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Ⅱ-52]아름다운 사람(8)- 정안준 상담학박사
이 친구하고는 오랜 인연이 있다. 1975년 고3 같은 반, 전북지역 일색인데, 전남 장흥 출신. 사연인즉슨, 전주에 사시는 이모를 인연으로 전주에 유학을 온 것이다. 49년 전에도 깨끗한 외모(상남자)에 점잖고 말수도 적지만, 싱긋싱긋 잘 웃는 ‘조용한 신사紳士’였다. 흥사단 활동을 한 것으로 기억하고(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농협대학에 진학했다고 들었다. 이러구러 재경동창회 모임에서 처음 만나 반가웠던 기억이 뚜렷하다. 졸업 후 농협에서 근무하고 아카데미 교수를 지내고, 하나로마트 사장도 하면서 정년퇴직을 했는데, 웬 열? 농협의 최대 계열사인 남해화학 상임감사가 됐다며, 전라도 지역에 사는 친구들을 자주 불렀다. 자연산 회와 새조개 샤브샤브를 사기도 했다. 더구나 재워주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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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감사를 무사히 마친 후, 부사장이 되었다. 이른바 ‘큰 자리’이다. 며칠 전, 내일모레면 완전히 현역現役을 은퇴한다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월급쟁이 44년이라던가. 사실 이런 행운아는 흔치 않다. 얼마나 실력이 좋고, 사회생활(대인관계)을 잘했으면 6학년 8반에 이르도록 직장생활을 한단 말인가? 장인어른이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42년(교장만 37년) 일하셨다해 놀랐는데, 나로서도 기껏 37년을 찌대다 나왔는데, 44년이라니? 그것만 갖고도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은 일이다. 상임감사와 부사장의 연봉年俸만 해도 막강한 수준일 터. 우리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아니, 솔직히 부러웠다. 게다가 언제나 겸손한 훌륭한 인품의 소지자로 이름이 났으니. 낯꽃이 언제나 좋고,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 자세도 좋다.
그런데, 정확히 엊그제 고교동창 단톡방에 어느 친구(요양원 원장)가 박사학위 논문 표지를 올려 무심코 지나치려다 그 친구의 이름을 봤는데, 나뿐만 아니라 120여명의 친구들이 모두 놀라 탄성을 질렀다. 세상에나, 최근에 만나서도 한마디 언급도 없더니, 이게 웬일인가? 지난 가을학기에 사회학 박사가 되다니? 언급조차 없었던게 섭섭하기도 했지만, 무조건 경하慶賀할 일이어서 “정안준 박사. 경하드립니다”라고 한껏 덕담德談을 보냈다. 표절 논란 등 말도 많은 대학사회에서 그래도 박사학위 취득은 98%가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다(극고수 예외가 누구인지 삼척동자도 알리라). 석사는 완전히 뻥구라. 학위가 아무리 인플레되었다고 해도 박사만큼은 하늘에 별따기인 것을. 신출귀몰, 친구가 해냈으니 어찌 대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대학에서 홍보담당 교직원으로 12년을 일해 봐서 아는데,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박사학위 수여자였다. 도전해 보고도 싶었으나 석사학위조차 온갖 표절로 겨우 딴 마당에 언감생심. 아예 꿈을 접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그 어떤 친구들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여수에서 직장생활 6년을 하면서 서울을 오가며 박사가 되었구나. 크게 놀라며 감탄했다.
학위를 땄다하여 어찌 ‘아름다운 사람’이라 하겠는가. 동문회 활동에 빠진 적이 없으면서, 친구들을 위하여 희생과 봉사를 한번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1년 회장직 선출을 놓고 갈팡질팡할 때 스스로 회장 자천自薦을 하며, 내 대신 무거운 짐을 들어주었는가 하면, 1년간 눈부신 업적을 쌓았다. 고양 꽃 박람회에 남고생-여고생 30여명을 초대하여 관람을 시킨 후 화려한 오찬을 베풀기도 하고, 압화기념패를 처음으로 만들어 유공동문들을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흥에 사시는 부모님을 위하여 2층짜리 멋진 양옥을 지어드리며, 당호堂號를 지어달라기에 “우리집과 같은 당호 ‘애일당愛日堂’으로 하면 좋겠다”는 나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 진짜 효자가 따로 없다. 그 결과, 부모를 모시는 효자들의 애일당은 전북과 전남에 각각 존재하게 된 사연이다. 전라고6회 동창회 | [찬샘통신 21/191014]또 하나의 애일당(愛日堂) - Daum 카페
그 친구가 우리 아버지를 위하여 여수 명물 짱어탕을 택배로 보내주어서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 친구들은 다 알 것이다. 선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 친구의 고향 마을 이름을 따 그의 호를 ‘사촌沙村’이라고 지어준 까닭이다. 이제 석좌교수가 되어 강단에 서시라.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이다. 아직 그대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는 끝나지 않았으니. 박사학위 논문 제목을 보시라. 아직 초록abstract을 받아보지 못해 내용을 잘 모르겠으나 <노인의 사회참여 활동이 성공적 노화와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 초고령사회, 참으로 시의적절한 논문 주제가 아닌가. 아무리 소리 소문없이 학위를 땄다고 해도 이미 동문들에게 소문이 났으니, 나에게도 한 권 보내주시겠지. 동문 50여명을 대상으로 그의 특강特講을 추진해야겠다. 아름다운 사람, 그대 이름은 사회학 박사 정안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