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 없으면 시골가서 농사나 지어야지 뭐!" - 농촌은 도피성이 아니다.
농촌은 할일 없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아닙니다. 제가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동료들이 하는 말이 "에이, 더러워서 못 해먹겠어! 차라리 시골내려가서 속 편하게 농사나 짓는게 낫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농촌을 모른다면 이런말은 두번다시 하시지 말았으면 합니다.
귀농 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저는 이곳 시골에 내려온 것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일 겁니다. 어느새 제가 가졌던 시골에 대한 동경은 현실로 변화하였고, 피어나는 정과 이웃들의 도움으로 도시보다 훨씬 정겨운 삶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환상은 깨진지 오래입니다.
도시 못지 않은 생존을 위한 싸움이 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오늘의 이웃이 치열한 경쟁의 대상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즉, 도시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농촌이라는 겉모습 속에 이러한 현실들이 포장되어 있는게 오늘날 농촌의 현실입니다.
충분한 자본과 농업전문기술과정을 거치는 장기간의 준비가 필요!
혹시 '난 돈이 많으니까 시골가서 땅사고 농사나 지으면 되겠지!' 물론 수십억원의 갑부라면 굳이 농사를 지을 이유가 없겠죠. 또, 경치좋은 곳에 펜션하나 짓고 소꿉장난처럼 농사를 지어서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으며 살아간다면야 그야말로 걱정이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귀농(貴農):귀족농사]라고 정의하는데요 왜냐면 풍부한 자본으로 몇년간 돈 걱정없이 텃밭을 일구며 생계에 지장없이 농사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귀족 농사꾼이기 때문이죠. 원래 귀농(歸農)은 농촌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지으며 소득을 가꾸면서 살아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돈없고 빽없는 귀농인(歸農人)들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혹여 돈이 조금 있다라고 자부하시는 분들! 한번 농촌에서 살아보십시오. 경험없고 수익이 없는 현실과 힘든 농사과정에 아마도 때려치우고 장사한다는 소리 나올 겁니다.
중요한 것은 적어도 3년은 버틸만한 자본과 농토, 살만한 집을 갖추어야 하며 농촌에 살기위한 기본 농사 오리엔테이션 과정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귀농본부에서 운영하시는 교육에 참여하시거나 사설기관의 정부 위탁교육에 장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정착하시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지자체의 귀농/귀촌 정책 너무 신뢰하지 말라! - 실질적으로 지원이 거의 없다.
귀농 첫해에 농사지을 땅을 어떻게 임대할 수 없을까 해서 군청의 농정과를 찾았다. 젊디 젊은 여직원이 오더니 "어떻게 오셨어요?" "예, 혹시 농사지을 땅이나 귀농지원 정책이 있으면 알아볼까 해서요?" 심상치 않은 얼굴로 보더니 실질적인 지원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집수리 비용이 500만원인데 그거 알아보려면 농협에 가서 직접알아보시고, 농업인 교육은 본인이 인터넷에 검색해서 직접신청하라는 것이 아리따운 농정과 직원의 거두절미한 대답이었습니다. 이뤈 세상에... '에이, 여보슈! 다 쓰러져가는 시골집 수리하는데 500만원 가지고 뭔 수리를 하라고 하슈. 인건비만 해도 모자라겠수다.'
좌우지간 여러 지원책이 있는데 한 번 신청하거나 군청에 가 보시라. 금새 빛좋은 개살구라는 결론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시골의 농토는 대부분 이장을 중심으로 한 힘있는 토착세력들이 분배식으로 나누어 가지다 시피해서 대농을 지어가는 추세이고, 조그마한 농토는 아마 찾아보기도 힘든 실정이 농촌이랍니다. 수확량으로 인한 소득대비 도지(토지임대료)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염두에 두셔야 할 겁니다.
충분한 자본이 없다면 "투잡(two-job)"은 각오해야! - "저는 소똥치우는 학원강사 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열매가 맺히고 벼가 익을때까지 뭐해먹고 살 겁니까? 과실수를 심으면 적어도 3년은 걸려야 최초 수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손가락 빨아먹고 살 겁니까? 장기적인 목
표를 가지고 적어도 낮에는 농사, 저녁에는 다른 일을 해서 충분한 수입을 보장한 상태에서 농사를 계획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그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귀농 후의 생활이란 그리 풍요롭고 만만한 생활이 펼쳐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의 각오로 귀농을 하셔도 될까 말까 한 실정인데 TV속의 '아름다운 귀촌'은 제발 꿈만 꾸시고 그것 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경험자로서 당부드립니다.
"우리 선생님은 똥 치우던데!" 이것이 맞는 현실입니다. 선생님이 똥치우면 안되나요. 선생님이 농사지으면 안되나요? 왜요, 품위가 떨어질까 봐서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주위에서 본다면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겁니다.
대부분 귀농에 실패하고 다시금 도시 노동자로 돌아가는 현실
제가 지켜본 귀농인의 대부분은 40세 이후의 연령대가 많았던것 같습니다. 결국, 줄어드는 소득과 늘어나는 빚 때문에 야반도주 하는 경우도 많고,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러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보았으며, 자녀의 교육문제와 적은 소득의 근본적인 이유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여기에는 본인이 준비가 부족하고 연고가 없는 곳으로 무작정 귀농했다는 첫번째 실패요인이 있지만 지자체가 이들을 교육시키고, 소득을 창출해 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도 커다란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구 2만 조금 넘는 강원도 양구를 예로 들자면 관공서가 지금도 부족함없이 토착민과 1873억이라는 예산을 떵떵거리며 운용하고 사는데 외지에서 땅파먹겠다고 들어오는 귀농인을 반길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죠.
전입신고 하러 면사무소에 갖더니 양구 관광지 무료 관광권 4장 주는 것이 귀농인의 환대정책의 전부였습니다.
누구를 탓하자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귀농"이라는 꿈을 가지고 농촌에 유입되는 젊은 인재들을 "눈물과 실패의 아픔을 가슴에 묻은채 다시 도시로 내 몰아세우는 일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정리해본 귀농2년차의 의견입니다.
첫댓글 상품권4장도 감지덕지지요 텃세부리며 다니지도못하게 길이나 끊어대지않앗으면...
ㅎㅎ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셨네요.. 화이팅하세요~!!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이죠......현실은 이따금씩 우울함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좋은밤 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