은 우리 인간들보다 몇 배 더 정성이 지극한 일편단심(一片丹心),
한 조각 붉은 지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집은 삼형제에다 뒤늦게 얻은 막둥이 ‘심바(Simba)’까지 수컷이라 5부자인 셈인데,
팔자에 넘치는 ‘고추왕국’’이다.
집사람이야 당연히 ‘고추왕국’의 안방 마나님이시고..
이제 온 식구가 모두 ‘심바(Simba)’를 알뜰살뜰 보살피는데, 누구든 외출하고 들어올 때면
제일 먼저 ‘심바(Simba)’부터 찾는다.
오죽하면 구두쇠로 소문난 맏이가 ‘심바(Simba)’의 옷이 헤진 것을 보더니 인터넷을 뒤져서
두툼한 겨울 외투랑 외출복을 3벌이나 사주었겠는가!
집사람은 ‘심바(Simba)’의 귀에 대고 곧잘 속삭인다.
“ ‘심바’야, 다음 세상엔 꼭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내세에선 꼭 나랑 같이 결혼하자.”
감히 털도 못 만지던 여인네가 이제는 자기와 결혼까지 하자고 ‘심바(Simba)’를 조르는,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었으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어째, 질투를 해야 하나? 참아야 하나? ㅎㅎ...
‘심바(Simba)’는 노래를 잘 부르는 특기가 있다.
TV나 라디오에서 음악이 흐르거나, 핸드폰이나 전화 벨만 울려도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노래를 부른다.
한번은 애견의 집 미용사 아가씨가 털을 깎으면서 무심코 노래를 흥얼거렸더니,
갑자기 ‘심바(Simba)’가 고개를 쳐들고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면서 놀라워했다.
“노래하는 강아지네요. 너무너무 귀여워요.”
가족이 식사를 할 때면 스스로 식탁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 우리가 호출하기 전에는 먼저
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 끈기와 인내심도 있다.
‘심바(Simba)’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배와 가랑이 사이, 등짝과 귓불, 그리고 턱과 머리를
쓰다듬거나 긁어주는 것이다.
배나 가랑이 사이를 긁어 줄 때면 아예 창피고 뭐고 없이 사지를 하늘로 뻗친 채 천장을 쳐다보며,
망측스런 고추까지 다 드러나는 교태어린 자세로 드러눕는다.
그러면 우리는 경계 없는 요염의 극치로 몰입하게 되는데,
점입가경(漸入佳境)의 스킨십이다.
또한 ‘심바(Simba)’는 은신술(隱身術)의 귀재이다.
특히 내가 술에 취한 모습을 아주 싫어해서 그런 날은 귀신 같이 몸을 꽁꽁 숨기는데,
한번 사라지면 도무지 행방이 묘연하다.
그다지 넓지도 않은 집안이건만 은폐(隱蔽) 엄폐(掩蔽)에 능한 것을 보면 스스로를 보호하는
동물적인 본능이 아닌가도 싶다.
처음 데려올 때 한 살 배기였는데, 이제 만 다섯 돌이 지났다.
강아지는 1년이 사람 나이 8년이라고 하니까, 40대 장년인 셈이다.
얼마 전에는 ‘심바(Simba)’의 명성(!)을 전해 들은 옆 동 사모님께서 암컷 마르티즈가 샘을 낸다면서
교배를 시키고 싶다고 졸랐으나 ‘심바(Simba)’ 주치의이신 한솔 동물병원 원장 선생님과 상의한 결과
숫총각의 순수한 동정(童貞)을 지켜주기로 했다.
‘심바(Simba)’에게는 본능을 억제시키는 조금은 가혹(?)한 일이 아닌가도 싶지만..
그러나 수사(修士)나 신부(神父)님처럼 고결한 ‘심바(Simba)’의 동정(童貞)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리라.
아직 먼 후일의 일인 듯싶지만 언젠가 있을 ‘심바(Simba)’와의 이별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려온다.
애완 강아지를 길러 본 친구나 이웃들은 하나 같이 가슴 저린 이별의 안타까움에 대해
못 견뎌 한다.
두 달 전 애견 ‘몽몽이’를 노환으로 하늘나라에 보낸 큰형수님과 조카는 양지바른 야산에다
장례 치른 후, 한달 내내를 눈물로 지새웠다고 하는데...
그래도 나는 막둥이 ‘심바(Simba)’가 우리 곁으로 다가온 귀한 인연에 감사한다.
언제나 지금처럼만 건강한 모습으로 늘 우리 곁을 지켜 준다면,
아직 닥쳐 오지도 않은 근심 따위는 괘념치 않으리라!
오늘도 퇴근을 하면 현관까지 쫓아 나와 꼬리를 흔들면서 반길 ‘심바(Simba)’를 생각하면
한없이 푸근한 마음이 된다.
며칠째 욱신욱신 쑤시는 뼛마디와 부르트는 입술, 오슬오슬한 한기와 미열로 흔들리는
두통(혹, 신종 플루?)도 ‘심바(Simba)’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씻은 듯이 녹아 내릴 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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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은 쉽지만 이별은 어떤 종류든 간에 힘든것이지요! 우리집에도 예전에 주먹디만한 쌀개(치와와)를 키웠더랬는데..새끼까지 달린 그넘과 이별할 때 세모녀가 며칠을 울던 추억... 또 딸애가 할머니가 집에 계시면서 적적하다고 정이 덜 가는 애완토끼를 사와서 몇년을 키웠는데... 그게 올 초가을날 수명을 다하고 갔는데 딸애가 며칠을 눈이 통통 붓도록 이별하기 힘들어 하더라고요! .. 그래도 정이란 좋은것이지요? 잘 읽었습니다.
어머나쥔일 오물오물하던 토끼가그러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