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한달 빠른 여행이라 서초 구민회관 주차장에는 상춘객을 기다리는 관광버스 숫자가 한산하다.
출발시간이 12분정도 지나자 ‘언제 떠나려나?’하는 생각이 들 때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두 사람은 택시타고 쫓아오기로 했고 민란을 우려하여 떠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버스는 주차장을 나온다.
고속도로에서 차량들의 흐름이 원활하다.
기흥휴게소에서 택시로 따라오신 두 분이 합류한다.
호남고속도로를 내달린 버스는 광주를 거치지 않고 장성분기점에서 새로 생긴 담양 곡성간 한산한 도로를 달리니 11시도 안돼 점심시각이 너무 이른 때라 예정에 없는 봉두산 태안사를 찾기로 한다.
곡성군 석곡 나들목을 나와 보성강을 굽이굽이 돌아, 대형버스가 오르기에 너무 좁은 길이라 조마조마한 가슴을 안고 한참을 올라가니 능파교가 나온다.여기서 사진을 찍은후 일행들은 고즈녁한 오른쪽 옛길로 돌아가고 우리는 차도로 올라가니 왼쪽 기슭엔 ‘경찰충혼탑’이 쓸쓸하게 우뚝 서 있다. 넓은 주차장이 있고 윗쪽 연지 한복판에 부처님 진신사리탑이 있다.일주문 현판은 바깥쪽엔 ‘桐裏山泰安寺’요 안쪽엔 “鳳凰門‘이다.또 일주문은 ‘다포계 맞배지붕’ 형식인데 안내판에는 ‘다포계 팔작지붕’이라고 잘못 표기 돼 있다.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는 좌우엔 하늘 높이 쭉쭉 뻗은 삼나무가 인상적이다.따사로운 했살을 받으면서 스님 4분이 나오신다.“살아있으면 또 만나겠지”하고 이순이 된 듯한 한 스님이 평범한 차림으로 일주문을 향해 걸어 나가신다.일행이 모두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데 아까 먼저 떠나신 스님보다 우리가 앞선다.
버스가 천천히 꼬불꼬불한 높은 산비탈 840번 지방도로를 오른다.곡성군 죽곡면과 순천시 월등면경계인 고개마루에 올라 차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낯익은 곳이다.작년 4월 답사한 복사꽃 만발한 월등면 복사골이다.한달정도 이른 시기라 복숭아 나뭇가지는 아직 갈색이고 간혹 매실만이 꽃망울을 트떨일까 말까다.승주읍 소재지를 지나 선암사입구 선암장식당에 도착하여 21가지 진수성찬의 점식을 먹으니 밥맛이 일품이다.
금전산 고갯마루에 오르니 낙안읍성이 아련히 보이고 사방은 산으로 빙잉 둘러 쌓여있다.
조금 내려와 버스가 멈추니 왼쪽기슭엔 ‘金芚禪院’ 안내석이 보인다.‘금전산금둔사’ 현판의 일주문까지는 가까운 거리다.일주문 그늘에서 한가족 관광객이 식사를 하고 있다.‘하필 왜 이런곳에서 식사를 하나’하면서 생각하고 지나친다.경내 지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된 가람들이 소박하고,안겨오는 봄햇살에 약간 더위를 느낄 정도다.경내로 들어가니 음력12월을 마감한다는 ‘납월매’가 만개하여 여기저기서 찰각찰각하는 소리가 무성하다.기와 담장길을 따라 올라가니 3층석탑과 석조여래입상이 모셔져 있다.대웅전에 들러 3배하고 시주를 한다.돌아 나오면서 일주문 현판을 보니‘世界一花祖宗六葉’이다.
낙안읍성 서문에 도착하여 성벽길을 따라 걷는다.동헌, 객사 및 관리사무소의 지붕만 기와지붕이고 전부 초가지붕이다.실제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옛날 촌락 그대로다.집집마다 전기시설이며 보일러시설들이 되어 있지만 초가지붕 촌락과 어울리게 시설 되었고 전력선도 지중화 되어 있다.그래도 사는 주민들은 불편할 듯하다.그래서 그런지 퇴마루를 샤시창문으로 개조한 집도 눈에 뛴다
성밖 동남쪽에 백경선생님의 수오당 건물이 있다.원래 구례군에 있었는데 순천시가 경매로 1억원에 낙찰 받아 8억원을 들여 옮겨 지었다고 감시 나온 순천시청 직원이 설명한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벌교에서 주먹 자랑 말라’는 벌교읍을 지난다.벌교천을 따라 형성된 散村이다.태백산맥 조정래 문학관이 건축중이고,그옆에 ‘현부자집’이 세워져 있다.
