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1
01 . 약속의 땅
02 . 주의 빛 ( Title)
03 . 사랑해 너만을 (방송 Title)
04 . 남겨둔 사랑
05 . 꿈
06 . Time
07 . Easy Rider
08 . 후회
09 . 진홍빛 사랑
10 . 하늘
장르: Christian Heavy Metal
크리스챤헤비메틀 가나안(CANAAN) 그들이 팀결성 8년만에 첫 앨범'THE HOLY LIGHT' 으로 탄생하다.
"대한민국 헤비메탈 음악계에서 '약속의 땅'의 희망을 찾아" [The Holy Light]
어느 정도는 과도적인 시기였던 1980년대 초반 무렵에 '작은 거인', '마그마', '무당' 같은 하드 록/헤비메탈에 기반을 둔 밴드들의 활약과 앨범 출시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이었고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이나 록 음악 역사를 두고 보더라도 기록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다가 1986년에 이르러 여러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거쳐 대한민국 최초의 공식 1호 헤비메탈 앨범인 '시나위'의 데뷔 앨범이 나오게 되며 본격적인 헤비메탈 스타일 음악이 국내에 자리를 잡게 된다. 이후 잘 알려진 대로 부활, 백두산 등의 밴드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대한민국 헤비메탈의 1세대가 시작된다.
이후 중요한 컴필레이션 앨범 [Rock In Korea]를 비롯해 대도 레코드사의 'Crimson Lake' 레이블을 달아 나온 [Friday Afternoon] 시리즈, 그리고 블랙신드롬, 아발란쉬, 크라티아, 제로지 등의 앨범 그리고 그와 상대되는 스타일과 사운드를 지닌 서라벌 레코드사의 아시아나, 디오니서스, 스트레인저, 아마게돈, 클럽 등의 경쟁 구도... 여기에 주요하게 기억할 만한 장소로 헤비메탈 콘서트를 볼 수 있었던 종로의 '파고다 예술관'과 이태원의 '비바 아트홀', '락 월드', 음악 카페 'Twilight Zone' 그리고 인천의 시민회관, 관교동 일대, 핫뮤직, 로큰롤 코리아 콘서트 등을 기억하고 그 당시에 약간이라도 참여를 한 이들은 확실히 이젠 '대한민국의 헤비메탈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했다거나 매스컴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다 평가 받을지라도 분명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헤비메탈 장르가 발전하며 꽃을 피우던 시기는 분명 존재했음이 사실이다. 바로 그런 바탕 하에서 지금의 서태지와 이승환, 김종서, 이승철, 임재범, 신해철, 김성면 등이 나올 수 있었다.
대한민국 내에서 헤비메탈 사운드가 시작되고 나서 이제는 무려 20여 년이 지났고 홍대, 신촌을 중심으로 해서 '인디 뮤직'이 태동한 지도 10여 년이 흐른 시점이 됐다. 그렇다면 21세기 현재 국내 록 필드에서 강한(?!) 음악, 즉 헤비메탈 음악이나 밴드의 상황은 어떨까??... 인디 뮤직 신으로 분류되는 요즘 그나마 찰랑거리고 서정적인 모던 록이나 여성 보컬리스트를 앞세우는 크로스오버 록 스타일, 그리고 펑크,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밀려 정통 헤비메탈은 갈수록 설 무대나 앨범 출반이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임이 사살이다. 그나마 강한 사운드는 하드코어, 메탈 코어, 이모 코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대세가 기우는 듯 보여 헤비메탈 밴드들은 까딱 잘못 하면 '구린 음악'을 하는 밴드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그런 가운데 시나위, 부활, 블랙홀, 블랙신드롬 같은 고참들이 아직 건재하고 그 다음 세대인 크래쉬에 이어 디아블로, 오딘, 예레미 등이 활동을 잇고 있으며 이런 선배들과 동료 밴드의 역사와 영광을 잇기 위해 마하트마, 미르, 사혼, 메쏘드, 크레센츠, 수뇌, 사일런트아이, 마귀, 뉴크, 지하드, 디샥, 매드프렛, 지킬, 스칼드 등이 더욱 열악해지는 현실을 