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8일 양산 법기수원지에서 열린 제3차 명상과 함께하는 갈맷길 그린워킹이 있었다. 도시철도 범어사역 2번 출구에서 모여 일부는 개인승용차로 일부는 마을버스 1-1을 타고 이동했다.
진행자 포함 13명이 소풍길 마냥 즐거워 했다. 도착후 몸을 깨우는 기체조로서 일정을 열었다. 진입로 공사 등으로 다소 어수선 했지만 하늘 향해 쭉쭉 뻗은 히말라야시다의 위용에 감탄하면서
아름드리 나무를 껴앉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곳에선 세 아름 이상도 많다. 어찌 외경스럽다 하지 않을 것인가. 류경희 문화유산해설사의 숲 이야기가 참가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댐마루로 오르는 계단, 띠풀과 개망초가 하얗게 사면을 덮었다.
조민간 솔나물도 꽃을 피울 것이다. 여름이 왔음을 실감한다.
주변의 풍광에 만족하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밝다.
반송 아래에서 지긋히 눈을 감고 여는 명상에 들었다. 명상 지도는 안정영 명상지도사가 진행했다.
누군가 새소리 때문에 명싱이 안된다고 하여 모두들 웃었다. 그게 명상에서 얻는 효과 중의 하난데 ... 평정한 마음이 되면 귓가에 흐르는 모든 것이 음악이다.
수변 숲길을 걸으며 준비한 거울로 뱀의 눈이 되어 세상을 보기도 했다.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자 다른 세계에 대한 배려의 시작이다.
또 누군가 말했다. 이정도의 거리면 30분이면 족한 것임에도 그간의 걷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가는 길에 노루발풀이 군락을 이루어 개화한 장면을 만나기도 했다. 나 역시 흔치 않은 만남이라 서둘러 기록으로 남겼다. 잎이 노루발을 닮아 노루발이라 하는데 아래를 보고 달린 꽃이 노루의 발굽을 닮아 노루발이라는 설도 있다. 한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있어 낙엽 속에서도 쉽게 눈에 뛴다. 개인적으론 이 친구들을 이렇게 떼거지로 만났다는 게 너무도 기분 좋았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 얼마 되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생수병, 하필이면 이름이 '순수'다. 버려진, 몰래 폐기된 순수다. 걷고싶은부산이 어떤 행사든 생수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잠시 생수병이 야기하는 문제를 언급해 본다. 현재 국내 생수 시장 규모가 작년에 4000억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워낙 성장세가 가파르다 보니 내후년에는 국내 생수 판매액이 2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때 가난 탈출의 상징이다시피 했던 수돗물은 천대받고 있다.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직접 마시는 국민이 1%대에 불과할 정도로 수돗물 불신의 벽은 높기만 하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가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10ℓ기준으로 6원 정도 하는 수돗물이 최저 6000원에서 최고 10만 원까지 하는 생수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많게는 수돗물보다 1만 배 이상, 휘발유보다 3배 이상 비싼 생수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모든 조사 결과는 수돗물이 생수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국내 수돗물 기준은 생수보다 더 엄격하다. 생수는 47가지 기준만 통과하면 되지만 수돗물은 염소 기준치 등이 추가돼 55개 항목을 합격해야 한다.
문제는 생수 생산과 처리의 문제다. 무분별한 지하수 채굴과 생산과정에서 투입되는 에너지, 그리고 운송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나아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용기들은 다양한 형태로 환경문제를 유발한다. 한 5~6년 전 태평양연안 해양폐기물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일본은 대만이나 태평양 도서국가들로부터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다양한 성상의 폐기물들 중 생수병으로 사용되는 펫트병은 각국의 해안을 어지롭히는 주요한 요인이다. 생수를 담는 대부분의 병은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폴리에틸렌 수지)로 만들어진다. 투명도가 유리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며 강도가 높고 단열성도 좋아 영하 160℃까지 견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여러 물질의 용기로 이용된다. 무겁고 깨지는 유리, 속이 안 보이고 한 번 따면 다 먹어야 하는 알루미늄 캔에 비해 가볍고 휴대성이 편리한 페트병이 애용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페트병이 환경파괴와 에너지 소비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생수병은 결코 환경에 친화적이지 않다.
우리는 생수 생산을 위해 자연적 샘물이나 지하수를 과도하게 끌어 쓰고 있지만 물 부족으로 생명조차 위태로운 여러 국가에는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라는 것. 선진국에서는 안전성과 청결, 맛 등을 이유로 생수 소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10억 명이 넘는 빈곤 국가 인구들은 깨끗한 물조차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전 세계의 연간 포장 생수 소비량은 1억6000만t (2008년 기준)정도이며 계속 증가추세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먹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해야 하지만 생수는 답이 아니다. 생수의 천국이었던 유럽에서도 수돗물 마시기가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물을 휴대하는 시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만 더 언급하자면 손수건 사용을 생활화 했으면 한다.
2007년 5월 환경부가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기후변화에 대해 인식하는 국민은 많지만 인식의 깊이가 얕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9명은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지만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수송(58.6%), 산업(30.0%), 발전(7.6%)이라 응답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휴지 한장이 숲의 벌목과 화석에너지 과소비를 부른다. 국민 1인당 1년간 사용하는 두루마리 화장지는 35m짜리 17개 정도 된다. 여기에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 화장지 또한 사용량이 만만치 않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활동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쌓여서 내 지역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이 문제를 스스로 파악하고 각각의 기업, 학교, 가정에서 실천 행동을 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1톤의 탄소를 줄이기 위해 360그루의 소나무를 심어야 한다. 숲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더불어 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