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맛있는 여행
고속도로 맛 내비게이션
한국관광공사
청사초롱
2018. 7+8 vol. 494
고속도로를
달리는
맛은
‘속도’다.
하지만
휴가철이
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행렬로
제자리걸음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그럴
때
저
멀리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바로 고속도로 위의 오아시스, 휴게소다.
edit 박은경 write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photograph 박은경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속도로 휴게소는 ‘바가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휴게는커녕 ‘부득이’
‘억지로’ ‘어쩔 수 없이’란 강압적인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음식에 대해서도 ‘맛이 엉망이다’ ‘비위생적인 것 같다’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진화하기 시작해 이제는 진짜로 ‘잠시 쉬는’ 요긴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화장실은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려울 만큼 세계적 수준의 공간으로 변했고, 음식점도 ‘질 좋은 음식’ ‘깨끗한 위생’ ‘친절한 서비스’ 등 기본을 다져 놓았다. 특히 휴게소의 몇몇 메뉴는 고속도로 애용 운전자 사이에선 별미로 소문나 그곳만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가 됐다. 한마디로 ‘찾아가고 싶은 휴게소’로 대변신을 한 것이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 이영자. 최근 모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휴게소 맛 집과 메뉴를 소개했다. 그곳에 등장한 메뉴들이 올 여름 ‘대박’을 치고 있다. 하루 30개 팔리던 메뉴가 1200개로 늘어나기도 했고, 준비한 재료가 떨어져 줄 서서 기다리던 손님들이 ‘소란 아닌 소란’을 피운 경우도 발생했다. 안성휴게소의 ‘소떡소떡(소시지와 가래떡이 번갈아 있는 꼬치)’이란 메뉴가 그랬고, 경부선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의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이 그랬다.
이런 현상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매력이 ‘입질’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 오징어구이, 통감자, 호두과자, 만주, 핫바 등의 간식거리에서부터 라면처럼 허기를 달래기 위한 요깃거리, 소고기국밥이나 해장국 등의 온전한 한 끼 식사까지. 입질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곳이 휴게소다.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덥석 들어갈 것은 아니다. 잘 챙겨서 들어가고, 잘 골라서 주문해야 ‘입질의 기쁨이 두 배’가 된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맛있게 이용할 수 있는 팁과 함께 몇몇 휴게소의 괜찮은 메뉴를 골라봤다.
고속도로 휴게소 맛 사용설명서
하나— 이왕이면 수제 메뉴
휴게소 음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소고기국밥을 예로 들면 음식점에서 직접 가마솥을 걸고 끓여낸 것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포장상품을 사다가 데워서 파는 것이 있다. 후자의 경우 자극적이며 맛은 있는데 개운하지 않다. 현장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은 혀를 휘감는 맛은 아니지만, 보약 한 사발을 챙겨 먹고 나온 기분이 든다.
둘— 쌀과 김치 걱정은 끝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는 두 품목. 밥과 김치다. 밥은 소용량 밥솥을 사용해 갓 지은 밥을 제공하도록 한다. 쌀도 어떤 품종인지 확인하고 좋은 쌀 쓰기를 독려하고 있다. 신동진, 백세미 등의 고급 품종이 휴게소 밥에도 등장하는 이유다. 김치는 중국 수입품이 많은 맛김치(버무린 김치) 대신 포기김치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국내산 포기김치를 구입해 내놓거나 번거롭더라도 직접 담가 제공한다.
셋— 혼밥, 즐기며 먹자
홀로 즐기는 식사도 이제는 눈치 볼 것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혼밥’ 코너가 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기 콘센트도 있어 휴대폰 충전이나 노트북 작업을 하며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다.