극복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그렇다면 바로 이 앨범의 주인공인 가나안(Canaan)은 과연 어느 정도 위치의 어떤 밴드일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크리스찬 메탈' 밴드로는 걸출한 기타리스트 조필성이 리드하는 예레미(Jeremy)가 있다면, 그보다는 많이 가려져 있었지만 당당히 라이벌 격으로 소개해도 좋을 만한 관록과 실력을 지닌 팀이 '가나안'이다. '가나안'이라는 단어에 대한 어원에는 논란이 많으나 옛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진한 자줏빛 염료를 말하는 '붉은 자줏빛'을 의미하거나 또는 그 색으로 염색된 모직을 뜻하는 고대 '셈어'에서 유래한 듯하다는데,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쪽 지역의 옛 이름으로 기원전 13세기 경 먼저 거주하던 가나안 족을 정복하고 고대 이스라엘이 정착한 지역으로, 성서에서는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땅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크리스찬 메탈 밴드인 가나안은 핵심적인 멤버이자 꾸준히 밴드를 지켜온 명 기타리스트 김석우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1999년에 시작된 밴드인데 그간 숱한 멤버 교체와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고구려 밴드의 전성진, 아타락시아의 피터 민 같은 드러머와 前지하드 보컬 김성훈(現 JESUS BAND)과 現 지하드보컬 연재준이 바로 가나안을 거쳤던 멤버이기도 하다.
'백두산'과 이젠 최고의 세션 드러머로 명성을 날리는 이건태가 이끄는 '나중된자' 등에서 활동한 바 있는 핵심 멤버 김석우(기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마치 운명처럼 스튜디오 버전도 아니고 멋진 라이브 앨범으로 평가되는 Queen의 [Live Killers]에 수록된 버전으로 그 유명한 명곡 를 듣게 되어 록 음악에 빠져들고 어렴풋이 기타리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밴드 생활을 하게 됐고, 이후 신학대학(성결대 기독교교육학과) 졸업 후에는 '이지라이더'라는 밴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성장한 그는 1999년에 이르러 자신과 뜻을 같이 하며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을 음악으로 전도하고자 하는 뜻을 품고서 크리스찬 멤버들만을 모아 가나안을 출범시키게 된다. 다만 교회 안에서만 찬양을 전하는 일반적인 CCM 밴드가 아니라, 보다 강력한 사운드와 테크닉을 지닌 크리스찬 메탈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같은 해 10월에 '천연성결교회'에서 첫 라이브 연주를 가진 이래 곧바로 홍대 라이브 클럽가로까지 활동 영역을 확대하는 과감성과 적극성을 보여주게 된다. 그런 가운데 2001년에는 서울 대표 밴드로 '전국라이브클럽 합법화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고, 2002년 8월에 롯데월드 무대에서 벌어진 '대한민국 록 페스티벌'에서는 금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여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광주 제일교회에서 행했던 라이브 내용은 팬들이 쓴 당시 후기가 아직도 인터넷에 돌아다닐 정도로 인상적이고 훌륭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미국의 크리스찬 메탈 밴드인 Stryper의 대표곡 을 연주한 레퍼토리에 대한 칭찬은 대단하다...
숱한 멤버 변동과 교체, 밴드의 해산에 이를 어려움 등을 극복하며 지금에 이르렀지만 가나안에게 앨범 출반의 기회는 그다지 쉬운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인천을 대표하는 헤비메탈 밴드로 이제는 전설이 된 '사하라'도 데뷔 앨범을 7년만에 냈다고 하여 첫 앨범 타이틀이 [7년만의 가뭄]이었는데 가나안은 2006년 12월에 싱글 음반 "Holy Light"을 내놓은 게 그간 작업물의 전부이기도 했다.
