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 평가를 받는 ‘마루코는 아홉살’(일본명 ‘지비마루코짱’)의 원작자 사쿠라 모모코 씨에 대한 추모 열기가 잔잔히 퍼지고 있다.
여성 만화가 사쿠라씨는 지난 15일 유방암 투병 중 숨졌다. 향년 53세. 고인이 21살 때인 1986년 처음 내놓은 이 만화는 단행본 판매 부수가 3200만부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만화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1990년 처음 방송된 이후 지금까지도 28년째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4년 이후 케이블TV 등 유료 채널을 통해 방송돼 팬이 많다.
|
만화가 사쿠라 모모코씨와 ‘마루코는 아홉살’ 캐릭터. 교도통신 제공 |
2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물론 대만, 홍콩 등 중화권과 중동 지역 매체에서도 사쿠리씨 사망을 크게 다루면서 고인과의 영원한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도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일본 후지TV는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에서 다음달 2일 예정된 방송편성을 바꿔 1990년 1월 방송됐던 제1화를 재방영하기로 했다.
이 만화는 일본 시즈오카현의 한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 마루코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과 학교의 일상생활을 담았다. 엉뚱하면서도 순진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마루코는 삭막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청량제 같은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마루코의 캐릭터는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에서 왔다. 작가의 작품이 헤이세이(平成·1989년 시작돼 내년 끝나는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시대 대표적인 만화라는 점에서, 고인의 죽음을 인기그룹 스마프의 해체, 인기가수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惠)의 은퇴와 함께 헤이세이 시대가 끝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