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겨울,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한예슬의 '오빠 4종 세트'는 수많은 남성들이 몸살을 앓게 만들었으며, 그녀의 "옵빠~♡"에 웃으며 행복해하는 남대생의 반응이 동영상으로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는 단순히 오빠라는 단어가 사전적 의미인 “같은 항렬의 손위 남자형제를 일컫는 오라버니에 대한 친근한 말 혹은 어린이 말"로써 쓰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친구, 친구의 남자친구, 남자선배(학교/직장), 약혼남, 남편 할 것 없이 자기보다 생물학적 연령이 많은, 혹은 심지어 적은, 모든 남성을 부르는 여성들의 호칭은 '오빠'가 되었다. 남성을 부르는 ~야, ~씨, ~형 ~선배 등과의 경합에서 '오빠'가 패권을 차지한 것이다.
여학생들과 남학생들 모두 ‘오빠’라는 호칭이 동원해주는 ‘친밀감’을 높이 평가한다. ‘오빠’라는 호칭 때문에 여자 후배와 남자선배간이 비교적 단시간 내에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마치 가족처럼.
재미있는 것은 거의 모든 여학생들이 아내, 여자친구, 혹은 여동생과 누나의 입장으로서 다른 여성들이 자신의 남편, 남자친구 혹은 친/오빠와 남동생을 ‘오빠’로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다른 남성들을 ‘오빠’라고 부르고 있다.
남학생들도 대부분 자신의 아내, 여자친구, 여동생/누나가 다른 남성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후배 여성들이나 연애중인 여성에게 ‘오빠’로 불리기를 기대하거나 강요하고 있다.
왜 여성들은 더 이상 낭만적 관계에 있지 않은 남성에게는 ‘오빠’라고 부르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손위 남성들에게는 ‘오빠’라고 하며, 남성들은 왜 그 호칭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일까?
경험적으로 보자면 서울 이외의 지역 출신 여성들에게 ‘오빠’ 호칭이 주는 어감은 ‘낯간지럽거나’ 때론 어떤 ‘의도’가 내포된 것 같아 사용하기 꺼려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어떤 설명을 해도 ‘오빠’를 쓰는 여성은 여동생의 위치를 갖게 되는 것이므로.
가부장적이고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오빠’는 연애 관계에서 여성과 남성의 위계를 확실하게 해 주는 장치이지만 그 위계는 ‘낭만’으로 포장되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 둘의 관계가 낭만적이면 낭만적일 수록 ‘오빠’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동원되는 장치이다.
반면 ‘누나’는 연애 중인 남녀 관계에서 남성이 나이가 적다할지라도 상대 여성을 부를 때 동원되지 않는다. 그 둘의 관계가 더욱더 낭만을 향해 지속될 때 ‘누나’는 차라리 없어져버린다. ‘누나’는 여성의 위치를 ‘오빠’의 자리에 올려놓지 않는다. ‘누나’는 낭만 관계에서 언제든지 ‘너’ ‘OO야’로 환원될 수 있는 불안한 장치인 것이다.
어느 캔 커피 음료 광고에서 보듯, 후배 남성은 선배 여성에게 이성적 친밀감을 느끼며 다가설 때 ‘누나’라고 하지 않는다. 광고에서 그 남자 후배는 여자선배에게 말한다, “선배, 그 옆자리 비었나요?” 어느 화장품 광고에서도 여자선배에게 이성적 관심이 있는 듯한 남자 후배가 그 여자선배에게 말한다. “선배는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 더 예뻐요”라고.
가수 이승기가 부른 <내 여자라니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연상의 여자 친구에 대한 연하 남자의 가부장적 사랑을 표현하면서 누나로서의 여성의 위치를 무화하고 끌어내린다. 그는 연상의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면서 노래를 시작하지만 끝부분으로 가면서 ‘넌 내여자’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누나는 언제나 ‘너’가 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간에 호칭과 관련된 내용을 성찰하고 평등하고 올바른 호칭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는 상호간 호칭이 관계의 성격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모든 남성들에 대해 누이동생의 위치를 스스로 만들 필요는 없다.
아직 정확하게 조사된 바는 없지만 80년대 후반 학번에 의해 본격적으로 ‘오빠'가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연애가 대중화되고 연애기간이 짦아지게 된 것이 원인이리라. 짧아진 연애는 결국 연애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수의 파트너를 경험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하는데, 한 남성과의 연애기간이 전 세대보다 훨씬 짧아졌다는 것은 연애가 끝난 후 바로, 아니면 그 기간 중이라도, 다른 남성을 욕망해야 함을 의미할 테고, 그것은 현실과 모순 없이 그 욕망을 실현시켜 줄 장치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어떤 한 남성과 연애 중이라 할지도 연애시장에서의 시장성(marketability)을 늘 확보하고 있어야 그 연애의 종료 후 다른 남성과의 연애가 가능한데,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제가 바로 ‘오빠'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에게 연장자 남성을 부르는 호칭으로서의 ‘오빠'가 모든 남성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여성들이 특정 연장자 남성(들)과 의도적으로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두고자 할 때 ‘오빠'는 동원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 사귀고 있는 남성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친근감이나 호감을 표현하고 싶은 남성들에게만 ‘오빠'가 의도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오빠라는 호칭은, 교제 중인 남성 이외의 다른 남성들과 언제라도 낭만으로 환원시켜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친근감을 유발할 장치를 갖고 있다. ‘형'이나 ‘선배'로부터 연인으로의 변신보다는 ‘오빠'에서의 변신이 훨씬 용이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오빠'는 ‘형'이나 ‘선배'가 갖고 있지 않은 가부장적 낭만성을 이미 태생적으로 갖고 있지 않은가.
