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동자 갈등 조장하는 한국지엠에 놀아난 정규직 노조
- “함께 살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외침에 답하라
판매 부진, 경영난을 이유로 ‘한국 철수설’을 흘리던 한국지엠은 지난 11월 30일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비정규직에게 해고 예고를 통지했다. 게다가 정규직노조의 동의도 얻지 않고 12월 4일부터 창원공장 등에서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이 맡고 있던 작업을 정규직이 맡는 인소싱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오늘(12/8) 정규직노조(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가 비정규직을 쫓아내는 한국지엠의 인소싱 결정에 대해 합의해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 노동자들은 지난 4일부터 회사 측의 인소싱 방침을 규탄하며 전면 파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정규직 노조가 “함께 살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회사의 손을 들어준 꼴이다.
더군다나, 지난 12월 4일 열린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우선해고 저지, 총고용 보장 쟁취”라는 사업목표를 수정발의로 통과시키며, 주요 의제로 “비정규직 해고하는 인소싱 반대”를, 투쟁 방침으로 “비정규직 포함 총고용 쟁취를 위한 금속노조 총력투쟁 전개”를 내걸었던 결정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지엠이 하고자 하는 인소싱의 본질은 판매 부진, 경영난, 한국 철수를 구실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일 뿐이다. 공장 철수와 노동자 대량해고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것이 글로벌지엠의 글로벌 경영 전략이라는 것은 이미 지엠의 유럽, 호주, 러시아, 인도에서의 철수를 통해 증명됐다.
한국지엠은 자신의 글로벌 경영 전략대로 ‘철수’를 무기 삼아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고용 불안을 빌미로 ‘인소싱’을 정규직에게 들이밀며 회유했다. 정규직 노조를 향해 “함께 죽을래? 침묵하고 너는 살래?”라고 속삭였고, 정규직 노조는 결국 한국지엠 사측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자본과 노동의 투쟁 과정에서 “침묵하고 얻은 삶”의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은 여러 경험을 통해 이미 드러났다. 가까운 예로 민영화 과정에서 계약직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 해고에 침묵했던 KT 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량 해고를 통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비껴가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한국지엠은 창원공장 8개 사내하청업체 중 4개 업체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하고 하청업체 비정규직 369명을 2016년 12월 말일자로 해고한다는 통보를 했다. 당시 369명 중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05명은 12월 12일부터 시한부 파업을 하며 고용 승계를 요구했다.
당시에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지회의 교섭권을 위임받아 한국지엠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고, 해고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05명 중 100명의 고용을 승계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이를 통해 정규직-비정규직 간 연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작업 물량 감소를 구실로 ‘노노 갈등’을 유발하려는 한국지엠의 시도는 1년 만에 다시 반복되었고 이번에는 성공을 거두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에 묻는다.
“함께 살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외침을 계속 외면할 것인가?
인소싱 합의를 즉각 폐기하고,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총고용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 나서자.
(2017.12.8. 금,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류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