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 뉴스뷰리핑]
권태호 기자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4.25) 아침에는 △의대 교수들 오늘부터 사직 등 의료난(5곳)이 가장 큰 뉴스입니다. 이어 △2월 출생아 2만명 첫 붕괴(3곳) △국내 첫 지구 관측용 군집위성 1호 발사(2곳) △이재명 대표, ‘채 상병 특검’ 요구(2곳) △가자전쟁 항의 시위, 미 대학가(2곳) 등의 뉴스가 신문 1면에 실렸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채 상병 특검
② 시선, 클릭!
-결혼 비용만 6000만원 든다고?
- 독문과·불문과, 인문학과 사라진다
- 분양아파트 로또는 옛말
- 미 대학가 반전시위 확산
③ Now and Then : 방랑자(박인희, 1976)
① 차이의 발견
# 채 상병 특검 요구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일대일 회담을 앞두고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 수용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과 함께 ‘채 상병 특검’이 이번 회담의 주요 사안으로 떠올랐습니다.
1. 이재명 대표, 채 상병 특검 요구 이유
-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회담을 제의했을 때만 해도, 이 대표는 ‘민생’만 얘기했습니다. 그러다 어제(24일) 이 대표가 직접 최고위원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을 언급했습니다. 회담 제의 이후인 지난 22일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는 보도가 이어지는 등 이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점점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보도가 이어지지 않았어도, 채 상병 특검을 의제에서 제외하긴 쉽지 않았겠지만, 보도가 이를 좀더 앞당긴 측면이 있습니다.
- 민주당 의원들뿐 아니라 국민 여론도 채 상병 특검법을 요구하고 있음을 반영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 3명 중 2명이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을 하라는 게 국민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20~21일 실시한 조사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5.2%가 ‘반대’라고 답했다고 23일 발표했는데, 이 조사를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휴대전화 가상번호 활용 무선 ARS 방식)
2. 커지는 대통령실 개입 의혹
- 2023년 8월2일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경북경찰청에 도착해 사건을 이첩할 때, 대통령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이 지금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개입 관련 의혹만 보면, 이날 오전 10:30~11:50까지 경북경찰청에서 사건을 이첩합니다. 이후 전화통화 내역을 시간순서대로 보면,
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파견 경찰관)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ㄱ관계자
② 12:40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ㄱ관계자 -> 경북경찰청 간부, “국방부에서 사건 회수 원한다”
③ 12:50~오후 3:56 임종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 ->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2차례 전화
④ 오후 1:03, 김계환 사령관 ->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⑤ 오후 1:26 국가안보실 파견 김형래 대령 -> 김화동 해병대 사령관 비서실장
⑥ 오후 1:50 유재은 법무관리관 -> 경북경찰청 간부, “사건기록 회수하겠다”
⑦ 오후 4:13 김계환 사령관 ->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⑧ 오후 늦게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통화
⑨ 오후 7:20 국방부 검찰단, 경북경찰청 방문해 사건기록 가져가
⑩ 오후 8:40 김계환 사령관, 박정훈 대령 보직해임심의위원회 개최
- 통화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으나, 누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후 전화를 받은 사람은 또 누구에게 전화를 했고, 나중에 전화를 받은 사람이 전화를 건 사람에게 다시 전화를 걸은 내역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전형적인 ‘지시-이행-보고’ 형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주도적으로 움직였고, 국방부와 해병대는 이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듯한 장면이 눈에 보입니다. 이제 그 전화통화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가 국민들이 납득하게끔 나와야 합니다.
3. 공수처와 특검
- 현재 채 상병 수사는 공수처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공수처 수사는 최근 핵심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절차에 돌입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내일(26일) 출석시키는 등 수사에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 채 상병 수사는 방향은 간단한데, 제대로 된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그리고 그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미치게 될 지 주목됩니다. 우선 위 전화통화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경북경찰청 간부-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통화-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라인, 그리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임종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 라인 등의 연결고리를 조사하면 됩니다. 이어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에 대한 조사가 이어져야 합니다. 핵심은 ‘대통령실이 국방부에 어떤 지시를 했느냐’, ‘그 대통령실 지시는 누구의 결정이었느냐’, 그리고 ‘대통령은 누구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느냐’입니다.
