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개천♡흘러가듯, 일성콘도 설악 story, 막국수 추억
내게는 특별한 추억이 하나 있다.
곧 막국수 추억이다.
원래는 안 먹던 막국수였다.
거무튀튀한 국수의 빛깔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국수하면, 나는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상차림 해주시던 멸치를 삶을 물에 면발이 가는 뽀얀 국수를 넣어 끓인 후에 갖가지 꾸미를 얹은 잔치국수만을 생각했었다.
그 국수만이 눈에 익고 입에 익었다.
얼마나 국수에 대한 편견이 심했는지, 어쩌다 독에 쌀이 떨어졌다고 울 엄마가 끓여내던 칼국수도 입에 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니 거무튀튀한 빛깔의 막국수가 성에 찰 리 없었다.
겨우 빛깔이 좀 옅은 메밀국수는 그래도 먹었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연상해서였다.
그렇게 까다로웠던 내 그 막국수에 대한 편견이 결국은 깨졌다.
아내와 결혼하면서 부터였다.
어쩌다 외식할 기회가 있으면, 아내는 꼭 냉면 아니면 막국수를 주로 찾았다.
처음에는 싫다 했고, 다른 메뉴로 외식을 하고는 했지만, 아내의 그 기호 음식을 끝까지 내칠 수는 없었다.
그러다 어쩌다 한 번씩은 막국수를 먹게 되었는데, 그러는 사이에 이제는 내가 그 막국수를 좋아하게 되었고, 막국수 잘하는 집 어디 없나하면서, 여기저기 막국수 전문 집을 찾아다닐 정도로 막국수 애호가가 됐다.
그래서 막국수 추억까지 생기게 됐다.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김용균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가평의 ‘송원 막국수’집의 추억도 있고, 춘천에서 소양강댐으로 가는 길목의 ‘유포리 막국수’집의 추억도 있고, 강원도 홍천 근교의 80 노인이 꾸려가는 ‘진짜 막국수’집의 추억도 있고, 내 사랑하는 손녀 서현이가 ‘최고의 맛’이라고 소위 ‘엄지 척’을 했던 강원도 용평의 ‘가시머리 막국수’집의 추억도 있다.
아내의 추억 속에 특별히 따로 자리 잡고 있는 막국수집도 있다.
속초 근교의 ‘동루골 막국수’집이 바로 그 집이다.
언젠가 아내가 친구들 몇과 어울려 속초를 찾았다가 우연히 들렀던 집으로, 아내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집 막국수 맛이 우리나라 최고라고 입이 닳도록 자랑하고는 했었다.
솔직히 내 입맛에는 가평의 ‘송원 막국수’집의 막국수가 최고다.
그러나 ‘동루골 막국수’집의 막국수 맛이 최고라고 하는 아내의 그 입맛에 흠집을 내기 싫어서 부화뇌동으로, 나 또한 그렇다고 동조했을 뿐이다.
이번 일정에도 그 집을 찾았다.
1박 2일 일정의 마지막이었다.
아내의 원을 풀어준다는 생각에서, 내가 그 집에서 점심끼니를 때우자고 자청했었다.
그런데 언뜻 눈치가 안 좋았다.
그래도 나는 모른 척 했다.
결국 아내의 입에서 그 평가가 터져 나왔다.
그 평가로, 내 딱 짐작했다.
일흔 이쪽저쪽인 우리 나이에, 앞으로 여기 더 올 일 없겠다하는 짐작이었다.
아내의 평가, 곧 이랬다.
“수육은 일품인데, 면발은 좀 가늘어 진 것 같아요.”
첫댓글 침 넘어 간다 ㅎㅎ
오붓한 식사시간
맛난 맛국수 즐겁겠네/
맛나는 막국수하면 단연 춘천을 꼽는다.
춘천 콧구멍다리를 지나서 소양강 가는 좌측 길목엔
오래 즐겨찿던 단골 맛집이 있는데
간판은 잊었지만 내가 가면 찿을수 있을텐데
기름이 흐르는 윤기나는 편육과 그 맛난 막국수맛은 잊을수없네.
안 그래도 날잡아 호반의 도시 춘천에 숨어 있는 추억을 찿으려
갈 작정이였는데
오늘 맛국수 보니 입맛 돋우는 구먄
머잖은 날에 날 잡아 가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