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79] 우리는 젊은 야수를 정말로 안 썼을까?

[1번선발]

최근 한화이글스가 젊은 타자들을 1군에서 어느 정도 기용했는지

그리고 그 선수들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기록했는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우선 지난해 기록을 한번 봤습니다.

19노시환 : 190타석 / .186 .241 .260 / 11볼넷 72삼진

19변우혁 : 061타석 / .226 .328 .302 / 07볼넷 17삼진 (군입대)

19유장혁 : 061타석 / .164 .230 .236 / 05볼넷 17삼진

19김인환 : 046타석 / .214 .239 .238 / 02볼넷 09삼진

19장진혁 : 349타석 / .254 .320 .346 / 26볼넷 74삼진

미래의 클린업으로 기대하던 이른바 '변노유'가 1군에서 312타석 섰습니다

유사한 기대를 하던 김인환의 타석을 더하면 약 360타석이네요

그 기간 동안 해당 선수들은 25개의 볼넷을 얻으면서 115개의 삼진을 남겼습니다.

루키들이 데뷔 첫 시즌부터 1군에서 잘하는 건 어려우니까 크게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미래의 언젠가는 지금 스무살 언저리의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야죠.

그래도 장진혁은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네요. 당시 외야 상황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이 단락의 결론은 변노유+김인환 장진혁이 작년에 700타석 섰다는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만, 그들이 들어선 700타석이 "씩씩한 선수들을 2군에만 박아둔" 정도의 숫자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누구는 타석이 많고 상대적으로 누구는 적다는 <형평성>의 문제라면 저도 동의하는데

젊은 선수들이 들어선 타석 자체가 적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잘할 수 있는 애들을 왜 더 많이 뛰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성적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어땠을까요

나이는 젊지만 유망주는 아니고, 이제 우리팀 '주전'이 된 2루수의 데뷔 첫 2년을 봅시다.

18정은원 : 227타석 / .249 .324 .363 / 22볼넷 50삼진 

19정은원 : 624타석 / .262 .317 .374 / 48볼넷 101삼진

데뷔 첫해 정은원이 불꽃같은 타격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볼삼비를 봐도 타-출-장을 봐도 앞서 언급한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죠.

심지어 포지션이 2루수인데, <세계청소년 홈런왕>타이틀이 있던 변우혁보다 기본스탯이 좋았습니다.

<경남고 야구천재> 탄탄한 하드웨어에 어깨도 좋아서 중심타선 쳐줄거라고 기대한 노시환과 비교해도 그렇고요.

그 이듬해 정은원은 곧바로 주전이 됐습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아쉽게 팀을 떠났지만 투수랑 바꿨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려고 했던 선수

고관절 부상이라는 리스크가 있지만 '젊은 포수'로서의 기대가 있었던 지성준의 데뷔 시절도 보시죠

18지성준 : 224타석 / .275 .320 .411 / 12볼넷 55삼진

19지성준 : 109타석 / .250 .284 .365 / 05볼넷 21삼진

풀시즌 출전이 어려운 포수 포지션을 감안해야겠지만, 200여타석이라는 적잖은 기회를 받았는데

생산력이 꽤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듬해는 지표가 모두 하락했네요.

기대도 많고 실망도 많았던 유격수 하주석은 어땠을까요.

수비는 믿음직한데 공격은 많이 아쉽고

아쉬운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몸이 아파 못 뛰니까 참 안타까운 선수죠.

16하주석 : 441타석 / .279 .323 .410 / 18볼넷 115삼진 

극악의 볼삼비. 그에 비해 준수해보이는 타격스탯 (심지어 포지션 유격수고 수비 상급)

어떻습니까. 지난시즌에 뛰었던 우리 유망주 타자들과 비교할때요.

그런데 16하주석은 데뷔 시즌이 아닙니다.