넷— 똑같은 메뉴도 맛이 다른 까닭
고속도로 메뉴 중에는 똑같은 메뉴가 있다. 오징어구이, 통감자, 호두과자, 핫도그 등이 그렇다. 대부분 똑같은 회사에서 공급받아 판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맛 차이가 나는 게 있다. 예를 들어 호두과자의 경우 호두나 소의 양을 달리하면 맛의 차이가 확 벌어진다. 이천휴게소(하남 방향)는 호두의 양이 넉넉하고, 매송휴게소는 양방향 모두 팥소 대신 강낭콩소를 써서 맛이 다르다. 시흥 하늘 휴게소는 ‘효원당’이란 별도 브랜드의 호두과자를 내놓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소떡소떡’은 같은 회사에서 공급한 것이므로 굳이 안성휴게소(부산 방향)에 연연할 까닭이 없다. 통감자는 감자 구입처가 어디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감자는 보통 지역 안에서 생산된 것을 쓴다. 강원도 휴게소들의 통감자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섯— 밥과 반찬은 무한리필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입된 고객 만족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가 자율 배식 밥과 반찬 코너다. 자율 배식이란 ‘무한리필’이란 얘긴데 밥이든 반찬이든 양껏 가져다 먹으면 된다. 일부 휴게소에서는 밥을 잡곡밥으로 준비하거나 밑반찬을 다섯 가지나 갖춰놓기도 한다.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건강하고 든든하게 한 끼 차려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음식 맛 보상제를 운영하는 휴게소도 있다.
물론 메뉴 주문 없이 밥과 반찬 코너를 이용하는 것은 반칙이다.
01. 죽전휴게소 임금갈비탕
서울 사람이 죽전휴게소까지
올라오면
집으로 들어가기 바쁘다. 그런데 이곳의
임금갈비탕을
알고
나면 ‘먹고 들어가자’가 된다. 자율코너에서 단품 메뉴로 판매하는데 서울 시내
1만원짜리보다 품질이 낫다.
호주산 갈비와 양지를 쓴다. 뜯을 만한 살이 많고 국물도 진해서 보약 한 그릇 먹는 기분이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임금갈비탕
8000원
02.
이천휴게소 갈치구이 정식
냄새 때문에 생선구이는
집에서
먹기
어렵다. 음식점에서도 기피하는 메뉴가 됐다. 이곳에선 700도 고온 화덕을
설치해
생선구이를
내놓고
있다. 화덕에 구운 갈치 두 토막이 1인분 상에 나온다. 살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갈치 특유의 진한 향이 살아있다.
함께 나온 고추냉이(와사비)를 살짝 위에 얹어 먹으면 더욱 담백하다.
제1중부고속도로 상·하행선 갈치구이
정식
9000원
03.
매송휴게소 착한 된장찌개
‘착한’이란 수식어가 시선을 끄는
메뉴.
휴게소 음식 중에
값싸고
괜찮은
것을
골라
달라고 하면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애호박과 두부, 버섯, 양파가 들어간 무난한 맛의 된장찌개에 배추김치, 콩자반, 시래기무침 3가지 반찬(종류는 바뀔 수 있음)이 곁들여지는 1식 3찬
상차림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착한
된장찌개
5500원
04.
화성휴게소 가마솥 비빔밥
자작자작. 뜨거운 솥에서
비빔
재료들이
익고
있는 소리다.
먹는 입장에선 반가운 소리와
냄새지만, 내는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속도가 관건인
휴게소 음식점에선 더욱 그렇다. 콩나물, 무생채, 버섯볶음, 고사리 등 각종 나물과 함께 달걀부침까지 올라갔다.
시중의 전문식당 비빔밥과 견주어 손색없는 맛이다.
특히 비빔장의 달달 매콤한 맛은 맨밥에 비벼 먹어도 엄지손가락 척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가마솥
비빔밥
7500원
05.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
말죽거리 소고기국밥
출발 전 끼니를
놓쳤다
해도
안타까워하지
말자.
오히려 쾌재를 부를
일이다. 경부고속도로 초입에 자리한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부산 방향)를 기억하자.
도로공사 본사에서 선정하는 휴게소 대표 음식 톱 20에
3년 연속 선정된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을 맛볼 수 있다.
가마솥에서 48시간
우려낸 한우사골 육수에
소고기를 넉넉하게 썰어 올린 게 특징이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말죽거리
소고기국밥
6500원
06.
구리휴게소 초당 해물 순두부
오징어, 새우, 꽃게 등
해산물이
풍성하다. 순두부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칼칼한
국물이
편안하게
어우러진다.
더운 여름날 살짝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의 매운맛이다.
밥은 먹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고려해 흑미를 섞어 지었다.
후식으로 나오는 방울토마토 2알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외곽순환선 초당 해물
순두부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