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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붐님 사진
작고한 꽃의 시인 대여 김춘수. 서정성과 정이 깊은 시를 남긴 통영의 시인 김추수의 시 중에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꽃을 위한 서시', '꽃'은 내가 즐겨 읽고 또 읽는 애송시이다.
오늘은 그가 남긴 시 중에서 서풍부(西風賦)를 아침에 여러번 읽고도 모자라 종일 곰삭여 가면서 생각해 보았다.
지상에 묶인 사물 보다는 하늘, 구름, 바람, 별 같은 것들과 친숙했던 영국의 요절한 낭만파 시인 Shelley의 유명한 시 또한 서풍부이다.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추운 겨울이면 셸리의 서풍부 마지막 구절을 읊조리면서 봄을 기다리곤 했는데 김춘수 시인은 서풍에 자신의 마음을 야릇하게 담아 무더운 여름날 내 가슴 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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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온통 풀냄새를 널어 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김춘수의 서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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