하주석은 프로데뷔 첫해 141타석에서  .173 .228 .205찍었고

곧바로 군대 먼저 갔습니다

13시즌 중간에 가서 15시즌 중간에 돌아온 탓에 두 시즌에 각각 11타석씩 나왔는데

제대로 복귀한 첫 시즌인 2016년에 저런 성적 찍은거죠

그리고 2017년에는 .285 .328 .440으로 모든 지표가 다시 상승합니다

그러나 2018년에 타격 성적이 다시 가라앉으면서 OPS가 1할 가까이 떨어졌죠.

결론은 뭐냐면, 1군에서 못했는데 계속 기회를 준게 아니에요.

군대 먼저 갔죠.

돌아와서 잘하니까 주전으로 나온거고요

제가 이 선수들 얘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느냐면

우리도 어린 선수 야수들 1군에 꾸준히 내보냈고

그 중에 성적 좋은 선수는 살아남았습니다.

한용덕 전 감독이 야수 운영에서 잘못한 부분은 "베테랑을 쓰고 유망주를 안쓴 것"이 아닙니다.

어떤 베테랑은 상대적으로 잘하는데도 1군에서 타이트하게 뛰었고

어떤 베테랑은 상대적으로 더 못할때도 오래 1군에 있었으며

반대로 어떤 유망주는 못하는데도 1군에서 계속 나왔고

어떤 유망주가 차라리 더 나아보이는데도 그 선수는 짧게 나오고 그랬던 게 문제였죠.

<젊은 선수를 1군에 많이 내보내야한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솔직히 노시환 성적으로 노시환만큼 1군에서 뛴 팀이 작년에 우리말고 있을까요?

정근우 밀고 정은원 2루수로 내보낸 팀은 우리 아니고 다른 팀인가요?

그래요, 정근우 나이 많고 과거형 선수죠. 올해도 어제 끝내기 하나 쳤지만 성적 부진하고요

근데도 작년에 정근우가 .278 .334 .354쳤습니다.

그런데도 .249 .324 .363 기록한 후배한테 2루자리 내줬어요

"정근우를 내보낸게 잘못이다" "노시환 빼라"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요

우리가 유망주를 안 쓰고 있는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더 많이 쓸수도 있죠 젊은 선수를.

82~85년생 타자 말고 90년생 타자들이 잘 치면 얼마나 기분 좋습니까 저도 좋아요.

저도 2004년 1차 암흑기때 <괴수군단> 보면서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24살 이범호 / 23살 김태균 / 20살 송창식 최진행...

이런 선수들 보면서 밥 안먹어도 배 불렀고 술 안마셔도 취했어요.

그런데 괴수군단 보면서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그들이 <어려서>가 아니라 <야구를 잘해서>였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봅시다.

여러분, 김민하-강경학이 2번 3번 친다면 어떤 생각 드실까요

"오 뭔가 한방 쳐줄 것 같은데" 그런 기대감이 생기시나요?

아니면 "다른 유망주 써보지" 그런 생각이 드시나요

18김민하 : 108타석 / .216 .274 .351 / 05볼넷 30삼진

19김민하 : 140타석 / .256 .319 .352 / 09볼넷 41삼진  

14강경학 : 103타석 / .221 .337 .349 / 13볼넷 28삼진

15강경학 : 376타석 / .257 .348 .325 / 40볼넷 58삼진

아픈 얘기지만, 지난시즌 변노유+김인환의 360타석은

최근의 김민하나 데뷔초 강경학의 스탯에도 못 미칩니다.

2010년대 중반은 타고 시절이었고 지난시즌은 상대적으로 투고였으니 1:1 비교가 어렵지만

저들에게 기대한건 타격, 강경학에게 팀이 바란건 키스톤 수비였죠

결국 팀에는 야구 잘하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저 역시 20한용덕의 선수기용은 18한용덕-19한용덕에 비해 더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부진할때는 다른 시도도 해보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게 너무 없어보였고

유독 몇 선수에게만 그런 경향을 보였죠

일례로, 김태균이 올 시즌 완전히 말아먹고 바닥을 드러낸 것 처럼 보이지만

개막전에는 결승타쳤고 그 다음 경기도 잘했습니다

김태균은 그 후 9경기에서 부진했고, 그나마 2경기는 선발로 안 뛰었죠

1할대 극초반에 장타도 거의 없어서 당연히 2군 가야 할 성적이었는데

BABIP감안하면 '운' 역시 대단히 없었고, 못하는 다른 선수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도 김태균은 바로 내려갔죠. 누구는 계속 중심에 남았고요.

