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렇게 많은 영화에 시가…”
박일환 시인의 새 책 『문학 시간에 영화 보기 1』이 출간되었다. ‘한국 영화로 만나는 시와 시인들’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18편의 글에서 24편의 영화를 다루며, 그 영화들 속에 등장하는 시와 시인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 준다. 특히 시가 지닌 치유의 힘과 성찰의 힘이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잘 보여 준다. 또 문학 수업 시간에 시를 흥미롭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도 한다.
저자는 교사이자 시인으로, 시 교육에 관심이 많아 『청소년을 위한 시 쓰기 공부』를 펴냈으며, 여러 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해 왔다. 아울러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용악』,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 등의 시 감상과 해설을 위한 책들을 출간했다. 시 창작에 머물지 않고 시와 관련된 저술과 강연을 통해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면서 시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온 저자의 경험과 노력이 이번 책에 잘 녹아 있다.
“앗, 이 영화에 이런 의미가…“
이 책에서는 단편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극영화까지 다양한 영화를 다룬다. 어떤 영화는 시나 시인이 영화의 주제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영화에서는 잠시 지나가는 소재나 조연이기도 하다. 저자는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시’가 영화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저자가 소개하는 영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는 영화는 미처 보지 못했던 지점이나 새롭게 다시 볼 수 있는 점을 만나게 되고, 모르는 영화는 흥미롭게 소개된 스토리가 궁금해 찾아 보게 된다. 아는 영화든 모르는 영화든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시와 시인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와 영화의 행복한 콜라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윤동주, 황동규, 기형도, 황인찬 같은 유명한 시인들도 만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무명의 시인들도 만나게 된다. 가슴속의 한을 풀어 내니 저절로 시가 되더라는 할머니, 농성장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시 낭송을 공들여 연습하는 해고 노동자,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는 시를 점자 단말기에 적어 넣는 시청각 장애인.
이렇게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시를 쓰고 읽는 일이 정서의 폭을 넓혀 주고 정신적 삶을 고양시키며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을 갖추도록 해 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시를 읽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아는 눈, 그 아름다움에 공명할 줄 아는 마음, 나아가 스스로 아름다운 시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이 바람직한 시 공부라고 한다면, 이 책은 영화를 통해 그런 시 공부가 좀 더 즐겁고 흥미롭게 되도록 안내해 준다.
이 책은 시와 영화의 콜라보가 얼마나 뛰어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영화의 깊이를 더해 줄 수 있는지 보여 주는 한편, 시의 세계에 편안하게 접근하는 통로 역할을 해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시를 가르치면서 시 교육의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시를 좋아하는 학생들, 시와 영화를 사랑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까지 덤으로 얻는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찬실이가 눈물 흘린 까닭은?
+ 〈찬실이는 복도 많지〉
시의 힘과 쓸모
+ 〈칠곡 가시나들〉, 〈시인 할매〉
시인은 어떻게 사는가?
+ 〈시인의 사랑〉
시를 아는 것과 쓰는 건 다르다
+ 〈시〉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동주〉
디아스포라 윤동주
+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후쿠오카〉
정말 먼 곳을 향해 가는 여정
+ 〈한강에게〉, 〈정말 먼 곳〉
산으로 간 시를 찾아 나서다
+ 〈생각의 여름〉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쓰는 시
+ 〈생일〉
사람들은 언제, 왜 시를 읽을까?
+ 〈시 읽는 시간〉
표절에 대한 욕망
+ 〈변산〉
마음을 움직이는 시 한 구절
+ 〈69세〉, 〈강변호텔〉
내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치리
+ 〈편지〉, 〈8월의 크리스마스〉
고전시가가 현대인에게 다가갈 때
+ 〈호우시절〉, 〈언어의 정원〉
슬픔의 시간을 통과하는 방법
+ 〈봄이 가도〉
손가락 끝으로 꿈꾸는 우주인
+ 〈달팽이의 별〉
남산에서 총에 맞아 죽은 시인
+ 〈열두 번째 용의자〉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 〈번지점프를 하다〉
세상의 모든 일은 공부의 재료가 된다. 그런 면에서 영화도 훌륭한 공부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걸 이번 글들을 쓰면서 알게 됐다. 영상 세대라고 하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됐다. 문자 세대에 속하는 내가 영상 세대의 감성과 감각을 따라가기는 힘들지만 모든 공부는 관심을 기울이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내가 한 공부가, 이 책을 읽을 교사와 청소년을 비롯해 영화와 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절한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 보기도 한다. 요즘 학교에서 영화와 같은 영상 매체를 활용한 수업이 많이 늘고 있다니 그런 측면에서 활용이 된다면 더욱 바랄 것이 없겠다.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