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소리
늙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기며 예사롭게 받아들인다. 나이가 듦에 따라 몸의 여기저기서 삐거덕거리며 고통의 소리가 들린다.
식물의 줄기가 뿌리와 잎을 연결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듯이 사람도 몸을 지탱하는 힘이 발끝에서 머리까지 뼈에 있다. 그 관절이 퇴화하여 아픔이 오기도 한다. 무릎관절 손상, 허리 통증, 목 관절이 퇴행하여 고통이 따른다. 오늘날에는 의학이 발달하여 무릎관절이 닳아 아프면 인공 관절로 갈아끼우며, 허리의 협착이나 디스크도 수술하여 낫는다.
나는 지천명에 이르러 마라톤에 입문하여 십여 년 동안 뛰었다. 무릎관절이 손상하여 관절경을 이용하여 연골 재생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는 재활훈련이 중요하다. 완전히 회복하는 데 2년이 걸렸다. 그동안 걷기 운동과 자전거 타기로 무릎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지금은 아무런 불편 없이 등산도 하고 테니스 운동도 즐기고 있다.
언젠가부터 앉아있다가 일어서는 데 불편함을 느끼며 무엇을 붙잡고 힘들게 일어서곤 했다. 늙음의 현상이려니 여겼다. 그런데 요즘 누워서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돌아눕는데 아프고 힘이 들었다. 근육통이려니 하면서 에어 파스를 뿌리도 낫지 않았다. 집 근처의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의사는 등뼈의 관절이 닳았다고 했다. 그 순간 집의 기둥이 삭았는데 온전할 수가 있겠는가 싶었다.
그러고 보니 컴퓨터에 오래 앉아 글을 쓰는 작업이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리를 곧게 펴지 않고 꾸부리는 습관이 지속되어 목 관절이나 등뼈 관절이 퇴행성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평소에 앉을 때의 자세가 중요하다. 또 오래 앉아있는 것도 관절에 무리가 간다.
주사를 맞고 약 처방을 받았다. 또 물리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왔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저녁에 자리에 누워 뒤척이면 그렇게 아픈 것이 아프지 않았다. 또한 앉았다 일어서는 데도 불편함이 없었다. 다음날 병원에 갔다. 의사께서 좀 어떠냐고 묻기에 다 나은 듯싶다고 했더니 의사께서 “그렇게 쉽게 낫을 리가….”했다.
글피 날, 이제 괜찮듯 싶었으나 확실히 하기 위해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물리 치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는 봄비가 내려 식물이 줄기를 타고 뿌리까지 내려가 잘 자라게 하리라 싶다.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아파트 25층 계단을 세 번 걸어서 올랐는데 기분이 상쾌하고 호흡하는데도 힘들지 않았다. 비가 내려 우산을 받쳐들고 병원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