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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개천♡흘러가듯, 일성콘도 설악 story,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2016년 4월 13일 수요일인 오늘 우리들 독서클럽 ‘Book Tour’ 475회 모임이 있었다.
내가 발제자로 나섰다.
오늘 발제를 위해 내가 선택한 책은 소위 ‘나무의사’라고 불리는 우종영 박사가 쓴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이었다.
책에 대한 기본적 자료는 Daum사이트 검색으로 대신했다.
먼저 책 소개의 글이다.
주목나무, 이팝나무, 소나무, 오리나무, 아까시나무, 명자나무, 회양목.... 사람처럼 저마다 다양한 이름을 달고 살아가는 나무들. 이 책은 <푸른공간>이라는 나무관리회사를 만들고 아픈 나무를 고치는 의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종영 씨가, 나무들이 담고 있는 탄생배경과 나무를 키우면서 얻은 지혜와 깨달음, 나무처럼 살고 싶은 마음 등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 중간 중간 생생한 원색의 나무사진을 삽입했다.
다음은 저자 소개의 글이다.
나무의사. 색약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 유일한 꿈이었던 천문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를 쌓다가, 20대 때 중동에서 힘들여 번 돈으로 농사를 시작했지만 3년 만에 폭삭 망했다. ‘서른 살이 되도록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구나. 차라리 죽어버리자’ 하고 북한산에 올라 자살을 결심했을 때, 나무의 소리를 들었다. ‘나도 사는데, 너는 왜 아까운 생명을 포기하려고 하니?’ 한번 뿌리를 내리면 평생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지만, 결코 불평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나무. 그는 나무를 위해 평생을 살아가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고 말하는 그의 소망은, 밥줄이 끊어질지라도 나무가 더 이상 아프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게으른 산행’을 하며 우리나라 곳곳에 살고 있는 나무들의 안부를 챙기고 있다. 위도 37도 이하의 숲들을 만나는 『게으른 산행 2』는 그 두 번째 보고서다. 게으른 산행을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자칭 타칭 ‘먼 발’로 통하는데 ‘멀리 발을 옮기며 날마다 소풍 중’이라는 뜻이다. 지은 책으로 『게으른 산행』,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풀코스 나무여행』, 『나무야, 나무야 왜 슬프니?』,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 등이 있다.
그리고 목차는 이렇다.
추천사 / 김수환 추기경 [1] 그 곳에 나무가 살고 있었네 1. 주목나무 / 천 년의 사랑 2. 이팝나무 /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3. 소나무 / 고개 숙인 아버지들에게 바칩니다 4. 오리나무 / 서른 살 된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나무 5. 아까시나무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6. 자작나무 / 밤새워 연애 편지를 썼었습니다 7. 동백나무 / 박수 칠 때 떠나라 8. 조팝나무 / 지울 수 없는 과거라면 9. 느티나무 / 어머니 품이 그립습니다 10. 등나무 / 사랑과 상처의 함수 관계 11. 생강나무 /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나무 12. 밤나무 /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대 13. 명자나무 / 위험한 사랑을 꿈꾸게 하는 나무 14. 회양목 / 아무도 그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나무에게 부치는 편지 / 나무야, 아프지 마라 [2] 나무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1. 모과나무 / 그 사람의 숨은 그림을 찾아보십시오 2. 노간주나무 / 좀 바보 같으면 어떻습니까? 3. 라일락 / 첫사랑이 내게 남겨 준 것 4. 대나무 /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르쳐 준 나무 5. 서어나무 /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음 좋겠다 6. 은행나무 / 얻기 위해선 잃어야 할 것도 있는 법 7. 사위질빵 / 사위 사랑이 이러하기를 8. 개나리 / 씩씩함에 대하여 9. 젓나무 /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우쳐 준 나무 10. 자귀나무 / 당신의 행복도 멀리 있지 않습니다 11. 회화나무 / 국회의사당에 심고 싶은 나무 -나무가 나에게 부쳐 온 편지 / 친구야, 부탁이 하나 있어 [3]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1. 사랑한다면 '연리지'처럼 2. 기다림의 미학 3.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 4.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5. 삶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6. 버려야만 더 큰 것을 얻는다 7. 나무에게서 배운 육아의 지혜 8. 나무에 대한 예의 9. 보잘것없는 나무들이 아름다운 이유 10. 내 남은 삶들은 부록 / 나무랑 친구하지 않으실래요?
19건의 독자 리뷰가 있었다.