온갖 어려움과 힘든 시절의 기억을 뒤로 하고... 또 그런 것들을 극복했기에 이렇게 첫 공식 앨범이 마침내 선보이게 되었다. 현재 가나안 밴드의 멤버는 탁월한 기타 솜씨를 지닌 핵심 멤버 김석우를 중심으로 보컬에는 김재훈, 베이스는 홍성래 체제에 라이브 시에는 세션 드러머 김진만이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 [The Holy Light]에는 김석우도 예전 밴드 활동을 하며 친분을 쌓은 대선배이자 최고의 기량을 지닌 이건태가 드럼 녹음을 맡아 그의 탁월한 파워와 기량을 보여주게 되었다. 그리고 기타 세션진으로는 김희경(건반), 안근우(베이스), 차승원(코러스)가 도움을 주었다.
이 대한민국 헤비메탈 계열, 특히 크리스찬 메탈의 복되고 성스러운 약속의 땅을 밟기 위해서는 일단 리더인 김석우의 기타 역량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힘 있고 테크니컬한 연주곡 <약속의 땅>으로 확실히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 기타의 트윈 멜로디라인이 압권을 이룬 곡으로 자신들의 이름인 가나안을 상세하고 인상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앞으로 이들의 콘서트 오프닝 배경이나 이들을 상징하는 테마로 사용함이 좋을 듯 싶다.
가나안이 확실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밴드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앨범의 타이틀 곡 <주의 빛>은 7분이 넘는 대곡 스타일로 리더 김석우의 각오와 의지, 신앙 고백이 두루 어우러진 곡으로 이들의 음악 스타일과 지향을 상징하는 곡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앨범에서 키보드 세션을 해주기도 한 김희경은 작곡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세션에 이어 아주 아름답고 남성들만의 감성을 뛰어넘는 호소력 있고 감성적인 발라드를 하나 제공해 아주 대중적인 일반성까지도 앨범에 더해주고 있다. 아주 부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곡이 바로 <사랑해 너만을>이다. 낭만적인 제목과는 달리 <꿈>이라는 곡은 가나안의 실력과 연주력, 구성력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곡으로 예레미, 미르 등에 못지 않은 스피드 메탈 내지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사운드를 이들 특유의 스타일과 필로 소화해 낸다. 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로큰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리드미컬 하고 편한 곡으로 김석우가 대학(성결대 기독교교육학과) 졸업 후 활동한 밴드이자 현재 가나안의 전신이라 할 이지라이더 시절에 만들었던 곡이라고 한다.
가나안이 많은 선배들과 동료들이 해오고 지켜온 헤비메탈 밴드라는 것을 확고히 느끼게 해주는 곡은 앨범 후반부에 있는 강렬하고 공격적인 <후회>나 <진홍빛 사랑>에서 확실해 진다. 특히 이건태의 드러밍이 빛을 발하는 <진홍빛 사랑>은 가나안의 상징적인 자줏빛이 김석우의 체험에서 비롯된 이 곡의 아련함과 사연을 이미지로 형상화 시킨다. 처음 보면 확실히 성경 말씀을 전하는 듯한 제목의 <하늘(Heaven)>은 실상 'Song For My Father...'라는 부제가 붙은 곡으로 리더 김석우가 돌아가신 아버지께 바치는 형식의 곡이다. 그가 지닌 회한과 못다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감정이 두루 녹아들어 있다.
분명 21세기에 등장하는 헤비메탈 계열 앨범이긴 하지만 가나안의 앨범에는 다분히 80년대의 낭만과 사운드도 감지해낼 수 있는 전통성과 감성이 수용되어 있다. 크리스찬 메탈이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부담도 주지 않고, 헤비메탈 밴드라고는 하지만 다채로운 감성과 추억, 체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여러 곡들은 다양한 느낌과 서정, 그리고 대중성까지 지니고 있는 편이다. 크리스찬 메탈이라는 선입견을 뛰어넘어 이들이 대한민국 록 시장에 "성스러운 빛"으로 느껴지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글/성우진(음악평론가,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