순천만에 도착하니 바람이 제법 거칠게 불고 해는 안개 낀 듯한 서쪽 하늘에서 흐릿하게 비추니 기온이 쌀쌀하다.사람들 가는 곳으로 한참 가니 일렁이는 갈대밭이 쫙 펼쳐지고 갯고랑 유람선 선착장도 보인다.많은 사람들이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탐방길을 따라 용산쪽으로 걸어가고 용산쪽에서 걸어온다. 3분쯤 걸어가니 탐방길 주위의 갈대를 훤하게 베어 버렸다.새순을 돋게 하기 위하여 4월까지 갈대 베기를 시행한다는 팻말이 있다.가끔 꾸불꾸불 나있는 갯고랑으로 유람선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데 한기가 느껴진다.탐방길 끝까지 가니 수문이 있고 거기서 단밤 한봉를 3천원에 샀다.용산를 오르지 않고 입구 벤치에 앉아 단밤을 까먹으면서 낙조를 바라 보니 구름인지 해무인지 흐릿한 날씨탓에 별볼일 없는 일몰이다.바람이 세게 불고 차가워 서둘러 저녁식사 장소인 대대선창집으로 먼저 향한다.짱둥어탕 한상에 35,000원짜리 푸짐한 정식이다.
돌산대교를 지나 이리 꾸불 저리 꾸불 반짝이는 불빛을 뒤로하고 달리고 또 달린다.드디어 도착한 곳은 ‘풍경화 팬션’이다.사방이 캄캄하여 볼 수 없었지만 풍광이 아주 멋진곳이리라 생각하고 정해진 호실로 들어가니 방바닥이 아주 따뜻하다.
이튼날 새벽5시 향일암을 가기 위하여 기상한다.
주차장에서 내리니 바로 가파른 언덕길이다. 향일암 올라가는 길 양옆에는 온통 갓김치 판매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이른 아침인지라 인기척은 없다.일행들의 도란거리는 소리와 타닥거리는 발걸음 소리만 들리고,가로등 불빛도 밝다.짚차 한대가 매연을 풍기면서 먼저 올라간다.‘어지간하면 주차해 놓고 걸어 올라 갈것이지’라고 충고하고 싶어진다.
왼쪽 낭떠지 넘어로 검은 바다가 보이고 바위틈 사이로 쏙 들어가니 대웅전 앞뜰이고 일행들 외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와 웅성거리며 서있다.또 다시 바위틈 사이를 올라가니 5평정도의 上관음전에서 아침 예불을 드리는 스님과 신자들의 모습이 너무 진지하다.절벽아래에는 원효대사 좌선대가 보이고 해무가 덮인 수평선이 흐릿하고 바다는 검다.일출 시각인 6시40분이 지나도 해가 보이지 않자 하산하는 사람도 있다.한참후 구름에 가려진 희미한 해가 나타난다.‘무심재하산’ 구호와 함께 하산한다.
종점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풍경화팬션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후 9시30분경 돌산도 서쪽으로 넘어간다.작금등대가 내려다 보이는 산중턱에서 버스에서 내려 걸어 가며 바다풍광을 즐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언덕에 바람’ 카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누~른잔디가 카펫처럼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야외의자와 판돌들이 놓여 있어 따사로운 봄볕을 즐기기에 안성 맞춤이다.카페 주인장의 트럼펫연주를 감상하는 멋진 추억을 덤으로 새기고 떠난다.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한참 달린후 버스가 신기마을에 정차한다.이곳은 돌산도에서는 땅뙤기가 제법 넓은 촌락인 듯하다.논밭에는 짙은 녹색 마늘잎으로 뒤덮여 있고,이논저논에서 스프링클러가 물을 칙칙 뿌리면서 돌고 있다.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얼키설키 널려있는 호스들도 도랑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하늘만 쳐다보고 농사짓는다는 천수답 얘기가 약40여년전 이야긴데 이제는 사시사철 물 걱정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격세지감이다.시멘트가 포장된 골목길을 무심재님이 앞서고 일행들이 꼬리를 물고 따라간다.마을을 벗어나 수확을 끝낸 시금치밭에서 길이 막혀 다시 돌아 나온다.도로가에는 출하를 기다리는 15kg짜리 갓 포장 박스가 쌓여있다.
돌산공원 돌산대교 준공탑에서 여수 시가지를 바라본다.왼쪽이 툭 트인 바다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여수 시가지가 배경이 되고, 푸른 바다위에 떠 있는 듯한 돌산대교의 A자형 교탑이 우뚝 서 있고, 대교 오른쪽엔 장군도가 있고,종고산 기슭에 빼곡히 들어찬 집들이 여수항을 감싸고 있다..다리,바다,배,산,집들이 어우러진 절경이다.
여수시 봉산동 소재 두꺼비식당에서 게장백반으로 배불리 먹고 오동도로 향한다
오동도 주차장엔 각지에서 온 관광버스가 즐비하다.유람선 선착장에서 호객꾼의 호객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오가는 관광객이 빽빽하다.따끈따끈한 햇살 때문에 땀방울이 맺히고 제방길 인도는 쿠션이 있는 재질로 포장하여 걷는 재미가 폭신폭신하고,의자를 다닥다닥 붙여 제작한 트레일러를 단 동백열차가 관광객을 가득 실고 지난간다.오동도 동백나무 숲길로 들어서니 시원해진다.
용굴,등대,동백숲 산책을 마치고 오동도를 돌아 나와 귀경길에 오른다.오후3시30분경이다.
귀경길 고속도로는 정상 속도로 달린다.서논산 나들목에서 나와 논산시 노성면 소재 ‘금수강산’에서 1년전과 같이 우렁된장찌개백반으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쳤다. ‘안양 초등생 이해진 살해범 검거,충남 보령에서 압송중’속보가 뜬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