다음은 그 중 한 편으로, YES블로그에 실린 필명 ‘sjy0405’님의 리뷰 그 전문이다.
제목만 보고는 살짝 거부감을 가졌고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가졌었다. 뻔한 말이지만 읽다보니 점점 나무의 매력에 빠져들고 다음 내용이 궁금할 지경이었다. 각 나무에 얽힌 story, 나무가 갖고 있는 특징, 성격... 내가 전혀 몰랐고 관심 없던 나무에도 사람 보다 더 긴 역사가 있고 감정이 있으며 오히려 사람인 나보다 더 나은 점이 많다는 사실에 책을 읽는 내내 놀랐고 감탄했다! 워낙에 기억력이 안 좋아서... 이팝나무/은행나무/밤나무/회양목/생강나무/ 150~200년에 1번 꽃이 핀다는 대나무/수피에 사랑을 담아 편지를 쓰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자작자무/ 위험한 사랑을 꿈꾸게 만드는 향이 좋은 명자나무/ 모과나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도 참... 마음 한켠에서 뭔가 일렁거렸던 것 같다. 암튼... 이 팍팍하고 이기적인 세상에 마음 따뜻해지고 정화되는 느낌을 주는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나무의 가르침 절대 잊지 않으리....!!
1건의 미디어서평이 있었다.
다음은 2009년 12월 31일 파이미디어에 ‘자작나무 껍질에 연애편지를 쓰렴’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박영식 시민기자의 서평 그 전문이다.
지독한 은행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거리를 거닐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젠 낙엽도 전혀 남아있지 않고, 녹다만 눈이 겨울의 깊이를 말해준다. 여름에 푸르렀던 녹색의 잎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과 섭섭함이 들고 겨울을 준비해야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걷는 나무, 2001)가 2009년 개정증보판으로 나왔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 또는, 이름조차 생소한 나무에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고, 나무처럼 사는 인생과 나무의사로서의 저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를 조심스럽게 벗겨 내 그 위에 때 묻지 않은 연정의 편지를 써서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단다. 이루지 못할 사랑일수록 자작나무로 만든 편지가 힘을 발휘한다나." p53
실제 자작나무의 수피를 보면 이 이야기가 이해가 간다고 한다. 수피는 지방을 잔뜩 비축해 놓아 강한 추위를 잘 견디는 특성을 지녔다. 자작나무는 강원도 등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번 겨울, 혹시 스키장 가는 길에 마주친다면 매우 반가울 듯하다. 문자메시지로 확인하는 사랑보다 자작나무 껍질 위에 편지를 쓰는 애틋한 마음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한다.
"한쪽이 병들어 죽기 전에 서로 붙어 한 몸이 되면 혼자였을 때보다 훨씬 더 거대한 나무로 자라난다. 전화위복이랄까. 몸집이 더 커지다 보니 뻗어 갈 수 있는 가지 수도 늘어나고, 그만큼 병충해 같은 외부의 재해로부터도 강해진다." p193
서로 가까이 있는 두 나무가 자라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부르는데, 이를 설명하고 있는 대목이다. 뿌리가 이어지면 연리근(連理根),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 가지가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라 한다. 나무가 너무 인접해 있으면 둘 다 잘 자라기 어렵기에 둘 다 죽거나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다. 그러나 연리라는 현상이 일어나면 서로의 특성이 유지되며 양분을 공유해 둘 다 살아남을 수 있다. 이 현상은 명칭만큼이나 아름답다. 좁은 땅에서 아웅다웅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서로 돕고 사는 삶이 상생하는 길임을 알려준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은 비단 나무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저마다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루살이 같은 삶, 내일이 보이지 않는 삶이라 하더라도 분명 살아가는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가치를 알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낼 때, 결국 그 것이 자신을 지키고 세상을 지키는 길이 된다." p272
지금은 겨울이라 나무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없다. 이 증보판은 독자의 요청에 따라 나무 사진이 추가돼, 소개되는 나무를 직접 볼 수 있다. 나무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얻게 해 준다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가 있었다.
이렇게 시작했다.
제가 어린 시절만 해도 사람들 곁에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들은 각박했던 우리 삶에 작은 위안을 주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무는 우리 삶의 작은 쉼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산과 들이 깎여 나가고 그 위에 도시가 들어서면서 어느 순간 우리는 우리에게 녹색 빛 여유로움을 주던 나무들을 잊어 가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그런 우리들의 삶을 잠시 멈추게 해줄 휴식처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끝냈다.