‘오빠'가 배태(胚胎)하고 있는 낭만성이란 여성의 종속적 지위를 전제로 남성의 권위적 지위가 낭만으로 포장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권력이 낭만으로 포장될 때, 남성이 가진 권력은 권력이 아닌 적극적 보호, 애정, 그리고 남성다움으로 여성들에게 수용된다. 따라서 여성이 종속적이면 종속적일수록 그 남성은 더욱 권력적이며 더 남성다운 것으로 인식되는데, 이것은 결국 그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더 낭만적으로 개념화하게 한다.
‘오빠' 호칭에 불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여성 스스로가 남성들의 권력을 만들어주고 그 권력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급했듯이 그것이 연애라는 대중적 행위에서 소외되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 여성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인 것이다. 기성세대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서의 젠더 권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자 몰두하고 있을 때, 뒤에 오는 여성들이 사적 영역에서의 젠더 권력 불균형을 생산, 재생산, 강화하고 있으므로, 또한 이 여성들이 그러한 양상을 공적 영역에서도 재현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므로.
워피안 이론(WhÖrfian theory)은 언어가 우리의 인식을 지배한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은 ‘오빠'가 여성들에게 준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남녀가 성인으로서 처음으로 평등한 관계를 맺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장치 중 하나가 호칭으로서의 ‘오빠’이다. 여성을 ‘로맨틱한 여동생’으로 위치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가족도 아니며, 우리나라의 가족 역시도 성평등한 구성체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성인으로서의 여성과 남성이 가족적인 호칭 ‘오빠’를 매개로 관계 맺기에 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나는 성인으로서 첫 만남을 갖는 남녀공학대학교의 대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선배와 후배를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그 논의 과정 속에서 ‘오빠’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남성중심주의, 나이에 따른 서열주의, 그리고 가부장성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가치들을 객관화 시키면서 비판할 수 있다면 여성과 남성, 그리고 선배와 후배 간의 다른 대안적 질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빠라는 호칭 속에 숨어있는 남성중심주의, 나이에 따른 서열주의, 그리고 가부장성을 제대로 사유할 수 있어도, 그것이 동반하는 불필요한 로맨스적 위계를 제거할 수만 있어도 대학은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관계를 맺고 키워가는 공간으로 다시 구성되어질 것이다. 그것이 ‘오빠’를 회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나임윤경
- 왜 여자는 자신이 연장자여도 좋아하는 대상을 굳이 <오빠> 라고 지칭하고 싶어할까?
여성들이 나서서 저런 말을 하는 현실이나 ( 드립 같지만 넘나 현실반영 단어 >신분< )
어리지만 매력적인 남자에게 굳이 '어린 오빠' 라는 호칭을 부여하는 유행 등등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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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도 괜찮은듯
첫댓글 오 그러게
잘생기면 다 오빠란 말도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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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걍 ㅇㅇ님이라함
@JYP 김원필 아ㅁㅈ나도 ㅇㅇ님ㅋㅋㅋㅋㅋㅋㅋ
오빠 듣고 싶어하는 새끼들은ㅋㅋㅋ 진심 대가리 터뜨려서 죽여야 함
여동생을 로맨틱하게 생각하는거부터 xy유전자의 머갈텅텅을 보여준다 시발 개좆같은 빠가남 다 뒤져야됨
오 ㅋㅋ 나 친척 오빠한테 까지도 오빠라는말 진짜 못하고 다 저기.. 이러거나 부르는 거 자체를 안했는데 ㅋㅋ 그 이유가 이건가 ㅋㅋ 오빠라는 말 자체가 나한테 있어서 굉장히 거부감 드는 호칭이었음 오빠라고 하는 순간 남자들 특유의 건방진 태도;?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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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는 후배님이라 불렁
친해지먄 오빠라 안부르고 00쓰라함 ㅋㅋ
그래 잘생기면 다 오빠란 말도 이상해
나도 아무 생각 없다가 남초과 다니고나서부터 오빠라는 말 개싫어하게 됨..
나는 친오빠가 있는데도 왜 항상 오빠라는 호칭이 거북스러울까 했는데 이런이유였네ㅋㅋㅋㅋㅋㅋ깊이 생각을 안해뵈서 아 왜 거북스럽지 나보다 나이많은 남자사람 오빠라고 못하겠네; 했는데ㅋㅋㅋ 서열정해지고 낮춰지는 가부장적 마인드 존싫...
아 나만그런게 아니었구나,,발음도 개별로엿어
빠가남들 진짜 싫어 토나올거같음 자기 지칭할 때 오빠가~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미친놈들 같아
ㅇㅈ 오빠=남자인 내가 더 높고 너는 나에게 딸랑거려야 할 서열낮은 여자다. 이 어감 개심함ㅋㅋ 선배님이라고 하면 오빠라고 부르라며 징징거리는 젊은 개저씨들 많아
나 오빠라는 말 진짜 못함 개오글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