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백지를 들이대면서 뭘 쓰거나 그려보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어지간한 문장가가 아닌 이상 일필휘지로 써내려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백지의 공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글쓰기 과제가 주어질 때 가끔 이런 경험들을 할 것이다.
이것은 글 솜씨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생각하는 연습이 평소에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뭔가 생각나지 않을 때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준비했던 내용에서 벗어난 황당한 시험문제를 만났을 때 “아, 나 오늘 완전 백지 냈잖아”라고 한다. 이렇듯 백지는 여러모로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백지는 우리 어른들에게 그런 존재다. 두려움의 대상이다. 백지는 왜 우리에게 그토록 두려운 존재가 되었을까? 아이들에게도 백지가 두려운 존재일까?
주어진 문제에 정답을 쓰는 데 익숙해지면 백지는 두려운 존재가 된다. 우리 어른들이 공부해왔던 방식 그대로 정답주의를 강요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됐을 때 백지를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창의적인 인재 얘기를 많이 하지만, 창의력을 어떻게 키워줄지 막막하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내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묻지 말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라고 묻자.
우리는 ‘백지’가 우리 교육의 대안이다! 라고 감히 말한다. 필자가 정의하는 백지는 총 네 가지이다. ①물리적 백지: 빈 종이 ②시간적 백지: 잉여시간 ③관념적 백지: 고정관념이 없는 마음 ④물질적 백지:결핍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 네 번째 결핍은 사람에 따라 가진 환경이 모두 다르고 공통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세 가지를 종합하여 창의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 가지의 백지가 동시에 실현될 때, 창의력이 폭발한다. 단 조건은 생각의 재료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지에 독서가 뒷받침되면 더 넓고 깊은 사고를 확장할 수 있게 된다(생각의 재료인 ‘책’에 대해서는 12장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물리적 백지: 말 그대로 ‘빈 종이’를 말한다. 시간적 백지: 잉여시간, 즉 ‘빈 시간’을 말한다. 관념적 백지: 고정관념 없는 마음의 상태, 즉 ‘빈 마음’을 말한다.
첫 번째는 '강제 연결법'을 쓴다. 서로 상관이 없 는 두 개의 단어를 조합한다. 그것을 연결시켜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첫 문장만 시작되면 그 다음 두 세 번째 문장은 쉽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서와 글쓰기는 세트메뉴다.”로 첫 문장을 써보자. 그 다음 왜 세트메뉴인지 이유를 쓰면 된다. “독서와 글쓰기는 우리가 잘 사먹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같은 관계이다. 두 개가 각자 존재하지만 같이 있을 때 오히려 조화롭기 때문 이다.”로 이어갈 수 있다.
두 번째는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이다. 자신의 감 정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지금 떠오르는 생각 이 무엇인지... 백지에 자신의 마음에 낙서하듯이 흘러가는대로 써본다. 이렇게 쓰다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분량을 채울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다른 것을 하는 것이다. 계속 뚫어 지게 백지를 쳐다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면 과감하게 접고 산책이나 독서, 운동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자. 사실 글이 안써지는 이유도 자신의 컨디션과 관계가 있다.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면 어떻게 써야할지 생각조 차 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다른 것으로 기분 전 환을 하거나 컨디션 회복 후 글을 쓰면 마주하는 백지의 공포를 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사실 오늘은 무엇을 써야할지 막막했는데, 백지 의 공포를 글감 삼아서 주저리주저리 써봤다. 내 용이 어찌 됐든 오늘도 글 한편 완성한 것으로 위 안을 삼고자 한다. 유명작가들도 겪는 ‘백지의 공 포’를 너무 두려워 하지 말자. 위에 언급한 지극 히 개인적인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면 극복하 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