이 책을 접하는 많은 독자들이 무심히 지나치던 창밖의 나무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마음의 문이 열리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마치 오래 전에 잃어버린 친구를 다시 만난 기쁨을 느낀 듯 말입니다. 이런 기쁨을 누리게 해준 우종영 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출판사의 서평이 있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일찍이 인디언들은 물질문명에 눈이 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우려와 두려움을 나타내 왔다. 체로키족의 추장 "구르는 천둥"은 이런 말을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지구에 상처를 주는 것은 곧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며,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가하는 것은 곧 지구에게 상처를 가하는 일임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무도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체이지만,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산 지 오래다. 나무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 책은 그처럼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버린 나무에 대한 관심을, 나무의 인생살이와 사람의 인생살이를 자연스럽게 결부시켜 풀어냄으로써 새롭게 부각시킨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저자에게 있다. 저자는 사람 입장보다 나무 입장을 먼저 헤아릴 수밖에 없는 "나무 의사"란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병든 나무를 치료하면서 그는 자신이 마치 나무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러므로 그에게 나무의 삶과 자신의 삶은 결코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같은 동일 선상에 놓여 있다. 그래서 그에게 "나무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라는 테마는 늘 해오고 있는 생각이었다.
나무의 삶으로부터 배우는, 사람들이 정말 알아야 할 삶의 지혜들이 녹아 있는 책
저자가 나무의 삶에서 발견해 낸 인생의 지혜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오리나무에게서는 삶에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동백나무에게서는 박수 칠 때 떠날 줄 알아야 한다는 미덕을, 소나무에게서는 고개 숙인 아버지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조팝나무에게서는 지우려 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과거를 껴안는 법을, 회양목에게서는 느림의 지혜를 발견한다.
그러는 와중에 그는 우리가 흔히 아는 나무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기도 서슴지 않는다. 즉 너무도 못생긴 모과나무에게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외양이 아닌 내면의 내실임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은행나무에게서는 그 사랑이 외로움을 견딘 대가임을, 봄소식을 가장 빨리 전해준다는 예쁜 개나리에게서는 씩씩함을 찾아낸다.
현대 문명의 극단적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 담긴 책!
저자는 나무를 정복해야 할 대상이나 타자가 아니라 자신의 한 부분이며 형제자매로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생명 또한 인간의 생명처럼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본문 中 나무에게 부치는 편지-P90, 나무가 나에게 부쳐 온 편지-p158)
하지만 현대 문명은 나무 더 나아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서 극단적 물질주의와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다. 그로 인해 저자는 나무나 자연에 대한 경시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간 사이에도 소외와 단절만이 판치게 되었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직접적인 비판 대신, 자연과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삶과,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소박한 그의 은유적 표현은 물질문명의 폐해에 대한 공감을 더욱 더 크게 불러일으킨다.
읽다보면 저절로 나무에 대해 깊이 알게 되고, 나무를 사랑하게 되는 책!
1장과 2장이 하나의 나무에서 얻은 하나의 깨달음을 전한다고 한다면, 3장은 나무의 전반적인 삶을 통틀어 나타나는 독특한 특성(연리지, 해거리, 죽음, 일정한 간격, 겨울나기 등)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읽어낸다.
그래서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로서의 나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이 책을 통해 나무를 마음으로 느끼고, 더 나아가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은, 부록으로까지 이어진다.
즉 나무 의사로서, 18년 동안 쌓아온 나무 가꾸기 노하우를 상세히 적어, 나무를 키우고 싶지만, 그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책 본문의 맨 처음은 이렇게 시작했다.
살아 천년, 죽어 천 년, 썩어 천 녀, 합해서 삼천 년을 이어간다는 주목나무. 얼마나 줄기가 붉었으면 그 이름까지도 ‘붉을 주(朱)’를 써서 ‘주목(朱木)’이라 했을까.
[1]장 1편 ‘주목나무/천년의 사랑’ 그 첫머리다.
그리고 맨 끝인 [3]장 10편 ‘내 남은 삶들은’의 그 끝 대목은 이랬다.
나는 내 남은 삶의 어디쯤에선가 도시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산 속에 들어갔으면 싶다. 남은여생 동안 척박한 숲을 건강한 숲으로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일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일은 내 대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남들로부터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비웃음을 살지도 모른 일이다. 이 땅의 모든 숲이 제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래도 이제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숲을 가꾸며 내 뜻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 중 뜻을 함께하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못 다할 ‘건강한 숲 만들기’를 이어가게 하고 싶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나무학교도 내 평생 꼭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다. 이 년 전 나는 통나무집 만드는 법을 배웠다. 산 속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아내는 제빵 기술도 익혔고, 얼마 전부터는 손수 한복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 아내의 능력은 산 속에서의 생계유지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것은 없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바라는 대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준비해 나갈 따름이다. 그것이 내가 나무에게서 배우고 받은 것들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길 바라며 말이다.
