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집 근처 식당에 들러 어김없이 소주 한 병을 주문하는 49살 남성
배가 고파도 밥보다 술을 먼저 마시는 그는
앉은자리에서 딱 한 병이라는 '음주 원칙'을 갖고 있다.
20대부터 식당을 경영하면서
손님이 '강권'하는 술을 거절하지 못하여 매일 받아마신 게 그만 화근이 되었다.
그리하여 25년 동안 매일 소주 한 병 이상을 마셔야 잠을 이룰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고 말았다.
"우리 젊은 박 사장, 한잔 받게나."
"어허, 누가 주는 건 받고, 내가 주는 건 싫다 이건가? 실망일세, 정말!"
"자, 내가 주는 건 약술일세, 그러니 안심하고 쭉 들이켜게나"
"그래, 그렇게 마시는 거지. 내가 이 맛에 젊은 박 사장 집에 오는 거 아닌가"
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비운 뒤에 집으로 향하면서 다시 술을 사들고 들어간다.
물론 이번에도 딱 한 병이다.
이 한 병을 끝으로 내일부터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지만
그 내일은 아직까지 오지 않고 있다.
제작진 앞에서 앨범을 뒤적이며
체육을 전공하면서 활기로 넘쳤던 눈부신 청춘의 20대 시절을 씁쓸하게 되돌아보고 있다.
30대 시절 이미 술 때문에 건강이 무척 위험한 상태였지만
설마 "건강한데 죽기야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넘겼다 한다.
그 결과 지금은 만성 췌장염으로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의사의 우려대로 당뇨병까지 발생했다.
술 탓으로 건강도 매우 위험하고, 생업마저 포기해야 했지만
여전히 그는 알코올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뇨병과 만성 췌장염에 이어
현재 그는 간이 작아지면서 딱딱하게 굳는 간경화 상태까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이 상태에서 술을 더 마시면 생명까지 위태롭다는 경고를 담당 의사로부터 들어야 했다.
그 말에 그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
방송에서 간간이 나오던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참담한 모습을
자신이 재현할 줄 몰랐다면서 심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49살 박진용
급기야 그는 옷걸이를 새로 착각하는 환시와 환청에 시달리기까지 하고 있다.
비단 내장 쪽에서만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라
기억력을 담당하는 대뇌 피질도 잔뜩 위축한 상태라서 그를 환각과 환시에 사로잡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알코올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사람은
더 이상 의지력이나 정신력 따위로 극복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그리고 술을 끊는 게 아니라 줄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따끔하게 주의를 준다.
술을 줄이는 건 끊는 것보다 더더욱 어렵다!
25년에 이르는 음주 인생 탓에
자신뿐 아니라 가족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죄스럽다면서
이번에 반드시 술을 끊겠다는 다짐을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게 밝혔다.
환각과 환시까지 덮친 상태에서 금주 결심을 실현할 가능성이 무척 희박한 게 엄연한 현실이긴 하지만
가족과 의료진의 적극적 도움 속에서 눈물겨운 노력을 통해서라도
부디 지긋지긋한 술의 마수에서 빠져나오는 행운을 그가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