물론 39살 김태균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고

외국인이든 후계자든 빨리 1루수 찾아야 되는 거 당연한 사실인데

그나마 최근 5경기에서 타자처럼 야구한 선수 중 하나도 

15타수 7안타(.466)에 삼진없이 사사구만 3개인 김태균입니다.

오히려 이런게 문제였죠. 다른 형태로 적용되는 원칙들.  

팀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건 야구를 잘하는 선수고

요즘 같은 144경기 체제에서 반드시 필요한건 두꺼운 선수층이며

그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해가며 적당한 타이밍에 쉬어가며 쓰는 용병술이 있어야 하는거지

젊은 선수냐, 아니면 늙은 선수냐....그건 어차피 두번째 문제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유망주 야수들 2군에서만 뛰게 하지도 않았어요

변노유에 장진혁, 그리고 정은원 더하면 작년에만 1300타석이고

정은원도 본인이 야구 잘했으니까 나온거지, 땅에 박히는 변화구에 연신 헛방망이 돌리면서 나온 건 아니거든요.

"작년에 장진혁 좋았는데, 호잉 이성열 그렇게 이상할때 장진혁 왜 안썼냐" 싶겠지만

아쉽게도 장진혁 역시 올해 .156 .270 .219입니다.

뭐 아무튼 앞으로는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모여서

이놈도 잘하고, 또 저놈도 잘해서 도대체 누가 나와야될지 모르겠는

그런 행복한 고민을 팬들이 좀 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한화독수의리]

공감...절대 공감 입니다.
언제나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오늘은 또 믿어봅니다. 파이팅!

[해동청]

읽고나니 속이 후련하네요

[메단이글스]

팩트폭행이네요.

이성적인 글에 감정이 끼어들 틈은 없어보입니다.

[38 안멍멍]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충첨팜에선 희망이 안보이네요

[가을야구로의초대]

팩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선수 고르는 안목이 없거나 코칭능력들이 없거나 선수 하나 제대로 못길러내니 희망이 없네요.
이글을 읽고나니 속이 답답하고 한화의 앞날이 더욱더 암울하네요.

[곤자가]

늘 공감되는 선발님의 글이네요..

[후니이글이글♡]

한용덕감독. .작년 올해 욕 마니 얻어먹었죠. .ㅠ 신인선수 안쓴다고 욕먹기도 했지만
한때는 베테랑들 안쓴다고도
욕먹었었죠...;;
안타깝게도..

[맛동산]

그냥 못해서 욕먹었던거죠. 결국 이러나저라나 욕안먹으려면 성적이 나와야하는거 같습니다.

[[한]독수리[화]]

1군이 무슨 맛집도 아니고..1군 '물'을 먹어야 큰다라는 말까지도 나오네요..엔트리에 잘하는선수로 꽉 채워도 모자를판에 성적안나오는 신인선수를 계속 기용하는것도 이상하지요..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실력으로 잡아야지 억지로 뛰게한다고 잘할거라는 생각은 잘못된거지요..'프로'야구잔아요 다른팀들이 1군에서 신인선수 육성하지 않지요 엄연히 2군 3군 육성군 운영하는데 울팀만 1군에 젊은선수들 박아놓고 키운답니까??매일 이렇게 연패하고 형편없다면 모기업에서 좋게 봐줄까요..잘나가는 곰팀도 다른이유지만 매각당하는 입장에서 정말 팀이 없어지는게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이용규15구대성☆V2]

신인들도 꽤 기용했습니다. 인정할건 인정해야죠. 신인급 선수들 성장도 성장이지만 코어 포지션은 수비, 장타율, 출루율 주력되는 선수들 적극적인 fa영입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