다음은 책 속의 다른 대목들이다.
누구는 육교 밑에서 인생을 배우고, 누구는 어린 아이들에게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모두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 의연함에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배운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처음 노간주나무를 봤을 땐 그랬다. 참 바보 같다고, 제 코가 석 자면서 남 다 퍼주는 놈이 어디 있냐고.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내게는 노간주나무의 그런 바보 같은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럽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제 것만 챙기는 사람보단 형편이 어려워도 주변 사람 도와주며 허허거리는 사람이 더 정겹지 않은가. 겉보기엔 답답해 보일지 몰라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결국에 다시 찾게 되는 건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다. 도봉산에 있는 노간주나무는 오늘도 이렇게 말한다. “좀 바보 같으면 어떻습니까? 좀 손해 보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더불어 사는 세상 아닙니까?” - 124~125쪽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늙고 병든 잣나무를 만나게 되었다. 그 나무는 서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많이 힘들어 보였다. 습관적으로 끌을 들이댄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 하나. ‘이런 나무를 치료하는 게 과연 잘 하는 일일까.’ 고개를 들고 찬찬히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았다. 가지 하나하나에서 “이제 그만 가게 놔줘”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수명이 다해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나무를 ‘치료’라는 명목으로 괴롭히는 게 아닐까. 결국 나는 나무에게 손 한 번 대지 못한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중략) 그렇게 일 년이 지난 뒤 나는 그 나무가 있던 곳을 다시 찾았다. 조바심치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잣나무가 서 있던 자리에 다가서는 순간, 나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늙은 잣나무가 자취를 감춘 그 자리에는 어린 잣나무가 한참 자라고 있었다. 가냘픈 가지마다 연록 빛 새순을 올리고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은 어린 잣나무. 내가 일 년 전 늙고 병든 잣나무를 치료했더라면 결코 볼 수 없을 새 생명이었다. - 216~217쪽
나무의 직경이 한 뼘 정도 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한 십 년? 길어야 이십 년? 그러나 회양목이 그 정도의 직경을 가지려면 최소한 오백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더디게 성장하는 동안 회양목은 그 속을 다지고 또 다져 그 어떤 나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함을 지닌다. (중략)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긴 시간 더디 자라며 결국엔 그 값어치를 발해 단단한 도장으로 쓰이는 회양목. 나는 기나긴 시간 동안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걸었던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당장은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가는 그 모습이 얼마나 위대하고 장한가.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내 안에는 과연 기나긴 시간 더디면 더딘 대로 그렇게 노력해 온 무언가가 있는지를. - 100~101쪽
“나 이 집 딸 맞아?” 아침 밥상에서 숙영이가 대뜸 내게 이렇게 묻는다.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은 도전적인 눈빛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렇다고 꿈쩍할 내가 아니다. “마음에 안 들면 독립해서 살든지.” 졌다는 듯 한숨 한 번 쉬고 돌아서는 숙영이. 예외 없이 이번에도 내 승리다. (중략) 이제 막 돌이 지나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보며 굳혔던 결심. ‘그래, 나무 키우는 대로만 하자.’ 내 주변에는 나무를 잘 키우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항상 관심 있게 나무를 지켜보며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참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그것은 절대 방치가 아니다. 품안에 두지 않고 거리를 두되, 늘 지켜보면서 나무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 251~253쪽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2004년의 일이다.
당시 대검찰청 감찰부 감찰 제 2과 소속의 검찰수사서기관으로서 각급 검찰청의 감사업무를 감당하고 있을 때였다.
어떻게 해서 이 책을 그때 접하게 되었는지, 그 사연을 최근에 내가 연작으로 쓰고 있는 ‘수사관일지’에 담았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짚북데기 속에서 방금 기어 나온 것 같은 순 촌놈’
43년 전으로 거슬러, 내가 국가공무원 9급 검찰사무직 검찰서기보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해서 대검찰청 사무국 총무과에 초임 발령을 받아 근무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 부서 여직원들이 자기네들끼리 소곤소곤 귓속말로 나를 그렇게 평가했었다.
지금의 아내도 그 중 하나였다.
