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전주를 떠나 부산에서 1박2일 회사 직원 부부모임을 가졌다.
4시간도 못되는 수면시간에다 과음, 거기다가 3시간이 꼬박 걸리는 장거리운전을 하면서 돌아오니 오후3시를 넘어선다.
몸이 좋을리가 없지만 이대로 눌러앉아 있으면 득될것도 없겠기에 모악산 등산을 나선다.
맴버는 말리와 안선생님으로 맨날 다니는 정예맴버 셋.
산행기점은 금산사 주차장으로 하고 닭지붕에서 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주능선으로 오르고 북봉에서 케이블카 경로를 통해 하산하며 금산사로 돌아오는 코스를 잡았다.
지난번에 다녀온 매봉왕복에 연리지로 돌았던 코스에 비하면 높이로나 거리로나 규모가 커진것인데 3시간에 걸쳐서 잘 돌아왔다.
초반에 닭지붕 이후 매봉으로 향하는 능선길 중 오르막에선 말리가 고생을 좀 심하게 했다.
날이 워낙 덥기 때문에 체온발산을 제대로 못해 열중증까지 이를 위험이 느껴지길래 서너차례에 걸쳐 급수를 해주고 얼음물이 담긴 피티병을 녀석의 배에 대고 안아준채 잠시 걷는 것인데 의외로 효과가 좋다.
더위와의 힘겨운 싸움에서 벗어나 이제는 안심하고 산행을 할만한 시기가 되었을무렵 말리는 또한번 위기를 맞았다.
9부 능선 부근의 습한 곳에서 두꺼비를 만났는데 지난번과 같이 한입에 물려고 덤비는 것을 곁에 있던 안선생님이 재빠르게 제지한 것.
지난번의 참사가 두꺼비로 인해 비롯됐다는 것을 녀석은 전혀 모르고 있나보다.
이후에도 못내 그 두꺼비를 놔둔것이 아쉬운듯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사냥본능을 되세긴다.
주능선과 만나는 염불암 삼거리에 이르니 중년의 커플 세쌍이 돗자리에 초코파이를 비롯한 간단한 먹거리를 펼쳐놓고 생일잔치를 하려나본데 말리녀석이 냉큼 그 한가운데에 앉아버린다.
사람들의 인기를 은근히 누리는 듯한 녀석의 평소행동으로 볼때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 정도로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살짝 난처하기도 했지만 그 덕에 한바탕 웃어가며 주능선으로 접어들고 여기서부터는 힘들것도 없고 기온도 많이 떨어져 모든게 안정적이다.
오늘의 피크인 북봉에서 얼음물 남은것을 다 비우고 데크가 이어진 케이블카길 코스로 하산을 하려는데 순간 방심하다가 자갈경사로에서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쪟다.
떨어진 핸드폰이며 비닐봉지를 주워 바로 데크길로 접어들고 한참을 내려가던 중 우측 주머니에 있었던 신용카드가 느껴지지 않아 화들짝!
아무래도 아까 주능선에서 데크로 꺾이는 지점에서 미끄러지며 빠진게 아닌가 싶어 말리를 안선생님께 부탁하고 계단길을 뛰어서 되돌아 갔는데 거기서도 북봉 쉬었던 곳에서도 신용카드의 흔적은 없다.
졸지에 1Km는 족히 더 고강도로 추가했고 잃어버린 물건은 찾지도 못했기에 껄적지근 하게 되었는데 혹시 차 안에서 빠졌을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데크계단길을 내려올때는 사람들은 편하지만 말리는 그렇지가 못한데 타이어를 잘라서 붙여놓은 쿠션 사이로 발이 빠지는 통에 어정쩡한 자세가 나온다.
케이블카 정류장 이후 완만한 내리막의 포장된 계곡길에선 살살 달리는 모드로 바뀌어 금산사까지 이르고 말리는 원하는대로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는데 물이 차가워서 지난번과 같이 풍덩 몸을 담그진 않는다.
트랭글에 기록된 자료대로라면 11.6Km에 소요시간은 총 3시간인데 되돌아갔다 온 거리까지 합해진 것이라...
신용카드는 예상대로 운전석 시트에 고스란히 떨어져 있었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온통 땀범벅이 된 몸을 해성고에 가서 씻고 게운하게 마무리한다.
말리를 집에 데려다놓고 서신동으로 냇물을 넘어가 저녁식사에 반주도 산행의 중요한 일부.
그나저나 금요일부터 내리 사흘간 참 잘도 마셔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