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jndn.com/article.asp?aid=1442329200201829058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의 대표적 중진들은 총선승리를 위해 탈당한 천정배 의원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김부겸 의원 같은 원칙주의자도 이런 주장에 가세하고 나섰다. 그들의 주장은 분당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새민련을 안정시키려는 선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도 천 의원의 포용은 원칙을 벗어난 야합이라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 4·29보선 직전에 제1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되었다. 지역주의 극복을 기치로 대통령을 만들어낸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신당을 창당했던 그가 이제는 호남정치의 복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다시 신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으로서 의원직과 장관직을 번갈아 가며 온갖 특혜를 누렸다. 그는 4선의 지역구 안산을 버리고 임기 도중에 상경하여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참여해서 패배하였다. 그는 곧바로 19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의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하였지만 낙선하였다. 그리고 다시 7·30보선 때는 광주 광산을, 4·29보선 때는 광주 서구을의 전략공천을 노렸으나 여의치 않자 탈당하였다.
천 의원의 당선은 새민련의 공천 실패가 불러온 반사적 결과였음이 정가의 중론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당선이 그의 탈당을 정당화시키지는 못한다. 그는 탈당 직전에 문재인 대표를 만나 전략공천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탈당은 전략공천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지 새민련의 이념이나 정체성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일찌감치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추진했던 정동영 의원과도 차별화된다.
누구를 위한 신당인가
천 의원은 이미 19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 지역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전력이 있다. 통상 낙선한 후보자는 자기 지역구를 더욱 충실히 관리하여 다음 선거에 대비한다. 그것이 정치 도의이다. 그러나 그는 송파을에서 낙선하자 곧 이곳을 버리고 다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광주로 내려와 호남정치 복원을 외치며 신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복원할 호남정치의 실체가 무엇인가? 광주시민은 지역주의가 광주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자각하고 있다. 광주 민심은 ‘신당’이 아니라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재집권의 견인차가 될 ‘신인’을 찾고 있다.
광주지역에는 천 의원이 주창하는 신당은 그림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천 의원은 새민련의 외곽을 맴돌며 신당의 변죽만 울리고 있다. 그래서 천 의원은 신당을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새민련을 위협해서 광주의 공천권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새민련의 내로라하는 중진들이 천 의원을 포용의 대상으로 외치고 있다. 실체도 없는 신당놀음에 지레 겁을 먹어 천의원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머리 좋다는 천 의원의 정치적 스킬이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민련은 이미 19대 총선에서 통진당과 연합해서 실패했다. 통진당 해산으로 실시된 4·29 보궐선거에서도 완패했다. 이러한 결과는 제 1야당이 정체성을 망각하고 오직 총선 승리만을 위하여 급진의 군소정당과 원칙도 없이 야합한 결과이다.
새민련이 천 의원을 포용하는 것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군말이 필요없다. 그것은 새민련의 당헌이고 당규이다. 새민련의 당규는 탈당한 자는 1년 이내에 복당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명된 자는 5년간 복당이 허용되지 않는다.
제2의 천정배 속출 농후
천 의원의 무소속 출마와 신당행보는 새민련의 입장에서 보면 제명 사유보다 더 뼈아픈 해당 행위다. 그가 더 이상 당원이 아니라서 제명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포용해야한다는 주장은 당헌과 당규를 무시하는 행위이다. 정당은 헌법상의 공적 조직체로서 사인간의 친목계와 다르다. 그래서 국고지원을 받는 것이다.
천 의원보다 훨씬 더 억울한 정치적 상황에서도 대의를 위해 묵묵히 참고 견뎌온 당원들이 있어 오늘 60년 전통의 민주정당이 존재하는 것이다. 기강이 없는 집단은 무리일 뿐 조직이라고 할 수 없다. 조직의 기강은 상벌을 분명히 함으로써 확립된다. 천 의원과 그를 추종하여 탈당한 지역의원들을 눈앞의 총선승리를 위해 포용한다면 새민련의 기강은 무너지고 20대 총선을 앞두고 제2의 천정배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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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하 중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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