내 고향이 경북 서북쪽 첩첩산중인 백두대간 자락의 산골인 문경이라고 해서, 다들 나를 농사나 짓고 꼴이나 베던 무지렁이 촌놈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기차도 들어오고 서울 가는 직통버스도 있는, 그래서 조금은 도시화된 점촌이라는 번화한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참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촌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 촌놈들의 주특기인 나무와 꽃과 풀에 대해서 잘 모른다.
내 고향 친구 중 하나가 측백나무가 있는 고개라는 뜻이 담긴 ‘백파’(柏坡)라는 호를 쓰고 있는데, 내 그 측백나무를 모른다.
중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어느 가곡의 그 노랫말에 전나무가 나오는데, 내 그 전나무를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꽃밭에서’라는 동요에 나오는 꽃들인 채송화와 금송화를 구분하지 못하고, 문경새재 아리랑 그 노랫말에 나올 정도로 우리 고향땅 문경새재 박달나무가 그리 유명해도 그 박달나무를 내가 모른다.
내 겨우 아는 것이라고는, 마을 뒷산인 돈달산 자락의 소나무라든가, 내가 다니던 문경중학교 운동장 저 끝의 플라타너스나무라든가, 앞 강 영강 둔치에 높이 선 포플러나무라든가, 초가삼간 우리 집 앞뜰의 해바라기와 맨드라미와 봉숭아 정도일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나무와 꽃과 풀에 대한 조금의 지식을 가지게 됐다.
선물로 받은 책 한 권 때문이다.
12년 전으로 거슬러, 2004년 10월쯤의 일이다.
내가 대검찰청 감찰부 감찰 제 2과 감사담당 검찰수사서기관으로 근무할 때였는데,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정기사무감사를 위해 그 청에 파견 근무하던 중에, 그 청의 감사담당으로부터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을 선물 받았었다.
소위 ‘나무의사’라고 해서 오랜 세월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우종영이라는 이가 나무에게서 배운 인생의 소금 같은 지혜를 담은 책이라고 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살아생전에 추천한 책이기도 했다.
후배 검찰수사관의 선물이기에 꼭 읽어봐야 할 것이기도 했지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가면서 저절로 알찬 그 내용에 빠져들어, 딱 하루 만에 그 책을 속속들이 챙겨 읽었다.
그래서 이팝나무도 알게 됐고, 조팝나무도 알게 됐고, 자작나무도 알게 됐다.
두 개의 나무가 하나가 되는 ‘연리지’의 존재도, 내 그 책을 읽고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 연리지를 부부의 인연과 비유함도 내 그때 비로소 알았다.
가슴 찡한 감동이었다.
“저는 책 한 권 선물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국장님께서는 그 선물을 별 것으로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주위의 칭찬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주 수요일인 2016년 5월 4일 오후 7시,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 인근의 단골식당인 ‘안동국시’집에서 저녁을 같이 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사부 심주용 검찰수사관이, 그때 그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면 내게 도리어 감사해 하고 있었다.
그 감사함이 있기에, 나는 그 후배 검찰수사관들에게 밥을 사고 또 사고 술잔을 권하고 또 권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와 같은 부제가 붙어 있었다.
‘나무에게서 배운 인생의 소금 같은 지혜들’
그 지혜들을 내 가슴에 담았고,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며 내 지금껏 살았고, 또 앞으로도 그리 살아낼 것이다.//
5년 전으로 거슬러 딱 오늘인 2016년 7월 13일에, 온라인에서의 내 글쓰기 공간인 Daum카페 ‘문중 13회’와 Daum카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 사랑방에 ‘Book Tour-475회,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의 그 전문이다.
이날 있었던 독서클럽 ‘Book Tour’ 모임에서, 내가 발제자로서 발표한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라는 책의 독후감을 담은 글이었다.
내 그 책을 읽고 얻은 큰 소득이 있었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하얀 껍질의 자작나무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 옛날 까마득한 시절의 연인들이, 그 껍질에 연서를 쓰서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는 가슴에 따뜻한 감동으로 담겼었다.
그런 감동이 있어, 이날의 내 독후감 발표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내 가슴에 담기게 됐다.
바로 내 그때 그 독후감을 발표하던 순간이, 새록새록 내 추억의 숲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을 한 바퀴 돌아서 걷고 난 뒤, 그 초입의 카페에 들러서의 일이었다.
시원한 눈꽃빙수 한 그릇을 앞에 놓고, 내 그 추억을 음미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잇고 이어진 인연으로, 이제는 우리 막내며느리가 된 신은영 회원이, 그때 그 자리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내 발표를 경청하는 모습이, 그 추억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