- 채 상병 수사의 목적은 ‘진실규명’이고, ‘특검’은 이를 위한 방법입니다. 여권은 그동안 줄곧 ‘공수처 수사가 진행중인데, 특검 주장은 안 맞지 않느냐’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런데 공수처는 인력 부족, 그리고 관계자들의 수사 비협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대통령이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차기 지명을 미루면서 공수처장은 3개월째 공석 상태입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 이명순·오동운 변호사를 윤 대통령에게 추천했는데, 이들은 모두 여권이 추천한 인물입니다. 이 가운데 이명순 변호사는 윤석열·한동훈과 함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근무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이들은 함께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를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현 이원석 검찰총장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분이 공수처장이 되면, 대통령실을 겨누는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요.
- 또 공수처는 현재 처장, 차장, 수사1부장까지 조직내 1~3위가 다 공석입니다. 현재 수사검사는 모두 20명인데, 여러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채 상병 수사가 진척되고 있으나, 수사 초기에는 지지부진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계가 분명합니다. 어찌보면,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진 데에는 이처럼 공수처 무력화를 시도한 윤 대통령의 자업자득적 성격도 있습니다.
- 민주당의 특검 요구에 정치적 의도가 왜 없겠습니까. 특검이 성격상 정치적 기류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채 상병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현재의 공수처 관련 기능을 대폭 보완하지 않는 한 쉽지 않아 보이고, 더욱이 현재의 공수처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이 이를 적극적으로 한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따라서 특검이 상대적으로 채 상병 수사에 더 나은 선택지가 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4. 여야 분위기
- 여권은 특검 후보자를 야당이 추천하도록 한 내용이 ‘독소조항’이라는 이유로 특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당 추천인사로 특검 후보자를 정해야 할까요. 민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가 시작되는 5월에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입장인데, 대통령은 또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는 걸까요.
- 대통령실에서는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 외에도 여러가지 요구안을 거론하는 데 대해 “과하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회담이 어그러질 경우, 이 대표에게도 타격이 있겠지만, 윤 대통령이 입게 될 손실이 훨씬 더 큽니다. 민주당이 이를 잘 알기에, 대통령실이 보기에 강경한 입장을 쉽게 누그러뜨릴 것 같진 않습니다. 이를 이전처럼 여론전으로 책임 덮어씌우기 형태로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을 듯합니다.
- 대통령은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둔 것일텐데, 민주당 입장에선 그렇게 들러리를 서고 ‘빈 손’으로 돌아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욱이 이번 회담은 ‘항복 선언식’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교협상처럼 똑같이 주고받는 ‘Give & Take’도 아닙니다. 이번 만남이 총선 참패로 인해 이뤄졌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아니라, ‘민심’의 요구사항을 따르겠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이를 떠나 눈앞의 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상대하려 한다면 계속 힘들어집니다. 대통령은 계속 “말을 듣겠다”고 하는데, 이 ‘듣겠다’가 수동적 자세로 “들어는 줄게”라는 식이 되어선 곤란합니다.
- 아울러 ‘원샷’으로 모든 게 끝낼 순 없습니다. 이번을 시작으로 앞으로 자주 만나고, 필요하면 서로 전화통화도 하면서 난국을 함께 풀어나가겠다는 자세가 더욱 중요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에게 권한을 내어줄 자세를 지녀야 하고, 이 대표는 책임을 함께 떠안을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시작은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5. 언론 보도
- 한겨레와 조선이 사설을 썼습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이 야당 제안을 자꾸 취사선택하려 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고, 조선은 “일단 만나라”고 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 윤-이 만남, 민생·특검 방안 모두 열어놓아야
조선 = 尹 대통령·李 대표 만나는데 의제 정할 필요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